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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용자동맹의 일반용자가 일만 명이나 모여 애써 만든 결과물인데 아이언의 장난감으로 만들자는 말이었다.
‘자폭 기능이 없는 일반기체는 용자동맹의 비원인데 그걸 장난감으로 하겠다니?’
내심 불만이 솟아오르려는 사자왕 가이였다.
그런데 다음 말에 햇살에 눈 녹듯이 빠르게 사라진다.
“이걸 만드는데 예산이 더 필요하시지요.
변신전함을 만드는데 주로 필요한 지원이 정기가 아닌 물질이고 요청하신 정기도 적으니 제 선에서 승인하지요.
“오! 감사합니다.”
철수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아서 자폭 당하고, 쫓아낸 일반용자를 관리하기 위해서 철의 요새 외곽을 보강해야 하는데 물자와 정기가 부족했다.
간부회의에서 고개를 숙여서 부탁하는 일을 걱정하던 사자왕 가이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아이언님이 쓰실 변신 전함의 도색은 좋아하시는 황금색으로 부탁해요.”
“물론입니다. 워터문.”
전투 병기에 눈에 확 띄는 황금색을 쓰라는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신계 주신의 장난감이라면 화려할수록 좋았다.
그리고, 바로 지옥으로 보내지는 행성을 제압할 정도로 거대한 군대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물자를 보면서 속으로 감탄했다.
‘진짜 신족과 신계가 대단하기는 하구나.
보급품이 끝이 없어.’
사자왕 가이가 보기에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끝도 없는 물자와 생산력이었다.
그러나,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되살린 신계들이 정상가동이 되면서 갈수록 정기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앙신계를 관리하는 워터문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희귀물질도 아닌 물질은 중앙신계의 창조력으로 바로 만들어내면 된다.
이 정도 보급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보다 이 아이언님이 이 변신전함을 좋아하시면 좋겠는데.
외교는 하위신인 나로서는 한계야.’
수련행성에 들어간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다른 중앙신계에서 직접 면담요청이 밀려오고 있었다.
아직 하위신인 워터문이 거절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고위 창조신들이 많아서 진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폐관수련을 하시는데 억지로 모실 수는 없지.’
중요한 국면에서 방해했다가는 나중에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변신전함으로 아이언의 관심을 끄려는 그녀의 노림수는 멋지게 통했다.
“변신전함?
그런 걸 만들었어?
시험 운전하는 날이 결정되면 가겠다.”
아이언이 좋은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애의 표정을 하자 워터문은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안도했다.
그리고, 그동안 면담을 끈질기게 요청한 고위 창조신들을 초청한다.
‘외교도 이 기회에 한꺼번에 해결해야지.’
그렇게 용자동맹의 변신전함의 시운전은 중앙신계의 커다란 행사가 되어버렸다.
그런 사항을 통보받은 사자왕 가이는 당장 천재 조종사를 호출해서 이것저것 지시를 쏟아내었다.
‘단순한 장난감 전달이 아니라 고위 창조신들도 참석한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은하계에서 떠돌던 용병대장이 아닌 은하계 중앙신계의 주요간부로서 자리 잡은 이상 체면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된 지 오래였다.
“새로 한 대 더 만들고, 금색으로 색칠하라고요?”
새로운 인형병기가 아닌 변신전함을 만들어서 자폭을 당할 각오한 천재 조종사에게는 뜻밖의 일의 연속이었다.
사자왕 가이는 근엄한 표정으로 추가로 확인한다.
“아이들이 좋아하게 최대한 반짝여야 한다.”
“….”
그제야 자신이 만든 변신전함의 운명이 상부에서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깨달은 천재 조종사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이건 애들 장난감이 아니라고!
그래도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인 기동 병기다.
더구나 무슨 유치한 황금색이야!’
천재 조종사의 불평이 가득한 얼굴을 보고서 대충 내심을 짐작한 사자왕 가이는 험악한 기세를 품어내면서 경고한다.
“이번 변신전함의 시운전에 아이언님만이 아니라 주변 은하계에서 고위 창조신들이 참관하기로 했다.
화제를 만들어서 우리 신계를 창조신들의 만남의 장으로 만들려는 아주 중요한 행사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너를 철의 요새에서 내쫓겠다.
물론 휴가나 해방도 없다.
고집을 부리다가 지옥에서 영원히 유랑하고 싶으냐?”
철의 요새 외곽에서 고생하고 있는 명령 불복종 용자들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는 경고였다.
연합의 천재 조종사였지만, 비슷한 수준의 개조인간들이 모인 용자동맹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재빨리 말한다.
“순수한 황금색은 매력이 떨어져서 고민한 것입니다.
황금색에는 역시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넣어야지요.
맡겨만 주십시오.
최대한 화려하고 멋지게 만들겠습니다.”
한때 연합과 제국을 떨게 했던 애기(愛機)의 운명이 갈수록 이상했지만, 최소한 폐기보다는 나았기에 발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이쯤에서 당근을 주어야 일을 잘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자왕 가이는 은근한 어조로 말한다.
“창조신들의 평가가 좋으면 판매계획도 있다.
물론 너의 지분도 충분히 챙겨줄 것이다.
근무지도 천국으로 옮겨주지.
그러니 잘 만들어라.”
“잘하겠습니다!”
원래의 흐름에서는 없던 사건과 물건이 자꾸 생겨난다.
웅덩이에 던진 커다란 바위처럼 파문이 점점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새로운 변신전함을 본 일반용자들은 입을 딱 벌리게 되었다.
번쩍! 번쩍!
전함의 형태로 완성된 변신 전함은 옆에 있는 붉은색의 시험기가 안 보일 정도로 찬란한 황금색이었다.
더구나, 아이언에게 바쳐질 물건을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신족의 장인과 기술자들이 달려들어서 황금과 보석으로 조각과 세공까지 해버렸다.
이게 변신전함인지 호화 유람선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변해버린 모습에 천재 조종사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아! 나도 이제 몰라!”
일반 용자로서는 신계의 개입을 막을 수 없어서 잠시 방치를 했다가 완전히 당해버린 몰골이었다.
장갑에 황금과 보석으로 그려진 화려한 문양에다가 신을 찬양하는 천족의 모습까지 수없이 조각된 모습을 본 사자왕 가이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변신은 되느냐?”
“아!”
변신전함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너무 화려한 외형 변화에 당황했던 천재 조종사와 일반용자들은 황급히 자신들의 일반기체로 변신전함의 각 부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는 대답을 했다.
“그럼 변신을 해봐라.”
시운전을 하는 날이 점점 다가온다.
점점 늘어나는 천계에서 보내주는 참관자의 명단을 보니 간담이 서늘해지는 사자왕 가이였다.
‘주신은 아예 명단에도 없고, 창조신들만 적혀있는데도 끝이 없다.
최고위 창조신의 장난감 공개가 이렇게 중요한가?
이렇게 몰려오다니 진짜 할 일들이 없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끝장이다.’
단순하게 아이언의 장난감 전달식이라고 생각했다가 실수를 하는 날이면 신족으로서 생활은 마지막이라는 위기감이 밀려왔다.
스스로 생각해도 더 이상의 추태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시운전에서 문제가 생기면 너와 일반용자들은 모두 다시 훈련병으로 강등이다.
과거 기계 몸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줄 알아라.”
그 말에 새파랗게 안색이 변한 천재 조종사와 일반용자는 황금 변신전함의 각 부를 점검하고 변형을 시작한다.
기기기기기기기-! 기이이잉-!
괴음이 격납고를 울린다.
이 킬로미터가 넘는 변신전함의 각 부가 갈라지면서 추진부는 다리가 되고, 양옆에 달렸던 주포는 팔이 된다.
그리고, 몸체가 반 회전하면서 전함의 지휘부가 머리가 되고 뾰족한 선두가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으로 변형이 완료한다.
그리고, 각 부품이 외형을 다듬으면서 무사히 변형이 완료되어 거대 인형병기가 된 모습을 본 사자왕 가이와 용자왕들은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이것 참!”
“허허!”
“뭔가 부족하군.”
마지막 용자왕의 말에 모두의 이해가 일치된다.
변형을 완료한 황금 변신전함은 아무리 보아도 그럴듯한 데 정말 멋지다는 감각이 부족했다.
“단순한 구조변형인가?
금방 흥미를 잃으시겠어.”
사자왕 가이는 황금 거인상으로 변형된 변신전함을 쳐다보면서 어떻게든 조금 더 흥미를 일으킬 요소를 생각한다,
그런데 옆에 세워진 십 킬로미터의 무장 컨테이너에 시선이 갔다.
바로 이거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것도 합쳐봐.
그리고, 환경에 따라서 모습이 변하게 해.
기본적으로 육해공으로 세 가지다.”
“예?”
용자왕들이 신형 황금 변신전함을 별로 탐탁지 않아 하자 초조하던 천재조종사와 일반용자들은 일순 얼이 빠졌다.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서 집어넣은 변신 기능이 갈수록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던 것이다.
결국, 총책임자인 천재 조종사는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자왕 가이님! 전함으로의 변신 기능은 어디까지나 속력을 높이기 위한 부가요소입니다.
중요한 점은 인형병기의 화력과 방어력입니다.
그러니 인형병기의 강화에 중점을 기울….”
여기까지 보고를 듣던 사자왕 가이는 탁자를 손으로 내려쳤다.
쿠우우우웅-!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주관하는 용자동맹의 대표로서 요즘 신력과 권능이 부쩍 늘고 있는 사자왕 가이의 호통이 터져 나왔다.
“닥쳐!”
거대 격납고가 통째로 뒤흔들리고, 일반 용자들은 기계 몸이 부서질 듯이 진동한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미 고위주신을 능가하는 신격과 존재감을 쌓은 사자왕 가이는 거침없이 외쳤다.
“저 변신전함은 신력의 투입이 없이는 어차피 용자왕과 영웅왕에게는 절대로 미치지 못한다.
쓸 만은 한데 자원은 엄청 잡아먹어.
그렇다면 아무 데나 쓸 수 있게 범용성이라도 만들어 넣으란 말이다.”
워터문에게 지적당한 가성비의 문제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일반기체 일천 대의 가치가 변신전함에는 없었다.
‘그렇다고 폐기하자니 은하유성 아이언님이 무척 기대한다는 반응이 문제다.
무엇보다 잘만 하면 뭔가 작품이 나올 것 같단 말이야.
기계신의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용자왕이 새로운 변신전함을 볼 때마다 긴장하는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이미 일반기체를 뛰어넘은 위력을 포기할 수 없기에 이것저것 전부 때려 넣으라는 지침을 받은 천재조종사와 일반용자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일반용자들이 구상한 모든 부품을 집어넣다가 저렇게 커졌는데 여기에 십 킬로미터 크기의 무장 컨테이너까지 합치면 무슨 괴물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천재 조종사는 신음하면서 외쳤다.
“으으으으윽! 그러게 내가 변신 기능만은 빼자고 했잖아!”
신력이 들어간 일반기체의 위력을 뛰어넘기 위해서 은하제국에 존재하는 기술을 전부 넣으려다가 이렇게 되었다.
그런데 십 킬로미터가 넘는 무기 컨테이너가 포함되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부터 고민이었다.
‘불가능하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다.’
여기는 지옥이고, 시키는 존재는 자신들의 모든 운명을 틀어쥐었으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강자였다.
“일…일단 해보자.”
“물자는 얼마든지 있으니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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