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소마(笑魔)는 잠시 생각하다가 검은 동전을 하늘로 튕겨서 던져주었다.
그대로 동전을 잡은 대신(大神)은 신력을 집중하면서 말한다.
“합류에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해결되었네.
이건 창조신장과 신족을 도와준 대가일세.”
예상대로 상황이 진행되자 소마(笑魔)는 혀를 찼지만, 그대로 놔둔다.
“칫! 늙어서 주책이군.
신족을 어린애 다루듯이 해.”
“후후! 우주신족의 오리진이었던 내가 보기에 현재 신족은 너무 나약해.
그러니 보호가 당연하지 않은가?”
검은 동전에 신력이 집중되자 앞면이 흰색으로 변한다.
화아아아아아아-!
검은 동전은 앞면이 희면서 뒷면이 검은 모습으로 변했다.
단숨에 소마(笑魔)의 마력과 균형을 이룬 동전을 옆의 일선(一線)에게 넘긴다.
전형적인 신족의 미남인 그는 가느다란 미소를 지으면서 공격의 신력을 집중한다.
파앗!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나누는 황금빛의 선이 나타난다.
“마신황제와 마신족은 지금이 신족에게 좋지.
그러니 소마(笑魔)에게도 이기거라.”
“….”
그 말에도 소마(笑魔)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미 두 명의 십중심이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가세한 이상 아무리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절대 마력을 가졌다고 해도 이길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전은 옆의 일원(一圓)에게 넘겨진다.
그도 방어의 권능을 동전에 집중시키면서 말한다.
“돌아가기 전까지 십중심의 세력에 계속 남아있어 주기 바란다.
그럼 너의 안전은 내가 보장하겠다.”
위이이이이잉!
절대계 방어권능의 정점인 원형의 권능은 동전을 감싸서 지나친 권능의 집중으로 붕괴하려는 현상을 막아냈다.
이미 절대기의 수준을 뛰어넘은 동전은 이제 대수(大手)에게 전해진다.
창조력의 정점으로서 최고로 아름다운 여신이기도 한 그녀는 창조력으로 동전을 변화시킨다.
“호호호! 우리가 이렇게 힘을 모아본 것이 언제이던가요?
정말 즐겁군요.”
차원창세신 코아가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창조력이 동전에 집중되면서 존재 자체가 변한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회용에 불과하던 처음의 영원동전과는 수준이 다른 완성도였다.
몇 번이나 사용이 가능해진 것을 확인한 차원창세신 코아가 기뻐하기도 전에 동전은 검편을 향해 나른다.
황홀한 미소를 지은 대수(大手)가 던진 것이다.
“이제 그쪽의 마음을 보여줄 차례인 것 같군요.
정말 절대계를 위해서 우리와 힘을 합쳐서 창조주와 같이 싸울 생각이 있나요?”
대수(大手)가 던진 영원권능을 담은 동전이 원탁 위를 구른다.
탁-! 도르르르르르!
영 마땅치 않은 표정을 잠시 지은 검편은 그대로 박쥐의 검을 뽑아서 내려쳤다.
영원동전의 옆면이 박쥐의 검날에 충돌해서 진동을 시작한다.
쨍! 부르르르르르를르르-!
단숨에 양단할 기세였는데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십중심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감정에 따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 된 검편은 박쥐의 검을 거두면서 선언했다.
“내 일족과 반려를 겁박해서 도와준 일은 이걸로 끝낸다.
앞으로는 너를 노리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돕겠다.”
박쥐의 검을 맞아서 진동하기 시작한 동전은 엄청난 흔들림을 보이면서 흑염의 절대자에게 굴러갔다.
그리고, 거인의 신체에 스친 순간 검은 불길에 휩싸인다.
화르르르르르르-!
탁자를 구르는 동전에 검은 불길이 타오르는 모습을 본 흑염의 절대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네 상급자에게 죽지 않게 내 흑염의 가호를 내려주지.
완전히 미치거나 바로 터지지 않을 정도로만 쓰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나 많이 맞았다.
이걸로 한 방 먹여버려.”
무엇인가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을 한 흑염의 절대자는 아직도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황금의 절대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차원창세신 코아에게는 자신의 상급자라는 확실한 목줄이 달려있다.
그리고, 반란이 끝나면 돌아간다.
돌발요소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고비를 넘겨서 살아남기만 하면 분명 우리 미래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제 네가 나설 차례다.
십중심의 수좌가 되고 싶다면 각오를 보여다오.”
이것은 황금의 절대자가 가장 원하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로 대답하지 않은 그는 자신의 앞에 굴러와서 멈춘 동전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시작(始作)님과 함께 나설 것을 잘못했구나.
속도만 생각하다가 흐름이 너무나 변해버렸어.”
그렇게 말한 황금의 절대자는 에반젤리의 깃발을 펼친다.
좌르르르르! 파아아앗!
황금빛의 깃발에 붉은 글씨로 떠오른 ‘한(恨)’이라는 아주 흐릿해져 있었다.
신족에 대한 복수의 상징이기도 하는 글자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본 황금의 절대자는 다시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용서하라. 나의 일족이여.
모두가 다시 올 황금시대를 위해서다.
그 대신 황금족은 나의 손에 새롭게 다시 태어나서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과거에 잔혹하면서 자만감이 넘치던 황금족이 그걸로 만족할지 모르지만, 황금의 절대자가 보내는 최후의 애도였다.
휘이이이이잉!
영원동전을 에반젤리의 깃발이 휘감아서 삼켰다.
그리고, 글자를 완전히 지워버리면서 십중심의 이름을 새겨나간다.
‘황금(黃金) 아리오리나 라마세스’
‘대신(大神) 포오스’
‘흑염(黑炎) 루카 에일레스’
‘검편 아스나스’
‘소마(笑魔) 크리스’
‘일원(一圓) 파이’
‘일선(一線) 라인’
‘대수(大手) 세스티아’
이 자리에 없는 바람과 회색의 절대자를 제외한 십중심의 이름이 적힌 연판장으로 변한다.
파파파파파파파파-!
어떤 권능이라도 담아내는 에반젤리의 깃발은 동전에 머문 십중심의 권능을 모두 흡수해서 하나의 권능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흡수했던 영원동전을 황금 동전으로 만들어내서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되돌려보낸다.
“나의 완전한 불변을 담았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여. 반드시 살아남으십시오.
그때 승부를 다시 하기로 하지요.”
그렇게 말한 황금의 절대자는 피곤한지 더는 이야기하기 싫다는 기색으로 눈을 감았다.
황금동전을 손에 쥔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중한 기색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가락 끝에서 빛나는 황금동전을 쳐다본 소마(笑魔)는 정말 우습다는 음성으로 말한다.
“호호호호호호호! 세계가 다르니 힘의 기준과 가치도 다른가?
절대계를 파멸시킬 수 있는 미쳐 날뛰는 파괴신인줄 알았더니 목줄이 걸린 귀여운 사냥개였다니 정말 의외로구나.
아아! 참으로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상황이야.
암울하기만 한 너의 미래에 나도 가호를 보내지.
이제 던져라.”
어떻게든 죽이려다가 응원을 해주니 분위기가 아주 이상했다.
각자의 계열에서 영원체를 뛰어넘는 십중심들이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이렇게 하는지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당연히 몰랐다.
‘여기에 담아준 십중심들의 권능도 나의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챙겨야겠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어.’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모른 황금동전을 던져서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진다고 결과를 받아들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뒷면이 나오면 몽땅 뒤집어엎는다.
내 목을 절대로 내줄 수는 없었다.’
이 황금동전으로 뒷면이 나와지면 바로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를 이끌고, 십중심과 싸워서 강제로라도 결집을 유도할 결심을 굳힌다.
‘십중심이 빨리 모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만 되면 흐름은 진리님의 탄생으로 가게 된다.
진리님의 탄생과 함께 나는 나의 원래의 신체가 있는 주우주로 돌아간다.
아무리 신체를 강화해도 여기 세계의 한계를 넘지 못해.
이런 약한 몸은 지긋지긋해.’
나름대로 복안을 세운 차원창세신 코아는 동전을 위로 던진다.
팅! 빙그르르르르르!
허공에 치솟은 황금동전은 아침을 여는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십중심들은 허공에서 앞과 뒤가 교차하는 동전을 쳐다보았다.
만약 자신 중에 단 하나라도 다른 마음을 가졌다면 저 동전은 뒷면을 보일 것이기에 신중한 표정이었다.
‘황금의 불변은 완벽 그 자체다.’
‘단 하나의 오류라도 있으면 결과는 반대로 나온다.’
‘전부(全部)가 아니면 전무(全無)!
만장일치(滿場一致)가 되어야만 결과가 나온다.’
‘그것이 황금이지.’
일곱이 합의해도 하나가 반대하면 끝이었다.
그렇게 십중심 중 여덟 명이 모인 서로의 의지와 신념을 시험하는 동전 승부는 시작되었다.
찬란한 황금빛이 동전에서 방사되었다.
번쩍-!
세계수의 수액 호수에 비치는 인공태양의 빛도 그만큼 눈부셨다.
빙하에 거주지를 만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중앙에 만든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몸을 눕히고 있었다.
물론, 프롬 여제의 허벅지 위였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에게 정식기록에는 없는 신족의 유모의 내밀한 부분까지 설명을 들은 프롬 여제는 잠깐 당혹했지만 기뻐했다.
중앙신계의 천국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잘 오르지 않던 권능이 그야말로 하늘 높이 도약을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렇게 강해질 수 있으면 못할 일이 없어.’
그런데 다음 말에 안색이 굳는다.
아이언이 뺨에 밀착하여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을 오른손으로 어루만지면서 현재 상황을 알려준 것이다.
“예. 그런데 무리하실 필요는 없어요.
혼자서 유모를 하시는 것이 아니니까요.
창조력이 강한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모유만 있으면 일반적인 신족의 성장은 충분해요.”
중앙신계에서 이미 넘볼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이름은 그녀에게 호승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미 그녀가 원래 초능력자도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다가 아이언의 유모가 되면서 저렇게 강해진 사실을 알기에 더욱 조급해졌다.
“흐으응!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도 받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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