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자신과 같은 검신을 상대한다면 최대한 간격을 벌려야 유리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흑염의 절대자의 지시대로 단 한 걸음만 뒷걸음질을 한 채 열 걸음으로 버티고 있다.
놀랍군.’
흑염의 절대자의 말대로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세력 중에 누가 저렇게 충실히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제가 잘라놓은 목들을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어?
소마(笑魔)와 황금도 못 붙였는데 어쩌려고?
그대로 놔 둘래?”
“….”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수만 명의 인질이 잡혀있음을 다시 깨달은 검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이 자른 살아있는 목과 몸을 허공으로 들어 올리더니 머리를 몸에 붙이고 돌리기 시작한다.
끼리리리리! 끼릭!
마치 나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목이 회전한다.
“제가 자른 머리와 몸을 붙이려면 이렇게 오른쪽으로 누르면서 돌리시면 됩니다.
아주 쉽죠.”
“….”
“….”
목과 몸이 붙어가면서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울렸다.
끼이이이이이! 끼이이이!
십중심들이 쳐다보니 정말로 머리가 목 위에서 회전하자 밀착되어가면서 몸에 붙어간다.
흑염의 절대자는 신기한 구경을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묻는다.
“왼쪽으로 돌리거나 다른 방법으로 붙이려고 하면?”
“당연히 폭발하죠.
참고로 하나가 폭발하면 전부 같이 날아갑니다.
신력이 강하니까 행성계의 소멸은 일도 아닐 겁니다.”
“!?”
잘못하면 잘린 머리와 몸을 보관하고 있던 검편의 세력이 송두리째 소멸한다는 말이었다.
그런 끔찍한 일을 너무나 쉽게 이야기하자 할 말을 잃은 십중심이었다.
‘억지로 붙이려 했으면 검편의 세력이 사라질 뻔했군.’
‘일족이 필요는 없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은데 말이야.’
그런데 잠시 머뭇거리던 흑염의 절대자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런데 내가 왜 몰랐지?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야.”
흑염의 절대 직감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해준다.
‘목을 붙이려면 몸에 누르고, 오른쪽으로 돌리라는 대답 정도는 당연히 쉽게 해주어야 한다.’
그 물음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흑염 사장님은 직감으로 해답을 이미 알고 계셨을 겁니다.
하지만, 설마 제가 이렇게 쉽게 해놓을까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부정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권능이 아닌 직감은 그게 문제죠.
본인의 상식이나 판단을 벗어나면 아예 먹통이 되더군요.”
“!!!”
흑염의 절대자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설마 자신의 절대 직감에 그런 약점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각심이 생긴다.
‘이것 봐라.
나보다 흑염 권능을 더 잘 아는 것 같아.
왜 다른 십중심들이 난리를 치는지 알겠군.
정말 위험하기는 해.’
그런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박쥐의 검을 누르고 있던 주먹의 힘이 살짝 풀려난다.
파슈-!
검편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박쥐의 검을 빼내면서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서 그대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이마를 찔러갔다.
끼이이이이!
신령연옥의 표면에 박쥐의 검이 스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순간 몸을 뒤로 튕겨서 날았기에 이마는 무사했다.
자신의 열 걸음 앞에서 섬뜩한 빛을 품어내면서 진동하는 박쥐의 검을 내려다보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겸연쩍은 목소리로 말한다.
“훗! 절대계의 정점이신 십중심 앞에서 제가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군요.
그건 이미 보았습니다.
분석을 완료한 제게는 안 통합니다.”
발끈하려는 검편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동자에서 불타오르는 검은 불길의 투기를 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흑염의 투기!?”
절대계 최고속의 검을 피할 수 있는 이유를 깨달은 검편은 이를 갈면서 외쳤다.
“으득! 어떻게 나의 검을 피할 수 있는지 몰랐는데 흑염의 직감과 신체 능력을 회피 쪽에 몰아넣었구나.
그리고, 그 정도 흑염의 투기는 루카 외에는 다루기가 불가능하다.
네놈은 흑염의 절대자와 도대체 어떤 관계냐?”
흑염의 절대자에게는 직계나 후손은 없다.
‘돌연변이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반신(半神)이면서 삼 미터가 넘는 거인이기에 합당한 반려를 찾을 수 없다.’
술자리에서 흑염이 한탄하면서 했던 이야기가 검편의 뇌리에 떠오른다.
‘젠장! 나한테 신체적으로 맞는 여성이 없어.
이러다가 총각으로 죽겠다.
바람의 고민을 알 것 같아.’
‘너는 반신(半神)이니 지성체와 정신체의 여성과는 잉태는 돼.
다만 크기가 안 맞는 문제잖아.
잘 찾아봐.’
‘그게 그거지.
너무 크다고 근처에도 안 와.’
그런 사정을 친구로서 너무나 잘 아는 검편의 물음에 은은한 황금빛의 투기를 발산하면서 신력을 발휘하면서 방어자세를 잡아간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군요,
일단 흑염 사장님의 직계나 후손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흑염의 투기와 살기를 꼭 흑염 사장님 혼자만 사용하라는 법칙은 없지 않습니까?
분석하고 죽도록 노력하면서 억지로 몸에 때려 박으니 어설프게나마 합니다.
여기에 저는 마도신이기에 이런 것도 가능합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온몸이 검은 불길로 휩싸인다.
머리카락은 황금빛을 발산하면서 하늘로 치솟는다.
화르르르르르-! 휘이이이이이!
양손이 교차하면서 서서히 원을 그리고, 공간을 휘저어간다.
다리도 왼발을 축으로 하여 오른발이 바닥에 원을 그어갔다.
“언제든지 들어오십시오.
어떤 검술이나 오의도 열 걸음 밖이면 반드시 피해 보이겠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손과 발로 만들어내는 원형의 방어영역을 본 흑염의 절대자는 나직하게 말한다.
“아홉 걸음.
이제 여덟 걸음인가?
놀라운 방어의 오의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바람가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의 방어였다.
그런데 이 절대오의는 현재 바람의 한진호에게 물려받은 가전오의를 기초로 아들이면서 영원체인 진리에 의해 완성된다.
그러니 지금의 흑염의 절대자는 알 수가 없었다.
‘바람의 한진호가 보여주었던 연무와 비슷하다.
모든 공격을 방어하고 반격하는 오의라고 하던가?
원형은 비슷하지만, 위력은 하늘과 땅 차이로군.’
직감이 아무리 정확해도 이런 오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특정할 수 없기에 정확한 정체를 알아보지 못하고 경고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검편의 대상이다.
“아스나스! 어설프게 먼저 공격하지 마라.
개망신을 당할 확률이 엄청나게 높단다.”
“뭐야! 어떻게 내가 그럴 수가 있어?”
겨우 신족의 창조신에게 당할 망신은 없다고 쏘아붙이려고 하다가 차원창세신 코아가 팔과 다리로 그리는 원이 겹치는 모습을 보면서 안색이 굳어진다.
‘바람의 반격 오의와 비슷하다.
그럼 일격에 못 쓰러트리면 그 이상의 위력으로 반격을 당한다.’
절대계 최강의 초월자이자 무사인 바람의 오의를 무시할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같은 십중심이면 경계는 더 했다.
‘흑염 다음에 바람인가?
얼마나 흉내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당할 것 같은가?’
왼손바닥을 앞으로 펴서 차원창세신 코아를 향한다.
그리고, 초진동을 하면서 떠는 박쥐의 검을 그대로 손에 쥐었다.
쫘아아! 스르르르릉! 화아아아아!
박쥐의 검날을 쥔 왼손에서 암흑이 품어져 나와서 주변을 삼켜간다.
그리고, 손잡이를 쥔 오른손의 근육이 긴장하면서 전체적인 자세가 앞으로 숙이면서 돌격의 자세로 갖춘다.
터질 듯이 부풀어오는 근육을 응축시키면서 살기가 넘치는 음성으로 말한다.
“나의 박쥐의 검이 암흑을 날게 되면 모든 것을 분쇄하여 멸망시킨다.
나를 십중심으로 만들어준 이 검을 받아낼 수 있다면 너란 존재를 인정하마.”
불가해의 팔시조의 방어를 강화하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후후! 그렇게 바라신다면 받아보겠습니다
그런데 검편 사장님은 정말 괜찮으십니까?
이런 장소에서 회심의 검술을 보이셔도 상관이 없으신지요?
분석을 당하시면 위험하시지 않습니까?
물론 그 이상의 검술이 있다면 상관이 없으시겠지요.”
“!!!”
그 말에 다른 십중심들이 모두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검편이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낭패의 표정을 지었다.
‘이것들 봐라.’
차원창세신 코아를 살리기 위해서 소마(笑魔)를 말리던 황금부터 시작해서 신족의 십중심들이 분석권능을 최대한 발휘해서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나를 파악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십중심에 우열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미세한 차이다.
상대의 권능을 파악할수록 승산이 달라질 수 있기에 그대로 검을 거둔다.
정체불명의 불안한 창조신 하나를 잡자고, 다른 십중심들 앞에서 진심으로 싸우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는 없던 것이다.
‘정말 저것이 바람의 반격 오의라면 루카 말대로 망신을 당할 확률이 높다.
확실하게 끝장을 내려면 여덟 걸음은 필요해.
그러나, 들어오지 않는군.’
흑염 투기의 반사신경과 차원권능까지 가지고 있으니 정면승부를 포기하면 추격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물러나면 황금과 흑염이 더욱 감싸고, 인연이 얽히면서 죽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인데 어쩔 수가 없군.
나중에 기회를 보는 수밖에 없겠어.
수상쩍은 짓을 하면 바로 처리해주지.’
스르르르릉-!
검편은 박쥐의 검을 검집에 다시 넣고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면서 한마디를 한다.
“아주 똑똑하게 입을 놀리는구나.
너는 아주 오래 살겠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게 제일 바라는 일입니다.
검편 사장님.”
“….”
어떻게 된 창조신인지 자존심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빈정거려도 자신이 기대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파악한 검편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소마(笑魔)와 똑같이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일족의 정리를 도와준 공로로 너를 인정한다.
비겁하게 인질을 잡지 않았으니 이번만은 넘어가 준다.
그러나, 만약 절대계 창조주의 편에 붙으면 반드시 죽이겠다.”
같은 십중심이기에 어떤 영원체의 부하가 분명한 창조신을 같은 세력으로 인정하는 방식도 똑같았다.
그렇게 검편과 소마(笑魔)가 나름대로 태도를 결정하자 황금의 절대자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우우! 일단 두 명은 해결되었군.
차원창세신 코아를 만나고 나서부터 편안한 시간이 하나도 없구나.’
방어태세를 거둔 차원창세신 코아는 십중심들을 보면서 정중하게 말을 이어간다.
“그럼 동전 내기를 시작하시죠.
누구부터 하시겠습니까?
창조신장의 목을 건 황금 사장님이십니까?
아니면 마신황제의 최후를 원하시는 소마(笑魔) 사장님이십니까?”
“….”
“….”
일족을 멸망시킨 창조신장을 용서할 수 없는 황금의 절대자와 상대도 안 되면서 창조주를 명분으로 삼아 덤비는 마신황제를 처단하려는 소마(笑魔)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난다.
그리고, 잠시 의지를 교환한다.
‘둘을 동시에 처단하면 절대계가 멸망하니 한 명만 처단이 가능합니다.
반란 이후의 관리를 생각하면 당연히 창조신장과 신족을 처리해야 하지요.
그래야지 십중심의 세력이 신족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양보하시지요.’
‘신족이 없어도 굴복하지 않는 마신황제가 이끄는 마신족이 있으면 계속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당연히 저항세력의 핵심이 될 마신황제를 쳐야 해.’
역시 의지는 합쳐지지 않는 평행선이었기에 거의 동시에 말문이 열린다.
“저부터 하겠습니다.”
“내가 먼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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