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귀한 정기 술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바로 복용을 한다.
화아아아아!
강력한 정기가 몸 내부를 뜨겁게 데우면서 각성시키는 느낌에 황홀함을 느낀 그녀를 쳐다본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제 유모이니까 특별히 공개하지요.”
영광의 의자에서 앉은 채로 창조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우우우우우우웅-!
강대한 창조력이 영광의 의자를 통해서 개인 신전 전체를 휘감는다.
그리고, 알현실의 벽이 서서히 투명해져 갔다.
“!!!”
투명한 벽 너머로 몸이 마비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정기가 풍겨 나오기 시작한다.
그 안에는 정기 술이 곽 차서 넘실거리는데 끝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신족으로서 저의 금고에요.
그리고, 휴양소이기도 하지요.”
한 모금만으로도 초능력자를 초월자로 만드는 정기 술이 호수처럼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 프롬 여제였다.
그런데 아이언이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기 시작하자 더욱 놀랐다.
“뭐…뭐하시는 건지요?
명예대공.”
아이언의 모습은 지성체의 기준으로는 있을 수 없는 빛나는 금발을 가진 절세의 미소년이었다.
그런 아름다운 존재가 옷을 벗고서 나체가 되어가자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는 프롬 여제였다.
‘설마? 벌써? 여기서?’
정신체가 가장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고위존재와의 정기교류를 노리고 왔지만, 이건 너무나 빨랐다.
꼬오오옥!
자신도 모르게 옷의 잠금장치를 꽉 쥐었는데 아이언은 벗은 옷을 영광의 의자에 정리해 올리고, 투명한 벽으로 나체로 다가가면서 말한다.
“정기 술은 고농도의 정기 농축액이에요.
소량만 복용하면 정신체의 신력을 높이거나, 지성체의 한계를 초월하여 초월자가 되게 하는 아주 이로운 작용을 해요.
하지만, 대량에 농축이 더 되면 어지간한 물체는 모두 녹여버리는 용해액이 됩니다.
비유하자면 약이 과하면 독이 된다고 할까요?”
“!”
그 말에 엄청난 보물로 보였던 정기 술 호수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언의 말을 들어보니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독약이었다.
“더구나 이 정도의 정기 농도면 어지간한 고위신일지라도 강한 권능을 사용하기 힘들어요.
순수한 신체의 힘으로 흡수해야 하지요.
그리고, 여기는 제 휴양지이며 개인 신전이기에 공간과 시간 계열의 권능은 모두 금지되어 있어요.
공간이동이나 아공간은 전혀 사용할 수 없어요.
신체는 정기 술을 흡수하면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겠지만, 신기나 옷은 못 버티니 여기에 벗어두고 따라오세요.”
투명한 벽에 아이언의 손이 닿자 그대로 손이 들어간다.
파아아아아-!
아이언은 마치 물의 벽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거리낌 없이 들어서는데 프롬 여제는 망설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언의 말대로라면 완전히 알몸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보다 강해지고, 그녀보다 더 큰 신계의 권력을 얻기 위해서 아이언과 정기교류까지 할 각오는 했지만 이건 너무나 급작스러운 사태였다.
‘바로 알몸이 되어야 한다니?
이것도 유모의 역할인가?’
신족의 유모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을 떠올렸지만, 표면적인 정보는 당연히 지성체의 유모와 같기에 생기는 혼란이었다.
영원히 사는 신족에게 유모란 첫 번째 이성이기에 대부분 후궁이나 애인이 된다는 숨겨진 사실을 안다면 그녀는 정말 기겁을 했을 것이다.
물론 선택권도 있고 원하는 바도 컸으니 안심했겠지만 말이다.
포로로로로로로-!
투명한 벽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정기 술에 몸을 담근 아이언은 얼굴을 넣기 직전에 한마디 말을 건넸다.
“꼭 올 필요는 없어요.
아직 이 수련은 힘겨울 수 있으니 여기서 정기 술을 드시면서 계셔도 돼요.
참고로 삭월(朔月)의 시즈지나 크롬 공주도 여기는 장시간 몸을 담글 수 없으니 무리하지 마세요.”
“….”
그 말을 끝으로 아이언은 정기 술의 호수 속으로 몸을 날려서 헤엄쳐 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멀어져서 수면 위로 향하는 아이언을 쳐다본 프롬 여제는 잠시 생각하다가 여왕의 드레스를 벗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이! 스륵!
여왕의 왕관마저 벗자 파란 머리가 휘날리면서 결연한 표정을 지은 그녀의 얼굴이 드러난다.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중앙 신계를 뛰어넘는 정기강도를 가진 이 개인 신전에서의 수련은 다른 고대문명의 후계자와의 능력 간격을 영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벌려놓을 수 있다.
정기 술을 언제든지 먹으면서 강해질 수 있다면 지금 중앙 신계를 통제하는 수월(水月)조차 능가할 수 있겠지.
그러나, 같은 조건인 삭월(朔月)의 시즈지나 크롬은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나는 이미 시작이 늦었다.’
자신을 훨씬 능가하는 존재감을 보이던 크롬 공주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개인 신전에는 없는 자신의 의자가 현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이걸로 반드시 따라잡겠어.”
그녀는 벗은 옷과 왕관을 크롬 공주의 옆의 자리에 놓고서 과감하게 투명한 벽으로 뛰어들었다.
아이언이 했던 것처럼 바로 벽을 통과한 그녀는 정기 술의 호수에 몸을 담그면서 힘차게 수영을 해나가려고 했다.
“!!!”
그런데 그것은 실수였다.
몸을 완전히 담그자마자 정기 술의 호수가 주는 정기를 못 견디고, 바로 정신을 잃었다.
“흡!”
그녀는 이미 초월자로서 초보 단계를 벗어나서 다음 승급단계로 나아가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크롬 공주조차 얼마 견디지 못했다는 아이언의 경고를 상기해야 했다.
아이언이 너무나 쉽게 헤엄쳐 나가자 방심했던 결과이기도 했다.
꼬르르르르르르-!
그녀는 그대로 막대한 양의 정기 술을 들이켜면서 바닥으로 가라앉아버렸다.
아무리 신체라고 해도 고농도의 정기 수액에 이렇게 무의식 상태로 있으면 녹아내리기에 위험한 상황이다.
그런데 호수의 바닥에 잠겨 드는 프롬 여제를 감지한 아이언이 되돌아온다.
파아아아아!
다시 초고속으로 헤엄쳐 온 아이언은 그녀를 그대로 안고서 빠르게 표면 위로 솟구쳤다.
파아아아아앙!
정기 술의 호수 위로 솟구친 아이언과 프롬 여제의 주위로 물보라가 소용돌이치면서 하늘로 치솟는다.
우우웅!
공중에 뜬 상태로 프롬 여제의 상태를 확인한 아이언은 그녀가 완전히 의식을 잃었으며 정기 술을 너무 들이켜서 위험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다.
정기 과다로 신체가 붕괴하기 직전이라는 상태를 알고서 한숨을 길게 쉬었다.
“휴우! 이건 내 잘못이로군.
수준 차이를 생각하지 못했어.”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물론이고, 크롬 공주도 이 정기 술의 호수에는 살짝 발의 일부만 담그는 정도였다.
그리고, 아이언이 여기서 헤엄을 치면 그녀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는 사실이 생각이 난 것이다.
“일반적인 초월자로는 견디기 힘들다.
나와는 신체 능력이 너무 다르군.”
다시 생각해보니 그녀들이 이 정기 술 휴양소로 출입하는 문도 자신과는 달랐다.
‘몇 겹의 안전장치가 달린 여러 개의 출입문을 거쳐서 왔지.’
그런데 일반 초월자인 프롬 여제를 다짜고짜 자신만 사용하는 잠수하는 통로로 끌고 왔으니 이런 사고가 난 것이다.
“쿨록-! 쿨록-!”
정기의 농도 차이로 입만이 아니라 몸의 구멍 전부를 통해서 내부로 들어간 대량의 정기 술을 견디지 못한 프롬 여왕이 괴로운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숙취와는 전혀 다른 과다한 정기로 인한 신체 붕괴현상을 보이자 아이언은 망설였다.
“끄응! 프롬 여제와 일반적인 유모의 선을 넘으면 크롬 공주가 무척 화를 낼 텐데 어쩐다.”
지금 유모로서 가장 협조적이고, 도움이 되는 존재는 결정적인 부분에서 머뭇거리면서 피하려는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아닌 크롬 공주였다.
‘스스로 항문을 바친 이후로 어떤 요구에도 순종적으로 응하면서 급격하게 발전하는 그녀와 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해.’
그러니 크롬 공주와 지성체 시절 혈연관계가 있는 프롬 여제와 깊숙한 관계는 시기상조였다.
‘그러나, 망설일 시간이 별로 없다.’
프롬 여제의 몸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드드드드드드드!
너무나 많이 흡수한 정기 술이 그녀의 신체를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다.
‘신체가 이렇게 죽어도 부활을 시키면 되지만, 혹시라도 적합자로서 적성이 변할 우려가 있다.’
일반 초월자의 신령은 미숙하여 자신의 신체를 정확하게 다시 재구성하지 못할 확률도 있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아이언은 그대로 프롬 여제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덮으면서 빨았다.
그녀가 마신 정기 술을 입으로 직접 흡수해버리려는 것이다.
쪼오오오오옥!
“흐으으으읍! 으으읍!”
의식은 거의 없지만, 자신의 혀가 누군가의 입안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은 프롬 여제의 신체가 본능적으로 가늘게 신음하면서 저항했다.
신체의 본능은 처음에는 반항하려고 했으나, 너무나 괴롭던 몸이 점점 편안해지자 바뀐다.
“흐으으응!”
더구나 상대가 그렇게나 바라던 아이언이라는 사실을 감지하자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응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언의 황금빛 머리카락의 옆머리 아주 일부가 파랗게 변해갔다.
이건 아이언에게는 아주 놀랄 일이었다.
“호오? 겨우 이 정도로 내 신성의 구성이 변하다니?
이럴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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