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원창세신 코아와의 정식계약서로서, 밑에 여러 가지 세부내용이 적혀있었는데 크게 두 가지의 보장이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하나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창조주의 반란세력의 편에 서서 싸우는 동안에는 십중심 모두가 절대적으로 안전과 부활을 보장한다는 서약서였다.
‘과격하기 짝이 없는 해결방식으로 검편(劍?)과 원한을 쌓고, 소마(笑魔)에게 존재부정을 당할 뻔했으니 이런 보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뭐지?’
십중심과 거의 동격으로서 의결권을 부여하고, 개인의 명령이 아닌 모두의 부탁을 받아서 움직일 정도로 높은 직위로 조정되어있었다.
‘거기에 협조요청을 받은 십중심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게 되어있으니 그 이상의 직위와 같다.’
아무리 보아도 십중심 그다음의 서열 이상의 권위였고,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영향력을 보면 거의 절대계의 실권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직위였다.
문제는 이 정도의 생존과 출세는 그 정도의 강자라면 언제든지 스스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생존과 출세?
십중심급의 강자가 겨우 이런 것에 움직일까?”
“너무 모호합니다.”
“차라리 영역을 주는 것이 어때?
절대계에 미개발지역이 넘쳐나잖아?”
“이 정도 창조력이면 대수(大手)와 비교될 정도니 잘 개발해서 살 거야.”
영 불안하기 짝이 없는 존재라서 처리하려고 했지만, 흑염이 넘긴 서류를 처리하면서 확인한 유용성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모든 결재서류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서명과 이름이 거의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결과보고서에도 거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드러나니 질릴 정도의 업무 능력이었다.
“통해!
그러니 서명해.
안 그러면 이거 전부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
이번에는 결재서류가 아닌 민원서류의 탑을 원탁 위에 올려놓은 흑염의 절대자였다.
쿠쿵!
결재서류보다 더 높이 쌓여 올라가는 이번 서류는 거의 빌딩처럼 쌓여간다.
‘절대직감의 권능으로 선택은 잘하지만, 이런 문제의 해결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더구나 엄청난 이권이 걸려서 첨예하게 얽힌 일이 대다수여서 직감은 하지 말라는 경고만 보낸다.
항상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게 해주는 나의 직감권능은 이런 창의적인 발상이나 경험이 필요한 민원해결업무에 적용할 수가 없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민원의 내용을 대충 흩어본 십중심들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절대계의 창조신장은 무수한 고위 창조신과 같이 아주 뜻밖의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로 소마(笑魔)의 존재부정의 마력포를 피해서 공간이동으로 도주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는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와 한 쌍의 암흑의 날개를 전개한 완벽한 이계(異界) 창조신장의 신격을 보이면서 신족의 본성에 들어선다.
“어서 오십시오.
절대계의 신족은 당신을 환영합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
“갑작스러운 방문요청인데도 이렇게 환대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절대계 창조신장님.”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식으로 절대계의 창조신장에게 신족의 본성에서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보냈다.
그것은 아주 정중하면서도 간략한 편지였다.
‘앞으로 세계의 흐름을 논의하고 싶습니다.’
절대계 창조신장은 창조주의 반란세력인 십중심들의 편에 서서 활약하고 있는 십중심급의 정체 모를 강대한 창조신을 파악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었기에 이 만남은 바로 이루어졌다.
물론 검편(劍?)의 본성이 당한 일을 알기에 모든 고위 창조신과 투신이 본성에 집결해서 싸울 대비를 하고 나서였다.
그런 철옹성을 스스럼없이 들어온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격과 권능, 창조력을 어렴풋이 파악한 절대계의 창조신장은 진심으로 감탄한다.
“역시 일반적인 창조신이 아닌 다른 세계의 창조신장이셨군요.
정말 대단하신 권능과 창조력입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입니다.”
창조신계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창조력이 모든 신족을 압도한다.
그리고, 지금의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계의 창조신장으로서 지극히 겸손했다.
“잔재주로 단지 최대 출력만 높을 뿐입니다.
신력에 대한 권능의 깊이와 이해는 저보다 더 높으시면서 과찬이십니다.”
“최대 출력의 증폭이 가장 힘든 부분인데 그것이 잔재주라니요?
이리로 오십시오.
약소하나마 연회를 준비했습니다.”
주신전을 향해가면서 두 창조신장은 서로를 높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아주 화기애애했다.
신족과 창조신장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이야기하면서 걸어가는 창조신장들을 바라보는 신족의 눈빛은 몽롱해지고, 신력이 증가한다.
창조주의 자비와 사랑을 현실에 구현하는 창조신장이 창조신계에 두 명으로 늘어났으니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일상의 대화를 나누면서도 의지로는 민감한 사안을 토의하고 있었다.
‘왜 현재 절대계의 창조주에게 반역하는 황금세력을 도우시는지요?’
‘명령을 받았습니다.’
절대계 창조주의 방조는 신족에게도 커다란 문제였다.
오랜 칩거로 새로 임명된 창조신장조차 직접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니 이건 세계의 존폐가 달린 것이다.
그래서, 황금의 절대자가 십중심을 규합해서 절대계를 구한다는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창조주님께서 더 쉬시면 절대계는 회복 불가의 상태로 빠진다.
저들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창조주님에 대한 반역종족이라는 오명을 쓰기 싫으면 지금은 막지 마라.’
‘너희는 창조주님의 지시를 기다려라.
십중심의 반란이 일어난다면 분명 신족에게 명령이 떨어질 것이니 그때 따르라.’
‘이렇게라도 다시 절대계에 관심을 두시고, 세계가 되살아난다면 기꺼이 반역자가 되겠노라.’
창조주의 명령으로 세계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종족이 신족이니 그대로 하라는 말이다.
‘이런 정론에 가까운 우주신 출신의 십중심들의 경고는 엄청난 부담이다.’
절대계 창조신장은 만나본 적도 없고, 세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창조주 대신에 이렇게 자신의 창조신장을 파견을 보낼 정도로 적극적인 영원체가 있다면 교체를 반대할 생각이 없었다.
창조주의 평화적인 교체가 엄청난 피해가 일어날 십중심의 반란 수습보다는 몇 배나 쉬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어떤 영원체께서 그렇게 명령하셨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한번 만나 뵙고 싶군요.”
주신전의 알현실에 도착한 두 명은 옆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일상의 대화만 나온다.
그러나, 의지로는 창조주의 교체를 지지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내는 절대계 창조신장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부드러운 의지를 보낸다.
‘제가 모시는 분은 이 절대계를 아주 아끼십니다.
그러나, 강제적인 창조주의 교체는 관심이 없으십니다.
그분에게는 영원이 있으니까요.’
이 강력한 창조신장을 데리고 있는 영원체가 당장은 아니지만, 절대계의 창조주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이었다.
절대계가 창조주의 방임으로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십중심의 반란 외에 다른 선택지를 확인한 창조신장은 기쁨을 억누르면서 의사를 묻는다.
‘호오? 그렇습니까?
그럼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아시다시피 창조주의 반란을 노리는 황금세력은 신족의 적입니다.
그 안에서 실질적인 이인자로 떠오르신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이 기회에 처단하자는 의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완전무장한 고위 창조신들과 투신들을 흩어본다.
아무리 보아도 전투태세였는데, 창조신장들이 내뿜는 강렬한 신력과 창조력에 분위기가 아주 부드러워져 있었다.
나중에 같은 창조주를 모시는 동료가 될지도 모르기에 절대계 창조신장은 아주 조심스럽게 의지를 보낸다.
‘물론 고위 창조신이 될수록 모시고 있는 영원체님의 지시와 의향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직 미숙하고 어리석은 존재들의 망언입니다.
그런 존재들은 신경을 쓰지 마시고, 무슨 일이든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돕겠습니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품속에서 계속 신력을 집중하여 강화하고 있던 무지갯빛의 동전을 꺼내 들었다.
화아아아아아!
차원창세신 코아가 갑자기 신기를 꺼내자 긴장을 하면서 쳐다보고 있던 모든 고위 창조신의 눈동자가 한순간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가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일순간이지만 자신들의 권능이 저 동전이 발휘하는 권능에 관통되었음을 깨달은 모든 고위 창조신들과 투신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창조신장이라지만, 여기는 우리의 본성이고 주신전이다.’
‘여기서는 이 써클 이상의 권능이라도 막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권능방어막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럼 저 동전에 담긴 권능이 도대체 어느 수준이라는 것이다?’
절대계 창조신장도 창조신계의 영광의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의 권능 방어를 순간적으로 넘어선 동전의 위력에 잠시 얼이 빠졌다.
‘이건 분명히 십삼 써클의 절대권능!
아니 그 이상이다.
십중심들이 보였던 영원체조차 위협하는 절대적인 권능과 유사하다.’
전력으로 주입되고 있는 차원권능에 의해서 찬란한 무지갯빛을 내 품는 동전을 그대로 절대계 창조신장에게 넘기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말한다.
“절대계 신족의 모든 권능으로 이 동전의 권능을 강화해주기를 바랍니다.”
만지기조차 황송할 정도로 강력한 권능과 창조력에 감동하면서 절대계 창조신장은 묻는다.
“같은 창조신장으로서 당연히 해드리지요.
그런데 어디에 쓰실지 알아도 되겠습니까?”
이 동전이 이미 가지고 있는 권능의 강함과 깊이는 이미 십중심에 비견될 정도였다.
여기에 절대계 창조주의 권능을 구현하는 자신과 창조신계의 모든 권능을 담는다면 어떤 위력이 나올지 두려울 정도였기에 하는 질문이었다.
‘아마도 세계의 흐름조차 가로막을 정도겠지. ’
차원창세신 코아는 망설임 없이 즉시 답변했다.
“흐름에 영향이 가니 지금은 정확히 설명해 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세계와 신족을 위해서 사용될 것입니다.
저는 창조신장이니까요.”
신족의 창조신장으로서 확고한 신념을 담은 말이었다.
어디에도 약간의 흔들림이 없는 의지를 느낀 창조신장은 동전을 받아들고 사과했다.
“창조신장은 오로지 세계와 신족을 위해서 움직인다.
이 당연한 일을 물은 제가 부끄럽군요.
바로 해드리겠습니다.”
십중심급의 강자라는 차원창세신 코아와 벌어질지 모르는 전투를 위해 모든 고위 창조신과 투신들이 모였으니 지금 창조신계의 지원권능은 최고조였다.
창조신계에 모인 모든 신의 권능이 동전에 집중되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미안하군요.
사실 분노한 십중심들로부터 제가 살아남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입니다.
도저히 혼자의 힘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당신과 신족의 안위와도 직결되어 있으니 완전히 속인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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