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황금의 절대자와 직접 싸우면 패배한다는 소리를 아주 당연히 말한다.
하지만, 절대계가 만들어진 이후로 최강의 존재에서 내려오지 않던 이 시기의 황금의 절대자의 위상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결국, 차원창세신 코아는 품속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었다.
“동전 던지기는 어떠십니까?
제가 던지겠습니다.”
그 말에 동전을 쓱 흩어본 소마(笑魔)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훗! 네가 너를 어떻게 믿고 이런 중요한 결정을 맡길까?
너 역시 마도를 익히지 않았는가?
던진 이후에 결과를 바꾸는 정도는 쉬운 일일 것이다.”
그 말도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거라면 반드시 끝장이 난다는 확신이 서린 얼굴로 대답한다.
“던지기 전에 앞면과 뒷면을 정해서 맞추는 방식이 아닙니다.
제가 던진 동면의 뒷면을 나오게 하신 분의 생각대로 하시는 겁니다.
사장님 두 분이 모두 앞면이 나온다면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모두 내버려 두는 것으로 하시고, 바로 합류해주십시오.
만약 두 분이 모두 뒷면이 나온다면 다시 던지겠습니다.”
“…”
그 제안에 소마(笑魔)의 반응이 멈추었다.
‘이건 무슨 뜻이지?
반드시 앞면이 나온다고 확신하고 있다.’
십중심이라면 던져진 동전의 앞면을 나오게 하는 일 따위는 권능이나 마도조차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내기가 될 수 없는데 제안하는 의도를 생각하고, 싸늘한 어조로 말한다.
“감히 우리에게 너의 권능과 마도로 도전을 하겠다는 것이냐?
만약 둘 다 뒷면이 나오면 네가 무사할 것 같으냐?
십중심을 우롱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 말대로였다.
오랜 기간 풀리지 않은 분쟁을 이렇게 우습게 만들어 놓으면 아무리 차원창세신 코아라고 해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그러나, 따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저에게 권능과 마도만이 있지 않습니다.”
소마(笑魔)가 은은한 살기가 서린 경고를 보내지만, 그대로 손가락을 튕겨서 동전을 하늘 위로 던진다.
팅! 빙그르르르르!
허공에서 빙빙 돌던 동전은 그대로 바닥에서 떨어져서 앞면을 보인다.
땅에서 진동하는 동전의 앞면을 보면서 선언한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면서 목숨을 걸고 덤비면 누구에게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왔던 악운이 있습니다.
이 악운으로 황금 사장님과 소마(笑魔) 사장님의 고집 대결에 심판을 보겠습니다.”
흔들리는 동전의 앞면을 보면서, 소마(笑魔)는 이번에 노인의 음성으로 묻는다.
“황금이여! 이 방식에 동의하겠는가?
이런 도전을 받고서 설마 물러서지 않겠지?”
황금의 절대자의 통신은 끊어진 줄 알았는데 대답이 바로 들려왔다.
“언제까지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할 수 없습니다.
그럼 차원창세신 코아가 던진 동전의 뒷면이 나오게 한 존재의 의사를 따르는 것으로 동의하지요.
다만, 둘 다 뒷면이 나온다면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의 정체와 파견을 보낸 영원체를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호오? 그건 신족에 대한 복수를 포기하겠다는 뜻인가?”
창조신장을 내버려 두면 신족에 대한 복수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이런 위험부담이 있는 내기는 당연히 거부할 줄 알았는데 아주 의외로군.’
허나, 황금의 절대자가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제가 동전의 뒷면을 보고자 한다면 창조주조차 막지 못합니다.”
창조주의 권능보다 자신이 위에 있다는 말은 지독한 자만심이었는데 황금의 절대자가 이야기하니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그런데 바닥에서 동전을 주워들어 올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똑똑하게 말한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과거의 감정은 장애물입니다.
창조력이 강한 신족은 쓸모가 많습니다.
반란 이후를 생각하시면 원한과 복수는 잠시 외면하고, 중용하시는 것이 좋으실 겁니다.
이미 당사자들은 소멸이 되지 않았습니까?
넘어가시지요.”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저와 같은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와 같은 입장이 되지 않으면 어떤 조언도 듣지 않겠다.
소마(笑魔)의 입을 다물게 했던 대답이었으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보다 저는 더한 경우인데도 부하로 받아들였습니다.
제 휘하에는 항상 저를 죽이려 달려들던 종족부터 시작해서 나라와 부모를 없애버린 인간들까지 다양합니다.
더구나, 부하도 항상 뒤통수를 때리려는 부하부터 시작해서 아주 끝이 없군요.
그들을 경험해 보니 세상에는 진정한 충성이나 완벽한 관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더군요.
원수나 은인은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그런 문제를 참아줄 정도로 쓸모가 있는지와 그걸 유용하게 사용할 자신의 능력뿐입니다.
황금 사장님께서는 절대계에서 가장 뛰어나시니 과거 원한이 있는 신족이라도 참고 받아주시면 아주 유용하지 않겠습니까?”
“….”
최강의 십중심답게 감정을 죽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라는 참으로 직설적인 지적이었다.
우우우웅!
어느새 화면에는 노기가 잔뜩 서린 황금의 절대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리고, 방금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라는 듯이 소마(笑魔)를 쳐다보았다.
소마(笑魔)는 묵묵히 차원창세신 코아를 지켜보다가 판정을 내려주었다.
“방금 말은 진실이다.
오히려 자신이 겪었던 상황을 많이 약화를 시켰다.”
“그게 뭐 좋은 일이라고 그대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신생(神生)이 다 그렇고 그렇죠.
실패나 좌절의 아픈 기억이 없는 존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황금의 절대자는 소마(笑魔)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있기에 다시 확인한다.
“차원창세신 코아 정도의 강자가 과거의 원한을 용서하고, 문제가 있는 부하들을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라는 것입니까?”
강자 밑에는 당연히 약자들이 모여든다.
능력이 뛰어날수록 무수한 부하들이 생겨나기에 절대로 원수를 용서하거나, 문제가 있는 하급자를 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담담한 음성이 황금의 절대자의 귀를 울린다.
“저는 처음부터 강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도 전능이 아닌 만능이니 너무나 부족합니다.
그래서, 비록 과거의 원수이거나 현재의 경쟁자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부하로 써서 살아남아 왔습니다.
상위자에게 감정적인 복수는 정말 비싼 사치이지요.”
“….”
황금의 절대자가 감정 통제를 못 한다는 비난과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기에 잠시 멍해졌던 황금의 절대자는 곧 분노를 가득 담고서 외쳤다.
“당신은 가족과 일족의 원수를 용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신뢰를 배신한 존재들을 어떻게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입니까?”
다스리던 일족이 멸망하고, 혼자 남은 분노와 원한이 고스란히 드러난 살기가 어린 음성인데도 차원창세신 코아는 태평하게 받아내었다.
흑염의 살기와 투기를 가졌기에 황금의 절대자라도 기가 죽을 일은 절대로 없었다.
“전 벌써 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말하면 용서가 아닙니다.
단지 신경을 안 쓰고, 직접 안 보니 실리를 위한 외면이지요.”
이게 무슨 궤변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차근차근 설명한다.
“원래 마음이 아주 잘 맞는 존재는 무척 희귀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하급자와 상급자가 꼭 화기애애할 필요는 없지요.
서로 안 맞는다면 못 본 척하고 일만 하는 방식이 현명합니다.
신족도 시킨 일만 잘하면 없는 것으로 취급하시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아주 잘 돌아가더군요.
오히려 제게 빚을 지고 있으니 일을 더 잘해요.”
“!?”
오랜 원한의 해결방법을 하도 간단하게 말해서 어이가 없어진 황금의 절대자는 소마(笑魔)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것도 사실이다.”
이제 귀찮다는 듯이 짧은 답변이었다.
말문이 막힌 황금의 절대자의 귀로 차원창세신 코아가 충고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참기 힘들다면 그 당시에 앞장서서 날뛰던 지배층들에만 푸십시오.
왜 아무런 힘이 없는 하위자들까지 전부 쓸어버릴 생각을 하십니까?
그런 걸 강자의 횡포라고 합니다.
누가 그런 무서운 상급자를 모시고 싶어 하겠습니까?”
“….”
분노를 참기 힘든지 얼굴이 붉어지고, 무시무시한 눈빛을 품어내는 황금의 절대자였다.
그러다가 그대로 화면에서 사라지면서 말했다.
“황금의 아리오리나 라마세스는 동전 던지기를 받아들입니다.
앞면이 나온다면 창조신장의 완전봉인과 소멸을 포기하지요.”
“소마(笑魔) 크리스도 동의한다.
나 역시 앞면이 나온다면 마신황제의 완전봉인과 소멸을 포기하겠다.”
소마(笑魔)가 기다렸다는 듯이 동의를 하자 모든 합의는 끝난다.
손바닥 위에서 동전을 빙빙 돌리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한숨을 크게 쉰다.
“휴우! 황금족이 멸족되던 당시의 창조신장을 거의 소멸 직전에 몰아넣으시고, 대부분의 주도자를 없앴다고 들었는데 전혀 만족하지 못하셨군요.”
자신들이 멸족시킨 황금족의 유일한 생존자를 신족이 가만둘 리가 없었다.
황금족을 쓸어버린 다음에 신족은 창조신장을 선두로 해서 아리오리나 라마세스에 총공격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 결과로 신족은 창조신장은 치명상을 입고, 참전했던 투신을 거의 잃었다.
혼자서 신족과 싸우고도 멀쩡했다니 진짜 황금의 절대자가 무섭기는 하군.’
영원체의 영원성을 능가한다는 불변(不變)의 권능을 가진 황금의 절대자는 어지간해서는 지치거나 상처를 입지 않는다.
‘포위해서 집중공격을 해도 그걸 감당할 정도로 강하니 당할 도리가 없지.’
황금의 절대자 혼자와 신족의 전투는 몇 달간의 격전 끝에 지휘부가 와해 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신족이 화해를 먼저 요청함으로써 끝났다.
소멸 직전의 상태였던 그 당시의 창조신장이 책임을 지는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전투를 멈춘 것이다.
‘황금의 절대자가 혼자 처리하기에는 신족은 너무나 많지.
소멸시키는 숫자보다 재생되는 숫자가 더 많으니 말이야.’
그 이후 황금의 절대자와 신족의 전투는 없었지만, 분노는 차곡차곡 키워온 모양이었다.
‘완벽하게 신족을 치울 정도의 세력을 얻기 위해서 물러났군.
이거 아주 곤란해.
말이 안 통하겠어.’
그렇게나 다른 십중심의 합류를 바라면서도 창조신장은 남겨두고, 마신황제를 처분하자는 소마(笑魔)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 증거였다.
‘소마(笑魔)의 요구는 황금이 원한을 포기하면 쉽다.
그런데도 당사자도 아닌 후임 창조신장의 완전봉인을 포기하지 못하다니?
이거 아주 골치 아픈데.’
은혜는 똑같이 갚아주는데 원한은 무한대로 갚는다는 강자의 완벽한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이건 설득될 리가 없다.’
그러나, 내기를 받아들인 이상 끝이었다.
‘내가 질 리도 없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절대계 최강의 직감권능이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에 의해서 권능으로 구현된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선택은 언제나 믿을 만했다.
‘이만 오천분의 일의 오류가 약간 마음에 걸리지만 말이야.’
잘못되면 진리의 정체를 밝혀야 하는 현실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소마(笑魔)의 여성으로서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오호호호호호! 소문대로 황금이 정말 놀랄 정도로 변했구나.
자신의 복수를 포기할 수도 있는 이런 내기를 겨우 너의 배후를 알기 위해서 받아들이다니 말이야.
하지만, 너를 직접 보니 이해는 어느 정도 간다.
후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로 번갈아가면서 한참을 웃던 소마(笑魔)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짝짝짝짝!
아무도 없던 알현실에 수십 명의 시녀가 들어온다.
그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앞에 화려한 식탁과 탁자, 그리고 음식과 술을 늘어놓는다.
이번에는 호탕한 남자의 음성으로 소마(笑魔)가 외쳤다.
“잘하면 아주 오랜 고민이 해결될 것 같으니 극진한 대접을 하겠다.
너는 남성이니 이렇게 환대하는 것이 맞겠지.
내가 자랑하는 아이들이다.
들어들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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