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미 연합에서 한번 만든 경험이 있는 자신의 기체가 다시 완성되는 모습을 보는 천재 조종사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고개를 저으면서 바로 다시 조립을 시작한다.
“서둘러야 해.
빨리 완성을 시켜야 한다.”
인형 병기의 조종사는 자체 수리를 위해서 고등교육을 받아 뛰어난 과학자이며 기술자이기도 했다.
최고 등급의 조종사는 직접 이렇게 제작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금속 프린터로 부품을 만들어서 부지런히 레드 크림존을 조립하는 그는 지금 내심 놀라고 있었다.
“어떤 장비나 재료를 요청해도 바로 주다니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야.
시험 삼아서 희귀원소를 열 배로 신청해도 바로 지급을 해 주네.
어떻게 물자가 무한대로 보급이 되는 거야?
그리고, 이 기체는 또 뭐야?
과학과 물리법칙을 완전히 위반하고 있어.”
영웅동맹으로부터 탈취한 자신의 일반 기체는 참고를 위해서 분해한 상태였다.
은은한 빛을 품어내는 부품들을 쳐다보는 천재 조종사는 질린 시선이었다.
‘몇몇 조종사 출신 기계 인간들이 모여서 정밀조사를 해 보았지만, 기술이나 과학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현상이 줄을 이었다.’
지금도 그러했다.
바닥에 즐비하게 늘어놓은 부품들이 갑자기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파파파파파파파파-!
겨우 분해를 해놓은 부품들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빠르게 재조립되는 모습을 보니 허탈해질 지경이었다.
“자동조립?
완전히 분해가 되어도 시간이 지나거나 재료가 보충된다면 원상태로 돌아간다.
무슨 이런 황당한 기술이 다 있나?
이미 경험은 했지만, 아무리 부수어도 다시 원상복귀다.”
동맹 일반 기체의 파괴실험은 이미 몇 번이나 시험을 해보았다.
“전함의 집중포격이 아니면 파괴도 힘든 주제에 가루로 만들어도 다시 회복한다.
그리고, 가진 무장도 제국과 연합의 일반적인 병기 수준을 능가한다.
이걸 어떻게 연합의 인형 병기로 이기지?”
결재권을 쥔 사자왕 가이에게는 자신감 있게 이길 수 있다고 말했지만, 갈수록 확신이 사라진다.
‘내 레드 크림존을 완벽하게 완성해도 용자동맹의 일반 기체를 넘어설지는 의문이다.
결론은 신계가 만든 일반 기체를 참조해서 개조해야 한다.’
연합의 조종사 시절에 예산과 시간 문제로 생략했던 모든 설계와 기능을 때려 박는다면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미 반영된 결과로 인형 병기로서는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크기가 커지고 있었다.
아직 장갑이나 무장을 추가하지 않았는데도 이백 미터가 넘어가는 거대 인형 병기를 쳐다보니 답답하기까지 했다.
“끄응! 이미 십 미터가 통상적인 크기인 인형 병기의 규격을 넘어가고 있다.
이거 잘못하면 인형 전함이 되겠네.”
여기에 총제독이 운영하는 것이 분명한 정체불명의 함대를 박살 내기 위한 무장까지 추가하면 어떤 괴물이 튀어나올지는 예상조차 안 되었다.
지금 레드 크림존을 만드는 존재들은 자신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철수 명령에 복종한 일반 용자들은 전원이 이 작업에 투입되어서 움직이고 있다.’
뒤를 쳐다보니 일만 명이 넘는 개조 인간과 기체가 부품을 가공하고 보완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우우우우웅-! 드드드드드-!
동료가 허무하게 자폭 되어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들도 필사적이었다.
‘어떻게든 자폭장치가 없는 기체를 얻기 위해서 열성적으로 돕고 있다.’
물론, 나중에 양산하면 자신들의 기체가 될 예정이니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연합의 엔진은 출력이 저질인 불량품이야!
최대출력이 높은 제국 엔진으로 바꿔.”
“제국 엔진은 최대출력만 높지 안정성은 엉망이잖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철제관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
“얼씨구? 불량은 연합이 더 많았잖아?
단가를 맞추려다가 염가부품을 잔뜩 쓰다가 고장 나기 일쑤였지!”
“어떤 놈이 머리 부품부터 만들었어?
인형 병기는 무조건 몸이 먼저라는 기본도 몰라!”
“그 기본을 만든 녀석이 누군데?”
“그게 바로 나다! 이 빌어먹을 개조 인간들아!”
여기저기서 부품의 선택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조립순서까지 따지면서 다투는 목소리가 울린다.
그러나, 사자왕 가이가 명확하게 선을 그어주었기에 고집을 부리는 존재는 없었다.
“사고를 치면 철의 요새 밖으로 쫓아낸다.
그럼 악령들이 반겨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체가 완성되기 전에는 휴가는 없다.”
용자동맹의 난동으로 신계의 회의에 불려가서 잔뜩 굴욕을 당해 지극히 단호해진 사자왕 가이였다.
그리고, 잠깐 은하제국에서 놀았더니 더욱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반 용자들은 열성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총 제독을 노리는 용자동맹의 새로운 기체가 완성되어갈 때 영웅동맹은 연합 본성의 위성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주 공간에 열린 공간의 문으로 나오는 것은 검의 주신을 선두로 하는 주신들이었다.
영웅왕은 용자동맹에게 탈취당할 우려가 있어서 기신일체(機神一體)가 될 때까지 천국 밖에서 운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무런 장비 없이 각자의 신기만을 가지고 나왔지만, 원래 신족인 그들에게는 어떤 제약도 없었다.
멀리 보이는 행성에서 수백 대의 우주전함이 접근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곤란하다는 듯이 말한다.
“휴! 이거 장난이 아니로군.”
물론 연합 본성의 함대가 강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영웅왕이 너무 강력해서 그렇지 원래 그들은 기계신을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그러니, 아무리 은하계를 지배할 정도로 발달 된 초과학의 산물이라고 할지라도 물리법칙에 지배되는 지성체의 함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겨우 지성체의 행성제압에 우리가 직접 와야 하다니 정말 어렵군.”
“저 정도는 일반 영웅과 일반 기체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뒤이어서 공간의 문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일반 영웅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어느 정도 신뢰가 어려있었다.
‘비록 일반 초월자이지만,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이 걸려있어서 영원히 죽지 않는다.’
‘자동수복기능이 있는 일반 기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지간한 고위투신과 맞먹는다.’
이제 일반 기체를 다루는 전투에 익숙해져서 갈수록 전력이 급상승하는 중이니 저런 함대로는 막을 수 없었다.
현재 영웅동맹의 전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검의 주신도 다른 주신들의 의견에 동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언 덕분에 범죄신에서 벗어나서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상 약간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흠! 위대하신 신계 주신님께서는 어떤 전투도 바라지 않는다.
압도해서 아무 상처 없이 제압해라.
이것이 명령이다.
시작해라.”
뒤에 늘어선 일반 용자들은 엄청난 수로 늘어나 있었다.
용자동맹의 난동으로 자극을 받은 영웅동맹의 초능력자들은 연달아서 각성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만 명이 넘는 전력이 일제히 외친다.
“영웅 소환!”
우주 공간에 수많은 황금 별이 반짝인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둥-!
공간을 넘어서 소환된 황금의 갑옷을 입은 기사와 같은 인형 병기가 연합 본성 함대의 앞에 나타난다.
상대인 연합 본성의 함대는 제국의 본성으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아서 모두 분노하고 있었다.
“순순히 세금을 내고 은하제국의 방침을 받아들여라.
돈이 없어서 못 내겠다면 직접 관리하겠다.”
어떤 배려도 없는 일방적이며 간략한 명령이었다.
그래서, 결사항전을 다짐한 연합의 군인들도 드러난 전력에 일순 얼어붙었다.
“큭! 우주에서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고위 초능력자가 일만 명이라니?”
“적어도 같은 숫자의 함대가 필요해.”
“더구나 저 인형 병기들은 뭐냐?”
“자체적으로 공간이동을 한다고?”
인형 병기는 중력과 공기 같은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최대의 위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일만 명의 고위 초능력자가 조종한다면 일천 척도 안 되는 우주함대로는 절대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연합함대의 지휘관들은 생각이 달랐다.
허무하게 에메랄드 여황이 이끄는 함대에 대함대를 잃은 그들에게는 이곳이 마지막 전력이었고 희망이었다.
“겁을 먹지 마라.
어차피 이길 생각은 없었다.”
“자유연합의 군인으로서 최후의 기개를 보인다.”
“여왕의 지배 따위는 받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운다.”
모두가 나름대로 장렬하게 싸워서 후대에 이어질 저항의 불씨를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든 계기판이 비상사태를 알리듯이 요란하게 경고음을 보낸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
온통 빨간 불이 반짝이는 지휘실에서 다급하게 현황을 파악한 참모들이 다급하게 외친다.
“요새 급의 공간이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이동해 옵니다.”
황금 별이 반짝이는 영웅동맹의 뒤에서 거대한 황금의 원형 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치 환상처럼 가운데가 갈라지면서 양옆으로 벌어진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주신들과 일반 영웅의 기체가 모두 문 옆으로 도열을 시작한다.
활짝 열린 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거대한 기계신을 환영하기 위해서였다.
구궁! 구궁! 구궁!
처음에 드러난 것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금속의 발이었다.
그런데 그 크기가 십 미터 크기의 영웅동맹의 일반 기체를 개미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컸다.
황금의 갑옷과 찬란하게 빛나는 왕관을 쓰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터무니없이 거대한 기계신의 위용은 보는 이를 질리게 한다.
일만 명의 고위 초능력자도 벅찬 연합의 함대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저저저저거!”
“뭐…뭐야?”
영웅황제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기계 분신으로서 강해진 영향을 받아서 크기가 십 킬로미터가 넘어섰다.
사방으로 펴지는 존재감에 주신들도 놀랐다.
‘영웅황제는 이미 물리법칙을 완전히 초월한 기계신이 되었다.’
‘이 신격은 이미 창조신 이상이다.’
‘제압하려면 고위 창조신들이 다수가 움직여야 해.’
영웅황제가 본래 영웅왕과 비슷한 크기였는데 이렇게 거대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자 놀란 검의 주신이었으나 곧 침착하게 신력을 담아서 외친다.
“영웅동맹 영웅황제 강림.”
영웅동맹이 합창처럼 외치자 너무 거대한 물체가 공간이동하면서 생긴 일그러짐이 바로 가라앉는다.
우우우우우우웅-!
영웅황제의 위로 환영처럼 드러나는 아름다운 크롬 공주의 모습을 본 일반 영웅들이 탄 모든 기체가 고개를 숙여서 예를 표시한다.
제국과 연합의 초능력자를 떠나서 그녀는 최고수준의 초능력자였고, 지금은 신계 주신인 아이언의 유모였기에 모두 입을 모아서 외쳤다.
“조종자 부맹주 은하제국 공주 크롬님 도착!”
영웅동맹의 도열과 환영을 받으면서 거대한 크롬 공주의 모습이 연합의 함대를 향해서 나아간다.
영웅황제와 융합을 시작한 그녀에게는 이런 함대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환영에 감사합니다.
이 행성은 이제부터 은하제국의 공주인 제가 다스리겠습니다.”
최고위 창조신의 분신인 기계신이 가진 존재감에 굳어버려서 함포나 미사일을 쏠 생각도 하지 못한 그들을 스쳐서 영웅동맹이 행성에 강하를 시작한다.
그 뒤를 호위병처럼 주신들이 따른다.
슈아아아아아아아!
우주 전함이 장난감처럼 보이는 거대한 인형 병기의 출현에 압도당한 연합의 함대였다.
그리고, 저런 크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간이동을 하면서 움직이자 저항할 생각마저 사라져 버린다.
파아아아아아아-!
영웅황제가 보이지 않자 군인들은 제정신이 들었다.
너무나 허무하게 전선을 돌파당해서 당황한 연합의 함대가 뒤쫓으려 하다가 인형 병기들이 일제히 공간이동을 해서 행성 표면에 내려서는 모습을 보았다.
행성 모든 도시의 상공에 수십 대의 인형 병기가 위치하고 빛을 내뿜는 모습에 너무나 허탈해졌다.
“이렇게 싸우지도 못하고 끝나는가?”
“자유연합은 정말 사라지는군.”
이제 저 인형 병기의 군대와 싸우려고 하면 행성의 도시를 파괴할 각오를 해야 했다.
‘그랬다가는 연합을 지지하는 국민의 확보라는 최후의 희망마저 날릴 판국이었으니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너무나 손쉽게 연합의 본성을 장악한 크롬 공주는 연합의 지배층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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