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 해답을 전부 적어낸 고위신들의 이름에서 붉은 선이 지워진다.
스스스스스스-! 스스슥-!
바로 눈앞에서 합격자의 점수가 알려지고, 복직되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모두는 문제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들 위로 목검 한 자루가 나타나더니 감독관처럼 허공을 떠돈다.
빠아아아-! 따아아아아-!
슬쩍 커닝하려던 고위신의 머리를 두들겨서 저 멀리 날려버린 목검은 다음 먹잇감을 찾아서 떠돈다.
그렇게 험악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치르는 와중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예산안을 다시 편성하고 있었다.
“삼 분의 일의 고위층을 정리했더니 예산이 꽤 남는군.”
어느 조직이나 하위층 열 명보다 고위층 한 명의 유지비용이 더 비싸다.
그들이 제대로 조직을 위해서 이바지하면 상관없지만, 대부분 권력싸움으로 바쁘니 최대한 줄여놓을 필요가 있어서 이렇게 한 것이다.
“모두 요새와 공장건설에 편성한다.”
복지를 금지하고 회수한 비용과 지배층을 감소하여 회수한 비용을 모두 쏟아붓는다.
복지가 하위층의 충성을 일으키고, 지배층의 숫자는 상위층의 지지를 얻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벌써 여기저기서 반발이 나오려 하고 있으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면서 경고한다.
“날 방해하면 목을 잘라 버린다.”
실제 신체의 목과 사회적 직위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처단하고 있으니 기가 질려버린 검편의 일족은 따를 뿐이었다.
그렇게 검편의 지지세력조차 권력자들의 특혜를 받든 삼 분의 일이 정리 해고를 당하고, 시험을 치면서 육 일이 끝나갔다.
그리고, 검편은 드디어 차원창세신 코아가 헝클어놓은 구역을 드디어 벗어나게 된다.
파아아아아아아-!
거대한 검의 환영이 일그러진 공간과 시간을 자르면서 길을 열었다.
박쥐의 검을 앞세워서 우주 공간을 돌파해낸 검편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우우우우-! 역시 지치는군.”
일그러진 공간에서 단거리 공간이동을 반복하는 것보다 검으로 방해가 되는 구역을 자르면서 이동하는 방식이 빨라서 그렇게 했지만 막대한 체력과 정기를 소모했다.
그러나, 본래 일주일 정도의 여정에서 하루를 단축해낸 검편의 기세는 살벌하게 변한다.
“코아. 만약 내 반려와 일족을 건드렸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그러나, 이미 늦었음은 알고 있었다.
‘내가 없는 일족이 차원창세신 코아를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 녀석은 아무런 망설임이 없지.
어떻게든 놈을 막아야 한다.’
검편 아스나스는 자신을 직접 만나겠다고 감옥행성부터 파괴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렇게 될지 직감했다.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휩쓸려서 어딘가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원인 모를 불안감이 몰려왔다.
최소한 하루는 벌었으니 놈의 계획을 틀어놓을 수 있다.
회복은 이동하면서 한다.’
그것이 이런 무리한 강행수단을 취하면서 고속이동해온 이유였다.
근처의 행성의 초장거리 공간이동 장소로 황급하게 이동하려는데 그 길에 거대한 인영이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일반적인 신의 크기를 벗어난 삼 미터의 키를 가진 근육질 거한의 모습에 아스나스의 얼굴이 굳었다.
‘흑염의 절대자!
어떻게 내가 여기로 나올 줄 알고서 기다리고 있었지?
출구는 여러 곳에 있다.
으윽! 절대 직감의 권능인가?
정말 대단하군.’
완전한 상태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자였는데 지금은 거의 탈진상태였다.
그런데 검붉은 투기를 휘날리면서도 오랜 친구처럼 친근하게 말을 건네온다.
“여! 오래간만이다. 아스나스.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시나?
나와 술이나 한잔하러 가자.”
“루카 에일레스! 날 막을 작정이냐?”
신족에게 거부당해 홀로 대수림에서 살아가는 흑염과 일족에게 경원시 당해 스스로 감옥에 들어간 검편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술을 나눌 정도의 친분은 있었다.
그러나, 길이 틀리면 언제나 사투를 벌일 각오도 역시 되어있었다.
검편의 입장에서는 이미 용납할 수 있는 한계는 일찌감치 넘은 상태였다.
스르르르르응-!
검편은 박쥐의 검을 뽑아 들고, 흑염에게 외친다.
“네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느냐?”
절대계 검의 정점인 검편이 직접 검을 겨누었는데도 흑염은 아무런 대응이 없이 친근하게 말을 건넨다.
“나에게 그럴 머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잖아?”
“후웃! 네가 나를 아는 것처럼 나 역시 너를 안다.
너는 미련한 광전사가 절대로 아니야.
어지간한 현자는 우스울 정도로 머리가 좋지.”
흑염에게 싸울 기색이 전혀 없지만, 검편은 검을 거두지 않고 더욱 기세를 높이면서 추궁했다.
“뭘 노리고 나를 막으면서까지 차원창세신 코아란 존재를 돕고 있나?
정확하게 설명해라!
아니면 너도 적으로 규정하겠다.”
그 말에 흑염은 웃고 있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지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젠장! 나보고 널 왜 지금 막아야 하는지 설명하라고?
그게 가능하면 내가 이렇게 혼자 왔겠냐?
황금의 절대자와 같이 왔겠지.
“….”
만약 그렇게 했다면 지금 지친 상태에서는 바로 제압당할 판국이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흑염의 절대자는 투덜거리면서 말을 이어간다.
“내 직감이 이렇게 하란다고 대답하면 네가 이해할 수 있겠어?”
당연히 할 수가 없다.
검편은 흑염에게 완벽한 이익을 보장하는 절대 직감의 대단함과 왜 그렇게 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떠올랐다.
흑염의 절대자와의 술자리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였다.
‘네 절대 직감은 이렇게 하면 좋다는 선택의 결과는 완벽한데 과정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
그리고, 나한테만 유리하게 작용하니 주변에는 피해가 올 경우가 많아.
안 쓰자니 손해고, 사용하면 주변의 불신을 사니 참 고민이다.’
친분의 증거로 자신의 권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설명해주면서 들었기에 정확했다.
‘하지만, 절대 직감의 정확성은 어떤 예지보다 높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지.’
그런데 지금 절대 직감의 권능을 완벽하게 발동시킨 흑염의 절대자가 자신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내 직감이 네가 일찍 가보았자 별 도움이 안 되고, 후환만 남는다네.
어떤 후환인지는 당연히 잘 모르겠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란 명분이었다.
“그러니 나랑 하루 동안 노는 게 어때?
황금세력에 들어갔더니 주머니도 두둑해졌으니 이번에는 내가 사지.”
“….”
잠시 망설인 검편은 박쥐의 검을 검집으로 집어넣었다.
‘황금세력에 들어간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지.’
생각을 복잡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스르르르르릉-!
너무나 쉽게 전투태세를 풀었지만, 흑염의 절대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등을 보이고 이동할 준비를 한다.
이미 직감으로 이렇게 될 걸 알았기에 거침이 없었다.
“내가 거신족의 근사한 술집을 알아놓았지.
젖가슴 사이의 술 연못에서 마시는 술이 아주 각별하니 나만 믿고 따라와.”
흑염의 절대자는 복잡한 권능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황금 세력에게 받은 초공간이동을 위한 신기를 작동시켰다.
우우웅-!
열린 검은 공간의 문의 저편은 아무리 보아도 검편의 본성과는 상당히 떨어진 장소였다.
그리고, 공간의 문을 흑염의 절대자가 반쯤 들어가자 갑자기 생각이 난듯이 차가운 말투로 질문했다.
“왜냐? 루카 에일레스.
황금의 절대자의 반역에 동참하면 결말이 좋지 않을 것 같으니 참가하지 말라고 충고한 것은 네가 아닌가?
참가해도 맨 마지막에 하라고 하던 네가 왜 가장 먼저 들어갔지?
이것도 직감이라고 이야기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정말 허튼 말을 하면 두 조각을 낼 기세를 보낸다.
바로 앞에는 공간의 문이 있기에 피할 수가 없고, 무방비한 등으로는 자신의 박쥐의 검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진심이었다.
그러나,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흥겹게 대답한다.
“그래도 감이야.”
“루카!”
분노한 검편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초고속의 발도술이 흑염의 목을 친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속도로 흑염의 절대자의 몸이 회전하면서 검날을 투기를 감싼 주먹으로 쳐냈다.
슈가가가가가가가-! 푸하하하하하하-!
당장 피를 뿌릴 것 같은 검을 막아선 것은 타오르는 흑염의 투기였다.
무형의 투기가 유형화되어서 절대의 갑옷이 되어 막아낸 것이다.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가! 가가가가가가가가가!
박쥐의 검이 전력전개가 되어 검기의 톱날이 격렬한 회전을 하면서 투기의 갑옷을 파고든다.
그러나, 절대계 최강의 신체 능력이 품어내는 무한의 투기는 끝없이 새로운 장갑을 만들어서 밀어낸다.
그렇게 검기의 톱날과 투기의 검날이 서로의 위력과 강도를 시험할 때 검편의 목소리가 울렸다.
“왜 나조차 속이지?
너는 결코 광전사가 아니야!
그랬다면 신족에게 그런 수치를 참으면서까지 임관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보고 갑자기 황금세력에 들어갔는지 말해!”
“젠장! 설명할 수 없으니 못 하지.
그래도 유일한 술친구인데 이런 걸 바로 쓰나?
그러니 네가 일족에게 인기가 없지.”
지극히 사적인 비난에 검편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지면서 외쳤다.
“넌 이 정도는 쉽게 막아내지 않는가?
내가 진심으로 가기 전에 당장 이러는 이유를 말해!
또 순진한 척하면서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나?”
“진짜 나도 몰라!
정말 감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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