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원창세신 코아가 오리진들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보아왔기에 바로 즉각적인 대답이었다.
실제로 내놓으란 정기도 어떻게 이렇게 잘 조사했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바로 내줄 수 있는 양이었으니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더구나, 내놓으란 투신도 너무 아까우나 자신들의 소멸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지배층들이 한마음으로 일족을 위해서 재산과 투신을 내놓겠다고 외치자 바로 앞의 원탁을 보면서 말한다.
“재들은 기쁘게 한다잖아.
너희는 왜 못해?
하여간 망해가는 조직에서는 권력 가진 것들이 제일 문제야.”
“….”
“….”
오리진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저따위 하위 지배층들과 자신들은 부담이 달랐다.
‘명문 가문의 폭탄과 같은 존재와 막 지배층이 되어서 만들어진 문제아들의 수준이 같을 리가 없다.’
‘그놈은 봉인에서 풀려나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도망치면 잡을 방법이 없다.’
‘똑같은 재산의 절반이라고 하지만, 자릿수가 한참 틀리다.’
그렇다고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대놓고 앞에서 저러는 모습을 보니 인내의 한계인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오리진이라고 목만 잘랐지, 저렇게 갖고 놀지는 않는다.’
‘체벌 없이 말로만 갈구었는데 그것도 한계인 모양이야.’
‘이것도 특별대우라고 기뻐해야 할지 의문이구나.’
중구난방으로 떠들면 싫어하니 억지로 대표가 된 오리진의 머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들을 감당하실 수 있으신지요?”
비록 십중심 검편이란 거대한 나무에 가려져서 제풀에 무너졌지만, 그들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다면 충분히 절대계를 뒤흔들만한 강자들이었다.
오리진들조차 제어를 포기하고, 봉인했는데 과연 여파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들이 나를 견딜 수 있냐고 물어야지.”
“….”
오리진들이 생각하기에 결코 자만은 아니었다.
‘이 잔혹한 창조신에게 너무나 허무하게 일 분도 못 견디고 본성이 무너졌다.’
‘검편을 반나절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던 방어였는데도 의미가 없었지.’
이런 강함은 십중심에게 느꼈던 절대적인 수준이었기에 결국 결심을 한다.
“내어드리겠소.”
그와 동시에 각 가문에 가장 깊숙한 곳의 오리진의 승인이 없으면 풀리지 않는 봉인이 해제된다.
철컥! 철컥!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신전을 통해서 들려오는 봉인해제의 소리에 더욱 진한 미소를 짓는다.
겨우 쓸만한 검편의 부하들을 만들 기회가 온 것이다.
‘검편을 탄생시킨 명문 일족이 이렇게 약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신체를 소멸시키고 신령을 흡수한 원로들의 기억과 지식을 샅샅이 뒤져서 원인을 찾아내었다.’
거목의 주변에는 잡초조차 자리지 못한다.
그래서 말라비틀어진 잡목들이었다.
‘검편에 도저히 도달하지 못하기에 절망하고, 스스로 타락하여 가문과 오리진에 의해 갇힌 강자들을 찾아냈다.’
차후 검편일족의 지배층이 될 존재들이기에 주변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오리진들을 직접 이렇게 설득하는 수고를 한 끝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오리진의 승인에 풀린 봉인을 통째로 들어서 공간이동으로 주신전에 보내는 기척들을 느끼면서 가볍게 손을 튕긴다.
‘잘 데려오는군.’
지배층들에서 차출한 강자들도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그들의 가장이 여기 묶여있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탁! 타타타타타타타-!
오리진과 지배층의 머리 앞에 정기로 만들어진 차가 놓인다.
“이제 차나 마셔.
앞으로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처우 개선을 해주지.”
목만 남아있는데 어떻게 먹냐고 항의하는 존재는 없었다.
잘못하면 정말 공놀이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꼴로 시달려서 너무나 피곤한데 차에서 풍기는 정기의 강함이 심상치가 않았다.
권능 조작이 익숙한 존재는 잔을 들어 올려서 마시고, 약한 존재는 세심하게 준비된 빨대를 물고 마신다.
꿀꺽! 쪼오오오오-!
소화 시킬 몸이 없어서 안 마시는 멍청한 존재는 없었다.
입에 들어오자마자 강력한 정기가 그대로 뇌에 흡수되면서 정신을 맑게 하는데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잘린 머리에서 강력한 권능의 빛이 품어나오는 순간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들에게 묻는다.
“외부에서 너희를 검편일족이라고 부른다.
십중심이 다스리는 일족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절대계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간다.
그리고, 검편 사장님을 잘 모셨다면 황금세력에 비견되는 거대 일족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검편을 부정하고, 마침내 유폐했는가?
설마 검편 일족의 미래와 자유를 위해서 대립했다고는 말하지는 않겠지?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런 자멸을 자초했는가?
이런 의문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
“!!!”
너무나 강렬한 차의 정기를 음미하던 그들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물음이었다.
‘우리가 왜 그랬지?’
‘이 말대로 검편과 싸울 이유가 없다.’
‘가진 힘만으로 보면 왕으로 모셔야 한다.’
정말 자신들이 왜 그렇게 검편에게 극렬하게 저항했는지 지극히 혼란스러워하는 머리들을 쳐다보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양손을 깍지끼고서 말한다.
“약자의 전유물인 질투 때문에 그랬다면 정말 슬프겠지.
신격이 낮아서 감정의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겠지만, 이성적으로 잘 판단하라.
검편과 대립하는 것이 과연 이득일지 말이다.”
“….”
“….”
오리진들과 지배층들은 사춘기 유아신 취급을 받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주변에 각 가문의 봉인지에서 공간이동으로 보내진 금속으로 만들어진 관들이 놓인다.
철저한 잠금장치도 모자라서, 쇠사슬로 둘러싸진 철의 관은 끔찍한 살기와 투기를 내뿜고 있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봉인지에 고정하던 핵심적인 오리진의 봉인은 풀렸다.
그러나, 그 외에 덧붙여진 수십 겹의 봉인은 안에 있는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를 하는듯했다.
지배층의 가족들에 의해서 떠밀려져 인상을 팍팍 쓰면서 거의 같이 도착한 수백 명의 고위 투신이 전원 전투태세에 들어갈 정도였다.
“뭐…뭐야?”
“제길! 역시 위험한 장소였어.”
중구난방이지만 나름 최정예라고 말할 수 있는 고위투신들이 신기를 모두 잡고서 금속관을 노린다.
그러나, 누군가에는 아주 좋은 자극이자 심심풀이였다.
“후후후후후. 이거 좋군.
이것들이 본성 안에서 버티고 있었으면 한 시간 정도는 고생했겠어.
그럼 오래간만에 몸 좀 풀어볼까?”
영광의 자리에서 일어서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에는 어느새 목검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평범한 목검으로 보이는 옆면에는 파란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
그것은 먼 미래에 위대한 영원체의 가문을 만들어낸 문구였다.
그리고, 반대쪽에서는 피처럼 붙은 글자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무능한 부하를 안 때리면 내가 맞는다.’
어떤 경우에도 상처만 입히지 죽음을 내리지 않는 파멸유혼검(破滅有魂劍)을 흉내를 내어서 만들어낸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기였다.
불살(不殺)의 신기가 먼 과거의 절대계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금속관을 향해서 휘둘러진다.
휘이이-! 따따따따땅-!
봉인의 쇠사슬이 조각나면서 흩어진다.
한층 강력해진 살기와 투기가 금속관에서 품어져 나온다.
“윽!”
“헉!”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진 고위투신들은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보아도 저 금속관에 들어있는 존재는 주신 이상의 파괴신이었다.
‘본성에 이런 파괴신에 근접한 존재들이 이렇게 많았나?’
‘저것들이 풀려나면 본성은 무조건 파괴된다.’
‘그런데 왜 풀어주고 있는 거지?’
본성을 단숨에 제압하고 검편을 위한다면서 반대세력의 목을 자르고 있는 창조신을 일제히 쳐다본다.
그러나, 금속관의 봉인해제를 멈출 기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목숨을 내놓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고위 투신들은 가족들이 신신당부한 지배층의 목을 챙겼다.
‘탁자 위에서 머리만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지만, 일단 들어서 챙긴다.’
어떻게 이런 상태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잘린 신체가 집에 있으니 목과 합치면 어떻게든 부활시킬 수 있어 보였다.
그렇게 몇 명이 무사히 지배층의 목을 들고 공간이동으로 사라진다.
꽝-! 꽝-!
그러나, 허공에서 굉음이 울리면서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힌다.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차원결계는 주신전 주변을 빈틈없이 에워싼 것이다.
“크헉! 결계다.”
“어느 틈에!”
당황한 고위 투신들이 몇 개의 물건을 공간이동을 시키려 했지만 무리였다.
굉장히 강력한 반탄력을 결계라서 되돌아온 물체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데 금속관은 완전히 열린다.
쿠쿠쿠쿠궁! 드드드드드드!
금속관의 뚜껑이 산산조각이 나서 하늘로 치솟고, 몸통은 폭발해서 흩날린다.
수십 개의 금속관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살기와 투기는 숨을 막힐 정도로 증가한다.
“크윽!”
“윽!”
원탁과 탁자에 있던 오리진과 지배층의 머리는 지독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보호가 걸려있는지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위투신의 손에 들려서 탈출하려던 지배층의 머리도 재빨리 자신의 위치로 돌아왔다.
역시 이 창조신의 손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새로운 차에다가 심상치 않은 정기를 가진 음식까지 준비된 모습을 본 것이다.
만족스러운 기세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한턱낸 것이다.
“후후! 잘 키워놓았군.
이제 느긋하게 다과나 하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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