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본성을 순식간에 점령한 적에게서 아무런 상의도 없이 멋대로 감옥에 들어가 버린 검편이 언급되자 반려인 여신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의문이 떠오른다.
그러나, 존대를 받자 약간의 안도감이 생겼다.
‘역시 십중심(十中心)의 이름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는 절대계에 없다.’
비록 감옥에 들어가 있지만, 검편의 반려는 누구에게나 존중받을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십중심(十中心)을 두려워하는 존재가 검편이 태어난 일족의 본성을 어떻게 칠 수 있는지는 생각을 못 한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이마 앞에서 마력과 신력을 뭉치면서 검은 구슬을 만들어내었다.
우웅!
“!!!”
“!?”
무엇을 하려는지 주시하고 있던 검의 주신들과 검편의 반려는 검은 구슬을 보자 벼락과 같은 충격을 받는다.
저 작은 검은 구슬이 얼마나 위험하며, 무서운 물체인지 본능이 알아챈 것이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 이건 세계폭탄(世界爆彈) 코아의 일부입니다. 검편 사모님.
폭발하면 이 정도 본성과 항성계 정도는 가볍게 소멸시킬 위력입니다.
발동조건은 검편 사장님 이외의 정기 유입으로 설정해 두었습니다.”
“!!!”
그제야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은 검편의 반려는 얼굴이 흑발처럼 까맣게 변해서 도망치려 한다.
그런데 그녀의 앞에 검의 주신들이 막아선다.
“너…너희들이 감히 내게 이럴 수가 있느냐?”
공간이동조차 막아버리는 검의 주신들에게 분노의 표정과 외침을 지었다.
그러나, 검의 주신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검편의 반려가 벌였다는 각종 추문은 이미 참을 수 없는 수준이어서 서로 의절 상태였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제재할 생각마저 했는데 저 창조신이 이렇게 해주다니 오히려 반가울 지경이었다.
“지금은 참으셔야 합니다.”
“일족을 먼저 생각해주십시오.”
겉으로는 정중하게 말하지만 절대로 놓아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검의 주신들을 보고 당황하는 반려였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가볍게 이마를 끄덕였다.
‘십중심(十中心)의 반려가 어떻게 바람을 피울 수 있고, 일족이 배신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역시 창조주가 만들어낸 흐름에 지배당하고 있었군.
전부 이걸로 깨워드리지.’
팟!
이마 앞에 떠 있던 세계폭탄 코아가 허공으로 사라지고, 검편의 반려의 아랫배에서 검은빛이 품어져 나온다.
자신의 자궁 속에서 어마어마한 위력의 폭탄이 설치된 사실을 깨달은 검편의 반려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으면 외쳤다.
“이…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
“검편 사장님의 반려이시죠.
잘 알고 있습니다.”
십중심 검편의 반려가 되고 나서 이런 무례한 대접은 처음이었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자존심 강한 검편의 자존심을 잘 알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알면 바로 죽이려고 달려드시겠죠.
이미 붙어봤는데 버틸만하더군요.
그러니 저를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검편과 이미 싸우고 살아남아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모두에게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아주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한 번 화를 내시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 저에게 고마워하시겠지요.
자신이 어떻게든 하고 싶어도 체면 때문에 못하던 일을 전부 처리해 주었으니 말입니다.”
그 방법이 신의 몸에 폭탄을 설치하는 것이냐고 따지려던 검편 반려의 온몸이 순간 굳었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눈빛에서 황금빛의 투기가 품어져 나와서 압도해버린 것이다.
“절대계가 격변하는 지금 이제 검편 사장님은 가족과 일족 문제에서 벗어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사모님도 지금 상황이 지극히 불쾌하시겠지만 참아주십시오.”
번쩍!
절대계에서 최상위의 여신이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기세와 존재감에 바짝 몸이 얼어버린다.
그 틈을 타서 세계폭탄 코아를 완벽하게 신체와 일체화시키고 설명했다.
“이 폭탄은 발동조건만 지키시면 아주 안전합니다.
오히려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여기에 이 무례의 대가로 마음에 안 들거나 불쾌하게 만드는 존재는 지금처럼 모두 처리해드리지요.
저는 황금 사장님과 임시계약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라고 합니다.
황금세력에 방해되는 일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화사하게 웃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얼굴에 모두가 기가 질려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오른손을 검편의 반려로 향해서 뻗는다.
“그럼 가족 문제는 마무리할까요.
퍼스널 히스토리.
발동조건은 검편 외 남성 전부.”
상대방의 과거를 전부 일기 형식으로 제공하는 마도가 발동되고,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앞에 서류가 쌓여간다.
파라라라라라라라-!
열 장 정도의 서류를 흩어본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 선은 안 넘으셔서 다행입니다.”
방금 자신이 걸린 마도가 무엇이고,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읽고 있는 서류가 무슨 내용인지 검편의 반려가 알 리가 없었다.
그러나, 검편의 반려와 바람이 났던 남성과 벌였던 애정행각의 수위를 모두 확인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서류를 넘겨주었다.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혹시 모르니 틀린 곳이 있나 확인해보시지요.”
휙!
검의 주신들이 갑자기 적이 만들어낸 서류가 검편의 반려에게 넘겨지자, 호기심에 살짝 확인하려고 한다.
그런데 전신이 얼음물에 들어가서 통째로 얼어붙는 듯한 서늘한 감각이 온몸을 감싼다.
‘살기!’
‘이건 투기다!’
‘무슨 기세가 이렇게 끔찍한가?’
당연히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위협이었다.
검편의 반려가 퍼스널 히스토리로 읽어 들인 자신의 남성편력을 잘 확인하게 배려하려고 그들을 위협한 것이다.
“안 보는 것이 좋을 거다.
저 내용을 아는 존재는 전부 소멸시켜야 한다.
그만 뒤돌아서라.”
이미 원로 오십 명을 소멸시킨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경고를 무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휘이이이!
모든 검의 주신이 뒤를 돌아서서 이번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모든 서류를 몇 번이나 확인한 검편의 반려는 손으로 꽉 쥐었다.
와락!
대상 남성과 시간과 상황이 완벽하게 일치해서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부정의 근거였다.
더구나, 마치 자기 자신의 손으로 쓴 것처럼 느낌과 감상까지 적혀있어서 얼굴이 화끈 거리까지 했다.
이 폭로 서류를 보고 남편이 분노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온몸이 떨려온다.
‘이 사실을 검편이 알면 나만이 아니라 가문도 무사하지 못해.’
바르르르르!
두려움이 밀려오니 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해왔는지 깨닫게 한다.
‘절대계 최강의 검사를 분노하게 하고 무사한 존재는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어.’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를 쳐다보는 눈빛은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이 들통난 분노와 어떻게 할 수 없는 강자에 대한 공포로 얼룩진다.
잠시 그런 복잡한 검편 반려의 반응을 즐기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은근한 어조로 묻는다.
“거기 적혀있는 남성들 때문에 곤란하신 모양이시군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검편 사모님.”
“!!!”
지금 이 무서운 창조신이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깨달은 검편 반려의 몸이 휘청거린다.
순간이지만 그래도 호감을 느끼고 지냈던 남성들 모두를 자신의 입으로 처단하라고 유도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거부하면 이 서류는 그대로 남편에게 올리겠지.’
그러면 나는 끝장이야.’
엄청난 충격을 받고 선택의 갈림길에 서보니 자신이 뭔가에 홀려있던 것이 분명했다.
‘이건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그이가 없다고 해도 이런 일을 내가 왜 했지?
미쳤었나?’
서류의 내용을 다시 상기해보니 이런 짓을 자신이 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아슬아슬하게 정기교류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 직전까지 갔던 적이 여러 번이었어.
지금은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느낌이야.
나는 어떤 강력한 권능으로 조종을 당하고 있었나?’
하복부에서 올라오는 기이한 힘으로 서류의 남성들에게 가지고 있던 호감이 싹 사라진다.
다시 생각해보니 망설일 순간이 아니었다.
‘빨리 정리하고 흔적을 지워야 해.
검사의 정점인 남편의 분노를 생각하면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어.’
휘이이잉!
생각을 정리한 검편의 반려에게 분노와 공포가 사라진다.
그리고, 서류를 넘겨주면서 짧게 말한다.
“잘 부탁드리겠어요.”
그것은 자신과 관계가 있던 모든 남신을 소멸시켜달라는 말이었다.
더구나, 이제까지 보였던 나약하거나 불안해 보였던 기세가 완전히 사라진다.
갑자기 변한 검편 반려의 삼엄한 기세에 검의 주신들은 놀랐으나 감히 돌아볼 수가 없었다.
영광의 자리에서 급변한 검편 반려의 태도를 재미있게 쳐다보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기세가 끔찍할 정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후후후후. 아무리 흐름에 조종당한다고 해도 본래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기에 말려 들은 것입니다.
십중심(十中心)의 반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찝쩍거렸다면 이미 존재를 포기한 셈입니다.
그러니 부담이나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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