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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492화 (1,403/2,000)

34권 35권

숭고하기 짝이 없는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실천한 용자동맹을 무법자라고 한다.

이런 매도를 용자동맹의 대표인 사자왕 가이는 용납할 수 없기에 얼굴에 살기가 띄우고 외친다.

“용자동맹은 무법자가 아니다!

범죄조직이라는 악은 법이 잘 처리할 수 없기에 항상 유지됐다.

우리는 지성체가 뿌리 뽑을 수 없는 악을 심판했다.

이것은 분명 정의다.”

나름대로 논리를 만들었지만, 적대적인 검의 주신은 코웃음을 친다.

“흥! 지성체들의 사회에서 법보다 정의가 우선한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너희가 그렇게나 신봉하던 정의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변화되어왔지 않은가?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도 언제인가는 악이 되는 때가 올 것이다.

영원한 정의가 있다고 정말 믿고 있지는 않겠지?”

“이익!”

말싸움은 수억 년을 살아온 검의 주신을 삼십 살도 안 된 사자왕 가이가 이길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신념의 주장이었다.

“약자를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바로 정의다!

이것만은 영원불멸이다.”

“약자가 무조건 선하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지.

가난하고 약한 지성체가 저지르는 어처구니가 없는 범죄들을 알려줄까?

한 끼를 굶지 않기 위해서 자신보다 약자의 것을 빼앗고 죽인다.

부자는 그런 짓을 안 하지.”

“그건 강자가 너무 많이 착취했기 때문이 아닌가?

부자는 살이 뒤룩뒤룩 찌는데 약자는 왜 굶어 죽어야 하나?

똑같은 인간으로서 어찌 이걸 용납할 수 있나?”

“그건 부자나 분배가 문제가 아니라 제한된 자원과 수명을 가진 지성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다.

어떤 강자라도 혼자 먹고 누릴 수 있는 한계치가 분명히 있어.

네가 보기에 약자와 가난이 강자와 부귀보다 더 큰 문제야.

인구를 조절하고, 생산력을 높여야 해.”

단지 원론만을 주장하는 사자왕 가이와 과거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검의 주신의 토론은 언제나 이렇게 평행선이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쉽게 검의 주신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

드디어 신계의 간부로서 인정받아서 회의에 참석이 허락된 용자왕들을 뒤에 두고 있는 사자왕 가이는 필사적이었다.

주신들과 같이 참석한 검의 주신의 말에도 과거보다 더한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아이언이었다.

‘아주 잘하고 있어.

서로가 어느 정도 대등한 강적으로서 인식하고 있기에 대화는 이어지고 있군.’

본인은 아이의 모습이면서 귀여운 아기들의 재롱을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 아이언의 미소에 아직 지성체이면서 악당동맹의 수괴로 참석한 절대복종(絶對服從)의 디스는 안절부절못한다.

‘시바! 숨쉬기도 힘들어.

아직 초월자가 아닌 나서는 비록 화면 너머지만 이렇게 강력한 존재들이 내뿜는 강력한 존재감은 지독한 고역이다.’

여기에 그래도 같은 동맹의 대표인데 상대조차 해주지 않으니 기가 막혔다.

‘약하니 아예 무시를 해버리네.

이거 힘들고 서러워서 못 살겠다.’

그렇다고 관심을 가지면 더 죽을 맛이었다.

동맹의 일반기체를 치열한 전투의 혼란 중에 몇 대를 탈취한 이후로 죽일 듯이 달려들어서 무척 곤란했다.

‘참자!

그러나저러나 나도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이야.’

회의장에서 침묵은 무시보다 굉장히 안 좋은 일이기에 어떻게든 끼어들 틈을 노린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 아이언에게 정식 호칭이 불린다.

“악당동맹 수괴 절대복종(絶對服從)의 디스는 들어라.”

“예!”

주신의 무시도 버거운데 최상급 창조신의 직접 호명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땅에 바짝 엎드렸다.

넙죽!

황궁에서 배운 예법보다 더 나가서 팔다리를 굽혀서 팔꿈치와 무릎으로 몸을 지탱하고 고개를 깊숙이 숙인다.

너무 약해서 강력한 정신체의 존재감을 서서는 버틸 수 없기에 악당동맹의 특징이 되어버린 복종 자세였다.

말만 하면 간도 쓸개도 전부 내줄 것 같은 모습에 사자왕 가이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았다.

‘이런 영웅동맹의 노예보다 못한 놈들!

자유의지를 가진 지성체로서 자존심도 없는가?’

약자의 자유와 권리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용자동맹의 대표로서 저런 비굴한 모습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검의 주신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들도 저런 보고 자세를 도입할까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다.

‘호오? 쓸만한 자세야.

굉장한 충성심과 진정한 복종심이 느껴지는군.’

영원히 사는 신족의 특성상 까다롭기 짝이 없는 상급자만을 모셔온 검의 주신의 입장으로는 겨우 태도 하나로 충성을 인정받으면 남는 장사였다.

엎드리는 복종 자세 하나로 이렇게 상반된 평가를 끌어낸 절대복종(絶對服從)의 디스는 아이언의 반응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분명 지침대로 하기는 했는데 과연 어떻게 나오실지는 모르겠다.’

이번 은하제국에서 용자동맹과 행성 정부가 일제히 전투에 들어간 이유가 악당동맹의 활약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세금미납 행성에서 이런 혼란을 일으키라는 지침은 명확했지만, 너무 사태가 커지니 더럭 겁이 난 것이다.

‘잘못하면 수십만이 아니라 수백억이 죽는다.’

상급자인 아이언이 이런 부담을 지기 싫다고 나 몰라라 하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역시 칭찬을 한다.

“잘했다.

너희 덕분에 세금미납 문제가 거의 풀렸다.

역시 악당동맹다운 자연스러운 일 처리였다.”

아이언은 그동안 세금을 못 내겠다고 버티던 행성들이 낸 세금의 액수를 적은 서류를 각 동맹의 대표자에게 보낸다.

용자동맹의 사자왕 가이는 정말 이런 딱딱한 서류는 보기 싫었다.

하지만, 그래도 알아야 했기에 읽어보다가 행성정보가 낸 세금 단위를 세워보고 헛바람을 내뱉었다.

“허어어어어억!”

사자왕 가이는 완벽한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조기에 확립하기 위해서 용자동맹 십만 명이 가지고 있던 기계 몸의 부채를 제거했다.

본인의 자산이 없기에 신계에서 빌려 일괄처리하면서 천문학적인 부채를 지게 되었다.

‘직위가 있으니 무이자다.

창조력이 강한 신계라서 지성체의 돈이나 재물은 큰 문제가 아니다.’

동맹의 대표이니 앞으로 받을 정기에서 절반씩 차차 공제하는 관대한 조건으로 빌려주었다.

당연히 독촉도 없으나, 빚의 액수를 생각할 때마다 기계 몸의 갓 스톤이 과부하를 일으킬 정도였다.

‘신계의 중요간부인 내 월급에서 절반씩 갚아나가도 도대체 몇만 년이 걸리는 거야?.

수억 년이 걸리려나?’

범죄조직을 치면서 회수한 전리품이 막대하지만, 그걸로는 어림도 없었다.

‘전리품은 개인을 위해 쓸 수 없는 돈이기도 하지.’

이런 상황인데 각 행성 정부가 이번 위기사태에 은하제국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부랴부랴 내놓은 세금은 용자동맹이 진 빚을 푼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역시 정부의 예산은 개인과 규모부터가 달라.’

지성체를 무시하지만, 관심은 아주 많은 검의 주신이었다.

세금 납부보고서를 전부 읽어보고 놀란 어조로 감탄한다.

“호오? 꽤 많군요.”

아직도 땅에 엎드려서 절대복종(絶對服從)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디스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대부분의 미납행성이 세금을 냈습니다.

공이 크군요.”

“그렇지?

이렇게 빠르게 일을 추진하는데 별 무리와 피해가 없었다.

사실상 공돈이나 마찬가지이지.”

“확실히 그렇습니다.”

검의 주신은 신계 주신으로서 교양을 쌓기 위해서 은하제국의 화폐가치와 사회를 열심히 공부해서 잘 알게 되었다.

‘이번 악당동맹이 암약해서 내게 만든 세금의 규모는 신족이라도 결코 무시할 금액이 아니다.’

앞으로 별일이 없으면 매년 꾸준히 들어올 세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은하제국에서 발생한 문제 해결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아주 잘해주었다.”

절대복종(絶對服從)의 디스로서는 이미 예상했지만 일이 너무 커져 불안했는데 참으로 기꺼운 치하였다.

“감사합니다!”

“원하는 포상이 있느냐?

영웅왕을 하나 줄까?”

“!!!”

“!!!”

창조신을 능가하는 기계신으로서 동맹의 힘의 상징이자 직위의 증거이기도 한 영웅왕이다.

그런 귀물이 언급되자 검의 주신과 사자왕 가이는 놀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악당왕도 나올 때가 되기는 했지.”

말만 하면 줄 것 같은 분위기에 절대복종(絶對服從)의 디스는 살짝 고개를 들어서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

당장에라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용자왕과 주신들의 눈동자를 말이다.

그들은 악령만 다루는 악당동맹에 방심하다가 일반기체 몇 대를 잃었는데 영웅왕까지 주어지는 사태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만약 악당왕이 생기면 일반기체의 노획은 문제가 아니다.’

‘잘못하면 영웅왕이나 용자왕의 탈취까지 노릴 수 있다.’

디스가 잘 받겠다는 말을 하면 당장 찢어 죽이겠다는 살기를 방출한다.

주신의 살기와 투기를 평범한 지성체의 몸으로 받은 디스는 온몸이 분해되는 것 같은 압박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으으으으으윽! 못 받나?

받으면 죽겠구나.’

지옥에서 악당동맹은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에 비해서 너무 약해서 무시를 당하니 살아는 있다.

악당왕이 생기면 일반기체를 얻어서 그나마 편해진 지옥 생활도 끝장임을 총명한 두뇌가 파악한다.

‘일반기체와 영웅왕은 격이 틀려.

만약 악당동맹에 악당왕이 생기면 동맹들은 총력을 다해서 우리부터 처단하려고 달려들 것이다.

악당왕도 바로 빼앗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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