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초능력자들의 갑작스러운 복귀는 당연히 은하제국에 큰 화제를 불러왔다.
그러나, 모두가 귀족이나 지배층이기에 취재나 접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다만 이런저런 추측성 기사와 정보가 난립하는 가운데 크림 백작과 귀족들은 황궁에서 프롬 여제를 알현하게 된다.
“문안 인사를 드리옵니다. 프롬 여제 폐하!”
세 개의 여왕의 자리 중 왼쪽과 가운데는 비었고, 프롬 여제만이 우측 의자에 앉아서 복귀한 초능력자들을 반긴다.
에메랄드 여왕이 우주해적단을 완전히 토벌했지만, 대함대를 이끌고 오는 이유로 복귀가 늦어져서 프롬 여제가 대신해서 다스리고 있었다.
“모두 어서 오라.
지옥에서 고생이 많았다.”
이제 완숙한 초월자로 들어선 프롬 여제의 기세는 아직 초능력자인 그들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모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가슴에 모은 극도로 공경하는 자세로 대답한다.
“황송하옵니다. 여제 폐하.”
우렁차게 울리는 초능력자들의 목소리에 프롬 여제는 이들이 정말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일시적인 휴가라는 명목이 마음에 걸리지만 초능력자들이 돌아왔다.’
언제나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서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작은 몸이 떠올랐다.
아이언은 크롬 공주와 같이 본성의 달에 돌아가 수련에 들어가서 자리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시지?’
의문을 떠올리기 전에 이들의 복귀로 인한 조치가 먼저였다.
원래대로 되돌리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솔직히 지금의 은하제국에 초능력자 귀족이 필요 없다.
초능력자들이 필요한 이유는 초능력자 때문이다.’
은하계의 모든 초능력자가 아이언의 영웅동맹에게 포함되어 있으니 이들의 필요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마땅히 내줄 직위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 이들의 자리는 일반인 관리와 인공기계로 채워졌다.
겨우 안정되고 있는데 다시 바꿀 수는 없지.’
이런 프롬 여제의 고민은 일반 국민의 인식에도 기반을 두고 있었다.
초능력자 전부가 한동안 안 보였더니 이미 동화의 괴물수준으로 각색이 되는 실정이다.
‘국민은 이미 초능력자의 무서움을 잊었다.
관리들도 전쟁이 끝났으니 초능력자에 대해서 필요성을 잊고 있다.
과거 귀족과 동등한 대우를 하면 반드시 반발이 생긴다.’
아무런 장비를 하지 않고도 우주 전함과 동등한 능력을 갖춘 고위 초능력자의 가치는 크고도 두려운 것이다.
여기에 제국과 자신에 충성을 바쳐온 초능력자들을 내칠 수 없는 프롬 여제의 고뇌는 커졌다.
그런데, 해결책은 휴가라는 특수상황과 크림 백작이 내주었다.
“일시적인 휴가라서 국정에 복귀하지 못함을 용서하소서.”
아이언이 동맹들에 준 휴가는 언제 돌아오라는 기한이 없었다.
‘속 편하게 무기한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복귀명령이 떨어지면 돌아가야만 한다.’
프롬 여제는 바로 조치할 필요가 없음을 안도하면서 말한다.
“그러느냐?
그럼 가문과 영지를 둘러보고 푹 쉬도록 해라.
축하 연회는 정기가 끝나면 하도록 하겠다.”
제국의 귀족들에게 내린 영지나 행성들은 총독과 관리들이 대리로 관리하면서 배당금을 주는 형태였다.
‘지옥에서 모두 살아있는 것을 알기에 소유권은 온전하게 유지되게 했다.’
그러나, 가문을 유지하는 강력한 무력인 초능력자들이 자리를 비웠으니 총독과 관리들이 완벽하게 지급했을 리가 없었다.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가주가 장기간의 부재를 했다.
그럼 총독과 관리들이 다른 생각을 하기 충분하다.
배당금을 줄여도 힘이 없는 소속원들이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 리가 없지.’
프롬 여제가 알기에도 가주 만이 아는 비밀 수입이나 저축도 엄청났다.
그러니 이들이 복귀해서 그동안의 수입과 지출을 확인하는 일만으로도 며칠 밤을 새워야 함을 알기에 알현을 짧게 마친다.
“짐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즉각 보고하라.
바로 조치해 주겠노라.”
전혀 변함이 없는 배려에 초능력자 귀족들은 모두 고개를 더욱 조아렸다.
“황송하옵니다!
은하제국과 여제 폐하에게 무한한 영광이 있으라!”
그렇게 제국 초능력자 귀족들의 문제는 비교적 원활하게 풀렸다.
가문으로 돌아가서 밀린 업무가 골머리를 썩였지만, 여왕이 지지하는 초능력자들을 무시할 세력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합과 중립세력의 초능력자들은 사정이 아주 안 좋았다.
연합 소속이었던 복귀한 초능력자가 자신의 소유였던 저택 앞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역시 망했군.”
프롬 여제는 점령지의 안정화를 위해서 개인의 사유재산은 철저히 지켜주라고 지시를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명령이 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독립을 꿈꾸면서 세금도 안 내려는 총독들이 잘 지킬 리가 없지.’
강력한 초능력자인 가주에 의지하던 가문들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행방불명으로 무방비가 되어버렸으니 절호의 먹잇감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사업체부터 저택까지 빼앗고 행성에서 내쫓았겠지.’
예상은 했지만, 초능력자인 자신을 힘을 잃으니 가문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그리운 저택에 돌아오니 생판 모르는 타인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무수하게 있던 빌딩과 사업체도 처음 보는 일반인이 사장이라면서 경비병을 불러서 쫓아낸다.
초능력자인 내가 무능력자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다니 어이가 없군.’
고위 초능력자는 그 자체로 전술 병기이기에 초능력자들이 활개를 치던 전쟁 중에는 일반인은 가까이 오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단지 조금 힘이 센 깡패취급이었다.
‘이런 대접이라니?
우리가 지옥에 간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초능력자의 무서움을 잊었나?’
성질대로 마구 학살을 하기에는 영웅동맹의 낙제생이라는 입장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래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면서 천천히 사정을 확인해간다.
추적을 해보니 가족이 중대한 범죄에 연루되어서 벌금으로 모든 재산이 압류되었다고 파악이 되었다.
‘정상적으로 경매를 통해서 소유권이 넘어가서 되돌려 받지도 못한다.
경매금액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철저하게 당해버렸다.
이 정도 기반을 만드느라 안 해 본 일이 없는데 참으로 허무하구나.’
그러나, 자신이 더욱 강해져서 돌아왔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다른 행성으로 추방되었다는 가족의 안위부터 확인해야 한다.
돈이 없으니 정보망도 없다.
그러나, 영웅동맹의 낙제생에게도 신계의 지원은 있어서 가족의 행방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신계가 다행히 가족은 무사하다고 한다.
재물은 나만 무사하면 있으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게 금방 만난 가족의 몰골은 충격이었다.
다른 행성 빈민촌의 방 한 칸의 허름한 월세방에서 근근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거지 직전이군.
부자가 망하면 삼대는 간다는데 지킬 힘이 조금도 없으니 단숨에 최하류 층이 되어버렸어.’
지옥에서는 영웅동맹의 낙제생이지만, 연합에서는 나름대로 명문 가문의 가주인 초능력자의 음성이 떨린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서 사정을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그것들이 배신해!
그…그래서 재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전부 빼앗겼다는 뜻이냐?”
“크흑!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돌아온 자신을 붙잡고 우는 가족을 보는 초능력자의 눈빛은 암울했다.
‘행성 정부를 위협하는 큰 범죄에 가문이 연루되었다고?
하지만 증거는 없고, 증인만 있다.
그런데 그 증인들이 가문에 오랜 시간 봉사하면서 신뢰를 하던 직원들이다.’
가문의 중요사항을 대부분 알던 심복들의 배신은 치명적이었다.
가족도 모르는 비밀자료를 내밀면서 증언을 하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한다.
‘이놈들이 내 앞에서는 충성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배신을 준비했어.
죽고 싶었나 보구나.’
수족처럼 여기면서 신뢰하던 직원들의 배신에 모든 것을 잃은 셈이었다.
초능력자 가주의 복귀로 희망에 찬 가족을 보는 눈빛은 착잡하기만 했다.
‘빈털터리지만, 추방으로 끝냈군.
그나마 무사한 것이 다행이다.’
물론 총독이나 관리들이 마음씨가 좋아서 이들을 살려준 것은 아니다.
가문을 배신한 부하들은 자신의 몫을 받으면서 후환을 없애려면 이들을 반역죄로 전부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고, 관리들은 받아들이려고 했다.
‘반역죄와 같은 중범죄와 사형은 반드시 여왕에게까지 보고해야 한다.
제국의 법 때문에 영구추방으로 처리를 했구나.’
가족의 고자질과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
‘점령지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에메랄드 여왕의 무력이 무서워서 최소한의 선을 지킨 것뿐이군.
이러면 사정을 봐줄 필요는 없겠어.’
가족에 들어보니 처음에는 이런 강제적인 재산 강탈은 없었다고 한다.
은하제국으로 통일이 되었어도 기존의 질서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지배층도 그대로였다.
‘제국의 무서운 군사력과 여왕의 철권통치는 연합보다 통제력이 위였다.
과거보다 치안이 안정되고, 부정부패가 줄어서 경기가 부흥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러나, 우주해적단의 폭로로 에메랄드 여왕의 지배력이 흔들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은하제국의 중심인 여왕이 흔들리면 제국이 휘청거린다.
절대적인 통제력을 가졌다고 생각한 여왕과 제국의 약점을 본 총독들은 다른 생각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총독들은 초능력자들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면서 생긴 막대한 재물로 우주함대를 만들고 있다.
힘을 잃은 가족들은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
신계를 통해 파악해보니 연합과 중립지역의 다른 초능력자들도 대부분이 똑같은 입장이었다.
‘이건 내 잘못이다.
초능력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재산보다 다른 힘을 가지게 해야 했어.’
자신의 초능력으로 벌어들인 재산으로 만들어진 기반이 워낙 탄탄하니 관리만 잘하면 가족이 평생 편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오판의 결과였다.
‘어떤 재산도 힘이 없으면 빼앗기는군.
그럼 이제 약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이 정도면 인내의 한계였다.
무능력자지만, 특별하게 생각해온 가족의 처참한 모습과 울음에 저절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우둑! 우우웅!
초능력자의 증거인 후광이 머리에서 빛나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어둠을 밝히기만 하던 정도였는데 지금은 낮인데도 쳐다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밝았다.
신계의 지원을 받아서 초능력을 강화하고, 지옥에서 용자동맹과 악령들에게 단련이 된 초능력은 이미 초월자의 영역에 들어서려 하고 있었다.
‘으득! 초능력자의 힘을 보여주지.’
속으로 이를 갈면서 당장 범죄혐의를 뒤집어씌운 경찰과 저택과 사업체를 압수하고 경매 붙인 관리를 때려잡으려고 했다.
특히 배반한 부하들을 잔혹하게 처단을 할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마음속에 찬물이 확 뿌려지는 느낌이 든다.
‘으윽! 난 휴가 중이지.
지금 함부로 움직이면 큰일이 난다.’
천국의 주신전에서 거대 영웅왕 위에서 어떤 감정도 없이 무심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내려보던 주신들이 환상처럼 보였다.
그리고, 뒤에 사열해 있던 기계신이 된 일반기체를 가진 초월자들의 군단도 퍼뜩 생각이 난 것이다.
‘멋대로 움직이다가 만에 하나 그분들의 인내의 한계를 넘는 문제가 생기면 낙제생 모두에게 미래는 없었다.
보고를 하고, 허락부터 받자.’
일단 가족을 진정시키고, 몰래 가지고 있던 비상금 같은 비밀계좌를 하나 알려주어서 처소부터 옮기게 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신계를 통한 보고를 시작했다.
낙제생들은 열 명이 한 명의 일반 영웅에 소속되어 있기에 보고는 바로 이루어진다.
간략하게 상황을 연락받은 일반 영웅은 바로 대답해주었다.
“빼앗긴 재산을 되찾기 위해서 지성체들과 충돌해야 할 것 같다고?
위대하신 신계 주신이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이 가호하는 은하제국이니 너무 많이 죽이고 파괴하지 마라.
허용되는 피해 규모는 네가 배상할 수 있으면 상관없다.”
“알…알겠습니다.”
이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지극히 냉담한 반응이었다.
얼마 전까지 같은 인간이었는데 초월자가 된 일반 영웅들은 용어사용 자체가 달랐다.
‘인간이 아니라 지성체인가?
더구나, 이런 일을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하시다니?
이건 초능력자들이 무능력자를 보는 시선보다 더하다.’
대부분의 정신체가 지성체를 정기를 보충해주는 두구 정도로 인식하고 있음은 잘 안다.
그리고, 자신도 아직 지성체에 속해있기에 더욱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조심해야 해.
자칫하면 우리도 처분된다.’
너무 냉정한 조치에 당황한 낙제생의 반응을 보는 일반 영웅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들도 상황은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강제로 빼앗긴 재산을 되돌려 받으려면 무력행사는 필수적이다.’
그 와중에 많은 희생이 발생하겠지만, 이미 신계에 정식 직위를 받은 자신들의 관심 밖이었다.
‘이미 낙제생들이 은하제국에 돌아가면 소란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는 영웅왕의 주신님들에게 명확한 지침을 받아놓았다.’
주신들은 낙제생들이 휴가 기간에 사고를 치면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보증했다.
그러나, 영혼만 있으면 언제든지 부활시킬 수 있는 지성체의 생사 따위는 관심조차 없었다.
아주 간략하게 대답해주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상관하지 마라.”
“?”
일반 영웅들이 생각하기에 배상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날뛰어도 된다는 말로 들렸다.
‘우리가 당황하여 뭐라고 하기도 전에 주신님들은 눈을 감고 다시 수련에 들어가셨다.’
주신들은 이런 좋은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강해지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정확히 선을 그어준다.
“자신의 것을 지키지 못하면 영웅이라 할 수 없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아이언이 말한 영웅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최소한 부당함을 참고 견디는 인내는 아니었다.
강대한 무력으로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를 얻고도 가혹한 수련을 멈추지 않으니 분명히 마음보다 힘이 먼저였다.
‘그분에게 영웅은 자신의 의지를 세계에 관철하는 강철같은 의지와 무한한 힘의 결정체다.’
‘그래서, 이미 신족 최강의 투신이신데도 끝없이 강해지시려 한다.’
‘우리도 여기라면 더욱 강해질 수 있어.’
‘중앙 신계의 천국에 만들어진 영웅동맹 주신전과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의 기계 분신의 복제인 영웅왕의 조력이 있는데도 못하면 바보지.’
‘용자왕이 되어버린 영웅왕을 회수하기 위해 검의 주신이 전력으로 도우니 기신일체(機神一體)의 경지가 느껴진다.’
‘나도 검의 주신처럼 수십억 생명의 생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행성 신계 주신이 될 것이다.’
주신들은 원하던 직위가 경지가 눈앞에 보이니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수련 외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
‘신계를 받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강해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낙제생들이 은하제국에서 일으킬 파괴와 죽음 정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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