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흑염 세력처럼 의적의 흉내를 내서 총독의 재산을 전부 털어먹고, 극히 일부만 국민에게 뿌려서 환심을 사는 황당한 짓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최상위의 지배층들에 그것만큼 위선적인 일도 없기 때문이다.
‘휴가 기간의 연장을 위해서 영웅을 희망하는 용자나 낙제생들은 사유재산 자체를 금지한다.
어차피 기계 몸에 기체에 물질 조합장치가 있으니 먹고사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다.’
영웅동맹과 용자동맹, 악당동맹들을 통해서 착착 준비해온 영웅시대의 문은 활짝 열렸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수단으로 안되어서 신계와 연결된 수만 명의 영웅과 용자를 양산해서 그들의 삶을 기록한다는 계획이었다.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는 뽑기를 무한대의 자금으로 밀어붙이는 셈이 되었지만, 아이언은 아주 심각했다.
‘내가 관리하는 은하계이기에 영웅이 자라날 환경은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다.
이것마저 실패하면 정말 답이 없다.
그러나, 진리님의 혈족의 가호를 포기할 수 없으니 계속 시도해야 한다.’
은하제국이 성립되었으니 인간들의 영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번영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들의 삶은 도박판이지.
물질과 시간이라는 유한한 자원을 가진 지성체의 성공은 주변의 많은 타인의 실패로 이루어진다.
누군가 승진하거나 성공했다면 주변의 다른 경쟁자들이 실패했다는 뜻이니 말이야.’
성공하는 존재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실패하는 존재도 많아지니 절망이 커져만 간다.
더구나 확장하고 번영하는 은하제국에서 제대로 성공하면 일반인은 상상도 못 할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니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
‘성공한 자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삶에 대한 욕망도 더욱 커지게 되겠지.
욕망이 커졌는데 실패를 거듭하니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
은하제국의 급격한 성장과 번영 속에서 낙오한 대부분의 수많은 국민은 영웅과 용자를 바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사회변화에 대한 갈망이 극대화된다.
이건 지배층도 똑같다.
하위 지배층도 어떻게든지 상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피지배층을 쥐어짤 것이다.’
지배층이 욕망이 커지면 피지배층의 고통은 커진다.
힘겨워진 피지배층의 기원 속에서 그동안 키워온 영웅과 용자들이 쉽게 떠받들어지는 모습은 쉽게 예상된다.
‘영웅과 용자를 절실히 바라는 환경은 완벽하게 조성이 된다.
그 속에서 낙제생들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영웅이나 용자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들 중에서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의 취향에 맞는 완벽한 성공을 거둔 영웅이 한 명이라도 탄생하면 성공이다.’
실패한다면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시도해야 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기할 수는 없다.
제발 하나라도 걸려라.’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은 진리가 유일하게 특별하게 생각하는 혈족이다.
‘겨우 정신체 하나보다 특별하게 생각하는 혈족의 의뢰를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다.’
공정한 처분에 예외가 될 수 있었다.
‘진리께서 내가 혈족의 의뢰를 완수하고 보고를 준비 중이라고 판단을 하시기만 하면 된다.
잘하면 최악의 상황에도 소멸만은 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의뢰를 완수하여 소멸만은 피할 생각으로 일을 벌인 아이언의 의도를 다른 존재는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옥의 용자동맹 주둔지인 철의 요새에 도착한 사자왕 가이는 입구에서 멈추어설 수밖에 없었다.
철의 요새가 통째로 이사를 하는 것처럼 용자들과 낙제생들이 짐을 한가득 메고서 여기저기로 몰려다니고 있던 것이다.
“이게 뭐야?”
혹시 자신이 없는 사이에 다른 용자왕들이 새로운 요새를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언의 명령에 따라서 신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력이 부족하여 지옥에서 악령들에게 쫓기던 용자동맹의 낙제생들까지 받아들였더니 좁기는 했다.
그래서, 아주 들뜬 표정으로 잔뜩 짐을 메고서 옆을 스쳐 가는 용자에게 물었다.
“너희들 지금 뭐 하고 있는가?
어디의 새 주둔지로 이동을 하나?”
상대가 사자왕 가이임을 확인한 일반 용자는 고개를 숙이면서 공손하게 대답한다.
“드디어 지옥에서 해방입니다! 사자왕 가이님!”
“?”
너무나 기쁜 표정으로 대답하자 더욱 의혹이 강해진다.
‘아이언이 용자왕이 보증을 서면 휴가를 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바로 방금이었다.’
아이언은 항상 자신만을 불러서 일을 시키니 다른 용자왕에게 다른 지시가 떨어질 리가 없었다.
‘아이언은 일시적인 휴가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해방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모범적인 영웅동맹이면 모를까 불량배인 용자동맹은 어림도 없었다.
‘아이언은 신계의 정기 보급원인 은하제국을 어지럽힐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는다.
예방한다고 초능력자와 기계 인간, 개조 인간마저 정리했어.
그런데 불안하기 짝이 없는 용자동맹을 해방해준다고?
그럴 리가 있나?
아주 신이 난다는 듯이 이어지는 일반 용자의 말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이 소수만 남기고, 모두 은하제국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저희도 풀려나겠지요.
그래서 모두 짐을 싸고 있습니다.”
“!!!”
대충 사정을 파악한 사자왕 가이의 기계 몸의 심장인 갓 스톤이 폭주하듯이 마구 뛴다.
이미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은 모두 휴가를 떠난 모양인데 용자동맹에게 잘못 전해진 모양이었다.
‘이제 주제 파악도 못 하는구나.’
제국과 연합의 지배층인 초능력자도 약간 상태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일부가 지옥에 남겨진 모양이었다.
‘확실한 불안요소인 용자동맹을 해방할 리가 없다.
나도 낙제생들은 최소한 정식 용자가 될 때까지는 휴가를 못 보낸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왜 철의 요새는 철거하고 있나?”
“돌아가면 빈털터리에 빚쟁이니 도둑질을 하지 않으려면 챙겨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지옥에서 철의 요새를 저희 외에 쓰지도 않는데 남겨둘 필요가 없지요.”
지극히 당연하다는 뻔뻔한 대답이 돌아오자 할 말이 없어진 사자왕 가이는 과거의 아픔이 생각이 난다.
‘내가 철의 요새를 지을 물자를 신계로부터 받으려고 얼마나 힘들었던가?’
용자동맹의 운영에 신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추가지원을 받을 사유는 당연히 합리적이고 명확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 조정권이 있는 다른 간부들을 설득해서 동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회의장에서 내가 결정권을 가진 간부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살다가 그런 고역은 처음 당해보았다.’
지옥에서 악령들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는 요새는 필요했다.
그래서, 극도로 용자동맹을 싫어하는 검의 주신에게까지 직접 부탁을 했을 정도였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지독한 경험이었다.
그런데도 이제 사용하지 않는다고 값진 것을 뜯어내느라 난장판이 되어가는 나의 철의 요새가 보인다.’
힘들여 만든 보금자리가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니 철없는 가족에 의해 고철로 철거가 되어서 헐값에 팔리기 직전이라는 황당한 광경을 보는 심정이었다.
지금도 최악의 기분인데 누군가가 총을 허공에 대고 난사를 시작했다.
우르르르르르-! 탕! 탕!
그것이 시작이었다.
금방 마치 폭죽놀이를 하듯이 철의 요새의 하늘은 포화로 뒤덮인다.
그 속에서 미친 듯이 웃어대는 목소리와 욕설이 들려온다.
“크하하하하! 안녕이다! 빌어먹을 지옥이여!”
“우리 만나서 기분 더러웠다.
다신 보지 말자.”
“난 이제 착하게 살아서 천국으로 갈 거야.
다신 네놈들은 안 봐.”
“어이구? 네가? 참 그럴 수 있겠다.”
“카카카카카! 물론 나도 나를 안 믿는다.
지금의 마음만 그렇다는 거지.”
“푸하하하하! 그게 정답이네.”
천국과 지옥에 영혼이 어떻게 오고 나가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일반 용자라면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신계의 지원을 받는 정식 조종자라면 천국과 지옥에 관해서 전해지는 법칙은 모두 알고 있었다.
‘천국에 있는 영혼이 지옥에 떨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지옥에 갔던 영혼이 천국에 오는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반복이 신의 가호가 없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걸 모르다니 정식 용자가 아니구나.’
그럼 낙제생밖에 남지 않는다.
‘그럼 기체가 없는 낙제생들까지 감히 철의 요새에서 날뛰고 있는가?
같은 개조 인간이 부랑아와 난민처럼 떠돌기에 불쌍해서 받아주었더니 결국 이 꼴이구나.’
점점 울화가 치밀어오르는 사자왕 가이였다.
‘게다가 마음대로 뜯어서 챙긴다고?
이것들이 감히!’
옆에서 해방이라고 기뻐하면서 대답하던 일반 용자는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재빨리 도망을 쳤다.
일단 사태수습을 위해서 냉정해지려는 사자왕 가이는 청각을 강화해서 낙제생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들었다.
역시 지극히 한심한 대화가 들려온다.
“학교에서 낙제해서 쫓겨났는데 지옥에서도 낙제생이야!”
“퉤퉤퉤! 하여간 잘난 척하는 놈들에게 배우면 재수가 없어.”
“그래도 엄청나게 강해졌다.
이제는 은하제국의 군대도 무섭지 않다.”
역시 지성체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대해진 자신들의 힘은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쓰려고 생각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세계는 불공평해.”
“있는 자에게만 자비롭고 없는 자에게는 잔혹해.”
“은하제국으로 돌아가면 우리의 힘으로 바꾸어야 해.”
겨우 용자동맹의 낙제생 주제에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이 가호하는 은하제국을 힘으로 바꾸겠다니 기가 찬 소리였다.
‘아마 벌레처럼 밟아 버릴 것이다.
무지(無智)도 이 정도면 예술이다.’
자신과 관계가 없다면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한심한 소리였다.
여기에 우려대로 은행부터 몰래 털어서 빚을 갚고 화끈하게 놀아보자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본성의 중앙은행에 금괴와 희귀금속이 수천 톤이 쌓여있다지?”
“흐흐흐! 그것부터 구경을 해보자고.”
이제 사자왕 가이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품어져 나온다.
‘저 자식들이 사고를 치면 뒷감당을 내가 해야 해.’
자신이 직접 한 일이 아니라고 책임을 못 지겠다고 버티면 아이언이 어떻게 나올지는 뻔했다.
‘죽지도 못하고 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두들겨 맞겠지.’
인사를 안 했다고 투기로 얻어 맞고 행성을 한 바퀴 돌고 온 직후였다.
무례하다고 가슴에 구멍을 냈으니 명령을 거부하면 진짜로 조각나서 쓰레기장에 버려지는 수가 있었다.
‘감히! 누구를 고철로 만들어 소멸시키려고?’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