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이언의 힘의 근원과 정체를 알고 싶은 자신의 욕심으로 이렇게 되었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다만 그렇게 된 사실을 모르는 프롬 여제가 저렇게 친근하게 밀착을 하니 머리만 아픈 크롬 공주였다.
‘이걸 어쩌지?’
초월자의 신체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유지하기에 프롬 여제도 처녀 시절의 신체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머리 색깔만 다른 자매처럼 보일 정도야.’
젊어졌기에 성욕까지 되살아났다는 사실은 아이언을 안고 있는 손이 조금씩 여기저기 쓰다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미 내가 그런 관계가 되었다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어.’
처녀는 아니지만, 그 이상의 행위를 했다고 말하면 엄청나게 실망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프롬 여제의 품에서 잠시 있던 아이언은 전방에 가벼운 방어막을 깔면서 말했다.
“왔네요.”
“?”
방어막이 확실히 모습을 드러낸 순간 여왕의 의자 뒤의 벽에서 굉음이 울렸다.
꽈꽝!
팔을 활짝 편 사람 모양의 구멍을 뚫으면서 사자왕 가이가 원래 있던 자리로 날아왔다.
절묘한 힘의 조절로 본성의 한 바퀴를 돌려버린 것이다.
두우우웅-!
정신을 잃지 않았는지 바둥거리던 사자왕 가이는 방어막에 받아져서 원래 있던 그 자리에 세워졌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 한가운데 뚫린 구멍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헉! 직접 타격도 아니고 겨우 충격파로 용자왕과 같은 재질인 내 몸에 구멍을 내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사자왕 가이는 용자왕과 기신일체(機神一體)를 한 증거로 아이언에게 특수금속을 만들어진 새로운 기계 몸체를 받았다.
‘새로운 기계 몸은 영웅동맹의 주신들이 같은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신기를 들고 공격을 퍼부어도 작은 상처만 난다.’
그런데 아이언의 앞에서는 종이보다 못한 것이다.
영웅동맹의 주신들과 대등하게 싸우면서 생긴 신족을 얕보던 마음이 싹 사라진다.
‘창조신과 주신의 차이가 이렇게 크나?’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이언의 황금빛의 불길이 일렁이는 눈빛을 본 순간 몸과 마음이 완전히 굳어진다.
눈동자 깊숙이 타오르는 불길은 성스러운 황금빛이다.
그러나, 지독한 살기와 투기가 융합되어서 영혼을 송두리째 태울 듯이 거세게 타오르는 파괴의 화신으로 보이게 한다.
‘도…도대체 얼마의 피와 전투를 겪었기에 이런 살기와 투기를 보일 수가 있지?’
사자왕 가이는 용병이었기에 전쟁터에서 수많은 전투광이나 살인광을 보아왔다.
여기에 흑염 도적단이란 어마어마한 투기를 내뿜는 고위 정신체와도 싸워봤지만, 지금의 아이언에게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한 기세였다.
머릿속에서 하나의 문장이 공포로서 아로새겨진다.
‘거역하는 모든 존재를 태우고 부수어 버리는 진정한 파괴신.’
아이언 앞에서 아무리 창조신조차 쉽게 파괴할 수 없는 장갑을 가진 용자왕을 가졌다고 해도 상대할 수 없음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용자동맹 모두에게 설치된 자폭장치를 떠올리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사자왕 가이는 결국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용…용자동맹 사자왕 가이.
일천 은하계의 신계 주신이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영웅동맹의 검의 주신처럼 찬사나 수식어는 없지만, 정확하게 신계의 예법에 맞는 인사였다.
그러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묻는다.
“기신일체(機神一體)를 한 용자왕의 수는 몇 명이냐?”
영웅동맹과 똑같은 질문이었고 대답도 거의 같았다.
“저 외에는 아직 없습니다.”
수만 명의 개조인간 중에는 주신들이 몰고 나온 영웅왕을 빼앗아서 용자왕이 된 존재는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 세 명이다.
그러니 사자왕 가이를 제외한 두 명은 아직 완벽하게 다루지 못한다는 대답이었다.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훗! 그럼 아직도 검의 주신과 너의 일 대 일의 대결로 승부가 결정 나겠군?
영웅동맹은 영웅왕을 더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대략 전력이 비슷하겠어.
능력은 부족하지만, 실전경험이 많은 용자동맹이 우위이겠구나.”
“….”
기세에 밀려서 단 한 번 본진을 뺏긴 적이 있었다.
그 직후에 여기저기서 들개떼처럼 덤벼드는 악당동맹의 악령들과 정체불명의 함대에 지독하게 고생한 용자동맹이었다.
‘그 이후로는 철의 요새를 만들고 무너진 적이 없으니 확실히 맞는 말이다.’
잠시 각 동맹의 전력을 계산한 아이언은 지시한다.
“이 정도면 시작해도 되겠군.
영웅동맹에 임무를 주었다.
그러니 용자동맹은 휴가를 주겠다.”
“!?”
갑자기 휴가라는 소리를 들은 사자왕 가이는 지금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이언에게 충성을 맹세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지옥을 못 벗어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해방된 것이다.
그러나, 기뻐하기도 전에 다음 말에 안색이 굳었다.
“낙제생들은 휴가 열외다.
당연한 일이지.”
용자동맹은 낙제생들이 구 할이 넘는다.
일반기체도 못 받아서 지옥에서 고생 중인데 나머지 일 할이 휴가라고 지옥에서 벗어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눈에 보였다.
‘폭동을 벌이겠군.
철의 요새가 위험해.’
폭동을 벌여서 지옥의 악령으로부터 보호를 제공하는 철의 요새를 부수어 보았자 자신들만 고생이다.
‘그런 상식을 고려하고 움직일 놈들이 아니다.’
지금도 철의 요새로 인하여 조금 안전해지니 서로 서열 싸움을 한다고 사고를 쳐대는 중이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용자왕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엉망이었다.
‘크림 백작이라는 확실한 지주가 있는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은 모르겠지만, 용자동맹은 절망적이야.
이제까지 개조 인간들의 특성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모아놓고 보니 정말 가관이다.’
자신도 개조 인간이지만, 어디까지나 고아원을 지탱하기 위해서 자원을 해서 된 경우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개조 인간들은 달랐다.
‘단지 강해지고 싶고, 더욱 큰 힘을 위해서 육체를 개조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존재들을 한군데에 모여있으니 조용할 리가 없지.
왜 아이언이 개조 인간들을 전부 지옥에 가두어 놓았는지 이해가 될 정도야.’
초능력자 다음으로 강력한 것이 기계 인간, 그다음에 개조 인간이다.
가장 약한 개조 인간조차 숙련된 용병이라면 군대가 아니면 이길 수 없다.
‘아이언은 초능력자를 천국으로 소환하고, 기계 인간들을 치워서 은하계를 통일했다.’
그런 와중에 평범한 인간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개조 인간들이 눈에 띄니 내버려 둘 수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 세 부류는 일반인이 중화기를 가지지 않으면 제압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이런 힘을 가진 존재들은 전쟁에서만 살 수 있지 평화로운 세상에서 적응할 리가 없다.
지금처럼 어떻게든 적을 만들고,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서 범죄를 일삼을 것이다.’
강력한 지배층이 일으킬 반란을 미리 막는다는 명분이었으니 개조 인간들로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개조 인간들은 대표적인 하위층이었다.
돈이 있다면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지 불완전한 개조 인간이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초능력자처럼 지배층도 아닌 자신들을 왜 지옥에 끌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하고 있지.’
그러자 아주 경험 많은 용병 개조 인간이 피식 웃으면서 한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전쟁에서는 강자가 우대를 받는다.
그러나, 평화로운 시절에는 강자나 똑똑한 존재는 적을수록 좋아.
잘 다스리는 왕 이외에 모두가 행복한 바보가 되면 바로 평화가 온다.
그것이 강자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거짓이라도 말이야.’
아이언이 은하제국에서 문제를 일으킬만한 강자들을 싹 제거했다는 뜻이었다.
‘결과적으로 개조 인간들은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에게 강하고 똑똑하다고 인정을 받은 셈이다.’
그 결과로 지옥에 갇혀있으니 차라리 다른 초능력자나 기계 인간들처럼 무시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골치 아픈 낙제생들을 어떻게 달래고 휴가를 갈지 고민을 시작한다.
‘나도 너무 오래 보육원을 가보지 못해서 꼭 가보고 싶다.’
그런데 아이언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용자동맹의 정식 조종자들은 용자왕들이 선별을 해서 휴가를 보내라.
만약 휴가 기간에 사고를 치면 책임을 휴가를 보낸 용자왕에게 묻겠노라.
지휘책임이니 이것도 당연한 일이다.
낙제생들도 용자왕들이 공동보증을 선다면 허락을 하지.”
“!?”
용자동맹의 정식 조종자도 일만이 넘는다.
그들 모두의 성향은 절대로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이언이 말한 사고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개조인간 일만 명이 지옥에서 얻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고향에 가서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다.’
더구나, 용자왕에게 책임을 묻겠다니 판단이 바뀐다.
‘이건 함부로 못 보내.
잘 선별하자.’
사자왕 가이가 그래도 믿을만한 정식 조종자들을 몇 명을 떠올렸다.
철의 요새에 만들고 지키는데 성과를 올린 모범 조종자였다.
‘포상 휴가의 개념으로 명단을 짜보자.’
그러나, 다음 말에 바로 모두를 명단에서 지운다.
“휴가 기간에 누구 하나라도 사고를 치면 전원 복귀다.
용자왕들도 사람을 잘못 본 부족한 안목에 대해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
같은 개조 인간에 용병 출신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공동보증을 해줄 만큼 믿을 놈들이 절대로 아니었다.
절망적인 힘의 격차는 알지만, 사자왕 가이는 은은한 분노를 품어내면서 질문했다.
“용자동맹은 휴가를 가지 말라는 뜻입니까?
차라리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 말에 아이언은 환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아공간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서 던졌다.
좌르르르르르르르-!
거기에는 수만 명이 넘는 엄청난 숫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 익숙해진 몇 명이 보이니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영웅동맹, 그리고 후보생들인가?’
명단의 마지막에 크림 백작의 이름이 적혀있었으니 확실했다.
“방금 천국에서 도착한 휴가요청 문서다.
영웅동맹의 정식 조종자들은 임무에 투입했지만, 낙제생들은 너희와 똑같이 대부분이 휴가를 받았다.
검의 주신과 주신들이 모두 공동보증을 했지.”
“윽!”
과연 문서의 마지막에 찬란하게 빛나는 신력 서명들이 있었다.
수만 명을 휴가를 보내는 데 보증을 서라는 데도 저렇게 쉽게 서명하다니 저절로 인상이 일그러지는 사자왕 가이였다.
물론 할 말은 있었다.
‘그것들은 사고를 칠 필요 자체가 없다고!
이미 다 가지고 있잖아!’
솔직하게 말하면 용자동맹을 욕되게 하는 말이기에 목까지 치밀어오른 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쏟아지는 추궁을 감당해야 했다.
“검의 주신은 하는데 사자왕인 너는 보증을 왜 못해?
똑같은 대표로서 권한을 주었다.
너는 용자동맹의 지휘하는 용자왕이면서 부하 용자들을 왜 못 믿어?
같은 전우이자 동료가 아니야?
항상 강조하던 의리와 우정은 어디 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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