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469화 (1,380/2,000)

34권 35권

신계의 지원과 통제를 거부하고 폭주하는 고위 신족의 마지막은 항상 행성을 통째로 파괴해서 흡수하는 파괴신이었다.

그래서, 일족의 오리진은 주신 주제에 미쳤으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수치라고 분노했다.

하지만, 직접 나설 수는 없다.

‘아무리 오리진이라고 해도 같은 권능을 가진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주신은 직접 처단하기가 영 꺼림칙하지.

같은 권능이면 효과가 떨어진다.

먼저 지치면 오히려 당한다.’

일족의 주신들을 동원하려 해도 무리였다.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을 획득한 주신은 위성만큼 키운 신체로 행성 포식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거구에는 어지간한 숫자의 고위신들의 공격이 통할 리가 없었다.

‘이미 파괴신 직전이었기에 잘못하면 일족이 거꾸로 먹힐 수도 있다.’

그래서, 오리진은 전뇌계를 통해서 그 주신의 목에 막대한 현상금을 걸어버린다.

머리만 잘라오면 대가를 지급할테니, 신체는 마음대로 하라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나만이 아니라 전뇌계에 연결되어있던 주신급 이상의 용병신들이 모두 환호할 정도로 거액이었기에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더구나, 박살을 낸 신체를 나누어 가져가도 상관없다니 당연히 모두 참전했다.’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을 만들어내는 신체는 영구동력과 같아서 그 자체로 엄청난 보물이었다.

아이언이 마도와 권능을 이용하여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에게 걸어준 수동적인 불사불멸(不死不滅)과는 수준과 가치가 달랐다.

‘내가 죽거나 사라지면 동맹에 걸린 불사불멸(不死不滅)은 완전히 사라진다.

내 권능과 마도로 발생 된 죽음과 소멸에 대한 일시적인 현실부정에 지나지 않아.’

동맹의 소속원을 획득해서 연구해도 현실부정의 마도와 차원권능이 발동된 흔적만이 발견되니 재현은 무리였다.

그러나, 불사불멸(不死不滅)을 스스로 구현한 주신의 신체는 그 자체로 유지가 된다.

‘신체를 신기로 만들던가 아니면 약간만 흡수할 수 있어도 엄청난 권능의 진보를 이룬다.

잘하면 영원히 죽지도 소멸하지도 않을 수 있으니 그 당시의 나에게는 목숨을 걸 가치가 있었다.’

오래간만에 엄청난 대가와 보상이 걸린 의뢰였다.

‘머리를 가져가야 하는 의뢰달성의 대가를 얻지 못해도 신체 일부만 얻어서 팔아도 남는 장사였지.’

전뇌계와 계약한 주신급 용병신들이 모두 집결해서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신체로 무한증식을 시작하던 주신을 포위했다.

‘한두 명씩 나타날 때는 가소롭다고 냉소하던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주신도 그 수가 일천도 아닌 일만이 넘어가자 하얗게 질렸다.’

하위신도 아닌 신계에서도 몇 명 없는 주신급 용병신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때 모든 시야에 주신급 용병신들이 가득 찼군.

최종 숫자가 이만이었던가?

한 명으로도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주신급 용병신들이 진짜 더럽게 많구나.

더구나, 그들은 전뇌계가 부여하는 위험한 임무를 전부 겪고도 살아남은 진정한 투신들이다.’

차원의 마도신은 광역권능과 마도 때문에 주로 혼자서 의뢰를 받고 활동했다.

의뢰를 받은 신계나 마계에 도착해도 같은 용병신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전뇌계가 관리하는 주신급 용병신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깜짝 놀랄 정도였다.

‘차원의 마도신이 언제인가는 힘든 의뢰만 주고 죽을 장소로 몰아넣기만 하는 전뇌계에 복수하겠다는 생각을 이때 접었군.

현상금의 대상이 되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 말이야.’

여기에 저들의 개인 능력은 그 당시의 자신에게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초월권능은 기본으로 가지고, 신기도 모두 불사(不死)와 불멸(不滅)의 파괴에 특화된 초일류로 맞추었다.

아무리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을 가졌어도 도저히 이길 수 있는 전투가 아니었어.’

불사불멸(不死不滅)이라고 자랑하던 주신의 신체도 수많은 신기의 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용병신들에게 갈가리 찢긴다.

어떤 창조신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던 위성 크기의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주신이 싸우다가 비명을 지르면서 도주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뒤를 악착같이 쫓아간 수많은 용병신들이 휘두르는 신기로 인하여 산산이 조각나고 분해되어버린다.

‘코끼리가 개미에게 해체되는 광경과 비슷하군.’

용병신들은 귀한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이 걸린 주신의 신체 그 자체가 목적이었으니 용서가 없었다.

‘신체는 모두 참전한 용병신들이 나누어 가졌다.

그리거, 오리진에게 머리만 배달된 그 주신의 최후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신체는 절대계와 주우주에 뿔뿔이 흩어져서 흔적도 없어졌다고 한다.

차원의 마도신도 워낙 강력한 신들의 수가 많아서 눈치를 보지 않고 마구 날뛰면서 한몫 단단히 잡았다고 하니 아주 좋은 기억이었다.

‘비록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을 흡수하지 못했지만, 근원의 칭호를 강화했다.

그리고, 신체 일부를 전뇌계에 팔아서 크게 챙겼군.’

차원의 마도신은 처음 얻은 엄청난 정기에 만족해서 고향별로 돌아간다.

그리고, 여유를 되찾고 대수림(大樹林) 밖으로 자신의 뿌리인 부모와 나라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났다.

거기에서 큰 실수를 범하지만 않았다면 아주 좋은 일이었다.

‘흑마도사 출신의 마도신이면서 신족이 지배하는 중간계에서 부모를 찾는다고 설치고 다닌 덕분에 신계에 발각되었다.

덕분에 완벽하게 신생이 꼬였다고 하던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상황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근원학파는 흑마도사에서 정점에 가까운 학파다.

그것만으로도 카르마의 부정에 제한이 심각하게 걸려있었는데 신계와 맺은 흑마도사의 종주 직위를 강제로 부여하는 사기계약은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마도신이 처음 되었을 때도 흑마도사라서 카르마의 부정에 극심하게 걸려있었다.

그런데 신계와 잘 못 계약을 해서 흑마도사의 종주가 되는 바람에 이름을 봉인해야 했다.

갈수록 흑마술사들이 쌓은 악행이 많아지자, 복원을 영원히 포기해 버린다.

진정한 고생길의 시작이었군.

원래 이름만 멀쩡했다면 정체 모를 마도신이라고 여기저기서 의심을 받고 구박받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후회되는 과거지만 마음이 아프지는 않다.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전달받는 기억은 체험이 아닌 고작 영상을 지켜보는 정도이니 충격을 받을 리가 없다.

‘아주 아쉽기는 하지만, 어차피 내게는 단지 기록을 읽을 정도니 감정이입이 안되는군.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쓸데없는 후회이다.’

지금 상황에 참고할만한 과거의 기억자료에 불과했다.

불사불멸(不死不滅)에 걸린 장단점을 전부 확인한 아이언은 고개를 흔들고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은 이 우주 해적들부터 처리하자.’

신의 방식으로 본업인 위험한 약탈 대신에 분란을 일으키고 대가를 받는 비겁하고 안전한 길을 선택한 우주해적단을 처벌할 수단을 고민하는 아이언이었다.

그런데, 외부에서 보물이 어디 있을까 고민하던 에메랄드 여왕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우주 해적함대의 굉장히 두툼해진 외부 장갑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왜 이렇게 중장갑으로 개조했지?

기동력과 화력을 살리기 위해서 대부분 전함으로 만들었지 돌격함은 아니다.

아무리 개조를 했어도 너무 장갑이 두꺼워.’

그녀가 아는 우주 해적은 절대로 저렇게 무식할 정도로 두꺼운 장갑을 선호하지 않는다.

먹잇감이 눈치를 못 채게 빠른 습격을 해야 하고, 토벌함대의 추적으로부터 도주를 위해서 탁월한 기동성과 화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우주 해적들에게 장갑은 의미가 없다.

날렵한 강습형 전함만을 선호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해적함들의 이상함은 그것만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모두가 추가장갑이 너무 많아.’

정면승부는 무리인 제국과 연합의 토벌함대와 전투를 피하려면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서 장갑을 거의 제거하여 마치 칼처럼 보였던 과거의 우주 해적함들과 지금의 모습은 매우 달랐다.

‘추가장갑을 너무 추가해서 뚱뚱해 보일 정도야.

이러면 기동성이 많이 떨어지는데 왜 이렇게 했지?’

추가장갑을 엄청나게 많이 붙여서 이제 달걀처럼 보이는 해적 두목의 기함을 직접 손으로 가리키면서 지시한다.

“너 추가장갑을 해제하라.”

“예!”

퀸 엘리자베스호의 직접 명령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지 힘차게 대답한 해적의 기함이 바로 따른다.

뚜! 땅! 땅!

기함의 인공 자아가 생각하기에 아주 무거워서 거추장스럽던 추가장갑을 해제한다.

그러자, 끝이 창끝처럼 날카롭고 몸체가 창대처럼 아주 날렵한 완벽한 강습형 전함의 모습이 드러난다.

기동성을 극한으로 살리기 위해서 장갑을 극도로 배제한 그 모습은 한 자루의 창과 같았다.

‘본 스피어’

우주 해적함 중에서 최고속의 전함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는 한 은하계에서 최고로 빠른 전함이었다.

‘해골 창의 원래 모습은 변함이 없구나.

저 날카로운 창끝에 수많은 함과 요새가 관통되었지.’

그녀는 초고속으로 가속한 저 기함이 수송선이나 요새가 대비하기도 전에 방어와 장갑을 관통하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

본 스피어의 선미가 적의 장갑을 관통한 이후 내부에 초능력자들을 풀어서 제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보는 반가운 우주해적단의 기함이지만, 에메랄드 여왕의 눈빛은 사나워졌다.

비밀기지 안은 무중력이라서 해제된 추가장갑이 둥둥 떠다니는데 안쪽에서 찾고 있던 보물들이 빛을 뿌린 탓이다.

“역시 보물을 추가장갑으로 만들어 감싸고 다녔구나.”

원하는 대로 은하제국의 기반시설을 만들어 줄 우주해적단의 보물을 얻었지만, 왠지 허탈해진 에메랄드 여왕이었다.

보물을 보관하던 추가장갑이 사라진 우주 해적의 기함이 보기에도 등골이 싸늘한 맹수라면 다른 뚱뚱한 우주 해적함들의 모습은 살진 돼지로 보인 탓이다.

“과거 은하계를 압제와 전쟁에서 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용맹하게 싸우던 투사였던 우주해적단이 아니다.

이제는 무기 대신에 보석과 황금을 주렁주렁 매단 추한 졸부로구나.”

추가장갑을 장착한 모든 우주 해적함들이 이렇게 보물을 숨겼다면 거의 전부를 찾은 셈이다.

보물을 얻었으니 이제 동면하고 있는 해적들을 깨울 필요도 없었다.

이제 어떻게 처벌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에메랄드 여왕의 눈빛이 한없이 사나워져만 갔다.

“왜 동료였던 나를 한마디의 말도 없이 배신했는지 잘 알겠다.

살인은 용서해도 동료만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해적의 의리를 잊을 정도로 타락했구나.”

과거 동료의 타락에 화를 내기 시작하는 에메랄드 여왕의 모습을 아이언은 즐겁게 지켜보고 있었다.

‘제대로 처벌할 모양이군.

이미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축복과 저주를 걸었으니 어떤 처벌을 하든지 나와는 상관은 없다.

에메랄드 여왕의 임기가 끝나는 오십 년이 지나면 너희는 무조건 지옥이다.

초월자가 될 때까지 철저히 단련시켜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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