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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배신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방문하지 않고, 연락조차 거부할 리는 없다.
그러나, 배신한 가족과 부하들을 위해서 감옥에 들어온 검편 아스나스에게 이런 사태를 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는 당연히 없었다.
‘만약 내가 알게 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모두 숨기고 있다.
그러나, 배신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나를 찾아오지 않을 리 없다.’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억지로 눌러놓았던 분노가 폭발 직전인데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거기에 불을 붙인다.
“그러게 객관적인 조언을 들어가면서 일을 추진하셨어야지요.
혼자 고민하다 감정에 휘말려 덜컥 결정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건 스스로 불러들인 사고입니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희생하니 이렇게 되지 않습니까?
부정이나 배신을 하지 못하게 아예 정조대와 제약을 거셨어야지요.”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정확한 지적이었고 속마음이었다.
‘그 점을 후회하고 있었다.
감정을 믿는 것이 아니었어.’
그러나, 아무리 올바른 충고나 확실한 조언도 상황과 말하는 상대에 따라서 반응이 다르다.
아무런 배려 없이 마구 쏟아지는 막말에 오랫동안 눌러온 감정이 터진 검편 아스나스였다.
찰칵-! 스르르르르르릉!
완전히 뽑힌 박쥐의 검의 검은 검날이 휘둘러져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를 난자한다.
절대로 알고 싶지 않던 사실을 눈앞에서 말해준 대가였다.
“닥쳐라!”
사가가가가가가가가가-!
이번에도 투기로 신체 강화를 하여 대비한 것처럼 보였지만, 완전히 뽑힌 박쥐의 검은 이제까지와 위력 자체가 달랐다.
스사사사사사사사사사-!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신체가 마치 무를 채로 써는 것처럼 다리부터 아주 얇게 잘려나간다.
그런데 이것도 검편(劍?) 아스나스에게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전신을 난자하는 공격을 하체를 희생해서 상체를 피해내고 있다.
무슨 회피력이 이렇게 높지?’
몸의 절반이 잘리고 있는데도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입은 쉬지 않았다.
“진실을 말하면 항상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오시니까 난제가 되었지요.
문제 해결을 스스로 막고 계신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는지요.”
“….”
이렇게 절단되면 분명 엄청난 고통이 있을 것인데 마치 남의 몸인 것처럼 태연하니 베고 있는 검편 아스나스가 질릴 지경이었다.
상식적으로는 사실을 알려주었으니 감사를 해야 하지만, 박쥐의 검을 계속 휘둘러서 지금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려 한다.
‘감옥에 간 남편을 버리고 다른 지배층과 바람이 난 아내.’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상급자의 적대 세력에 붙은 부하들.’
희생까지 감수할 정도로 소중했던 존재들이 자신이 감옥에 갇히자마자 바로 배신한 것이다.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미 가족과 부하들이 지배층에 편입되는 대신 자신은 감옥에 들어가는 계약에 묶인 몸이었다.
계약을 무시하고 직접 나서면 바로 처단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그동안 쌓아온 정이 너무나 컸다.
어떻게든 직접 만나 설득해서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반대자와 배신자를 전부 죽이고 일족을 제압하면 간단하다,
그러나, 나를 외면했다고 해도 과거에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감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연락도 되지 않은 가족과 부하들이 지배층의 무의미한 화려함에 물들어서 점점 상황이 악화하여 간다는 간접적인 보고만이 올라오기만 한다.
반려가 떳떳하게 애인들을 만들고 다닌다는 말에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으득! 부디 선을 넘지 마라.
그럼 되돌림도 불가능해.’
이런 부끄러운 개인 사정에 외부의 개입은 용서할 수가 없다.
‘배신자는 당연히 죽음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내 가족과 심복이라면 분노를 참을 수 없다.’
몇몇이 임용을 조건으로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엄중한 경고를 하고 물러나게 한 이유였다.
‘소중한 존재의 배신 회복.’
이것이 절대계 최강인 황금의 절대자와 신족을 대표하는 대신(大神)조차 어쩌지 못한 난제의 정체였다.
지성체라면 간단하게 재판하고 위자료 받으면 끝날 일이 상대가 십중심 검편이 되니 아무도 건들 수 없는 위험천만한 폭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에게는 너무나 쉬운 문제였다.
“저와 계약하시지요.
고객님은 창조주!
만족스럽게 싹 처리해드립니다.”
하체가 거의 썰렸는데도 이렇게 나오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가족과 부하의 배신 처분을 남에게 넘길 생각이 없는 검편 아스나스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드디어 진심이 나왔다.
“이걸 맞고도 네가 무사하면 계약하겠다.”
검편 아스나스는 이미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급소를 알아냈다.
박쥐의 검의 공세를 하체를 희생하면서 상체, 특히 머리를 집중해서 막아내고 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너의 약점은 머리로구나.’
오오오오오오오옹-!
박쥐의 검의 손잡이가 울부짖으면서 초진동 무형칼날이 몇 배로 증폭이 된다.
두가가가가가-!
동시에 검집이 삼각형의 조각들로 분해되어 투기의 집합체가 되어서 검날과 결합이 되었다.
위이이이잉!
드디어 드러난 박쥐의 검의 진실한 모습은 체인톱처럼 투기의 칼날이 검날을 타고 맹렬하게 회전하는 모습이었다.
처음 보는 박쥐의 검의 형태에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라?
굉장히 위험해 보입니다.”
박쥐의 검의 전력전개는 무형이 가진 은밀함과 절삭력을 버리고 모든 물질과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흉악한 파괴력을 가진 투기 톱날의 마검이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는다.
“계약을 위해서 받아들이지요.”
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정신체의 인지를 벗어난 초고속의 검술을 휘두르는 검편 아스나스에 의해서 드러난 톱날의 검은 바로 사라졌다.
슉-!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나는 박쥐처럼 아스나스의 모습까지 사라지고, 소름 끼치는 침묵 속에서 차가운 기합이 울린다.
“머리!”
갑자기 하늘로부터 나타나 땅으로 떨어진 박쥐의 검의 톱날들은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신체를 정수리부터 사타구니를 정확히 양단한다.
투각-! 푸가가가가-!
피와 근육이 톱날 검에 말려 들어가서 분쇄되는 끔찍한 소리가 울린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치명적인 급소를 지나갈 때마다 착실하게 십자 형태로 가로 베기를 해서 분쇄한다.
“목! 심장! 배!”
톱날 검이 뼈를 자르기보다 으깨고 근육과 장기를 뭉갠다.
그제야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박쥐의 검의 진정한 용도를 알 수 있었다.
‘불사체(不死體)의 처리에 특화된 파괴검이었군.
깨끗하면 잘리면 재생이 쉽지만, 이런 식으로 불규칙하게 파괴를 하면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근원(根源)의 생명력이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투기가 집중된 투기 톱날들이 이제까지처럼 베이는 순간 붙지 못하게 만들고 재생권능을 분쇄한다.
‘호오? 재생력을 특화한 나와는 상극이군.’
몸의 절반이 잘려져서 산산이 으깨지고 있지만, 얼굴에는 웃음만이 감돌았다.
‘지금이라면 내 생존력이 더 위다.
이 정도로 죽을 정도로 쉽게 살지는 않았지.’
투가가-! 푸학-!
투기로 만들어진 톱니가 상대의 신체와 권능과 마도를 남김없이 부수는 것을 느낀 검편 아스나스는 이번에야말로 상대를 끝장냈음을 확신했다.
생명이 초진동 칼날에 분해되어 사라지는 익숙한 느낌이 전해져 온 것이다.
‘끝났다.
황금의 절대자가 자기 부하를 죽였다고 항의를 해오겠지만, 상황을 설명하면 이해하겠지.
그래도 안 된다면 한 번 정도는 힘을 빌려주자.’
나중의 정치적인 일까지 생각하면서 산산조각이 나서 소멸하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최후를 확인했다.
이렇게까지 열 받게 한 존재는 정말 오래 만이어서 마지막을 확실히 눈에 담아놓으려고 한 것이다.
‘정말 이상한 창조신이었다.
신족에 이 정도의 강자를 만들 저력이 있었던가?
창조주의 직속이라고 거드름만 부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런데 시체가 조금 이상했다.
처참하게 몇 조각으로 으깨지고 낭자하게 피가 흐르는 시체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치치치치-! 치칙-!
절단면에서 흐르는 피와 잘린 근육은 분명 생체였으나 내부는 기계였다.
단숨에 자신이 벤 물체의 정체를 파악한 검편 아스나스는 경악했다.
‘내장 대신 비슷한 모양의 기계부품이 있고 골격도 뼈와 비슷한 금속이다.
그럼 기계 분신?
어느 틈에?’
파파파파-! 파파파파-!
몇 조각이 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기계 분신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쇳소리를 낸다.
치이이이이이-! 구궁-!
여기에 점멸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바로 다음 상황이 예상되었다.
“자폭?”
십중심과 싸울 수 있는 존재의 기계 분신이 터지면 어느 정도의 위력이 나올지 계산을 한 검편 아스나스는 다급해졌다.
‘항성계 이상의 범위가 소멸이 된다!
그 안에 존재 자체를 베어야 해.’
박쥐의 검으로 자폭하려는 신체를 완전히 분쇄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폭발이 먼저였다.
꽈꽈꽈꽝-!
감옥행성을 삼키려던 신력태양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이렇게 터진 이상 검으로 베어서 취소시킬 수 없음을 깨달은 아스나스는 입을 크게 열면서 외쳤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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