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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체는 신체를 죽이고, 신령을 소멸시켜야 끝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황금족의 권능이 신족의 권능을 능가하기에 생긴 문제였다.
더구나 황금세력에게 자신들조차 위협하는 막강한 강자가 추가되었다.
그는 절대계 최강의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였다.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에게 흑염의 절대자가 가세한 이상 수의 우위도 무의미해져요.’
‘우리의 권능이 황금의 절대자에게 봉쇄되면 절대적인 완력과 파괴력을 자랑하는 흑염의 절대자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대신(大神)이시여. 황금 권능의 봉쇄가 가능하신지요?’
‘힘드네.
황금의 절대자의 불변(不變)은 이미 절대의 영역을 뛰어넘었어.’
신족 최고라고 칭송받는 대신(大神)의 권능조차 황금족의 수장인 아리오리나의 권능을 이길 수 없음을 깨끗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힘으로는 이제 흑염의 절대자가 가세한 황금세력의 반란을 막을 수 없음을 이해하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우우우-! 결국 이렇게 되는군.
흑염의 절대자가 황금세력에게 가세할 줄은 몰랐어.’
‘루카 에일레스를 반신(半神)이라고 차별하지 말고 바로 신족으로 임관시키라는 우리의 조언을 신족이 끝까지 무시했지요.’
‘그들이 일을 파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가만두어서는 안 돼요.’
신족의 임관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안심했더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흑염의 절대자의 가세로 반란을 막을 수 없다.
'제압할 힘도 부족하다면 절대계를 파멸로 이끌 대규모 전란이 아닌 창조주의 교체로 여파를 막아야 한다.’
세계의 안정과 발전이야말로 신족으로 태어난 존재의 의미였기에 대신(大神)의 마음은 거의 승낙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영원한 창조주에 대한 반역자라는 불명예를 져야 했기에 계속 확인한다.
“용케도 그들을 설득하셨군요.
그들은 자신들에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절대계에 관심을 끊고 은거를 선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척 고생하셨겠습니다.
그럼 언제쯤 전부 합류가 되겠습니까?”
십중심들이 뭉치지 못하는 이유는 아주 많았다.
각 계열의 정점으로서 동등한 신격이나 자존심도 컸지만, 각자 가진 제약이나 문제가 엄청난 난제였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신족으로 임관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어.
강제로 하려고 들면 많은 것을 잃어야 했으니 포기했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전부 해결하고, 동맹으로 묶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황금의 절대자라고 무리였기에 한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과연 황금의 절대자도 바로 확답을 하지 못한다.
“….”
십중심(十中心)의 집결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은 대신(大神)은 재차 확인한다.
“흠?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표정이 창백해지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들의 합류는 확정적입니다.”
황금의 절대자가 장담했으나 대신(大神)이 보기에는 아직 미비한 점이 있어 보였다.
실제로 그렇게나 정식 신족이 되기를 갈망하던 흑염의 절대자가 갑자기 황금세력에 가세했다는 사실조차 믿기 힘들었다.
‘역시 무엇인가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럼 파고들 틈이 있을 것이다.
창조주님에게 반란하지 않고 조용히 교체할 수 있는 시간은 벌 수 있어 보이는군.’
황금세력은 황금의 절대자 혼자라도 막강하니 어떻게든 추가적인 십중심의 합류는 막아야 했다.
‘신족을 강압해서 루카 에일레스에게 고위 창조신의 자리를 보장한다면 다시 돌아설 수도 있어 보인다.
다른 십중심(十中心)들에게도 신족의 전력을 기울여서 그들의 문제를 완전히 풀지는 못하지만 줄여준다면 중립은 해 주겠지.’
시간이 갈수록 집결을 막을 수 없어 보이니 빨리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황금의 절대자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말을 해준다.
“말씀대로라면 창조주님의 권능과 겨룰 수 있는 모든 계열의 정점들이 드디어 한자리에 모입니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다른 십중심들이 황금세력에 합류하면 저희도 기쁜 마음으로 창조주의 교체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십중심들이 추가로 황금세력에 들어오면 막아낼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런 대신(大神)의 생각을 알면서도 황금의 절대자는 항상 거절만을 하던 입에서 처음 나온 긍정이었기에 기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절대계를 구합시다.”
자신의 종족인 황금족을 멸족시킨 신족을 증오하는 황금의 절대자였다.
그런 존재가 고개까지 숙이자 대신(大神)과 다른 십중심들은 기분이 상당히 묘해진다.
‘황금의 절대자가 신족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기세도 조금 변한 것으로 보이는데 나의 착각인가?’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소문으로는 엄청난 고위 창조신까지 세력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더군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라고 불려요.’
절대적인 창조력으로 벌이는 사업으로 절대계의 여기저기에 정보가 넓은 대수(大手)의 말이니 정확하다.
그리고, 엄청난 고위 창조신이라는 말에 놀란 대신(大神)이었다.
‘대수(大手)의 입에서 엄청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면 보통 창조신이 아니다.’
적어도 최고위 창조신 중에서도 뛰어나야 그런 평가를 받는다.
‘황금세력에는 창조신이 아예 없지 않았나?’
‘고위 창조신을 직접 수하로 받아들이다니 황금이 변하기는 한 모양이군.’
절대계의 신족이 아무리 많아도 최고위 창조신은 이십 명을 넘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신격을 가진 존재는 우주신에 없었다.
‘우주신이 아닌 일반 신족인가 보군.
그런데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라?
그런 신격과 이름을 가진 고위 창조신이 신족에 있었나?’
‘절대계는 넓고 신족의 수는 무수하니 특별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지요.
그보다 지금 급한 것은 회색(灰色)의 현자 사이안의 합류예요.
다른 십중심은 모두 장담했는데, 사이안만 언급되지 않고 있어요.
확인을 하세요.’
‘그렇군.’
아무리 최고위 창조신이라고 해도 십중심(十中心)에게는 대수롭지 않기에 가볍게 넘긴다.
그리고 절대계에서 가장 이름 높은 현자인 마지막 십중심(十中心)의 의향을 묻는다.
“모든 권능과 마도, 오의를 준비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회색(灰色)의 현자 사이안만 합류하면 바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영원체를 봉인할 수 있다는 이그드라실만 있다면 다른 영원체들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설득하고 계시겠지요?”
“물…물론입니다.”
이 질문에는 황금의 절대자조차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괴팍하기 짝이 표정과 배배꼬인 말투로 황금족을 말아먹은 주제에 이제 절대계까지 망하게 할 것이냐고 독설을 퍼붓던 사이안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자신을 정보행성 이데아의 문밖에 두고 만나지도 않으면서 하던 마지막 말은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 신념과 권능을 가진 지배자만큼 무섭고 귀찮은 존재가 없다.
고정성에서 영원체를 뛰어넘는다는 황금의 불변(不變)부터 바꾸고 와서 말해라.”
황금은 불변(不變)이기에 가치가 있고 어떤 경우에도 바꾸지 않기에 신념인데 엄청난 궤변이었다.
흑염의 절대자를 설득한 수상한 창조신이 잘 움직이고 있지만, 과연 회색의 현자에게 통할지는 의문이었다.
‘그보다 검편의 설득은 잘하고 있으려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어디서 찾아 입었는지 신족의 찬란한 정장을 차려입고 신족에게 일족을 멸망한 자신의 앞에서 상세하게 검편의 설득계획을 브리핑했다.
‘검편을 감옥에서 나오게 하고, 가족의 죄를 해결하며, 일족과의 갈등을 조율한다.’
과거 대적(大敵)의 복장에 기분이 나쁘기는 했지만, 고위 창조신들은 전부 이렇게 힘들게 일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논리적이고 화려한 화면효과가 넘치는 보고였다.
‘준비한 정성을 생각해서 해보라고 승인을 했지.’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후회막급(後悔莫及)이었다.
자신이 바라던 결과와 같고 속도도 빠르겠지만, 해결방식은 과격하고 살벌하기 짝이 없던 탓이다.
‘제발 적당히 해주기를.’
난생처음으로 ‘적당히’라는 단어를 부하에게 사용한 황금의 절대자였다.
그런 황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검편이 자신을 스스로 가둔 감옥행성을 투창으로 적당히 구멍을 내는 중이었다.
“일단 얼굴부터 뵙겠습니다.”
투학! 투학!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왼쪽 손의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다섯 개의 빛의 투창이 생겨나서 그대로 행성의 핵을 강타한다.
슈가가가가각-!
그때마다 검편 아스나스의 초진동 무형칼날이 베어냈지만, 피해를 전부 막을 수 없었다.
구궁! 구궁-! 쿠쿠쿵-!
감옥행성이 구멍투성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본 간수장과 간수들이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에게 덤벼들었다가 아기발도의 신검이 발산하는 무진동 무형칼날에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는 최후를 당한다.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신령의 상태로 변해서 황급히 멀리 도망친 그들이 본 모습은 감옥행성과 의문의 창조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공격의 충돌이었다.
슉! 카카캉-!
행성 중앙에서 발동시킨 검편 아스나스의 거대한 검세가 연발로 쏘아지는 투창의 저지를 포기하고,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를 직접 노린다.
카캉! 기이이이이이이잉-!
역시 상급 특위 창조신 아기발도의 신검으로 여유만만하게 받아내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였다.
신력을 집중해주었더니 불꽃을 튀면서도 잘 버티는 신검을 바라본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후후! 역시 검신(劍神)은 접근전이나 검이 직접 닿은 거리가 제 능력을 못 발휘해.
이대로면 승리는 나의 것이다.”
왼쪽 손가락 끝에 빛이 뭉친다.
이제 투창을 창조하여 손가락으로 튕기는 공격을 바로 창조하여 발사되는 공격으로 개조한 것이다.
우우우-!
감옥행성을 향한 손가락 끝에서 다섯 개의 빛줄기가 연발로 쏘아진다.
투투투투퉁-!
검편의 검세가 막아내려 했지만, 공간을 무작위로 도약해서 행성 지척에서 다시 나타나는 연속 투창공격은 애초에 전부 방어는 무리였다.
꽈꽈꽈꽈꽈꽈꽝-!
감옥행성의 표면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벌집이 되어간다.
연발로 바꾸어 위력은 줄었지만, 장갑 표면을 확실하게 파괴하는 위력이었다.
그러자, 감옥행성의 중앙에 있는 검편의 검세가 확 바뀌었다.
슈가가-! 드가가가가가-!
마침내 살을 찌르는 살기가 머문 검의 환영이 행성 표면을 감싸면서 모든 투창공격을 차단한다.
공간도약으로 행성 표면에서 바로 출현시킨 투창을 막아낼 수 있게 행성 전체를 감싸는 검기로 만든 보호망이었다.
자욱한 살기가 포함된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후후. 이제야 진심인가?
겨우 화가 났지만, 아직도 나올 생각이 없으시나?
그럼 이쪽도 확실하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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