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절대계에서 가장 이름 높은 황금의 절대자의 동료가 되고 앞으로 동등한 대우와 분배까지 해준다는 제안은 확실히 매력적이기는 했다.
‘황금의 절대자의 동료가 신족의 창조신보다 높기는 하지.’
그러나, 자신을 여기까지 자라게 해준 소중한 밀림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심사를 비틀리게 한다.
더구나 처음 듣는 용어가 섞여 있으니 소리부터 질렀다.
“사장과 회사는 뭐야?
이게 뭔 헛소리야!”
“지성체들 기준으로 왕과 왕국으로 수정할까요?
황제와 제국도 좋겠군요.
정신체들로 보면 신황(神皇)과 은하계가 되겠군요.”
두근-!
그 말을 듣는 순간 루카 에일레스의 심장이 크게 뛴다.
‘신황(神皇)!
은하계를 지배하는 신들의 황제.
항성계를 관리하는 수많은 주신을 지배하는 신족의 창조신.’
신족에 임관해서 목표가 주신이니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위치였다.
그런데 지금은 신황(神皇)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다.
‘현재 신족은 관리에 비효율적인 계급체계를 버렸다.
창조신장을 중심으로 하는 다수결 체계로 바뀌었다.’
그런데 대놓고 언급이 금지된 과거의 체계를 말하는 이 창조신이 더욱 수상해지는 루카 에일레스였다.
“난 내 숲만 있으면 충분해.
사냥꾼에게 뭐가 더 필요해?”
나는 출세와 영역을 바라는 속물이 아니라는 외침이었다.
하지만, 일대 십중심(一代 十中心)에 대해서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특히 흑염의 절대자의 특성과 욕망은 너무나 명확했다.
‘아기 때에 너무 강해서 신족과 일족에게 버려졌다.
그래서 신족으로서 출세는 거의 갈망수준이지.’
본래 성격대로라면 직설적으로 추궁하여 끝을 보았겠지만, 지금은 황금의 절대자의 용병신이니 부드러운 어조로 돌려 말한다.
“후후! 세계에 욕심이 없으시다고요?
정말 그렇다면 이 밀림에서 아무로 모르게 편히 혼자 사시면 되지 않습니까?
초월자 일족의 중용 요청을 거부하고, 신계에만 임관신청을 하고 무작정 기다리고 계신 분의 발언 같지가 않군요.”
“윽!”
자신이 신족에게 임관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절대계에 퍼져서 숨길 수 없으니 저절로 신음성이 나온다.
“왜 신계에서 주는 힘든 임무를 자청하십니까?
모두 임관 때문이지 않습니까?
더구나 성공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트집이 잡혀서 몇 번이나 퇴짜를 맞지 않으셨습니까?
손가락 하나로 죽일 수 있는 신계 주신의 횡포를 용케도 참으시는군요.
솔직히 증거만 안 남으면 몇 번이나 쳐죽일 마음을 먹지 않으셨습니까?”
“으으윽!”
그것도 정곡이었다.
특별 임용을 보상으로 걸어서 힘들여서 괴수를 토벌했더니 이것저것 이유를 달아서 임관을 미룬 신계 주신을 어떻게 몰래 죽여버릴까 고민 중이었다.
‘이 자식은 도대체 뭐기에 내 속마음을 이렇게 잘 알아?’
고위 정신체가 다른 정신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감정 정도였다.
처음 만났는데도 정확하게 신족과 지금 상황에 대한 불만의 핵심을 찌르는 말에 루카 에일레스는 침음성을 질렀다.
‘크으으! 어디에서 튀어나온 고위 창조신인지 몹시 아픈 부위만 집중적으로 찌르는구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담뱃대를 꺼내서 물고 황금 연기를 길게 품어내면서 불을 제압해 간다.
후우우우우우우-! 솨아아아아아-!
황금 연기가 닿자마자 불길은 사라지고 밀림이 복원된다.
창조력이 뛰어난 창조신이지만, 하얀 재가 된 나무조차 순간에 원래보다 더한 생명력을 되찾자 루카 에일레스도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이건 다시 키운 것이 아니다!
타고 남은 재에서 나무를 소생시켰어.’
신족 대부분이 씨앗을 뿌리고 나무로 키우는 방식인데 이건 수준이 달랐다.
넓게 펴지는 황금 연기가 불을 끄면서 동시에 밀림을 복원하는 창조력을 보인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여유 있는 웃음을 지었다.
“후후! 일단 이 화재는 꺼드리지요.
아무리 힘이 강하셔도 권능 없이는 이런 큰불을 끄고 재생하기가 참 힘들죠.”
“알았다.
그러나 신족의 주신이 되겠다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아아.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추가로 말한다.
“고집도 힘만큼 세시지요.
설득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불을 끄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루카 에일레스도 자신이 가진 순수한 힘만으로는 이런 대화재를 잡을 수 없기에 바라보고 있다.
무표정했지만,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영역을 아무런 부담 없이 소생시킨다.
대단한 창조신이구나.’
밀림의 사 분의 일을 태우던 대화재가 끝나고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에 의해 비가 내려서 흔적조차 지웠다.
솨아아아아아아-!
아무 소득 없이 힘만 쓴 상황이지만, 역시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상큼한 미소를 지으면서 통보한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信) 코아가 전하는 화재예보입니다.
내일은 밀림 반대쪽에서 큰불이 날 것 같으니 물을 많이 준비해놓으십시오.”
“!!!”
안정적인 삶을 보장할 신족에 임관하겠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은 루카 에일레스에게는 협박으로 들렸다.
화르르르르르-!
당장 자신의 증명과도 같은 검은 불길의 투기를 품어내면서 주먹을 들어 올려서 소리쳤다.
“너 이 자식! 또 불을 지를 생각이냐?
내 눈에 띄면 바로 죽여버린다.”
“후후후후후! 절 죽이실 수가 있으시다면요.
그런데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후우우우우우-!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에서 황금빛의 불길이 품어져 나온다.
따따따따따따따딱-!
황금의 불이 검은 불과 서로 충돌하여 불꽃을 뿌린다.
절대계에서 견딜 존재가 얼마 없는 흑염의 투기와 살기에 지지 않는 살벌한 기세를 창조신이 품어내자 안 놀랄 수가 없었다.
‘이 자식은 도대체 뭐야?
창조신 주제에 왜 이렇게 기세가 지독해.’
사냥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 처절한 상황에서 키워진 투기였다.
그런데 이 창조신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신을 막는 존재는 무엇이든지 죽여버린다는 의지가 흘러넘쳤다.
흑염의 기세를 너무나 쉽게 받아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밀림의 여기저기를 가리키면서 사라지면서 말한다.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 모레는 위에서 불이 날 것 같군요.
무수한 마수를 키울 수 있는 대밀림이 모두 재가 되겠는데요.
비쩍 마른 거지 대신에 사장님이 되실 생각이 나면 손을 드세요.”
그 말에 루카 에일레스의 얼굴이 참혹하게 굳었다.
이 밀림이 지금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정기를 생산하는 신계나 지원이 없으니 마수를 사냥해서 얻고 있었는데 이 밀림이 사라지면 말라죽을 판국이었다.
‘이렇게 강력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정기와 영양이 필요하다.’
다른 강자들은 권능의 오리진이 되어서 권능 일부를 가르치거나 가호를 내려주고, 커다란 세력을 만들어 쉽게 정기를 얻는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가장 강력한 완력을 가진 흑염의 절대자라고 칭송받지만, 나 이외에는 흑염을 쓰지 못해.
흑염 권능을 발휘하기는 고사하고, 약간의 가호만 내려도 몸이 터져 죽는 약골밖에 없다.
그래서 나에게는 세력이 없다.’
실제로 수많은 정신체들이 흑염의 힘을 바라고 모여들었다가 가호를 받으면 참혹하게 터지는 모습을 보고 기겁해서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신계에 들어가면 신계가 지원을 해주니 최소한 말라죽을 염려는 없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으니 마수라도 먹으면서 버텨야 했는데 그걸 없애겠다는 말이었다.
‘역시 죽여야 해!
이놈이 진짜 위협이었다.’
번뜩-!
루카 에일레스의 거구가 일순 사라지면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머리에 초고속의 일격을 날린다.
커다란 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대포처럼 터졌다.
꽝-! 푸가가가가가가가가가-!
순수한 완력이 일으키는 충격파가 밀림 일부를 하늘로 날아 올렸다.
절대로 빗나갈 수 없는 회심의 공격이었기에 루카 에일레스는 미소 지었다.
‘귀찮은 놈을 죽였다.
역시 입만 산 놈이었어.’
이렇게 감이 좋은 공격을 맞고도 살아있는 존재는 없었다.
신족의 고위 창조신조차 분쇄했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땡그랑!
그러나, 자신이 때린 장소에 박살이 난 머리 대신에 일그러진 동전 하나만 남아 있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내 공격이 빗나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어떻게 공간 이동을 하고 있는지 이제 존재감조차 흐릿해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대답이 울린다.
“본능은 권능보다 강하나 통제가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본능은 겨우 천분의 구백구십구의 적중확률입니까?
천분의 일의 회피확률을 만드는 데는 동전 하나면 충분합니다.”
“으으으으윽-!”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자신을 놀리는 말이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필중(必中)의 공격을 회피해낸 정체 모를 권능도 위협적이기에 다급하게 소리쳤다.
“나서라!
너도 창조신이고 투신이라면 숨지 말고 정면승부를 해라!”
추적의 직감조차 발동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흐릿해졌기에 나온 도발이었다.
‘명예와 명분을 중시하는 신족, 그것도 창조신이라면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전 창조신이나 투신이기 전에 사업가입니다.
대가만 받으면 화재진압(火災鎭壓)을 하고, 산림재생(山林再生)도 합니다.
같은 회사에 사장님이 되실 분이니 염가로 해드리지요.
필요하면 저를 불러주십시오.”
이것도 안 통할 모양이었다.
결국, 이를 갈면서 본심을 드러내는 흑염의 절대자였다.
“으득! 수상하기 짝이 없는데 파악이 안 되는 너 따위와는 한패는 안 해!”
이제까지 누구를 봐도 직감으로 해가 될지 도움이 될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적과 아군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그래서 정신체들의 사회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 차원창세신 코아만은 도저히 어느 한쪽으로 분류할 수가 없었다.
‘절대적인 확률을 자랑하던 직감이 통하지 않는 상대이니 위협적인 것이다.’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후후! 전 황금 사장님과 계약한 임시직원입니다.
그러니 흑염 사장님이 신경을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겠다.”
그런데 신족의 주신(主神)이 되겠다는 결심이 변해간다.
‘황금족을 멸망시킨 신족과 황금족의 수장이었던 황금의 절대자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였다.’
그래서 어떤 신족도 수하로 거두지 않았는데 저런 이상한 창조신을 옆에 두다니 조금 변한 모양이었다.
‘나의 직감을 이용한 필중(必中)의 공격을 받고도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을 정도의 고위 창조신이 황금의 절대자에게 붙어있다.
신족을 부하로 두다니?
아리오리나의 성격이 변했나?’
직감도 처음과는 달리 신족보다 황금의 절대자 쪽에 무게를 두었다.
‘지금 신족은 가벼워지고, 황금의 절대자 쪽이 무거워졌다.’
상위 존재의 아무런 조치나 개입 없이 갑작스러운 현실과 운명의 변화는 있을 수 없다.
흑염의 절대자로서 권능과 세계의 흐름을 정식으로 배웠다면 이상함을 느꼈을 테지만, 단지 직감만 좋을 뿐이기에 고개를 흔들었다.
“제길! 이러면 어쩔 수가 없다.
지금 안 가면 내 밀림이 저 자식 손에 다 탄다.”
저렇게 은밀하게 공간 이동을 하고 필중(必中)의 일격조차 안 통하면 숲에 불을 지르는 짓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잘못하면 진짜 말라 비틀어지겠어.
다른 숲으로 옮긴다고 해도 포기할 놈이 절대로 아니다.’
황금의 절대자를 시험하면서 조금 더 길게 저울질을 하려던 흑염의 절대자는 바로 합류를 결정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빠른 승낙에 크게 기뻐하는 황금의 절대자 뒤에는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단둘이 있자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환영한다.
“어서 오십시오. 흑염 사장님.
결심을 빨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 말고 다른 용어 없냐?”
“회장님은 너무 이르신데요.”
“회장님은 또 뭐야?”
“사장들 위에 있는 게 회장입니다.
그런데 황금 사장님을 이길 자신이 있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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