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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445화 (1,356/2,000)

34권 35권

방금 호수의 물기둥에 비추었던 영상을 크롬 공주도 조금이나마 보았다.

물론 아주 흐릿하고 잡음이 많아서 대화나 진행을 알아보기 힘들지만, 굉장히 중요한 정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갑자기 발동된 내 조합의 권능이 아이언님의 신체를 읽고서 보인 영상이었다.

그런데 접촉이 너무 약해서 잘 보이지 않았어.’

자신의 조합의 권능에 고위 정신체의 기억을 읽는 효과가 있는 줄은 처음 알은 크롬 공주였다.

품 안으로 아이언의 몸을 꽉 안아 드는 순간 스위치가 들어간 동영상 재생기처럼 그대로 눈에 비추어 보이는 것이다.

‘추락에서 보호하기 위해 아이언님의 몸을 껴안을 때부터 영상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기회야.’

아이언의 과거와 힘은 수수께끼투성이였다.

신족과 정신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지금 유아신인 아이언의 무력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아기 때부터 키웠다는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조차 아이언님이 어떻게 저렇게 강하지 설명을 못 하고 있다.

처음부터 최강자는 존재하지 않아.

그것도 권능과 신체단련은 엄청난 세월의 수련이 필요하다.

어떤 고위신의 직계라도 저렇게 높은 능력을 갖추고 태어날 수는 없어.’

지금 자신의 조합의 권능이 읽어낸 아이언의 신체 기억이 무의식의 상태라서 발동되었음을 추가로 파악한 크롬 공주는 마음이 급해졌다.

‘반드시 알아야 해.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

아이언은 은하제국의 운명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또한, 영원히 사는 정신체에게 힘과 권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기에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아이언의 어깨에 손을 대었다.

그러나, 아무런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 접촉으로는 안 되는구나.’

약간 실망을 했지만, 아이언의 팔을 잡고 끌면서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수면 위는 아무래도 불안해서 집중할 수 없었다.

‘일단 밖으로 모시고 나가서 시도를 해보자.’

자신이 본 것이 초월자 영웅신 아이언의 과거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신족 최강의 존재에 관한 굉장히 중요한 정보라는 사실을 감지한 그녀는 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솨아아아아아-!

해변에 아이언을 수영으로 끌고 도착한 크롬 공주는 조심스럽게 아이언의 몸을 껴안는다.

물기에 흠뻑 젖은 그녀의 신체가 아이언의 몸과 밀착해간다.

좌아아아아-!

그러자 다시 그녀의 조합의 권능이 움직여서 아이언의 신체 기억을 읽어갔다.

파아아아아아아-!

본격적으로 발동된 그녀의 조합 권능의 빛은 시공의 구멍처럼 아주 검고 깊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황금색의 화면이 떠오르면서 아주 작은 영상을 띄운다.

‘보인다.

그러나, 너무 작고 흐릿해.’

아주 작은 구멍을 통해서 밖의 세계를 엿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된 원인이 자신의 권능이 너무 약하며 아이언과의 접촉 불량임을 깨달았지만, 일단 나타난 영상에 집중한다.

치이이이이이-! 삐이이이이-!

처음과 똑같이 엄청난 화면 왜곡과 잡음으로 내용을 대부분 알 수 없었다.

너무나 낡은 무성영화를 억지로 재생하는 것처럼 스쳐 지나가는 화면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뽑아낸다.

처음으로 정확하게 확인한 것은 성인신이 된 아이언의 시야를 완전히 덮을 정도로 압도적인 키와 근육을 자랑하는 거인의 모습이었다.

‘흑발의 거인’

허리에 짐승의 가죽만을 둘러서 국부만 가렸기에 야만족의 전사와 같은 느낌이었다.

‘대화를 길게 하는데 음성이 부정확해서 누군지는 모르겠어.’

그리고 시야가 바뀌면서 거대한 나무가 울창한 밀림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숲의 대화재.

아아! 또 끊긴다!

접촉이 약해.’

크롬 공주의 시청은 회색의 로브로 금발을 가린 성인신이 된 아이언이 흑발의 거인과 타오르는 숲에서 대치하는 것으로 잡음과 함께 끝났다.

그러나 영상의 재생은 완벽하게 잡음으로 뒤덮인 화면 너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거기서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는 당장 박살을 낼 기세로 아이언을 노려보면서 외친다.

“내 숲에 불을 지른 놈이 너지!

나에게 시비를 대놓고 걸다니?

이렇게 미친놈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고위 신족조차 위협하는 수많은 마수와 괴물을 맨손으로 잡아서 명성을 날린 이후로 도전하는 존재는 아주 많았다.

그리고 모두 죽여서 신격을 낮추어 주었다.

‘귀찮게 명성을 노리고 도전한 초월자와 신족은 모두 일격으로 뭉개버렸다.

창조신 하나를 그렇게 만들고 나서는 감히 덤비는 존재가 없었지.

그런데 이렇게 도발하다니 정말 신선하기까지 하다.’

신족에 의해 일족이 전멸당한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와 같이 다니는 의문의 고위 창조신이라서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왜?

같은 편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아리오리나는 외계(外界)에서 데려왔다는 아름다운 미인을 권능의 증거이자 혁명의 가능성으로 내보였다.

그러니 같이 힘을 합쳐서 절대계를 구하자고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 바로 어제였다.

‘그 때 이 회색 로브를 쓴 고위 창조신도 같이 있었지.’

고위 창조신이라고 대놓고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전개하고 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신족이 주도해서 전멸시킨 황금족의 수장인 아리오리나에게 붙어있는 고위 창조신이 있다니?

신기하기까지 하군.’

절대계에 염증을 일으킨 창조주를 교체하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니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아리오리나가 주장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더구나 정신체로서 더 강해질 수 없어 무력으로는 영원체를 능가한다는 강자들을 모아서 교체압력을 넣는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있었다.

‘회색의 현자 사이안조차 성공확률이 절반이라고 언급했다고 하던가?

그리고 전 계열의 강자들이 집결하여 창조주를 상대하면 구할 이상의 확률로 이길 수 있다고?

그 녀석의 판단이라면 믿을 만하지.

최악의 경우 이그드라실을 사용하면 아무리 창조주라고 해도 봉인할 수 있다.’

솔직히 굉장히 마음에 드는 반란계획이었다.

‘승산은 충분하고 명분도 좋아.

힘만 강한 천덕꾸러기 반신(半神)에서 벗어나 단숨에 절대계의 지배층이 될 기회다.’

어떤 신족이라도 이길 수 있는데 반신(半神)이라서 신계의 임관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신족을 위협하는 괴수나 괴물을 무수히 쓰러트리면서 공을 세웠다.

그런데 기다리라는 말만 되돌아온다.

슬슬 내 인내도 한계다.’

기약이 없는 신계 임관보다 차라리 새로운 창조주를 모시는 지배층이 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오랜 수렵생활로 다져진 나의 직감이 경고한다.

아무리 아리오리나의 창조주 교체계획이 명분이 완벽하고 승산이 높아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복잡한 권능은 배우지 못했기에 모른다.

그러나, 수많은 사냥과 전투를 통해 얻어낸 직감은 그 이상의 정확도였다.

‘감이 좋지 않으니 여기에 말려들면 좋은 꼴을 못 보겠군.

역시 신족의 주신(主神)이 낫겠어.’

아무리 많은 창조신이라고 이길 수 있는 자신에게 주신(主神)은 아주 낮은 직위이지만, 가장 감이 좋은 운명이었다.

그래서, 일단 거절하고 돌려보낸 이후에 밤새도록 왜 그런 직감이 들었는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한참 후에 결론이 나왔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창조주에 대한 반란이다.

영원체들을 완전히 쓰러트리는 방법은 없고 그들만이 창조주를 맡을 수 있다.

정신체가 자신들을 위협하고 교체까지 원하면 절대로 용서를 받지 못한다.’

밤새도록 고민하면서 직감에 상응하는 결론을 내린 루카 에일레스는 어느새 밝아진 밖을 보았다.

“벌써 아침인가?

고민이 길었다.

으응? 이상하게 색깔이 붉고 너무 밝은데?

설마 불?”

역시 뭔가 타는 냄새에 다급하게 튀어나와 보니 자신의 생활터전인 밀림의 외곽이 불길에 휩싸여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리오리나의 뒤에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던 고위 창조신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직감이 찍어준 범인이었다.

‘아무래도 직감이 안 좋아서 거절하고 돌려보냈는데도 기분이 매우 더러웠지.

뒤에서 묘한 미소를 짓고 서 있던 그 자식이 불길했어.

그런데 바로 이런 일이 터졌다.’

아기 때 밀림에 버려졌지만, 마수를 잡아먹으면서 홀로 살아남은 루카 에일레스였다.

완력은 누구보다 강하지만, 불을 끄는 권능은 당연히 몰랐다.

불길을 잡는 방법조차 알지 못하기에 그래서 직감이 이끄는 대로 해결방안이 이끄는 대로 달린다.

다다다다다다다-!

화염에 휩싸인 밀림을 몸으로 돌파하고 도착하니 역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화염 속에 서 있었다.

직감이 방화범이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불이 난 밀림에 혼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분노한 루카 에일레스의 신체가 약동하면서 부푼다.

“아리오리나는 자신과 한편이 되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하고 갔다.

그런데 네놈은 밤에 몰래 내 숲에 불을 질러?

너는 아리오리나의 부하가 아닌 신족의 간세였나?

처참하게 맞아서 죽고 싶으냐?”

전투태세에 들어간 루카 에일레스의 신체는 신족에게 규정된 규격과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다.

우드드드드드드-! 퍼어어어어-!

입고 있던 마수의 가죽이 근육의 팽창을 못 이기고 찢겨나가고 관절이 더욱 강한 힘으로 맞물리는 소리가 폭발처럼 울린다.

파아아아아아아-!

어지간한 투신은 공포에 질려 기절할 투기와 살기가 폭풍처럼 몰아쳐 왔다.

하지만, 워낙 험하게 살아서 투기와 살기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태연하게 대꾸한다.

“부하가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계약직원입니다.

이 불행한 화재는 제가 비를 내려서 끄겠습니다.

그러니 아리오리나님의 제안을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누구나 떨게 하던 자신의 투기와 살기에 태연하자 아무리 열이 받은 루카 에일레스라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직감이 함부로 덤비지 말라고 경고한다.

‘정체를 숨긴 강자인가?

아니 그보다 더욱 위험한 놈이다.

그 머리만 좋은 자식하고 아주 비슷한 냄새가 나.’

영원체조차 가둔다는 절대봉인(絶對封印) 이그드라실을 만들어서 절대계 최고의 현자로서 이름을 높인 회색의 현자 사이안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굉장한 반감을 품게 되었다.

‘척 보면 알 수 있다.

그 녀석은 나와는 절대로 맞지 않아.’

살다 보면 항상 한두 명은 존재한다는 이유 없이 싫은 존재였다.

그런 회색의 현자가 이 고위 창조신과 분위기가 겹쳐 보였으니 더욱 마음에 안 들어서 외친다.

“그 전에 불을 지른 것이 너 맞지?

내 직감으로는 분명하니 솔직히 말해라.

그럼 팔다리만 부러트려 주마.”

“삶의 터전인 밀림을 몽땅 태울 대화재를 꺼드린다는데 한편이 되겠다는 대답을 당연히 하셔야지요.

그런데 다짜고짜 방화범 취급에 협박이니 이게 무슨 행패이십니까?

무엇보다 제가 불을 질렀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직감이나 심증만 가지고 죄를 뒤집어씌우면 그게 바로 야만이고 폭력이지요.”

“불은 어떻게든 내가 끌 테니 너는 당장 꺼져!

아리오리나의 제안은 거절이다.

아리오리나의 반란계획은 성공한다고 직감이 알려주었으나 그다음이 문제였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대부분 처참하게 끝난다는 것이다.

“엉망진창으로 끝날 수 있는 너희와는 절대로 상종 안 해.

난 여기 신계에 힘의 주신(主神)으로 임관해서 살테다.”

창조주의 직속세력인 신족에 들어가면 안정된 생활이 영원히 계속 보장된다고 직감이 이야기한다.

‘하위신에서 시작하겠지만, 일단 임관만 하면 어떻게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그런 자신과 힘이 루카 에일레스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현실을 알린다.

“풋! 반신(半神)이 신족에서 성공한 사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무리 강해도 고리타분한 신족이 반신(半神)에게 주신(主神)의 직위를 주겠습니까?

보나 마나 최하위 폭력의 마신에서 끝이겠지요.

그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정쟁과 음모 속에서 처분되어 사라지겠지요.”

“….”

그것 또한 직감이 알려준 최악의 미래 중 하나였기에 침묵을 하는 루카 에일레스였다.

살을 찢을듯한 기세였던 살기와 투기도 잦아들자 본격적으로 본론을 꺼내었다.

“그러지 마시고 저희 사장님의 조건을 받아들이시지요.

표현과 설명은 길었지만, 비슷한 권리를 가진 사장으로 바로 임명하신답니다.

더구나 성공하면 아주 큰 회사를 떼어주신다지 않습니까?

신족처럼 쩨쩨하게 이것저것 조건을 달지 않는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반란과 임관이 둘 다 위험하다면 대가가 큰 쪽을 선택하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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