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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영웅신을 싫어하던 창조신장이라면 바로 중지되었던 아이언의 탄핵을 다시 밀어붙였을 것이다.
‘지금 현세계는 평화롭다.
그러니 영웅신은 더는 필요 없다.
오히려 혼란만 부추긴다.’
그런 생각으로 조용히 살던 샤이니조차 변방으로 쫓아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에 갑자기 튀어나온 흑염 세력에게 워낙 크게 당했으니 바뀌게 되었다.
‘흑염 도적단의 준동이 끝나면 브라이트와 샤이니가 잠들게 된다.
그리고 아이언마저 사라지면 신족에게서 영웅신은 완전히 없어진다.
그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아이언만은 남겨두어야 하겠군.’
항상 일이 터지는 허계에서 또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니 영웅신 하나 정도는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죽음으로 약해진 아이언이라고 해도 순순히 탄핵을 당할 리가 없다.
최후까지 저항하거나 초월자 세력과 합류하겠지.
아직 초월자 세력은 강하다.
더구나 아이언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기계신 군단을 보유하고 있다.
영웅동맹과 전투를 벌일 때 생길 창조신계의 피해를 생각하면 넘어가야 하겠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창조신장은 결심을 하고 명령을 내린다.
“창조신계에서 보유 중인 회복제를 보내서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의 부활을 도우라.
원한다면 치유를 도울 고위 창조신도 파견해라.”
고위 창조신들에게 이건 아주 의외였다.
‘아이언을 우리들보다 더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창조신장이 고민을 한다.’
그래서 모든 창조신들은 탄핵을 예상하였다.
‘바로 탄핵인가?’
‘힘 때문에 출세했으니 약해지면 쫓아내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도와주라는 말이 떨어지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허나 아직 흑염 도적단이 완벽하게 토벌되지 않았으니 두고 보는 것으로 이해하고 바로 대답을 한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흑염 도적단의 일로 겸손해진 고위 창조신들은 아이언의 치료와 회복을 위한 지원품을 부산하게 챙긴다.
그런 모습을 보는 창조신장은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이 정도로 원활하게 돌아가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군.
평화 시기에는 서로 정쟁만 일삼다가 흑염 도적단과 전쟁을 치르면서 겨우 하나가 된 셈이다.’
흑염 도적단의 신계 강탈은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아이언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위기상황이었다.
‘역대 최강의 영웅신일지도 모른다는 강자가 지극히 위험한 수련을 하다가 저렇게 무참하게 죽나?’
저절로 혀가 차였다.
더구나 신족 최고위 창조신이니 더욱 그러했다.
모두의 머리에서 아이언이 아무리 강해도 역시 아직 유아신이라는 인식이 박힌 순간이었다.
“쯧! 회복제를 넉넉히 넘겨주면서 앞으로는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서 수련하라고 전하라.”
“예!”
그렇게 회의가 끝나가는데 우주신들은 피에 물든 수련행성의 화면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뭔가 아주 이상한데?’
‘너도 느꼈냐?’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는데 정확하게 파악을 할 수 없는 우주신들이었다.
‘정말 죽었나?’
‘명확해!
피에 확실히 아이언의 신격과 정기가 느껴진다.’
수련행성 전부를 뒤덮고 있는 피의 안개는 분명 아이언의 것이었다.
그래서 의지를 교환하면서 화면을 여기저기 돌려가면서 조사를 해도 발견하지 못하자 포기를 한다.
그런데 영웅신인 샤이니는 달랐다.
“….”
피 안개가 품어 나오자마자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고 수련행성의 중앙을 노려보고 있었다.
푸하하하하하!
거세게 품어 나오는 투기에 아이언이 신체 강화에 실패하자 아쉬움의 탄식을 하던 토벌단들이 바짝 긴장할 정도였다.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왜 저렇게 화를 내시지?’
‘아이언과 친분이나 원한이 있지는 않으실 텐데?’
아이언의 죽음에 분노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질문을 하기에는 영웅신인 샤이니의 존재감이 너무나 강했다.
그래서 우주신의 영웅신의 기세에 영향을 덜 받는 주신 이상의 강자인 초월자들이 나서서 묻는다.
“무슨 일이십니까?
샤이니.”
그런데 샤이니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화면만을 쳐다본다.
마치 엄청난 강적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니 이상함만 더할 뿐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나?’
‘우리가 보기에 아이언은 확실히 죽었다.’
분명 아이언이 수련행성 중앙에서 바늘 기둥에 꿰뚫린 모습을 모두가 보았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행성 내부에서 품어진 아이언의 신력이 담긴 대량의 피가 죽음을 증명했다.
한참 후 샤이니는 가느다란 신음을 내면서 긴장을 풀었다.
“흐으으음! 나조차 파악할 수 없는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엄청난 존재인 모양이로군.”
샤이니가 지친 듯이 의자에 몸을 기대자 옆에서 대기하던 토벌단들이 모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영웅신인 샤이니라면 자신들과 다른 뭔가를 보았을 수도 있기에 의문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무엇을 보셨습니까?”
“아이언이 신체 강화에 실패하고 죽은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샤이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전장에서 잔뼈가 굵어서 불확실한 첩보는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러나, 토벌단들이 전부 자신의 주위를 몰려들고 물러날 기색이 없자 한마디만 했다.
“일단 피가 너무 많지 않은가?”
“아-!”
“그렇구나!”
행성 전부를 피 안개로 뒤덮을만한 엄청난 출혈이 일 미터 오십 센티미터도 안 되는 유아신에게서 나올 리가 없다.
그제야 이변을 깨달은 토벌단들이 모두 화면에 몰려들었다.
우르르르르-!
화면 너머라서 엄청난 크기를 깨닫지 못했지만, 행성의 크기로 만들어진 수련시설이었다.
‘저런 거대 시설 전부를 피로 뒤덮다니 일반적인 신족의 크기라면 확실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언의 작은 신체를 생각하면 분명 핵이 있는 부분만 묻어있어야 한다.’
그런데 수련행성에 뿌려진 엄청난 피에는 아이언의 정기와 신력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분명 저 혈액은 아이언의 것이다.’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정말 이상하구나.’
각자 저렇게 행성 표면을 흠뻑 적실만한 혈액을 가진 생명체의 크기를 산출하기 시작한다.
거의 동시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계산을 마쳤다.
“어… 어지간한 위성을 능가한다.
최소한 행성의 십 분의 일 정도야.”
“이게 도대체 뭐야?”
그런 크기를 가진 생명체는 많지만 대부분 지성이 없는 짐승이다.
그런데 저 정도의 거대한 크기에 높은 신격까지 가진 신체가 존재할 수 있다면 엄청난 사태였다.
“위성 크기의 신족이 있다고?”
“만약 있다면 일반적인 신족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
영웅신인 샤이니가 왜 그렇게 긴장하면서 정체를 확인하고 찾고 있었는지 깨달은 토벌단이었다.
그래서 그들도 각자의 권능을 총동원하여 피 안개에서 원래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다.
툭! 뚜뚝!
그러나, 놀랍게도 탐색의 권능이 모조리 튕겨 나간다.
“죽었으면서 다른 존재의 권능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생전에 얼마의 권능과 신격을 가졌기에 이게 가능하지?”
그렇게 수련행성 안에 죽은 거대 신체가 가진 강대한 권능에 당황하면서도 다시 조사를 시작하는 토벌단이었다.
그때 아이언은 지옥의 땅속의 대공동에서 땅에 쓰러져서 엎드려 있었다.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끝없이 토해진다.
“허헉! 헉! 진짜 영원히 소멸할 뻔했다.”
수련행성에서 대신 소멸이 된 존재는 여기서 기르고 있던 아이언의 대신족(代神族) 분신이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위력이었다.
덕분에 즉시 부활제의 효과가 발휘하기도 전에 소멸이 되어 버렸다.
소멸을 직감한 최후의 순간에 지옥의 대신족 분신(代神族 分身)과 본체(本體)을 교환했지만 늦었다.’
재생을 위한 급소인 머리를 보존하기는 고사하고, 살 조각조차 하나 남기지 못할 위기였다.
그렇게 분신과의 존재 교환조차 늦었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이유는 소멸하면서 자동으로 실행된 마도 덕분이었다.
‘완전부정의 생명(完全不正의 生命).’
어떤 심각한 상황, 치명적인 상태일지라도 부정하여 죽음에서 부활시키고 소멸을 재생하는 위대한 마도가 아이언을 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장 타격이었다.
‘바람가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절대계 흑염의 절대자의 타도 의뢰를 받으면서 얻었던 대가는 완전부정의 생명은 세 개였다.
한 개는 미래인 회색과 흑염의 결투 지원에 쓰여서 두 개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완전부정(完全不正)의 생명이 하나 소모되어서 단 한 개만 남았다.
겨우 이런 일로 말이야.’
완전부정(完全不正)의 생명을 사용하면 어떤 상위 존재라 할지라도 모든 부상과 소모를 무시하고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준다.
‘절대계 십중심의 결투 행방조차 바꿀 위력이 있는 절대적인 마도였다.’
결투나 전쟁도 아니고 수련을 하다가 이런 위대한 생명의 마도를 소모하다니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도 없었다.
“내가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을 했지?
왜 수련행성의 위력을 시험해 보지도 않고 무작정 뛰어든 거야?
한 번만 시험가동을 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다.”
잘났다고 막 뛰어들었다가 엄청난 손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으으으윽! 아까워서 미치겠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하늘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땅만 쳐다보는 중이었다.
“여기에 회색의 절대자에게 대여해준 흑염(黑炎)의 창조대신(創造代神) 성멸(星滅) 대신에 현세계에서 쓰려던 분신까지 잃었어.”
아무 전투능력이 없는 거의 태아나 마찬가지였지만 신족의 열 배 이상의 능력을 갖춘 대신족(代神族)의 분신이다.
기계신 분신인 영웅황제(英雄皇帝)와 동격으로 나름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데도 순식간에 소멸이 된 사실을 알고 간담이 써늘해진 상태였다.
‘수련행성의 위력이 너무 강해졌잖아?
손해를 엄청 보았다.’
보충할 수 없는 완전부정(完全不正)의 생명과는 달리 대신족(代神族)의 분신은 다시 만들면 되기는 한다.
하지만, 현세계와 결판을 낼 때 비장의 무기로 쓰려 했는데 이렇게 쉽게 잃었으니 더욱 기가 막힌 아이언이었다.
‘더구나 눈치가 빠른 존재라면 수련행성에서 무엇이 죽었는지 깨달을 테니 이제 비밀병기라고 할 수도 없다.’
이게 모두 마지막 순간에 고통을 못 이겨 물러난 결과였다.
“으드드드드득! 겨우 눈 좀 찔렸다고 허점을 보여?
내 과거는 자기 신체를 마도의 제물로 사용할 정도인데도 지금의 내가 그런 실수를 하다니?”
비겁하고 치졸하다고 우습게 보던 차원의 마도신이 비웃을만한 추태여서 엄청난 자괴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바늘에 구멍이 났던 신체는 이미 정상이 되었지만, 지옥의 바닥에 양팔을 좍 펴고 엎드린 아이언의 몸은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러다 입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울리면서 분노의 함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겨우 고통 때문에 완전부정(完全不正)의 생명을 잃어?
거기에 현세계와 싸울 최종병기로 쓰려던 대신족(代神族)의 분신까지 들통났다!
이런 병신같은! 으아아아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언은 너무나 억울했다.
‘수련행성의 위력이 예상외였지만, 흑염의 신체가 가진 잠재력을 생각하면 분명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눈동자를 많은 바늘에 찔리면서 발생한 엄청난 고통에 놀라서 주춤거리다 이런 꼴이 되어 버렸다.’
상처 입은 적도 진 적도 없는 강자였기에 고통에 내성이 없던 탓이다.
도저히 격분을 참지 못한 아이언에서 품어지는 투기와 신력에 지옥 지하의 텅 빈 성장실을 뒤흔든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드드드드드드-!
아이언이 땅에서 서서히 일어난다.
그의 몸을 황금빛의 투기가 둘러싸이면서, 피부가 마치 황금갑옷처럼 환하게 빛나고 근육이 나누어진 부위에 드러난 핏줄이 붉게 빛난다.
그것은 황금의 갑옷에 붉은 보석으로 장식한 모습처럼 보였으며, 투기조차 몇 배나 상승이 된 상태였다.
‘이번 신체 강화는 마지막에 고통을 참지 못해서 처참하게 실패했다.
하지만, 최소한 빈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신체강화가 완벽하지 않았다.
황금의 갑옷이 된 피부와 근육의 여기저기에 금이 간듯한 실핏줄이 증명했다.
“제길! 부족해!
다시 강화를 시도한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하게 하여 주마.”
지옥에서 다시 수련행성으로 이동하는 아이언의 눈에서 황금빛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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