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436화 (1,347/2,000)

34권 35권

본성의 대함대를 이끌고도 모자라서 각지에 탐사선을 보내고 총독의 협조까지 받은 자신이 실패했다.

‘은하 전역에 신계를 가지고 있는 천족과 마족도 파악을 못 했다고 하니 당연히 가능할 리가 없다.’

도발과 같은 발언에 프롬 여제가 다급하게 의지를 보내서 다시 주의를 시켰다.

‘절대로 무례하지 마라.

나는 괜찮다.

오히려 신계에서 유모의 위치를 확고히 해야 하니 이런 식의 접촉은 바라는 바이다.’

‘하지만 어머니!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이렇게 막 행동해서는 안 돼요.

갑작스러운 명예대공(名譽大公)의 임명으로 무슨 소문이 돌고 있는 줄 아시잖아요?’

‘….’

그 말에 프롬 여제도 할 말을 잃는다.

‘과거 대공을 전선으로 쫓아낸 이유가 범죄가 아니라 강력한 초능력자인 새로운 대공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

더구나 겉모습이 이런 소년이니 프롬 여제가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새로운 성향에 눈을 떴다는 악소문까지 나는 상황이다.

아이언은 둘의 의지 교환을 듣고 대충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하고 속으로 웃었다.

‘하하! 역시 지성체들은 재미있네.

약자들이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는 강자의 일에 제멋대로 생각하고 판단을 해.’

승급될수록 극심한 능력 차이를 보이는 정신체에게 하위 정신체의 의사는 참고사항에 불과했다.

그러니 지성체의 의사나 여론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신족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강력한 권능과 세력뿐이지.

그런데 이건 은하계를 기계로 복사하여 구현하고 있는가?

미완성이지만 아주 쓸만한데.

이걸 쓸까?’

아이언은 프롬 여제가 만들어낸 기계로 만들어진 은하계의 구조물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기능이 제멋대로 변질할까 봐서 봉인해놓았던 동전을 꺼내서 허공으로 튕겨 올린다.

팅!

동전이 소리를 내면서 회전하자 프롬 여제와 에메랄드 여왕은 의지 교환을 멈추었다.

그리고 행방불명된 우주 해적단의 행방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아이언이 갑자기 동전을 던졌으니 주시한다.

빙그르르르르르-!

한참 공중에서 정지하여 회전하던 동전은 어느 순간 화살처럼 쏘아져서 은하의 금속구조물의 위쪽에 박혔다.

팍!

은하계 금속구조물에 박힌 동전이 황금빛을 품어내자 아이언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풋! 꽤 숨을 죽이고 잘 숨어있네요.

그래 보았자 지성체이지만요.”

아이언은 프롬 여제가 분석력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은하의 구조물에서 동전이 박힌 부위만 확대해서 다시 만들어낸다.

구구구구구구궁-!

허공에 아주 작게 축소되었지만, 수만 개의 거대운석이 밀집한 구역이 새로 만들어진다.

거기에서 아주 평범한 커다란 바위 운석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여기에요.

이 속에 숨어있어요.”

어떤 준비나 조사도 없이 광활하기 짝이 없는 은하의 한 지역, 거기에 어디에나 있는 운석에 우주 해적단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이러면 아이언이 나서기 전에 어떻게든 찾아내려고 무척 고생했던 에메랄드 여왕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은하계 외곽의 상당히 먼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찾으셨지요?

근거는 있나요?”

프롬 여제가 아이언에게 반드시 존대하라고, 난리를 치니 억지로 공손하게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기가 막혔다.

“동전 던지기로 찍었어요.”

“….”

실제로 은하의 구조물에 박혀있던 아이언이 던진 동전은 어느새 그 바위 운석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마치 자신을 놀리는 듯이 보이는 느낌이 드는 에메랄드 여왕이었다.

그러나 최고위 창조신으로서 초능력자들을 모두 천국으로 강제 소환한 아이언의 강대함은 잘 알기에 바로 출발 준비를 하려 한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런 초월적인 능력을 갖춘 존재의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더욱 힘겨워지기에 직접 잡을 생각이었다.

더구나 신족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마구 퍼트린 우주 해적단이 아이언에게 걸리면 무슨 꼴을 당할지도 걱정이었다.

그런 이유로 에메랄드 여왕이 바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자 아이언이 말한다.

“은하제국을 전부 통치하시는 함대의 여왕께서는 우주 해적을 잡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요?

은하제국의 법은 우주 해적은 무조건 사형이랍니다.”

“!”

그 말에 에메랄드 여왕이 무서운 눈빛으로 아이언을 노려보려고 했다.

자기 손으로 연인과 과거의 동료들을 처단하라는 명령으로 들린 것이다.

그런데 커다란 제국의 법전이 시선을 가린다.

책 너머에서 아이언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 은하제국(銀河帝國)에서는 여왕의 의지는 법보다 우선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죽이기 싫으시면, 법부터 고치고 나서 잡으세요.”

“….”

연합은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이 분리되어 서로 견제하게 되어있지만, 제국은 마지막에 여왕이 통괄하는 형태였다.

즉 관리나 귀족들이 만든 법을 여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었다.

그걸 깨닫게 해주는 조언에 에메랄드 여왕은 멈칫했으나 곧 ‘우주 해적은 사형’이라는 법안을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내가 여왕이라지만, 내 개인적인 사정을 위해서 제국의 법을 고칠 수 없다.’

평범한 상식을 가졌다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아이언은 법전을 허공에 띄우고 에메랄드 여왕을 보면서 혀를 찼다.

“쯧쯧쯧! 여왕의 의지를 방해하는 법을 주변의 시선을 생각해서 억지로 지키다니요?

여전히 그 우주 해적단처럼 참으로 빈곤하고 반항아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군요.

그래서는 본인도 제국도 힘들어요.”

“이익!”

자유와 약자의 보호를 위해 싸웠던 자신과 과거 동료였던 우주 해적단을 겨우 반항아로 모독하는 발언에 에메랄드 여왕의 화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프롬 여제의 눈빛에서 은빛이 폭발하듯이 쏟아져나오고 머리에 의지가 울리자 이성을 추스를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듣지 못할까!

그 점에는 나도 동감이다.

우주 해적단을 사형시키기가 싫다면 법을 고쳐라.

광산 행성에서 무기징역의 강제노역 정도면 사형 대신으로 괜찮다.’

‘….’

빛도 공기도 부족한 미개발 광산 행성에서 무기한 강제노역을 당하고 살아 돌아온 죄수는 없다.

더구나 노동력까지 강제로 징수하니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사형이 자비로운 조치였다.

‘차라리 곱게 죽이는 것이 나은 형벌이야.

그런데 언제 이렇게 강해지셨지?’

에메랄드 여왕은 프롬 여제가 초월자가 되었다고 해도 원래 강한 초능력자이니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인 기운은 격이 달랐다.

단숨에 그녀의 초능력을 봉쇄해버린 것이다.

아이언은 자신이 나서기도 전에 에메랄드 여왕을 막아선 프롬 여제의 의도를 읽고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 제국을 지배하는 여왕의 권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버릇을 고쳐줄 생각이었는데 방해를 하시는군요.”

“무례라면 용서를 바랍니다.

그러나 에메랄드는 아직 여왕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에메랄드 여왕의 편을 들고 있지만, 프롬 여제는 확신이 있었다.

‘비록 크롬 공주와 계승권 경쟁에서 밀려서 낙심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녀서 많이 부족해졌다.

하지만, 그녀의 여왕으로서 자질은 진짜다.’

아이언도 과거 친분이 있던 우주 해적단의 일이 아니라면 지금의 에메랄드 여왕을 곤란하게 할 만한 일은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기에 넘어간다.

“재능은 인정을 해요.

누구의 핏줄인데 어련하겠어요.”

“믿어주시니 감사합니다.”

프롬 여제의 허벅지 위에서 방금 펼친 법전을 불러들인 아이언은 우주 해적은 사형이라는 법 조항을 지운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그럼 우주 해적은 지옥.

이렇게 수정할까요?”

이미 지옥이 실재하고 은하의 수많은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들이 끌려갔음을 아는 에메랄드 여왕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 모습을 본 아이언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사형도 지옥도 싫다.

제국의 여왕이 풀어줄 때까지 강제동면은 어때요?”

“!?”

그 말에 에메랄드 여왕은 아이언이 동전으로 찍었다는 거대운석에 해적단이 있음을 확신했다.

‘우주 전함의 모든 동력을 끊고 탑승자는 동면을 통해서 정밀탐색을 피하는 우주 해적단의 은거 방식을 알고 있구나.’

아마도 보조인격으로 있는 천족과 마족을 이용해서 있는 위치를 계속 추적하여서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새파랗게 빛나는 눈빛을 품어내면서 묻는다.

“우주 해적에 대해서 아주 잘 아시는 모양이군요.

아니면 부하들이 유능하시던가요.”

아이언은 더욱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럴 리가요?

그럼 제가 외부 일을 남기고 돌아올 리가 없어요.

이건 그냥 감인데요.”

“이익!”

아이언으로서는 은하계에 자료가 없어서 분석할 수 없으니 흑염의 권능을 이용해서 행방과 상태를 찍었으니 진실이었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 에메랄드 여왕은 그대로 알현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언은 그런 그녀를 불렀다.

“잠깐만요.

이걸 가져가세요.”

무시하려다가 금속음이 튕기는 소리에 돌아본 에메랄드 여왕의 눈에 운석 위에 돌던 동전이 가까이 오는 것이 보였다.

탁! 빙그르르르! 솨솨솨솨솨!

에메랄드 여왕이 동전을 손으로 잡았는데도 끝없이 돈다.

손바닥 안을 간질이는 동전의 회전을 느끼면서 왜 이걸 주었는지 의아함을 느끼는 그녀의 귀로 장엄한 음성이 울린다.

“그것은 ‘바벨의 동전탑’의 하나.

과거, 현재, 미래를 주관하는 아홉 개의 동전의 흐름을 결정하는 최후의 하나랍니다.

자기희생을 전제로 하여 선택을 반복할수록 보상과 위험이 같이 증가하는 권능입니다.

여왕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그걸 빌려드리죠.”

“….”

초월자가 아닌 에메랄드 여왕은 권능의 수준이나 정신체의 존재감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손에서 회전을 멈추지 않는 동전이 품어내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언은 긴장해서 딱딱하게 굳은 에메랄드 여왕을 내려다보면서 부드럽게 말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제가 읽은 우주 해적단의 미래는 전부 이거더군요.”

“!!!”

장난스럽게 가볍게 손을 목으로 긋는 시늉을 한다.

그 행위에 깃든 의미를 아는 여왕은 이를 부득 갈았다.

‘으득! 그렇게 피하려고 했는데 결국 신족의 손에 죽는가?

신족에게는 죽음조차 끝이 아니니 영구히 지옥에서 고통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게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제가 손을 대지 않아도 누군가에 의해서 죽어요.

이들이 벌인 일이 워낙 커서 흐름이 가만두지 않더군요.

예시를 들자면, 여기 법전에 있는 우주 해적은 사형을 유지해 놓으면 잡아도 누가 반드시 풀어줘요.

그리고 다른 총독들의 추격함대에 의해 몰살이 운명이에요.”

“….”

“….”

우주 해적을 풀어주는 누군가가 에메랄드 여왕임을 모르는 존재는 여기 알현실에 없었다.

실제로 우주 해적단의 두목이 직접 다스리는 은하제국을 곤경에 처하게 해서 몹시 화가 난 상태이지만, 직접 보면 어떻게 될지 자신이 없는 에메랄드 여왕이었다.

‘어떻게 하지?

내가 그를 정말 사형시킬 수 있을까?

도저히 못 할 것 같아.’

그런 마음의 혼란을 읽은 아이언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랑에 빠진 여성은 이성과 지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군.

이해하려 할수록 나도 비이성적이 되어가니 피해야지.’

그러나 그럴 수는 없기에 다시 설명을 이어간다.

“우주 해적은 지옥으로 바꾸면, 해방은 당연히 없지요.

그런데 누가 모든 것을 버리고 지옥으로 찾아와요.

하!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아이언이 어이없어하는 말에 프롬 여제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지옥으로 찾아오는 누가가 자신을 뜻한다는 사실을 아는 에메랄드 여왕은 입을 꽉 다물었다.

실제로 우주 해적단이 모두 끌려갔을 시기에는 지옥의 위치를 열심히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우주 해적단을 내가 소멸시키면 어떻게 될까?

문제가 되는 원인을 없애면 간단하지 않은가?”

그 순간 에메랄드 여왕의 손아귀에 있는 동전이 더욱 맹렬하게 회전을 한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

손바닥에서 고통이 일 정도였지만, 그녀는 놓지 않았다.

지금 동전의 회전이 그녀의 운명의 흐름을 도는 속도로서 측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아이언이 우주 해적단을 죽이면 나의 운명이 거기에 맞추어서 격렬하게 변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격렬한 반응인 아마도 아이언에게 적대를 하는 쪽으로 변할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아이언에 의해서 우주 해적단이 실종을 당했을 때 복수를 맹세하기도 했다.’

그런 동전의 변화를 느낀 아이언은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후! 여왕이 다스리는 은하제국을 지키기 위한 명예대공인 내가 여왕의 적이 될 수는 없지요.

그러니 이것도 안 되겠군요.

그럼 영구동면을 시키면 어떨까?

여왕의 손에 그들의 운명이 맡겨져 있으면 안심을 하지 않을까?”

손바닥에서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던 동전의 움직임이 부드럽게 변했다.

사르르르르르!

처음보다 더욱 천천히 회전하는 동전을 느낀 에메랄드 여왕은 더는 대화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서둘러서 알현실을 빠져나가려는 아이언의 경고가 뒤를 잊는다.

“동전의 회전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선택을 하지 못하면 후환은 반드시 남아요.

명심하세요.

동면을 연장하면 반드시 누군가가 풀어주게 되어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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