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렇게 브라이트와 현세계 창조주의 대화가 이어갈 때 드디어 자신과 샤이니의 뒤를 이어받을 아이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브라이트에게는 자신이 영원한 잠이 들더라도 신족에게 확실한 문제해결수단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는데 현세계 창조주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너 이상의 영웅신이 있다고?
그것도 초월자?”
“그렇습니다.
신체의 완력은 확실히 저를 넘어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샤이니조차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
그 말을 들은 창조주의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던 빛이 점멸하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계산이나 점검을 하는 것으로 파악한 브라이트는 침묵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본래의 빛을 되찾은 현세계 창조주는 확고한 의지로 말한다.
“오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존재는 있을 수 없다.
현세계가 만들어지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창조력이 가장 강한 신족의 지배는 운명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너를 종족전쟁을 신족의 승리로 이끌 최고의 영웅신으로 하고, 샤이니는 최강의 영웅신으로 창조되었다.
그러니 너희 이상의 강자는 현세계에 존재할 수 없다.”
“….”
신족을 종족전쟁의 승자로 사전에 결정하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샤이니와 브라이트를 직접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종족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 모든 영웅신과 정신체 종족이 들으면 절망할 소리이지.’
그러나 이미 태어나자마자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브라이트는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침착하게 대답을 했다.
“과거 초월자들의 수장과 같은 경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의 강함도 예상 이상이 아니었습니까?
신족에게 억눌린 초월자들의 집단의식이 생성해낸 용자가 스스로 노력으로 영웅이 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으음?!”
선례가 있다는 브라이트의 의견에 현세계 창조주가 나직하게 신음을 내었다.
‘모든 것이 나의 의도대로 흘러가던 종족전쟁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변수가 생겼지.’
종족전쟁 종결 시점에 나타난 초월자의 수장은 말 그대로 예측을 벗어난 초월적인 위력을 보여 주었다.
‘브라이트와 샤이니가 힘을 합쳐야지만 이길 수 있는 힘이라니?
그건 정신체의 수준을 벗어났다.’
이미 뒤집힐 수 없는 전력의 차이 때문에 벌인 이대 일의 결투였는데도 아차 했으면 패배할 뻔한 전투였다.
만약 종족전쟁의 초기에 나타났으면 신족이 아니라 초월자들이 지배종족이 될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럴 수야 없지.
초월자들은 전투만 잘하지 창조력은 형편없어.
그들에게 맡기면 진보는 고사하고 퇴보가 된다.
그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없는지 다시 정밀점검을 시작한다.
하지만, 자신의 현세계는 이상이 없었다.
‘브라이트의 말대로 초월자의 수장도 자신의 창조에서 벗어난 존재였다.
그러니 아이언도 그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신이 창조한 현세계는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넓고 광대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신족이 맡은 부분에서 부분적인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기에 깨끗이 인정했다.
“그럴 수도 있겠군.
확실히 지성체나 초월자들의 집단의지는 무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위험관리를 잘하고 있겠지?”
비록 종족전쟁에서 패배하여 지성체와 비슷한 수준의 초월자로 떨어졌지만, 무력의 잠재력만은 신족 이상인 종족들이 많았다.
‘전체적인 무력은 초월자들이 높다.
그런 그들을 무작정 억압을 했다가는 엄청난 반발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래서 신족이 어느 정도 풀어주는 조치를 해야 한다.’
과연 브라이트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았다.
“우려하신대로 이번 창조신장은 경험이 없어서 걱정스러울 정도로 초월자들을 억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흑염 도적단을 기회로 삼아서 주신 이상의 초월자들을 창조신계로 등용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표로 영웅신인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을 최고위 창조신으로 임명한 이상 더는 오류가 심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잘했다.”
여전히 흠잡을 곳이 없는 조치였다.
그런데 다시 아이언을 언급한 순간 브라이트는 무엇인가 섬뜩한 감각을 받았다.
‘뭐…뭐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강대한 무엇인가가 자신을 살기를 품고 노려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누가 날 노리고 있다.
그럴 리가 있나?
여기는 창조주님만의 공간이다.
허락받지 못하는 존재는 누구도 들어올 수도 바라볼 수도 없다.’
그러나 오랜 전투로 다져진 감각은 위험한 순간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에 관해서 대화를 지속할수록 위기감이 높아졌음을 깨달은 브라이트는 황급하게 말을 돌렸다.
“조리신들을 중용하는 방안을 만들겠습니다.
요리대회를 열어서 특별한 명예를 부여하는 것도 좋겠지요.”
“꼭 그렇게 하라.”
식도락을 충족시킬 생각에 만족한 창조주가 다시 일상의 대화로 돌아간다.
창조주의 대화를 적당히 맞추던 브라이트는 경각심이 사라지자 애써 방금의 일을 잊었다.
‘여기에 개입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하지만, 만약 창조주님의 권능조차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관여하고 있다면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현명한 생각이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창조주와 함께 폭사할 수 있는 위기였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오백억 년 후의 미래에 아이언이 남겨놓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는 완벽히 복구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마에 붙어있는 신령연옥(神靈煉獄)을 통해서 과거의 정보행성 코아와 접촉하여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존재는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이대였다.
그는 아이언의 정체가 현세계 창조주에 의해 폭로될 위기가 벗어나자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위험을 눈치를 채고 넘어갔나?
이러면 안 죽여도 되겠군.”
여차하면 과거에 적극 개입할 심산으로 손에 만들어 놓았던 세계폭탄 코아를 중화시킨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의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이대는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쳇! 이계라고 하지만, 그래도 십중십 중 대신(大神)이라 이건가?
눈치도 빠르고, 대응도 아주 잘하는군.”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자신과 차원창세신 코아를 위해서 더욱 강해져야 했다.
그런데 저 당시의 창조주가 직접 나서면 그대로 소멸할 수 있기에 무리를 해서 개입할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다행이었다.
“끙! 이건 힘 드는군.”
아무리 이미 발동된 권능을 통해서이고 정보행성 코아가 발동시킬 것이지만, 오백억 년 전의 과거에 세계폭탄(世界爆彈) 코아를 날려 보내려는 시도는 버거웠다.
털썩!
그대로 차원창세신 코아의 옆에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은 호기심이 가득 찬 눈빛으로 바로 질문을 퍼붓는다.
“뭐 했어요?
과거에 개입했죠?
어떻게 이렇게 무사해요?”
과거의 흐름에 개입하면 현재는 당연히 큰 영향을 받는다.
그걸 어떻게 벗어났느냐는 질문은 지극히 귀찮았지만, 잘못하면 또 싸우자고 덤빌 수도 있으니 대답을 해준다.
“단순한 과거에 하위 존재의 사후처리(事後處理)다.
이 정도에 현실부정의 마도신인 내게 문제가 있을 것 같으냐?”
“아하! 마도신이 반작용 중화가 특기이기는 하죠.”
물론 현세계 창조주와 함께 대신(大神)도 날려버렸으면 위험하겠지만, 겨우 창조신의 운명에 개입한 정도로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오백억 년 후의 과거에조차 준비만 되어 있다면 개입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신력 일천 조에 마도신의 오리진조차 능가한 현실부정의 마도신의 위력이었다.
다만 이런 힘을 한참 기준에 못 미치는 현재에게 거의 쓰고 있으니 아까울 뿐이었다.
“멍청한 현재 자식.
흐름의 오류를 이용하고 있는 주제에 너무 눈에 띄고 있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벌써 들통나서 소멸당했다.
이건 정말 손이 많이 가는군.”
그 말에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은 더욱 반짝이는 눈으로 의문을 쏟아내었다.
“무슨 오류요?
이거 유상전생(有償轉生)이 아니에요?”
유상전생(有償轉生)은 진리 외에는 사용했다는 기록조차 없어서 바람가에서도 환상이었다.
그러나 완성된 권능이기에 오류가 발생 될 리가 없었다.
‘바람가의 가주 전부가 유상전생(有償轉生)이 어떤 오의인지 안다.
그리고 사용하는 방법까지 전부 알고 있다.’
그러나 시도를 못 한다.
완벽하게 알고 있기에 도전했다가는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가의 금기란 누구나 알고 있으나 아무도 실행할 수 없다는 뜻이지.’
유상전생(有償轉生)은 모든 정보가 공개가 원칙이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 목적인 바람가에서도 궁극이라고 할 정도로 금지된 오의였다.
물론 영향이나 위력이 문제가 아니라 성공률이 거의 없는 탓이다.
‘진리 할아버님 외에는 성공한 존재가 없다.
강해지기 전에 거꾸로 세계에 먹힌다.
그런데 자신의 현재인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을 과거로 보내면서 그걸 사용한 것으로 보였단 말이야.’
십중심만은 영원체의 가문인 바람가도 특별히 생각한다.
더구나 절대계 십중심이라면 바람가의 금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리고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까지 품게 한다.
‘절대계 십중심 정도면 혹시 성공할지도 몰라.’
그래서 의견대립으로 발생한 모처럼의 정당한 십중심과 재미있는 결투를 중지한 것이다.
그런데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는 코웃음을 쳤다.
“하? 누가 이걸 유상전생(有償轉生)이래?
과거로 돌아가서 개인의 오류를 수정하는 대가로 세계보다 강해지지 않으면 오히려 먹혀버려서 금지된 오의가 아닌가?
그걸 진리 외에 누가 써?”
눈을 감은 채 앉아있는 모습의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를 노려보면서 외쳤다.
“이런 무지막지한 금기를 멍청한 현재 자식이 감당이나 하겠어?
내가 아무리 죽고 싶어도 자살만은 사양이다.
죽어도 원수들과 싸우다 사라질 것이다.”
절대계 십중심 중 현자의 정점으로 보기에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상당히 감정적인 말이었지만 바로 무시하고 질문을 이었다.
“그럼 뭐예요?”
차원의 오리진이 호기심이 최대한 발휘된 표정을 지으면서 묻자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이대는 자부심이 서린 표정으로 대답한다.
“유상전생(有償轉生)에 이것저것 뒤섞어서 적당히 효과가 나타나게 하였다.
그 이름은 환생폭탄(還生爆彈).”
“….”
잠시 이름의 의미를 생각한 바람가의 차원의 오리진은 정말 드물게 딱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보다 강해지는 것을 실패하면 먹히기 전에 터진다는 뜻이군요.”
원래의 유상전생(有償轉生)은 실패하면 반드시 세계에 먹혀서 자양분이 된다.
자신의 발전과 세계의 발전을 양립하게 하는 권능의 기본구조인 셈이다.
‘그것은 흐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정을 하려 한 대가다.’
그런데 세계가 실패의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순간에 발동자의 신체를 통째로 날려버린다는 황당한 개념이었다.
‘그렇게 소멸하면 단련으로 얻은 신체를 잃는 대신에 신령은 남는다.
즉 흐름을 조정하여 얻은 힘을 포기하는 대신 세계에 완전히 흡수되는 결과를 피하는 방식이구나.’
그럼 과거에서 좋다고 단련하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하는 모든 수련은 쓸데없는 일이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는 태연하게 말했다.
“실패가 전제되지만, 신령의 단련을 시킨다.
모든 것을 잃어도 원래의 신체로 신령이 돌아오면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록 힘들여 단련한 신체를 잃을지라도 미세하게 흐름이 좋게 바뀌었다면 그걸로 좋다.
이런 금기를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서 귀환을 시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은 진심으로 한마디를 했다.
“와아! 정말 당신 미쳤어요.
어떻게 자신의 현재에게 그렇게 악독한 권능을 걸 수 있어요?”
유상전생(有償轉生)은 원래 신체와 신령 전부를 과거로 보낸다.
‘신체도 가야 효과가 확실하다.
그런데 신령만을 보냈기에 이상했는데 설마 새로 만든 신체로 얻은 힘을 포기하더라도 신령만이라도 회수하기 위해서라니?’
이건 신체를 진짜 도구로 보지 않으면 못 할 짓이었다.
그런데 잠시 효과와 위험성을 저울질한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웃었다.
“카하하하하-! 그런데 재미있겠다.
나도 해줘요.”
효과는 줄어든 만큼 위험성도 줄었다면 할 만한 오의가 된 셈이었다.
그 요청을 들은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이대는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짜증을 냈다.
“당장 꺼져-!
원래 이건 전부 네 탓이고 네가 벌인 짓이었다!”
“에?”
갑자기 자신에게 모두 뒤집어씌우면서 버럭 화를 내자 의아해진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이다.
“나는 그걸 조금 더 유리하게 바꾸었을 뿐이야.
그러니 너한테는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쳇! 지금도 조정된 흐름이라 이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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