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424화 (1,335/2,000)

34권 35권

솔직히 간부들도 착하게 살지 못하고, 언제인가는 다시 해적질하다가 지옥에 끌려간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탕 하면 몇 년을 놀고먹을 수 있는데 매일 성실하게 일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이미 열심히 일해서 먹고사는 방식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정체 모를 존재가 부추기지 않았으면 몇 년은 더 참았겠지.’

영웅동맹에서도 태도 불량과 불성실로 초월자가 되지 못하고 낙제생이 되었으니 주제 파악은 확실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할 말이 없어진 간부들이 침묵하자 자신의 의자에 깊숙이 몸을 실은 캡틴 스왈로우였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이다.

우주 해적답게 멋지게 마음대로 자유롭게 살다 가자.”

그 말에 간부들의 얼굴에서 열기가 확 울라 왔다.

세상에 절망하던 과거에 그렇게 멋져 보이던 말이 지금은 놀리는 것으로 들린 탓이다.

‘우리는 이제 안 죽는다니까!’

‘죽으면 지옥에서 영원히 싸워야 해.’

‘지옥에서 악령과 인형 병기들에게 그렇게 당했으면서 모르나?’

말다툼이 벌어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비상연락이 회의실을 울렸다.

“퀸 엘리자베스호가 초장거리 공간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함대가 은거지 주변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

“!!!”

벌떡!

그 말과 동시에 모든 해적 간부들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공주 시절에는 가장 믿음직한 동료이기는 하지만, 이제 은하제국의 여왕이 되어버린 에메랄드가 온 것이다.

그런데 직접 전투용 전용 함선까지 가지고 왔으니 심상치가 않았다.

“에메랄드 여왕이 전투함대를 이끌고 이 비밀 은거지로 쳐들어왔다.”

“통보도 없었어.”

“끝장을 보자는 건가?”

에메랄드 여왕이 퀸 엘리자베스를 몰고 연합의 보급기지와 제국의 변방 행성을 무차별로 강탈하던 모습이 생각나자 소름이 오싹 올라왔다.

‘그녀가 나섰던 우주에서 벌어진 전쟁에서는 진적이 없다.’

‘피해도 거의 받지 않아.’

그들이 알기에 함대지배의 초능력은 아군 함대의 움직임과 사격을 바로잡고, 적군의 함대를 방해한다.

그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에메랄드 여왕과 함대로 싸우는 전투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퀸 엘리자베스와 함대의 주포가 일제히 불을 내뿜었다.

수만 줄기의 빔 포가 은거지를 둘러싼 운석과 우주 기뢰를 모두 삭제시키기 시작했다.

간부들의 얼굴은 이제 파랗게 질려갔다.

“다짜고짜 사격이다!”

“화가 엄청 난 모양이다.”

에메랄드 여왕의 이해는 갔다.

아이언의 봉인을 풀어주고 이제 조용히 살라고 전함까지 주었는데 가장 크게 배신한 셈이었다.

‘해적에게 배신의 대가는 무조건 죽음이니 대화보다 싸움이 먼저이다.’

그런데 상대가 워낙 강하니 그럴 수는 없었다.

‘싸우면 무조건 진다.’

함대를 지배하는 초능력을 가진 에메랄드 여왕이 십만 대가 넘는 대함대를 이끌고 왔다.

그런데 겨우 일백 척이 넘는 소수의 함대로 도전해서 이길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이제 자비도 바라기 힘들다.

‘과거 동료라고 해서 구해주고 지원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배신을 했으니 잡히면 정말 처형을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에메랄드 여왕이 자신들의 두목인 스왈로우 선장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간부는 없었다.

“캡틴 스왈로우! 어떻게 해보시오!”

“당신 말이라면 들어줄 것 아니오.”

쿠쿵!

그런데 이제까지 위엄을 지키던 스왈로우 선장도 에메랄드 여왕이 왔다는 소식에 엄청나게 놀랐는지 의자에서 미끄러져 있었다.

“으윽!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지?

결심이 너무 빠르다.”

에메랄드 여왕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경악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스왈로우 선장이 해적 시절에도 에메랄드 공주를 무척이나 꺼렸다는 생각이 모두의 뇌리에 떠올랐다.

표현을 정확하게 하자면 굉장히 무서워했으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저런 미녀를 피하는 거야?’

‘제국의 공주이니 권력에 재력, 초능력까지 완벽하잖아?’

‘나라면 바로 결혼해서 해적질을 때려치울 텐데 말이야.’

무척 아픈지 엉덩이를 붙잡고 일어서는 캡틴 스왈로우의 모습에 간부들의 얼굴에서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아이언에 관한 일을 폭로해서 은하제국이 분열되면 에메랄드 여왕을 배신하는 꼴이 아니냐는 질문에 알아서 설득하겠다고 대답을 했었지.’

‘또 말만 그럴듯하게 했군.’

엄청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전혀 답이 없는 모양이었다.

간부들의 얼굴에는 암울한 표정만이 떠올랐다.

‘역시 이 남자는 대책도 미래도 없어.’

‘일단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자 이건가?’

‘죽으면 끝이니 짧지라도 자유롭고 멋지게 살자고 했지.’

현재의 지배체제와 인간들에게 배신당하고 우주 해적이 된 이들에게 이보다 마음에 와 닿는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잔인하거나 무능하지 않고 정의로운 모습이 좋아서 두목으로 추대했다.

‘스왈로우 선장은 그저 내키는 대로 사는 진정한 해적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죽음이 죽으면 끝이 아닌 초월자가 되기 위한 시작이었다.

‘이러다가 또 지옥에 끌려간다.’

‘지옥도 어지간해야지!’

‘끝도 없는 전쟁터에 죽지도 쉬지도 못하는 강제 전투라니 이게 무슨 악몽이야.’

‘겨우 지옥에서 풀려났더니 또 끌려가야 해?’

‘그것도 이번에는 어떤 형벌이 추가될지 몰라.’

은하계에서 정기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성체의 숫자가 많아야 한다는 점은 이제 알고 있다.

그래서 은하제국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아이언이 방해를 받았으니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거기까지 생각한 간부들의 얼굴이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져 갔다.

‘이 은하계를 떠나서 아이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막 나갔는데 후회막급이다.’

‘잡히면 어떤 끔찍한 짓을 당할지를 몰라.’

‘무슨 수를 내야겠다.’

에메랄드 여왕이 직접 퀸 엘리자베스를 몰고 비밀 은거지로 쳐들어 왔다는 보고에 어쩔 줄 모르는 두목은 일단 젖혀두고 상의에 들어가는 간부들이었다.

구구구구구구구-!

비밀 은거지의 외부 방어막이나 다름없는 운석들의 무리가 대함대의 집중포격에 빠르게 증발한다.

숨겨져 있는 우주 기뢰까지 융단포격으로 제거하면서 정확하게 은거지로 향하는 통로를 여는 포격을 본 스왈로우 선장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간다.

“으윽! 성질이 단단히 났군.

하여간 피는 못 속여.”

대열의 선두에 서서 돌진해오는 퀸 엘리자베스의 선미의 미녀 얼굴이 무시무시하게 화를 내는 에메랄드의 모습으로 보였다.

저런 상태가 되면 아무도 못 말리는 에메랄드 여왕의 성격을 아는 스왈로우 선장은 시원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저 방식으로는 운석 군을 쉽게는 못 뚫는다.

그러니 전부 챙겨서 공간이동으로 도망친다.”

“은거지를 버릴 겁니까?

“여긴 저희 근거지입니다.”

간부들의 물음에 피식 웃으면서 손가락을 머리 위를 빙빙 돌리면서 묻는다.

“지옥에서 오래 있더니 돌았지?

해적에게 무슨 정해진 근거지가 있나?

우리의 세력은 은하계 전부다.”

은하계 전부를 비추는 화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특정 좌표를 찍은 스왈로우 선장은 쾌활한 어조로 외쳤다.

“일단 여기는 이미 알고 있으니 포기한다.

그리고, 이럴 때를 위해서 준비해 놓은 비밀 은거지로 숨는다.

여기는 에메랄드도 모른다.”

그 말에 캡틴 스왈로우를 분노한 에메랄드 여왕에게 넘기자는 선상 반란까지 논의하던 분위기가 확 바뀐다.

그리고 간부들은 다급하게 자신들의 해적단에게 긴급 공간이동 지시를 내렸다.

좌표를 받은 우주 해적의 함대가 공간이동을 하는 모습은 에메랄드 여왕도 감지했으나 어쩌지를 못한다.

우우우우우우-! 위이이이이-!

아무리 함대의 여왕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거리에서 적대적인 함대에 간섭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적 함대들이 은거지에서 사라지자 에메랄드 여왕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감히 내게 도망을 쳐요?

변명도 못 하겠다 이건 가요?”

잠시 후 퀸 엘리자베스와 본성 함대는 우주 기뢰와 운석 무리를 뚫고서 비밀 은거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역시 뛰어난 해적단답게 아무것도 없고 흔적조차 없음을 확인한 에메랄드 여왕은 이를 악물었다.

‘그동안 같이 털었던 보물이나 물자는 결코 일백대의 함대에 적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소행성 급의 거대 요새가 아니라면 보관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해.’

물자도 회수하기 위해서 기습을 걸었으니 다른 장소로 옮길 시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텅텅 비어있다는 사실은 한 가지를 뜻했다.

“다른 비밀 근거지가 있구나!”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또 다른 배신이었다.

쿠쿠쿠쿠쿠쿵-!

거기에 단 한 장의 메시지도 없는 완전한 도주였다.

왜 은하제국의 여왕인 자신을 그렇게 곤란하게 만들었는지 꼭 알고 싶었던 에메랄드로서는 용서할 수 없었다.

“전부 쏴서 없애버려.

다시는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녀의 명령에 따라서 본성 함대에서 비밀 은거지로 융단포격이 쏘아진다.

이 공격은 그녀와 스왈로우 선장과의 추억이 서려 있던 우주 해적의 요새 하나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공간이동으로 새로운 비밀 은거지로 도망가서 숨은 우주 해적들에게도 전해졌다.

“우리 은거지가 우주의 먼지로 변했어?”

설마 은거지 자체를 파괴할 줄 몰랐던 간부들은 입을 딱 벌리고 놀랐다.

그러나 캡틴 스왈로우는 달랐다.

예상했다는 듯이 원래 은거지에 있던 우주 해적단의 총선장의 의자에 기대어 앉아서 태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역시 그런 성격이었지.

황무지 행성들에서 제국을 만든 프롬 여제로부터 이어받은 피가 어디로 갈까?”

나중에 돌아갈 생각을 하던 너무 태연한 두목의 모습에 간부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캡틴 스왈로우.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에메랄드 여왕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서 이제 아주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원흉을 넘겨준다고 곱게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저렇게 화난 상대에게는 절대로 잡혀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도주하고 숨는 면에서 캡틴 스왈로우를 능가하는 선장은 없었다.

“우리만이라면 수천 년을 버틸 물자와 호화롭게 살 수 있는 재산이 여기 있다.

그리고 여기는 신족이 못 찾아.”

밖의 광경을 보이는 화면을 열자 거기에는 무수한 별이 보였다.

전혀 특이한 점이 없는 평범한 항성계인데 딱 하나 차이점이 있었다.

주변 환경이 워낙 척박하여 생명체조차 없어서 버려진 구역이라는 점이었다.

“정기를 회수할 지성체나 생명체가 하나도 없는 죽음의 항성계.

버려진 지역이니 당연히 신족도 제국도 없다.

그리고 신계인 달, 위성조차 하나도 없으니 광역 탐지가 불가능해.

우린 여기서 은하제국이 조용해질 때까지 지낸다.”

“오오! 과연 캡틴 스왈로우!”

“도망치고 숨는 데는 당할 자가 없다!”

원래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않고 은밀성만 따져서 장소를 골랐는데 회심의 한 수가 된 셈이었다.

“겨우 초능력자에 영웅동맹의 낙제생, 우주 해적에 불과한 우리를 신계 주신인 아이언과 은하제국의 여왕이 계속 신경을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먹고 놀다 지긋지긋해지면 십 년 정도 푹 자고 일어나면 상황은 변해있을 것이다.

그때 다시 움직인다.”

새로운 희망에 환호하는 간부들을 본 캡틴 스왈로우는 선장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면서 혼잣말을 했다.

“지배에 대한 반역은 인간의 본성이다.

억지로 통일한 은하제국이 오래 갈 리가 없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연합과 제국으로 나누어 대립할 때부터 더욱 처참한 비극을 맞이하게 분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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