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421화 (1,332/2,000)

34권 35권

화면 너머지만 아이언의 무시무시한 혼잣말을 들은 프롬 여제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안색을 살핀다.

‘일주일 동안이나 연락을 끊지 않고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이제 무리야.

갈수록 짜증을 내는 빈도가 높아져.’

그렇다고 그만 쉬라고 할 수가 없었다.

우주 해적의 폭로로 위기가 왔지만, 아이언이 도와주니 상황이 정반대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여왕의 지배에 반역을 꿈꾸는 세력이 모두 확실히 드러난 지금이 바로 전부 정리할 기회다.’

앞으로 에메랄드 여왕의 지배에 방해가 될 요소를 전부 치울 생각을 한 프롬 여제였기에 아이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알려주는 제안도 그대로 시행하는 중이었다.

‘명예대공이라고 하지만 은하제국의 이인자이니 나중에 큰 무리도 없다.

다만 대숙청을 각오한 나조차 놀랄 정도의 조치들은 문제다.’

아직은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 지상군이다.

그런데 이 기회에 과거의 군인들은 모두 정리를 해야 한다고 모든 장성을 황궁에서 잡아들이고 영관급들은 자택에 연금시켜 버렸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고 출세한 군인들은 평화를 못 견딘다고?

싸울 전장을 만들어 줄 때까지 휴가를 줘?

이게 무슨 말이지?’

제국을 직접 다스린 프롬 여제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하는 아이언이었다.

그리고 치안본부만이 남자 일주일 동안 황궁에서 대기 중인 장성들을 알현실에 전부 집합시키고 다짜고짜 말을 꺼낸다.

제국을 다스릴 여제에게 이런 과격한 조치는 아무래도 부담이 되기에 아이언이 직접 나서고 있었다.

“내가 누구이고 상황이 어떤지는 모두 알지?

은하제국을 위하여 불안요소가 된 너희를 내버려 둘 수 없다.”

“….”

황궁에서 일주일을 연금을 당했다.

부대와 연락수단이 끊기고 지휘권마저 박탈되어서 이미 포기한 장군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정체 모를 존재들의 개입을 알고도 여왕과 관계된 일이라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되어서 억울할 뿐이었다.

‘처형이든 면직이든 빨리 결정이 되라.’

‘그러나 우리의 의지는 절대로 꺾이지 않는다.’

제국의 창시자인 프롬 여제에 대한 충성심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런 분을 뒤에서 조종하는 정체 모를 존재에 대한 반감은 숨길 수가 없었다.

우우웅! 우우웅!

그들의 생각을 읽은 아이언은 다시 천국과 지옥의 문을 열었다.

총 제독이 보여 준 것과 같은 똑같은 빨간 문과 파란 문이었다.

“파란 문은 천국이다.

거기로 들어가면 편히 쉬고, 우주 제국이 안정기에 들어서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최대한 길어도 십 년 정도이겠지.

그동안 너희가 가지고 있는 월급과 재산은 지금 그대로 둔다.

죽음도 없고 육체의 노화도 멈추어 줄 테니 장기 유급휴양이라고 생각하고 푹 쉬어.

안정화된 은하제국에서 민간인으로 새 출발을 하라는 말이다.”

“!?”

잘해야 바로 면직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 너무나 관대한 조치였기에 장군들과 프롬 여제조차 놀랐다.

그런데 아이언은 느긋하게 말을 이어간다.

“빨간 문은 지옥이다.

여기로 들어가면 전쟁을 벌이는 인형 병기와 우주 전함, 각종 기계 병기, 악령들이 넘쳐난다.

그들과 십 년 이상을 싸워야 한다.

무기나 병력보급은 당연히 해주겠지만, 그들에게 한 번이라도 이겨야지만 나올 수 있다.

계속 진다면 이길 때까지 지옥에서 영원한 전쟁을 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

장군들의 안색이 확 굳어졌다.

지금 제안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한 일부의 장군이 힘겹게 입을 열어서 묻는다.

“명예대공님. 천국으로 가면 십 년의 휴양이지만 전역입니까?”

“그래.

제국을 위해서 싸운 공을 생각해서 푹 쉬게 해준다.

퇴직금도 두둑이 챙겨주마.

사업하다 망하지 말라고 은행에 넣어놓으면 이자만으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주지.”

명예 전역을 보장한다는 아이언의 말에 장군들의 안색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질문을 한다.

“지옥으로 들어가면 인형 병기나 전함, 악령들과 전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기지 못하면 영원히 싸워야 하지만, 지금의 직위를 유지 시켜주신다는 말씀이시군요.”

“아주 잘 이해했구나.

천국으로 가면 너희가 그렇게 바라던 전역과 자유로운 민간인의 삶이 기다린다.

그러나 지옥으로 가면 지긋지긋한 전투만이 계속될 것이다.

이기면 십 년 후에 나올 수 있지만, 패배를 계속한다면 영원히 그렇게 된다.!”

“!!!”

정체 모를 존재는 과학이나 초능력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천국과 지옥, 영원이라는 단어에 실린 무게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장성들은 대화를 나누었다.

‘영원히 싸운다는 말이 실제 그대로의 의미면 감당할 수 없다.’

‘인형 병기와 우주 전함은 그렇다 치고 악령은 어떻게 상대를 하라는 거야?’

‘그러나 확실히 굉장히 좋은 조건이야.’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에게 반역의 혐의가 걸렸으면 최악의 경우 바로 처형이니 말이야.’

실제로 목숨까지 포기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십 년의 유급휴가 후 명예퇴직이라니 이건 정말 자비로운 조치였기에 모두 마음의 결정을 내려간다.

웅성! 웅성!

장군들이 심각하게 토의를 하는 모습을 본 아이언은 바로 화면을 돌린다.

그리고 아까부터 대기 중인 치안장관의 화면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넌 어디로 가겠느냐?

편안한 새 출발을 보장해주는 천국이냐?

아니면 지금 직위는 유지할 수 있지만, 능력을 증명하지 않으면 영원히 갇힐 지옥이냐?”

“….”

치안장관의 면담 요청은 프롬 여제에게 계속 거부를 당했다.

그러나 아이언이 치안장관의 마음을 읽고 회선을 열어주었기에 상황은 알 수 있었다.

‘벼랑 끝에 몰아넣고 지독한 선택을 강요한다.

분명 극단이지만, 선택의 자유와 살길이 있다.

이것이 신인가?

아니면 악마인가?’

단지 지성체들의 위협이라고 단정을 지었던 정체 모를 존재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의 화면 너머로 보이는 프롬 여제를 쳐다보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으음! 정체 모를 존재 때문에 허수아비가 되었다는 소문은 무시했다.

그러나 왕위를 인양했을 때는 혹시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황의 자리에 앉아있는 프롬 여제는 어느 때보다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내려와야 할 때였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고 강하시다.

진정한 군주이시지.

그러나 통일이 된 이상 이제 국민의 시대가 온다.

앞으로의 은하제국에 절대군주로는 한계다.’

역사가 증명한다.

하나로 통일된 나라에서 왕이 권력을 독점하면 그 이후에는 반드시 내부 세력의 부패와 대립으로 자멸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국민의 반란으로 인하여 비참하게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겨우 하나가 된 은하다.

더 길게 평화를 유지하려면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여왕은 상징적인 존재로 하고 문제가 반드시 발생하는 지배는 관리들이 순환하면서 운영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시위를 진압하지 않았지만, 반란은 결코 아니었다.

‘평화로운 시대로 변했으니 이제 다양한 욕구가 쏟아져나올 것이다.

여왕 혼자서는 그걸 감당할 수 없어.

거대해지고 복잡해질 은하제국은 절대군주 한 명으로는 통치할 수 없다.

그런 사실을 지금 시위 사태로 아시고, 국민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뒤로 물러나 주시기를 바란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직접 건의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런 종류의 직언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잘못하면 가족까지 위험할지도 모르나, 평생을 걸쳐 만들어온 치안부가 이미 괴멸 직전이었다.

그래서 삶에 미련을 버린 치안장관이 발언을 하려 한다.

“프롬 폐하.”

막 입을 떼려는 순간 아이언이 갑자기 말을 가로챘다.

“시간이 없으니 정리하자.

여왕으로는 은하제국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물러나시라고 직언을 못 하니 파업을 벌였다.

맞는가?”

“!?”

지극히 단순화된 말에 치안장관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지금까지 해온 고민을 전부 알지 못하면 결코 이렇게 간략하게 정리할 수 없다.

‘누구와도 이 의견을 교류한 적이 없다.

그럼 정체 모를 존재들은 화면 너머의 마음마저 읽는구나!’

고위 초능력자가 감정이나 강력한 사념은 읽을 수 있다고 하지만, 바로 앞에 있거나 접촉을 해야 한다.

그런데 황궁에서 멀리 떨어진 치안본부에서 해온 화상을 보고 이렇게 자세한 마음을 읽어내다니 공포심마저 들었다.

아이언은 지극히 귀찮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간다.

“그건 네가 주관적으로 생각한 국가가 멸망하는 과정이고 결과이겠지.

무엇보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물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지만, 독사가 먹으면 극독이 된다.

모시던 상급자를 배신한 하급자들이 만든 나라가 얼마나 갈 것 같으냐?

오래간다고 해도 비굴하고 말로는 더욱 처참하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지성체는 전부 치울 생각인 아이언은 거침없이 빛의 날개를 펼쳤다.

신으로서 은하제국에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더는 시간 낭비를 할 생각이 없었다.

‘나의 존재에 의문을 품거나 여왕의 지배에 반기를 들은 주동자들은 모두 천국과 지옥으로 보낸다.

그들의 강한 정기는 아주 좋은 양식이 되어주겠지.’

최고위 창조신의 신격을 아낌없이 드러낸 아이언의 모습을 눈이 찢어지라 쳐다보는 치안장관과 장군들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초능력자는 결코 아니었다.

‘설마 했는데 명예대공은 정말 인간이 아니었다.’

‘프롬 여제님은 이 사실을 아니나?’

다급하게 프롬 여제를 쳐다본 순간 발에서 힘이 풀려나갔다.

우우우웅-!

지성체에서 진화한 초월자의 증거인 불타오르는 투기의 날개 한 쌍이 왕좌에 앉은 프롬 여제의 등 뒤에 펼쳐져 있었다.

아이언의 말로 여왕의 능력을 의심하는 치안장관의 의도를 읽은 프롬 여제는 은은한 노기를 드러낸다.

“여왕 혼자서는 은하제국을 다스릴 수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국민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라는 말이야?

네가 말하는 국민이 주인인 연합에서 제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벌써 잊었구나.

수많은 국민의 요구를 정치가들이 무리하게 따르려 하다가 모든 통치체계가 와해하면서 내전이 발생했다.

내전이 벌어진 행성의 지배층들은 지지자들을 이끌고, 은하 곳곳으로 살기 위해서 흩어져서 다시 식민행성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식민행성들이 바로 제국의 시작이다.”

과거를 회상하는 그녀의 입에서는 차가운 음성이 계속 흘러나왔다.

“너의 부모 역시 네가 그렇게 중시하는 국민에 의해 쫓겨난 연합의 지배층 중 하나라는 사실을 벌써 잊었느냐?

은하제국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이제 도망칠 곳도 없다.

너는 또 그런 잘못된 과정을 반복하여 은하제국을 멸망의 길로 이끌 생각이냐?”

“!!!”

생각하지도 못한 통렬한 반박이었다.

치안장관의 몸이 휘청거렸다.

‘여왕의 중앙통치로 인한 문제만 생각했지, 국민에게 권력이 이양된 이후의 문제를 잊었다.

권력이 분산되면 독재의 피해는 줄지만, 의사결정의 혼란과 발전 저해는 필연이다.

여왕 혼자의 오판이 문제가 아니라 무수한 이익집단에 의해서 엄청난 속도로 부패할 수 있다.’

업무를 추진하면서 여러 요구사항을 전부 들어주다 보면 큰 성과를 보기는 힘들다.

국가 자체가 그렇게 되면 발전은 서서히 멈추고 퇴보를 시작한다.

그래서 점점 줄어드는 물자와 권력을 노리고 끝없는 제 살을 깎아 먹는 내전이 벌어진다.

‘연합의 붕괴는 아이러니하게도 제국의 위협으로 멈추었다.’

외부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하니 거기에 따라서 국민의 욕구를 제한할 명분이 생겼다.

그리고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연합이 극적으로 되살아났으니 참으로 역사란 무서운 것이었다.

“이미 연합이 증명했다.

국민의 욕구만을 생각하는 너희의 힘으로는 은하제국을 유지하지 못한다.

오십 년도 안 되어서 수십 조각으로 나누어져서 은하 전체를 멸망으로 몰아가겠지.

그렇게 될 바에는 모두 정리하고 새로 시작할 것이다.”

“폐하….”

치안장관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나간다.

숙청을 결심한 프롬 여제의 의지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신한 것이다.

그 순간 치안 장관을 비추던 화면에서 폭음이 울리면서 흔들렸다.

쿠쿠쿠쿠쿵-!

“장관님. 기동타격대가 돌파당했습니다!”

“우주 해병들이 그대로 건물로 충돌해옵니다!”

“이제 막을 수 없습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치안장관을 비추는 화면이 꺼졌다.

마침내 치안본부의 점령을 이루어졌음을 안 아이언은 빛의 날개를 접으면서 장군들에게 말한다.

“광대한 나라일수록 강력한 통치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은하제국은 여왕이 다스리는 것이 올바르다.

나는 행성이 유지되고 정기가 계속 생산되는 한 지성체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왕의 지배체제를 뒤흔들거나 행성을 오염시키면 용납하지 않겠노라.

이것이 나의 의지다.”

장군이 듣기에 전혀 의외의 발언이었다.

아이언은 더 설명을 해주기가 귀찮아서 천국과 지옥의 문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자아! 어서 선택하라.

만약 선택하지 않으면 그대로 지우겠노라.”

장군들은 저 멀리 치안본부에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모습을 보면서 입술을 피가 나도록 꽉 깨물었다.

‘천국으로 가면 장군의 직위가 사라진다.’

‘지옥으로 가면 끝없는 전쟁이 기다린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둘 다 선택하기 싫다.’

하지만, 방금 치안장관처럼 반역자의 굴레를 쓰고 부하까지 끌어들일 수 없으니 반드시 선택해야 했다.

‘이게 내 군 생활의 끝인가?’

‘연합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장렬하게 죽어간 동료들이 부러울 지경이군.’

논의와 결심을 끝낸 장군들은 천국의 파란 문으로 하나둘 걸음을 옮긴다.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는 영원한 전쟁이 두렵지는 않았으나, 스스로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그렇게 장군들이 스스로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군인답게 지옥의 영원한 전쟁을 선택한 장군은 없나?

하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망설이다가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겠지.

장군들은 끝났으니 이제 영관급들을 데려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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