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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420화 (1,331/2,000)

34권 35권

우주 전함에서 갑자기 내쫓기고 계급까지 삭제당한 우주군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명령이 없었다.

“지금까지 몇 명이 같이 쓰던 우주 전함의 좁은 선실이 아닌 넓은 사무실이 넘어온다.”

“딱딱한 철제 침대나 의자 대신에 포근한 소파와 푹신푹신한 침대가 따라온다 이건가?”

“멋지잖아!”

치안부를 제압하여 총구를 겨누기만 하면 힘들여 설득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올라간 직급에 따른 봉급액수를 보면 황홀하기까지 했다.

승급된 계급에 치안부의 월급까지 절반이 추가된 것이다.

이게 모두 새로 명예대공(名譽大公)이 되신 아이언님의 제안과 조치라니 충성심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이건 진짜 축제야.”

“전쟁이 끝나서 꼼짝없이 실직자가 되는 줄 알았더니 삶이 더욱 화끈해졌는데.”

그리고 앞으로의 삶도 기대가 되었다.

“능력과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출세할 수 있는 시대를 여실 모양이야.”“정말 멋진 시대야.”

“갑자기 살 맛이 나는군.”

이런 상황이니 우주 해병들은 일반 흥분제 담배와는 급이 다른 거의 마약과 같은 특제 담배를 입에 물고 긴 연기를 뿜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싸운 덕분에 많은 전과를 확보한 우주 해병대 선임자들의 대화는 지극히 화기애애했다.

“킬킬킬킬! 이대로 편히 늙어 죽을 수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전부 꿈이었군.”

“후후! 기대가 아니라 걱정이었겠지.”

“역시 군인은 군대에서 싸우다 죽어야 해.”

“사회 나갈 준비를 해봤더니 우린 아예 병신이더라.”

“후후! 우주 해병이라고 했더니 이력서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어.”

연합이라는 거대한 적이 없어진 우주군의 감축은 누가 봐도 필연이었다.

우주군에 속해있고, 눈치가 있다면 누구나 사회에 나갈 준비를 했으나 결과는 거의 실패였다.

“군인은 융통성이 없어서 안 받는다나?”

“사설 용병부대가 전투경험이 있으면 우대한다고 해서 면접을 보러 갔더니 다루기 쉬운 젊은 놈들만 받아주겠다던데?”

은하가 통일되어서 찾아온 평화가 모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군에 오래 있을수록 적응하기 힘들다고 사회에서는 낮은 평가를 한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주변의 우주 해병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외쳤다.

“우주 해병 훈련소에서 떨어진 놈이 거기 간부로 거들먹거리고 있더라.”

“으득! 이번 기회에 박살을 내지 그랬어?”

그 말에 사설 용병대에서 취업이 실패한 우주 해병은 통쾌한 웃음을 지으면서 외쳤다.

“응! 이미 간판과 함께 정문을 통째로 날려주었지. 킬킬킬킬킬!”

“푸하하하! 그거 잘했다.

나도 면접 보고 나서 군인이라고 떨어트린 회사들을 찾아가서 면접장을 모두 부수고 왔다.

속이 엄청 시원하더군.”

“나도 그랬는데 압박면접이라고 속을 박박 긁으면서 열 받게 하던 면접관 놈들은 도망치고 없었어.

나에게 왜 그랬느냐고 물어봐서 대답을 못 하면 싹 쏴 죽여버릴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사회의 압박면접이 우주 해적단과 싸우는 것보다 화가 나더라니까.”

우주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세월이 길수록 독이 되어 사회에 돌아갈 기회조차 없다는 현실을 상상조차 못 했던 그들의 분노는 컸다.

그래서 승진을 약속한 대공의 명으로 치안부를 치거나 파괴하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더구나 치안부의 계급장을 빼앗으면 그대로 인정해주겠다는 아이언의 약속은 평화에 지친 그들을 광분하게 한다.

그런 그들에게 집합명령이 떨어진다.

‘치안본부를 점령한다.

희망자만 모여라.’

전 지역의 경찰서는 제압이 완료되어서 치안본부라는 마지막 목표만이 남아있었고, 거기에 최후의 저항선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 몇 번이나 공격이 막히자 일주일 동안 초고속 승진한 정예만을 대상으로 소집명령이 하달되는 상황이었다.

그 명령을 들은 우주 해병들은 모두 담배를 껐다.

핏! 지익!

전공으로 얻은 계급장을 흩어본 해병들은 각자 가장 높은 계급장을 견장에 붙이고 일어섰다.

“가보자.

어차피 평화로운 사회의 밑바닥에서 구르다 죽는 일은 우리와 안 어울려.”

“이 기회에 이것들을 전부 쫓아내고 우리가 차지하자고.”

점령한 경찰본부를 나서면서 몇몇 우주군의 비어있는 어깨를 쳐다본 고참 우주 해병은 미소를 지으면서 외친다.

“아직 계급장을 못 얻은 놈들은 이걸 나누어 가져라!”

손에 한가득 쥐었던 계급장을 그대로 뿌려버린다.

화아아아악-!

우주 해병들은 줍느라고 난리가 난 우주군들을 지나가면서 호탕하게 외쳤다.

“푸하하하하하-! 이제 치안본부만 남았다!”

“우린 거기로 간다.”

“거기에는 우리에게 자기 자리를 바칠 나약한 높은 놈들이 우글거린다고!”

“출세하고 싶으면 와라. 크하하하하하하-!”

이미 주요 경찰서를 연달아 점령하면서 치안부의 저항을 무참하게 박살을 낸 그들의 눈에는 살기가 번뜩거렸다.

그렇게 모인 우주군의 정예들의 힘으로 치안본부의 방어선은 붕괴를 시작했다.

아직은 건재한 치안부는 저지하라는 명령을 최정예라는 기동타격대에게 내렸고, 그들을 사열하는 치안장관의 얼굴을 거의 반쪽이 되어 있었다.

‘이러다가 치안부가 모두 소멸이 된다.

이건 모두 내가 어리석은 탓이다.

시대의 흐름만 읽을 것이 아니라 프롬 여제님의 힘과 성향부터 고려해야 했어.’

시위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무시했다가 반역자로 낙인 찍힌 상황이었다.

덕분에 벌써 수백 명의 희생이 생기고, 대부분의 경찰서가 점령된 사실도 안다.

‘우주군에 잡힌 치안부의 직위가 전부 해제되어 민간인 신분이 되었으니 여기를 점령당하면 끝이다.’

일주일 동안 밤낮없이 시가전을 지휘하느라 쓰러지기 직전이지만,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이면서 명령이 아닌 부탁을 했다.

“치안장관인 내 권한으로 프롬 여제님을 직접 뵙고 목숨으로 자비를 청원해보겠다.

그러나 내 직위와 거점을 빼앗기면 그런 기회조차 없다.

내가 여제님을 설득하기 전까지 본부만은 점령을 당해서는 안 된다.

부디 막아다오.”

함부로 여왕에게 도전하여 치안부를 이 꼴로 만들었지만, 자신들의 수장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그래서 기동타격대는 모든 치장되었던 장비를 풀어서 거의 군대와 맞먹는 전투 장비를 갖추었다.

더구나, 진압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생긴 사실을 알고서 독기가 바짝 오른 상태였다.

‘상급자가 좋든 싫든 동료가 여왕이든 국민이든 어디의 편에 서서 구분되었다고 해도 모두 동료이며 은하제국의 국민이다.’

‘지켜야 할 국민을 죽인 군대를 용서하지 않겠다.’

아낌없이 중화기를 동원하고 폭탄까지 설치하면서 우주 해병들을 맞설 준비를 해간다.

필요하다면 건물을 무너트려 도로를 막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민간인은 모두 철수를 시킨 치안본부 주변의 고층빌딩이 무너지고 도로가 박살이 났다.

구구구구궁-! 꽈르르르르릉-!

치안부의 극단적인 최후의 발악은 우주군도 이미 예상하였기에 정예만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치안본부의 정면을 통하는 대로에서 기동타격대와 우주 해병은 충돌한다.

제국의 본성을 지키는 치안부의 기동타격대는 경시하지 못할 강적이기에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흥분제의 투입을 중지한 우주 해병들이다.

하지만 대신에 그 이상의 흥분과 전율이 올라오고 있었다.

“푸하하하하! 이제야 싸울 적이 나섰나?”

“쳐라!”

“지켜라!”

그들이 벌이는 시가전은 평생 전쟁과는 인연이 없던 기업가와 정치가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처참한 현실이었다.

평생을 쌓아 올린 재산인 빌딩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사업가들은 두 손을 모으고 누군가를 간절히 찾을 수밖에 없었다.

“정…체모를 존재이시여. 저희가 뭘 잘못 했다고 이러십니까?”

프롬 여제의 기계의 지배력이 아무리 강해도 은하제국 전부와 싸울 수는 없다.

그런데 이렇게 나온다면 정말 정체 모를 존재가 있다는 뜻이었기에 기원은 정말 진심이 넘쳐났다.

은하제국의 성립에 정체 모를 존재들이 도왔다는 소문은 고위층이라면 어느 정도 사실로 알고 있었다.

‘정보 수집차 확인을 해보니 정식명칭은 바로 ‘신(神)’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경전에서 읽은 전지전능한 기적에 매료된 인원도 상당히 있었다.

“신이시여. 부디 저와 재산을 구원해 주소서.”

“신전을 만들고, 헌금도 내라는 대로 내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인생의 전부를 투자하여 만든 재산이 무너지는 절망에 올리는 간절한 기도는 아이언에게 전해진다.

일단은 이 은하계의 지성체와 정신체를 전부 관리하는 신계 주신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존재감을 가져서 무시하기 힘든 지성체들의 기원을 들은 아이언은 혀를 차면서 투덜거렸다.

“쳇! 누가 이런 우스운 지성체들의 권력 싸움에 끼어들고 싶어서 하나?

나는 얼마 가지도 못할 국가 따위에 개입은 하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 장래의 일을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바쁘단 말이다.

그리고 왜 자꾸 내게 재산을 지켜달래?

지성체가 할 수 없는 일을 기원하고 자기 돈은 알아서 지켜.

자꾸 그러면 돈이 필요 없는 원시시대로 확 되돌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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