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총 제독이 군대에서 기른 눈치가 지금 자신이 보고있는 물체가 신계에서도 굉장히 비밀스러운 존재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애초에 지옥의 지하에 묻혀있는 금속판으로 둘러싼 거대 생명체라는 사실부터 위험성이 넘쳐난다.’
총 제독의 말에 제정신을 겨우 찾은 천족과 마족은 다급하게 흙으로 금속판을 덮었다.
겨우 지성체의 보조인격을 맡은 하급 정신체가 신계의 비밀을 알았다가는 어떻게 될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그래. 맞는 소리다.
우리는 아무것도 못 보았다.”
“전혀 모르는 일이야.”
하급의 마족이지만 직접 관리하는 지옥에 대해서는 잘 알게 세부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천국과 지옥이 연결되어 있다고만 했지 뭐가 묻혀있다고는 듣지 못했다.
‘수 킬로미터 이상의 깊이이지만, 권능을 사용하는 정신체에게는 얼마 안 되는 깊이다.’
마족 중 누군가 땅을 파거나 이상함을 눈치를 챘다면 얼마든지 확인하고 발견해야 했다.
‘지옥의 표면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지하에 이런 존재가 있는데 아무런 소문이 나지 않았다면 최근에 생겼다는 뜻이다.’
‘더구나 방금 황금색의 금속판은 분명 아이언님만이 만들 수 있다는 영웅왕의 특수장갑이었다.’
‘심장 소리는 분명 생명체야.’
‘존재감도 엄청나다.’
서로의 의지가 순식간에 어떤 결론을 향해서 치달았다.
‘지옥의 지하에서 뭘 키우고 계신 것이지?’
‘전투용으로 쓰실 거인족인가?’
‘그보다는 더 큰 것 같아.’
총 제독은 거의 넋이 나갈 정도로 놀라서 상의하는 천족과 마족을 보다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진짜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인 모양이군.
이걸 본 기억을 소거하자.
할 수 있지?”
“서로 동의하면 가능하기는 한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하지?”
“우리만 입 다물면 아무런 문제가… 아!”
반론을 말하던 천족과 마족은 스스로 멍청함을 깨달았다.
‘고위신의 눈은 마음을 읽는다.
최고위 창조신님 정도면 어떤 비밀이라도 찾아내실 것이다.’
중요한 비밀을 불법으로 알아낸 하급 조직원은 무조건 처벌되니 탐색에서 벗어나려면 아예 알았던 사실을 지우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엉뚱한 생각도 떠올랐다.
“아직 우리밖에 모르겠지?”
“위에 보고하면 성과로 봐주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없는 지옥에서 땅을 파는 한가한 마족이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신계 주신님과 연관되어 보이니 굉장히 중요한 정보이기도 했다.
“지옥의 지하에 이런 것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위에 보고하면 승진할지도 몰라.”
천족과 마족의 대화를 듣고 수많은 우주군을 지휘하고 아이언을 직접 겪은 총 제독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이 금속판이 무슨 왕이라고 불리는 상위 인형 병기의 장갑 재질은 확실하지?
지옥의 지하에 이렇게 내버려 두듯이 묻혀있는데 너희도 모르고 아무런 방어조치도 안 했다.
그러면 이 지옥의 주인이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이 직접 하신 일이 확실 해.”
자신이 포격으로 노렸던 화려한 도장의 병신에 단독행동을 하던 멍청이가 영웅왕이나 용자왕으로 부르는 상위기체라는 소리를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
‘어째 주포의 집중포격도 몸으로 우습게 튕겨내다니 상위기체라 이거지?
일단 목표에서 제외해야 하겠군.’
우주 전함의 녹화장면을 다시 확인해 보니 그런 격렬한 전투를 해도 장갑판에 작은 상처 하나 없었다.
그러니 금속판 외에 아무런 방어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알 것 같다.
‘우주 전함의 주포에도 흠집조차 나지 않는 장갑판으로 보호해놓았으니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셨나?’
천족과 마족의 눈치를 보아하니 안을 보려면 해체를 하거나 관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고위신도 파괴가 힘들다고 하니 자신들에게는 무리한 일이다.
더구나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경보장치도 없어 보이는군.
주포의 포격을 튕겨낼 정도의 장갑이면 엄청난 보물인데 아무런 보호나 경비장치가 없다.
거의 내버려 둔 셈인데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한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이러지는 못한다.’
지옥에서 엄청난 크기의 금속판을 파괴하거나 몰래 훔쳐낼 방법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지옥의 주인이신 아이언님 외에는 대놓고 손을 댈 수 없겠지.
그러니 더 들어가면 위험하다.
이거 아무리 보아도 엄청난 생체병기 같아.’
평범한 지성체인 총 제독은 저 금속판 뭐가 안에 들었는지 당연히 모른다.
그러나 금속의 대지 속에서 들려오는 심장 소리에는 지독한 불길하고 위협적인 느낌이 풍겨오고 있었다.
‘행성파괴용의 초대형 신형 폭탄을 보았을 때 이런 느낌이었나?
그보다 몇 배는 더 심해보이는군.’
천족과 마족이 미련을 못 버렸는지 권능으로 지하를 추가로 확인하려는 모습을 보고 급히 말렸다.
“그만둬!
내가 보기에 영웅왕이나 용자왕보다 더한 무기의 일부 같아.”
자신의 직감이 최악의 경고를 하기에 이건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선 것이다.
“일반적인 비밀도 아닌 군사비밀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면 출세보다 당장 이거야!
이거!”
그리고 손날로 과장되게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는 총 제독이었다.
‘실제로 작전계획이나 비밀병기에 대한 비밀유출 시도는 재판 없는 현장사살이지.’
냉정한 총 제독이 창백한 표정으로 손짓을 과장하면서까지 말리는 모습에 미련을 지운 천족과 마족이었다.
그리고 황급하게 추가로 흙을 덮어서 원상태로 만들어간다.
파파파파파파-!
깊숙이 파고들었던 땅을 절반 이상 원상복귀를 하는데 며칠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었다.
이제 아주 희미하게 들리던 심장 소리마저 완전히 사라지자 간단하게 서로를 바라보면서 의지를 보낸다.
‘총 제독의 말이 맞다.
마음을 읽는 고위 정신체에게는 이런 기밀을 기억한다면 바로 들켜서 큰일이 날 수 있다.’
‘위험하지만 기억을 지워야 하겠군.’
어떤 기억 봉인이나 방어벽도 고위 정신체에게는 무력하니 총 제독의 말대로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 안전하기는 했다.
“그럼 땅에서 무엇을 발견했다는 정보를 전부 지운다.”
“논의했다는 사실까지 없애자.
정보량으로 보면 극히 조금이니 나중에 기억 점검을 당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왜 일부가 없냐고 하면 반복작업을 위해 쓸데없는 정보를 부분 삭제했다고 말하면 된다.”
기억삭제에 의견을 일치한 천족은 총 제독을 쳐다보면서 경고했다.
“일부지만, 기억삭제는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다.
자칫하면 모두가 백치가 되니 저항하지 마라.”
“알겠어.”
마족은 제독이 이제는 절대로 놓지 않는 장난감 함대가 든 노란 가방을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그 장난감 우주 함대에 저장된 기록도 말끔히 지워.
위대한 신계 주신인 아이언님은 권능만이 아니라 과학력조차 뛰어나시다.”
“아이언님이 동맹에 베푸신 제국을 뛰어넘은 기술을 보면 프롬 여제를 훨씬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저장 매체에 기록된 정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총 제독이라고 천족과 마족도 모르는 비밀에 대해서 흥미가 없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강력한 무기라면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기에 살짝 저장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같이 살아온 천족과 마족의 눈은 속이기는 무리였다.
‘역시 들켰군.
기억이 없더라도 숨겨놓은 자료가 자동으로 올라와서 보고 연구할 수 있게 조치해 놓았는데 말이야.’
보조인격이었다고 하니 자신보다 더욱 잘 파악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 함대를 누가 주셨는지 기억하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 함대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계시는지도 모른다.”
“!?”
그 말에 총 제독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익숙한 손짓으로 한 손으로 가방을 열고 조종기를 꺼내서 기록을 전부 삭제했다.
그리고 푸념을 했다.
“후우! 은하 전체를 아우르는 권능에 기계 병기의 군대, 거기에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과학력까지 가진 존재가 신이라니 정말 사기적인 존재로군.
한 존재에게 이렇게 세력과 재능이 몰려있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총 제독의 발언에 천족은 인상을 쓰면서 날이 바짝 선 목소리로 경고한다.
“말을 조심하라.
저런 기계 병기 군대나 지성체의 과학 따위는 그분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으시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은 현세계를 지배하는 신족에서 가장 최상위인 최고위 창조신 중 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개인의 무력만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을 받으신 위대하신 영웅신이신 것이다.
그런 존재가 바로 우리 은하계의 신계 주신이란 사실을 영광으로 알라.”
“호오? 영웅신이라?”
천족의 아이언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심이 흘러넘치는 말에 총 제독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그래도 어린 소년이지 않아?
전부 자라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개인 무력이 누구보다 뛰어날 수 있지?
다른 고위 창조신도 모두 어린애의 모습인가?”
어떤 생명체도 어린애보다 성인이 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점은 천족과 마족도 자세한 사정을 몰랐다.
‘다른 고위 창조신들에 대해서 하급 정신체가 알 수가 없지.’
‘다만 아이언님이 흑염 도적단을 토벌한 대가로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와 은하계를 받은 사실만 알 뿐이다.’
그러나 몇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신족이 전부 그렇지 않다.”
“저분이 특별하신 것이다.”
“그렇군.
특별이라 이거지?”
잠시 생각을 하던 총 제독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신족의 세력도 상황이 복잡하네.
그런데 방금 이 대화까지 기억을 전부 지워야 하겠어.”
“당연하다.
너는 최대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눈을 감아라.”
“알았다.”
총 제독이 시킨 대로 하자 거의 동시에 신력과 마력이 반짝이면서 방금 있었던 사실과 땅속에서 금속판을 발견한 기억을 모두 지웠다.
그리고 잠시 멍해졌다가 다시 움직이는 세 명은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천족과 마족은 이번에는 밑이 아닌 옆으로 터널을 팠다.
“깊이는 이 정도면 되겠다.”
“옆으로 확장하자.”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아.”
방금 무슨 대화를 했고, 지옥의 땅밑에서 무엇을 보았던 기억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더는 파고들지 말라는 아주 흐릿한 암시를 남겼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옆으로 땅을 파는 작업을 하면서 감독을 하는 총 제독에게 질문한다.
“정말 이렇게 하면 그 기계신들을 잡을 수 있나?”
“포격은 아예 맞지도 않잖아?”
나를 믿어!
그때 그 건방진 연방의 천재 조종사도 이 방식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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