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406화 (1,317/2,000)

34권 35권

아이언에게 일순간에 지옥에 보내진 경험이 있는 우주 해적들이 이렇게까지 일을 키웠다면 어떤 복안이나 뒷배가 있다고 보아야 했다.

‘직접 나서서 처리하면 함정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관은 없지만, 지성체들의 일에 자꾸 나서면 지배의 기준이 흐려진다.’

신족이 지성체들을 직접 지배했다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너무나 잘 아는 아이언이었다.

‘반신(半神)들에게 반란을 당하거나 지성체들과 동화되어 사라졌지.’

더구나 자신의 은하계는 영웅동맹의 주신들을 제외하고는 신족이 없었기에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했다.

‘별이 파괴되지 않는 한 불간섭을 원칙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성체들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신계의 역량도 같이 기를 수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하제국 여왕의 존재는 특히 중요하다.

통합을 갈망하지만, 뭉치면 흩어지는 것이 지성체의 본성이다.’

최고 지배층이 강력해야만 통합이 유지된다.

그런 면에서 여왕의 지배를 공고히 해주는 것이 신계 주신에게는 이익이었다.

“프롬 여제는 악의 여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서라도 힘으로 강제로 막으려고 할 것이다.

초창기에 그랬다가는 일천 년은 고사하고 일백 년도 못 간다.

너의 선택 때문에 은하제국이 흔들리고 있다.

분열을 막고 다시 통일시키는데 얼마나 죽을까?

네 사랑스러운 우주 해적 두목 때문에 아주 골치가 아프게 되었다.”

자신의 경솔할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과 앞으로 다가올 전쟁 이야기를 들은 에메랄드 여왕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러나 그녀의 눈과 입은 여전히 닫혀있었다.

“남자를 위해서 은하제국을 희생시키는 방식이 너의 사랑인가?

일백 년도 못 살면서 감정에 좌우되어 시간을 낭비하는 지성체의 삶은 참으로 이해가 어렵군.

그럼 신인 나의 이성을 보여주마.”

아이언은 확고한 신념을 담아서 여왕에게 말한다.

“지성체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가장 반발이 적다.

그래서 프롬 여제에게 모든 공을 넘겨주었고 나는 명예 대공과 신계로 삼을 행성의 달들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은 은하제국의 발전을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초월자가 된 여제는 아직 초능력자인 너를 여왕으로서 삼은 것이다.’

자신이 여왕이 된 이유가 피지배층의 반발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네가 스스로 처리하지 않겠다면 내가 나선다.

은하제국과 여제의 지배를 반대하는 전부를 말살할 것이다.”

“!!!”

에메랄드 여왕의 얼굴이 심각한 갈등과 내적인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녀는 은하에 흩어져 있던 초능력자들을 일순간에 사라지게 한 아이언의 힘과 내재한 과격한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언은 자신을 거부하는 존재나 어떤 혼란도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의 해적 동료들에게 이제 조용히 살라고 함대와 행성 기반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바로 우주 해적으로 돌아와서 여기저기 습격을 한다.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지옥에서 경험했다던 고통과 시련을 잊는 것도 순식간이었어.’

은하의 모든 함대가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이상 실제로 우주 해적을 토벌하려고 했다면 바로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혹한 법이 문제였다.

‘우주 해적은 무조건 사형이야.

이제는 은하제국의 반역자들이 되었으니 어떤 사정도 봐줄 수가 없다.’

더구나 자신은 이제 아무런 실권이 없는 공주가 아니었다.

초월자가 된 프롬 여제 대신에 은하제국을 다스리는 여왕이기에 더욱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미 몇 번이나 비밀연락하여 조용한 지역에 가서 자유롭게 살라고 권고를 했지만 통하지 않아.

나를 매료시켰던 부당한 지배체제에 저항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불굴의 정신이 그렇게나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어’

마침내 공영방송에 아이언과 신족의 존재를 밝히는 자료까지 넘겨버렸다.

고대 문명의 후계자로서 신족의 일이라면 극단적인 대처를 하는 프롬 여제가 경악할만한 사태였다.

‘당장 추격해서 전부 죽이라고 말씀하셨지.

그러니 명령을 거부하고 감옥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어.’

흔들리는 은하제국에 프롬 여제가 극도로 분노하면서 화를 냈다.

하지만, 도저히 자신의 손으로 연인과 동지들을 처단할 수 없는 에메랄드 여왕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이 정말 직접 나선다면 바로 해결되겠지만,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았다.

부르르르르-!

반대파를 말살하겠다는 선언에 앞으로 다가올 끔찍한 사태를 예상한 에메랄드 공주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우주 해적들은 제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능력자 가족들이 문제입니다.”

우주 해적은 단순한 치안이나 저항세력으로 보고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행방불명이 되었던 초능력자들을 돌려달라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시위를 벌이는 초능력자 가족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제발 가장과 연인을 돌려달라고 황궁 광장 앞에 모여서 매일 울부짖으니 권위가 엉망이 되고 있다.

통제해야 할 치안 병력까지 동조하고 있다.’

황궁 앞에서 제국의 백성들이 시위를 계속하고 있으니 엄청난 문제였다.

권위가 추락하고 치안까지 불안정해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잡아넣자니 그들은 죄가 없었다.

“초능력자 가족들은 은하제국에 저항할 생각이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훌륭한 은하제국의 국민입니다.

초능력자들을 다시 돌려주신다면 소요는 막을 수 있습니다.”

아이언은 지성체들을 지배한 경험은 거의 없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로서 나약하고 한심해진 신족들을 다스려보아서 어떻게 사태가 돌아가고 있는지 짐작을 한 아이언은 웃으면서 말했다.

“풋! 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난 자비로운 빛의 신이다.

지배에 방해되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마구 죽이지 않는다.

합리적인 의견이라면 받아들이고 가끔은 용서도 한다.’

얼음 의자에 느긋하게 등을 기대면서 부드럽게 말을 이어간다.

“평범한 지성체로 구성되어 번영할 은하제국이다.

우주 해적의 예에서 보았듯이 반드시 위협이 될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들을 가족들이 어떻게든 돌려받고 싶다면 불쌍하니 들어주어야 하겠지.

함께 살고 싶다고?

그럼 해주마.”

아이언은 아주 상큼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물론 지옥에서 말이다.”

“!!!”

전부 죽인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선언에 에메랄드 여왕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아이언이었다.

“이제야 진심으로 나를 대하는군.

은하제국의 명예 대공으로서 여왕에게 충고하지.”

아이언의 명예 대공의 요청은 프롬 여제와 몇 번이나 토의하다가 통과를 시켰다.

신족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은 프롬 여제는 약간 생각이 변했고, 그동안 지성체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이언의 행동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은하제국의 초창기에 아이언의 조력은 가장 믿을만한 전력이었다.

“지배자에게 죄가 있고 없음이 문제가 아니다.

어떤 선인이라도 너를 반대하고 방해가 되면 반드시 죽여야 할 적이다.

반대로 악인이라도 너를 찬성하고 돕는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야 할 아군이다.”

“…”

프롬 여제에게도 비슷하게 들었던 권력의 두려움과 무서움이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두려워하여 쓰지 않으면 누군가가 대신 사용한다.

너에 대한 반항과 불법을 죄 없는 약자라고 불쌍하다고 참거나 내버려 두면 누군가가 휘두른 권력의 칼날이 너의 목에 떨어질 것이다.

지금 사태는 권력투쟁이라고 보아야 한다.”

아이언은 화면이 향해서 손을 뻗는다.

그러자 에메랄드 공주 쪽에 있던 화면이 일그러지면서 아이언의 손 모양이 튀어나왔다.

“사랑과 용서, 동정은 강자만이 할 수 있다.

승자만이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어떤 힘을 가졌어도 안 된다.”

에메랄드 여왕의 눈빛에서 흐릿한 황금빛이 어린다.

안주하지 않는 폭주를 걸어버린 아이언은 나직하게 속삭인다.

“넌 네가 제국보다 사랑한다는 해적 두목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그건 패배다.

그래서 나의 유모 적합자인 네가 아직 인간이란 점을 명심하라.”

아이언의 손가락이 에메랄드 공주의 이마를 눌렀다.

에메랄드 공주의 이마에 원형의 황금빛 점이 찍힌다.

쿠욱-!

그것은 언제든지 초월자가 될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초능력자인 그녀의 잠재력을 일순간 증폭시켰다.

화아아아-!

황금빛 점을 기점으로 녹색의 보석과 같은 눈에서 황금빛이 품어져 나온다.

갑자기 세상이 완전히 달리 보이자 당황해하는 에메랄드 공주에게 아이언은 투기를 품어내면서 말했다.

“먼 미래에 네가 가질 초월자의 시야를 열어 주었다.

지금의 너의 초능력과 합해지면 해적들이 어디에 있는지 환하게 알 것이다.

또한, 신의 눈까지 포함을 시켰으니 지성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전부 알 수 있을 것이다.”

초능력자들도 상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언이 개방시킨 초월자의 눈은 본인조차 모르는 본심까지 읽게 하는 최고 수준의 신의 눈이었다.

“힘없는 약자라고 무조건 선하지 않다.

강자에게 아무 대가 없이 기대기만 하는 어리석음과 틈만 보면 자신들처럼 약하게 만들려는 간사함을 직접 보고서 깨달으라.

그러고도 변하지 못한다면 약자들에 의해 너 역시 약자가 될 것이다.

해적 두목을 잡지 않거나 적을 처단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나서서 처단하겠다.

그러나 네가 처리한다면 그들의 처분은 너에게 맡기겠다.

은하제국을 앞으로 일백 년간 다스릴 여왕답게 부디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통신은 그렇게 끊겼다.

감옥에 혼자 있게 된 에메랄드 여왕에게 옆에 대기하고 있던 천족과 마족들이 다가왔다.

그녀들의 손에는 여왕의 왕관과 망토가 들려있었다.

에메랄드 여왕의 보조인격으로서 오랜 시간을 같이했기에 그녀의 심정에는 동조하고 있었다.

‘사태가 아주 위중해.’

‘이러다가 정말 큰일이 벌어지겠어.’

천족은 왕관을 에메랄드 여왕의 머리에 씌우면서 말한다.

“위대하신 신계 주신께서는 지성체의 일은 여왕이 알아서 하시기를 바라세요.

그분의 뜻을 거역하시면 안 됩니다.

분노를 감당하기 힘드실 거예요.”

마족은 화려한 여왕의 망토로 죄수복을 가리면서 경고를 한다.

“인간의 일에 신이 나서면 대량살육밖에 남지 않는다.

신계 주신께서 직접 나서면 우주 해적들이나 초능력자 가족만으로 끝나지 않아.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야 해.”

여왕의 왕관과 망토를 받아들였지만, 아직도 침묵하는 에메랄드 여왕이었다.

그래서 천족과 마족은 에메랄드 여왕의 결심을 돕기로 하고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신계에 신계 잔해 일백 개가 들어왔어요.

본성의 달에 계신 신계주신 대리이신 삭월(朔月)의 시즈지님께서 재생을 하고 계십니다.

놀라운 창조력으로 수월하게 부활시키고 계시지만, 많은 정기가 있다면 더욱 빠르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재 중앙 신계에는 여유가 없어서 돕지 못하고 있다.

중앙 신계에서는 어떻게든 하려고 하지만, 신계 부활에 투입할 정기가 없지.”

“모두 심각하게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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