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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400화 (1,311/2,000)

34권 35권

절반으로 잘린 흑염의 깃발을 꼭 껴안고 울고 있는 유아신의 모습이 보인다.

그 아이의 몸 주위에는 투기와 살기에 범벅이 된 검붉은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검은 불길에 휘날리는 긴 흑발을 가진 그 유아신은 다른 흑염 세력과는 격이 달랐다.

단숨에 정체를 깨달았다.

‘저게 근원?

흑염 도적단의 두목인가?’

근원의 신격을 확인하고 기겁을 했다.

일반 창조신으로 부활한 다른 흑염 세력보다 두 단계나 신격이 높았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막 부활했는데 상급 창조신이라고?

그럼 상급 창조신에 타락한 영웅신이다!’

최상급 창조신 정도만이 상대가 가능하단 뜻이었다.

깃발의 조각을 움켜쥔 근원의 입에서는 짐승의 신음과 같은 울음이 울린다.

“끄으으윽! 끅!”

그것은 분노와 회한이 섞인 곡성이었다.

용도가 끝났다고 자신을 버리려는 세상과 종족에 대한 분노로 전부 파괴하고 죽여버린 타락한 영웅신들이 흑염 세력이었다.

그래서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지배자로서의 영광을 잠시라도 되돌려준 흑염의 깃발이 눈앞에서 찢겨나간 충격은 컸다.

“크으으으! 큭!”

더구나 근원은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의 이름이 두 조각 나는 것을 본 순간 도저히 믿을 수 없던 장면까지 다시 떠올렸다.

태극천검(太極天劍)을 전력으로 전개해서 절대계까지 통째로 난도질하던 진리에 의해서 흑염의 절대자가 산산조각이 나서 패배하는 모습이었다.

절반으로 조각난 깃발을 움켜쥐고 흐느끼던 근원의 입에서 드디어 포효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허헉!”

흑염의 깃발을 회수할 생각을 하던 아오 시바의 온몸이 위기를 알렸다.

아이언이 흑염 세력을 흑염 도적단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듣고 분노하던 흑염 세력도 엄청나게 당황했다.

“근원! 지금 변신은 안 돼!”

“고위 창조신들이 몰려온다.”

“어서 여기를 떠야 한다.”

“정신 차리지 못해.”

하지만 극도의 분노와 절망으로 변신을 시작한 근원은 멈추지 않았다.

유아신의 작은 근육과 뼈가 급격히 커진다.

우지지지직! 우두두두두둑-!

순식간에 성인신 이상으로 커진 신체는 엄청난 폭음을 울리면서 우주 공간을 진동시켜갔다.

구구구구구구구궁-!

검붉은 투기를 휘감고 드러난 근원의 모습은 더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인간의 기본을 가졌으나 무수한 생명체가 뒤섞인 끔찍한 무엇인가였다.

으드드드드득-!

길게 늘어나기 시작한 입에는 무엇이라도 씹어 삼킬 것 같은 상어와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두 겹으로 솟아난다.

그리고 목에는 검은 사자의 갈기가 휘날렸다.

손톱과 발톱이 있던 자리에는 공간을 가를 정도로 예리함의 극치를 보이는 칼날들이 솟아났다.

가가가가가가가-!

전신을 덮은 검은 털로 덮인 근육은 세상을 찢어버릴 기세로 신축을 거듭하면서 강해져만 갔다.

늑대처럼 크게 길어진 입에서는 짐승의 광폭한 울음소리가 울렸다.

“크르르르르르르릉!”

적을 위협하는 포효가 울리자 같은 영웅신이며 아이언에게 혹독하게 단련된 아오 시바조차 몸이 굳을 지경이었다.

최선을 다해 달려오던 창조신들의 진군조차 멈칫했지만, 아이언은 환하게 웃었다.

‘후후! 그래야지.

흑염 세력이 흑염 도적단이 된 사실도 기분이 안 좋았어.

비록 내가 이렇게 몰아넣었지만 이렇게 쉽게 끝나서는 안 되지.’

먼 미래에 자신의 부하가 될 흑염 세력들이 현세계의 창조신들에게 당해서는 체면이 안 서는 것이다.

그래서 근원의 갑작스러운 변신과 기세의 상승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후하하하하하-! 충성을 바친 흑염의 절대자의 깃발이 찢기는 분노에 미쳐서 전투형으로 변신했는가?

그것만이 아니군.

다른 흑염 세력은 무사하니 또 다른 아픈 기억이라도 연상했나?

그런데 그 모습은 최초의 혼돈(最初의 混沌), 멸망의 짐승이 아닌가?”

맹수와 짐승의 모습이 신체 여기저기서 꿈틀거리면서 변화를 하는 그 모습은 실로 두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분노에 눈이 뒤집힌 흑염 세력조차 질릴 정도의 기세를 내뿜는 있는 근원인데도 아이언은 여유로웠다.

‘어떤 변화를 보이더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기쁘기까지 하군.’

다른 존재라면 위협일지 모르나 똑같은 근원의 칭호를 익히고 있는 자신에게는 강해질 가능성에 불과한 것이다.

‘근원의 권능은 진리님에 의해 칭호로 변해서 차원의 마도신에게 전해졌다.

재능 부족으로 대부분 버리고, 재생력과 정기회복에 중점을 두었다던데 원래 저런 기능도 있었나?’

차원의 마도신은 칭호를 통해 전해진 근원의 기능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어떻게든 익혀내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에 의해 본래의 근원보다 더한 생명력과 재생력을 가지게 개조가 된 상태였다.

즉 근원의 칭호를 차원권능의 강력한 창조력을 뒷받침할 수 있게 끝없는 정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신체권능으로 만들어 놓은 상황이었다.

‘지금 근원은 거의 본능이지만, 나는 이미 권능으로 승화시켰다.

그러니 어떤 변화를 해도 나를 이길 수는 없지.’

육체의 본능만으로는 절대로 권능으로 진화한 힘을 이길 수는 없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처럼 규격 외의 존재라면 또 모르지.

그러나 근원은 아니다.’

미쳐 날뛰는 짐승 정도는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신에게는 너무나 쉬운 사냥감이었다.

그래서 주변의 최고위 창조신들이 정신체로는 볼 수 없는 끔찍한 변신에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웃음만이 나올 뿐이다.

“푸하하하하하하! 이것 참 상대하기 곤란하군.

설마 근원이 절대계 모든 수인신족(獸人神族)의 영웅신이었다니 말이야.

하긴 끝없는 생명력과 재생력으로 보아서 짐작은 했지.

아이언의 커다란 웃음에는 근원이 무슨 수를 써도 자신의 적이 될 수 없다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냉정한 평가가 뒤따른다.

“그런데 그렇게 변신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보아도 본능에 먹혀서 거의 이성이 사라지려는 것 같은데?

그럼 내 상대가 되겠나?

최상급 창조신도 힘들겠어. 카하하하하하!’

아군조차 당황해할 정도의 즐거운 말투였다.

그리고 일순 근원의 광폭한 신체변화와 기세에 밀려 당황했던 고위 창조신들도 안정을 되찾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살기와 투기를 제외하면 단순한 파괴신 인가?’

‘그럼 확실히 최상급 창조신이면 정리할 수준이다.’

이성이 거의 증발하면 권능은 물론이고 기술조차 사용하기 힘들다.

힘이야 무식하게 늘어나겠지만, 현실을 강화하는 정신체 앞에서 오히려 허점만 늘어나는 것이다.

‘겨우 그런 상대에게 잠시 위축되었다니 부끄러울 지경이로군.’

그런데 지금 아이언의 마음속에서는 차원의 마도신과 차원창세신 코아가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크하하하하하하! 근원의 칭호를 아주 약간만 적용하기를 잘했네.

잘못했으면 멍청한 수인신이 될 뻔했어.’

‘푸하하하하하! 역시 진리님이 주신 칭호에 위험이 없을 리가 없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완전히 뜯어고치기를 잘했어.’

만약 겨우 팔써클의 차원의 마도신이 근원의 칭호를 남용했다면 자신도 모르게 수인신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가 근원의 칭호를 전부 흡수했다면 싸울 때마다 저런 짐승의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까지 한마음으로 생각했다.

‘그건 사양이다!

저건 어딜 봐도 지배자의 모습은 아니야.’

변신 도중인데도 수많은 짐승의 외형이 섞여서 혐오감을 준다.

신족이 아니라 마족이라도 괴물이나 파괴신으로 보고 꺼릴 정도였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저렇게 변신을 하는 존재라면 존경 대신 혐오나 두려움을 준다.

내가 사용하기는 글렀다.’

더구나 아무리 보아도 지금의 근원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두 조각이 난 흑염의 깃발은 소중히 움켜쥐고 있지만, 눈에서 이성의 빛 따위는 없다.’

마지막 이성인 듯 아군인 흑염 세력을 제외하고, 공격할 적을 찾아서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은 완벽한 먹이를 노리는 맹수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쳐 날뛰는 짐승인가?

근원이 타락한 영웅신으로 내몰린 진짜 이유가 저거였군.’

영웅신이 종족에게 버림받는 이유는 용도가 끝났다는 사실 하나만이 아니다.

다른 조건도 많이 작용한다.

‘영웅은 언제 또 위기가 올지 모르니 적당한 직위를 주고 대기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저렇게 상태가 불 안정하면 안 된다.

영웅신이 오히려 종족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다면 처단을 해야 하겠지.’

그런데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떠올라서 머리가 아파져 왔다.

‘아오! 골치야!

차원의 마도신이 다급하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같이 쓸어버렸다고 했지?

그리고 진리님과의 약속 때문에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되는 주제에 위기만 오면 목숨을 도외시하고 미쳐 날뛰었다.

그 이유가 바로 근원의 영향 때문이었어.’

대공동 수련 시절의 차원의 마도신은 처음 성향은 무척 내성적이고 조용한 학자였다고 한다.

하이엘프 제국에게 당해서 성격이 변했다지만 이후의 행보가 너무 극단적이었다.

‘약간의 힘을 얻었다고 하이엘프 제국과 바로 결판을 보려 했지.

근원의 칭호 때문이었어.

그런데 저런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근원의 힘은 잘 써야 한다.’

아이언은 저런 미친 짐승과 같은 모습이 되어서 날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최고위 창조신은 고사하고 영웅신의 자격마저 박탈당하기 딱 좋은 흉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변신이 안정적이지 못해 신체가 여기저기 부풀면서도 적을 찾던 근원의 상어의 이빨들이 교차하면서 갈린다.

까드드드드드드득-!

근원은 드디어 증오스런 목표를 찾아내었다.

미친 짐승신이 된 근원의 투기와 살기에 노출되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아오 시바였다.

그는 지금 안 움직이는 신체에 경악하고 있었다.

‘으허-! 몸이 신령의 통제를 벗어나려 한다!

이게 뭐냐?’

흑염 세력조차 놀랄 정도의 투기와 살기에 신체가 완전히 경직되어 버린 것이다.

아이언과의 살벌한 대련으로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아오 시바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헉!”

그리고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근원의 모습에 눈동자가 커진다.

쫘아아아아!

이제 악어의 입처럼 보일 정도로 길어진 근원의 입이었다.

거기에 빈틈없이 자란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두 겹의 이빨을 보이면서 그대로 크게 벌리고 다가온다.

머리를 통째로 씹어 삼킬 기세로 벌려진 입 위에 나타난 독수리의 눈이 살기에 빛난다.

서서히 아오 시바에게 다가가는 변신한 근원을 보는 아이언의 눈빛도 반짝였다.

‘아아! 저거 정말 제정신이 아니네.

진짜 먹으려고 해.

내버려 두면 잡아먹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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