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늙은이라니 최고위 창조신으로서는 생전 처음 듣는 막말이다.
그런데 헛웃음만 나왔다.
‘허허. 내가 이런 소리를 듣다니?’
‘그런데 이상하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래도 최고위 창조신이라고 다른 창조신처럼 직접 굴리거나 때리지 않고 말로만 시킨다는 아이언의 황당한 배려도 정말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정말 뭔가?’
‘왜 저렇게 반말과 막말이 자연스럽지?’
‘그리고 왜 기분이 안 나쁜 것이냐?’
창조신장의 부재 시에는 대리까지 하는 최고위 창조신의 수좌 자리다.
평상시에도 최고 위원회를 통제하여 실질적인 통치자인 지고한 위치가 유아신인 아이언에게는 너무나 가볍게 느껴지기까지 하니 황당한 일이었다.
그러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아이언이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이다.
“그럼 지금 간다.
신계 자아는 목적지까지 직통 초장거리 공간의 문을 연결하라.”
신계 자아가 빠르게 공간의 문을 연다.
우우우웅-!
아이언은 투기장 중앙에 열린 검은 구멍에 투기 회오리로 돌리고 있던 최상급 창조신들을 모두 집어던진다.
잔뜩 긴장한 상급 창조신을 노려보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뛰어들었다.
투기장의 창조신들이 빠르게 빠져나가자 머릿수를 확인한 아이언은 결원을 찾았다.
역시 아까 자신이 죽인 한 명이 비었다.
“아까 죽인 자식은 부활이 아직 안 끝났어?
신격은 최상급 창조신이면서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려?”
“여기 왔습니다!”
부활을 막 끝내고 달려온 최상급 창조신이 크게 대답했다.
“지금 내가 죽였다고 반항이냐?
기왕에 원망을 받은 김에 신격까지 날려줄까?”
“아닙니다!
바로 갑니다.”
아이언에게 한번 거슬렸다가 한 방에 죽고 제정신을 차린 최상급 창조신은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상태다.
‘다행스럽게도 사정을 봐주었는지 신격은 이상이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올린 신격이 신체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사함을 알고 감사의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이언에게 잘 못 걸리면 누구든 죽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일단 어떻게든 잘 보이자.’
죽이면서 얼마든지 신격을 낮출 수 있었는데 가만히 놔둔 것을 보니 아직 관계회복이 늦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서 부름을 받자마자 바로 공간의 문으로 뛰어든다.
모두 떠났음을 안 아이언은 다시 주변을 확인했다.
‘중간에 도망친 놈은 없군.
나중에 또 소집해서 교육하려면 귀찮아.’
순식간에 비워진 투기장을 둘러보고 들어간 머릿수를 확인하면서 열외가 없음을 확인한 아이언은 최고위 창조신들을 이끌고 공간의 문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선배도 잘 데려와.”
선배가 방금 아이언에게 두들겨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아오 시바를 말하는 것을 눈치를 챈 수련생들이었다.
재빠르게 정신을 잃은 아오 시바의 어깨를 양쪽에서 부축하고서 따라나선다.
그런데 아이언이 이동 중에 하는 최고위 창조신들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저 녀석들이 이번 병신포탄계획의 핵심이자 최고 공헌자가 될 거다.
잘하면 포상이나 준비해.
자신들은 실패했는데 괘씸하게 성공했다고 뒤에서 탄핵이나 수작을 부리지 말고 말이야.”
“험험!”
“흠흠!”
최고위 창조신들은 아이언의 폭언이 듣기 불편한지 연신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아이언에게 벌였던 일이었기에 아무런 말도 못했는데 사실에 기반을 둔 갈굼은 멈추지 않는다.
“미래의 경쟁자에 대한 견제도 좋아.
그렇게 거르다 보면 진짜 능력 있는 존재만 남겠지.
그러나 다 쓸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쓸모있는 부하들은 어느 정도 남겨놓아야 이렇게 직접 나설 일이 없잖아?
신족의 최후의 방어선인 최고위 창조신들이 이게 무슨 꼴이야!
익숙하지 않은 최전선에 나섰다가 가장 병신 짓이라니?”
생전 처음 듣는 욕설인데도 최고위 창조신들조차 직접 덤비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
“…”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의 뒷모습에서 창조신장에게 뒤지지 않을 거대한 존재감을 느낀 탓이다.
‘이게 영웅신의 진정한 힘인가?’
‘전성기의 샤이니와 브라이트도 이랬을까?’
‘그보다 정말 이번만은 잡아야 해.’
‘엄청난 대가를 승인하고 아이언까지 오게 했는데 실패하면 더는 방법이 없다.’
자신들만으로 이미 다섯 번을 놓쳤고 앞으로도 가망이 없었다.
세 번째에 실패하고 나서 이러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러 가지 수단을 썼지만 모두 놓친 것이다.
원인은 아이언의 말대로 흑염 도적단이 이제 신족이 시야에 보이기만 하면 바로 도주했기 때문이다.
‘차원권능의 발동을 저지하려면 어느 정도 접근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약간의 이상만 보여도 바로 도주하니 도저히 방해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언이 여기 오게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최고위 창조신들이 보기에는 기적과 같은 완력을 자랑하는 아이언이라도 이건 어쩔 수 없어 보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영웅신이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라고 했던가?’
‘아이언이 나서니 흑염 도적단의 방해가 불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
최고위 창조신이 냉정하게 보면 아이언은 단지 힘만 무식하게 센 어린아이다.
그런데 저 자그마한 등 뒤를 따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힘이 샘솟는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한 감정들이 고양된다.’
‘오래간만에 살아있는 기분이로군.’
‘이런 기분을 종족전쟁 시절의 투신과 전신들은 항상 느꼈단 말인가?’
‘부럽기까지 하다.’
앞으로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과 기대에 찬 최고위 창조신들이었다.
그리고 이미 은거지를 발견했지만 접근하면 또 바로 도주할 것 같기에 손을 대지 않는 지점이 있는 신계에 도착했다.
구구구구구궁-!
이미 연락을 받은 신계 자아는 작전계획 준비를 완료하고 있었다.
창조력에서 신족을 앞서는 종족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듯이 엄청난 속도로 거대 포대를 완공한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둑-!
신계 전부를 둘러싼 거대한 기둥과 같은 거대 포대 열 개가 굉음을 내면서 각도를 조절한다.
신계 중앙 주신전에 마련된 주변을 둘러싼 다른 거대 포 전부를 합친 굵기인 초거대 대포 앞에 모든 고위 창조신들이 집결을 완료했다.
신계의 하늘을 떠받드는 기둥으로 보이는 거대 포들을 본 모든 고위 창조신들은 안색은 창백해졌다.
‘진짜다!
우리를 포탄으로 쏠 생각이야.’
‘정말 할 생각이었어?’
병신포탄계획.
본래 이름은 창조신 포탄계획이다.
고유세계의 탐지영역 바깥까지 공간의 문을 열고 창조신의 완벽한 권능영역인 일백 킬로미터 안까지 창조신이 탄 포탄을 초고속으로 퍼붓는 방식이다.
‘간단하게 창조신들을 포탄 속에 집어넣고 고유세계 근처로 쏜다는 뜻이다.’
지극히 간단하고 유효하지만, 너무 가혹한 방식이었다.
‘신계의 권능과 자체적인 포대의 위력으로 인하여 시야와 인지를 벗어나는 초고속이기에 적들이 감지하는 순간 도착할 것이다.’
‘분명 흑염 도적단의 탐지를 피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어떻게 안에서 버티지?’
‘어떤 보호 수단이 포탄에 있어도 어마어마한 물리적 충격을 감당해야 한다.’
일단 포탄이 된 창조신들이 빛의 속도 이상으로 쏘아진 충격을 버티고, 방해결계를 바로 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아무리 창조신이라고 해도 이건 무리다.’
상급 창조신들이 그런 의문의 시선을 이제 투기 회오리에서 풀려나서 헐떡이고 있는 최상급 창조신들을 쳐다본다.
그런데 상급자에 대한 의문의 시선을 아이언은 용납지 않았다.
“너희가 불가능하다고 상위자도 그럴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최고 위원회의 최상급 창조신의 직위는 뒷방에서 노름이나 거래로 딴 것이 아니다.
내 판단으로는 창조신이라면 할 수 있다.
나의 수련생이 증명하겠다.”
이때까지 고위 창조신들 전부를 병신이라고 욕하면서 죽이고 굴리던 아이언이다.
그런데 갑자기 창조신들을 옹호하고 치켜세우기까지 하니 모두 의아해할 정도였다.
‘갑자기 왜 저러시지?’
‘뭔가 이상한데?’
아이언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작전 시행 바로 직전에 사기를 꺾는 어리석은 짓을 할 필요는 없겠지.
어떻게든 성공률을 놓여야 해.’
자신감을 부여하고 보상을 주면 의욕이 올라가면서 성공할 확률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부동자세로 서 있는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을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 부드럽게 말한다.
“너희가 해내라.
그럼 나와의 수련은 끝이다.”
끔찍한 대련이 끝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을 해준다.
그러자 수련생, 특히 가장 많이 당한 아오 시바의 눈빛에서 투기가 흘러넘쳤다.
‘드디어 벗어난다!’
‘반드시 성공하고 만다.’
기세가 오른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로 성공률을 계산한 아이언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이들로는 타락한 영웅신 오십 명이 모여있는 흑염 세력에게 너무 부족했다.
‘몰살 혹은 그대로 놓치는가?’
중급 창조신의 신격이 최대치인 수련생의 방해 결계로는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의 초장거리 공간도약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기 현세계의 유아신으로 부활을 하고 성장 중일 것이 분명한 흑염 세력이 열 명 이상 나온다면 순식간에 전멸이었다.
아직 일대일로 버틸 만큼의 수련도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기세에 밀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 정도로는 안 돼.
일단 흑염 세력의 투기와 살기에 밀린다.
이걸 어쩐다?’
아이언의 망설임에 최고위 창조신들도 문제가 있음을 눈치를 챘다.
그리고 이제 남의 일이 아니기에 이들의 포상에 대한 전권을 넘긴다고 알린다.
‘뭐든지 하시게!’
‘어떻게든 성공해야만 해.’
자신들이 초월자 영웅신이라고 견제하던 아이언에게 이런 식으로 협조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던 아이언조차 실패를 염두에 두는 모습을 보자 다급해진 것이다.
그들의 의지를 들은 아이언은 최고위 창조신들이 쓰는 공문서를 하나 꺼내었다.
그리고 수련생들을 흩어보면서 묻는다.
“창조신계로 임관을 원하는가?
주겠다.”
아이언의 신력에 의해서 공문서에 관련 내용이 적혀나간다.
스으으으윽-!
공문서에 명확하게 내용이 적혀나가자 수련생들의 눈에는 이제 투기를 넘어서 살기마저 어린다.
단순한 구두 약속이 아니라 임관을 승인하는 정식 명령서였기 때문이었다.
거침없이 수련생들의 이름을 적어나간 아이언은 아오 시바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최상급 창조신이 되고 싶은가?
그것도 주지.”
거기에는 최고위 창조신조차 난색을 보였지만, 갑자기 폭증하는 아오 시바의 기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능력만큼은 최상급 창조신을 넘어섰다.’
더구나 창조신장과 아오 시바가 무관한 관계가 아님을 알고 있기에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단숨에 임관과 승진 명령서를 작성한 아이언은 최고위 창조신들에게 공문의 협조를 보내었다.
최고위 창조신은 최상급 창조신의 승진까지 거론되자 경악을 한 주변 창조신들의 시선을 느끼고 부담을 느낀다.
이건 상식적으로 무리였다.
“…”
“…”
그러나 아이언이 적은 마지막 조항을 보고서 말없이 서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조항을 모두에게 보이자 소요는 가라앉는다.
‘이 명령서는 흑염 세력과 단독 전투 이상으로 싸워 살아남거나 방해를 성공한 창조신만을 대상으로 유효하다.’
강하기는 하지만, 상급 창조신 한 명과 일반과 중급 창조신 열 명이다.
그러니 타락한 영웅신 오십 명인 흑염 도적단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초라한 전력이었다.
‘흑염 세력과의 직접 전투를 상정한 이상 자살명령서와도 같다.’
‘단지 기세를 높이기 위해서인가?’
‘하지만 겨우 그렇게 소모하기에는 아까운 전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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