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다시 내용을 파악해보니 아이언과 실전과 같은 대련을 하면서 정확한 효과와 위험도를 측정하는 임무였다.
‘그리고 아이언님의 전투능력도 정확히 파악하고 싶었겠지.
이것은 이제까지 맡았던 어떤 임무보다 지독한 난이도다.’
실질적으로 아수라 일족의 종족권능을 주관하는 자신의 모친과 비장의 수단까지 동원해서 도전하게 되었다.
‘상처하나 못 내었지.
일단 대련이 끝나서 다행이지만 기분이 틀어지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아이언이 유아신답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서 넘어가니 어떻게든 잘 먹여서 달래야 했다.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요리신들이 마치 투신처럼 우렁찬 대답을 소리가 울린다.
“핫!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그래.”
요즘 황궁 조리실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바뀌어 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아오 시바가 보기에도 총요리장과 다른 요리신들의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마치 생사(生死)를 건 결투를 하기 전에 투지를 다지는 모습 같군.’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고위 요리신들은 아이언이 다른 은하계의 중앙 신계를 돌면서 요리를 요구하고 전부 평가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언에게 불만족스러운 요리를 내놓으면 위대한 신계 주신에게 음식을 뒤집어씌운다.’
‘신계 주신에게 요리 때문에 그런 꼴을 당하게 하면 요리신은 폐업이다.
저항했다가 신계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서 직접 모욕까지 받은 신계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신계주신과 같이 당한 신계관리주신들이 화풀이로 요리신들을 지옥으로 수련까지 보냈다고 하는 소문도 들여오니 이런 난리도 없었다.
‘요리신을 악령밖에 없는 지옥에 요리를 수련하라고 보냈다고?
그건 귀양이잖아?’
‘재료나 먹어줄 신도 없는 지옥에서 무슨 요리를 해?’
‘요리 하나로 이렇게 문제가 커지나?’
‘그보다 큰일이다.’
‘이건 심각한 사태다.’
누가 우월하다고 정확하기 측정하기 요리신들에게 아이언의 입맛이라는 기준과 명확한 등급이 나누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수준 미달로 탈락하면 고위 요리신으로서 끝장이다.’
아이언에게 나쁜 평가를 받아 신계 주신이 모욕을 받는다면 신계가 있는 한 자료가 영원한 기록이 되는 신족의 요리사들에게는 최악의 사태였다.
결국, 소문을 들은 요리신들은 지금까지 쓰기가 아까워서 모셔 놓기만 하던 비장의 조리도구와 귀중한 요리재료를 전부 꺼내서 맹렬하게 특훈 중이었다.
‘이건 요리신으로서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언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 지금 모든 신계의 조리실은 전장이었다.
이미 한번 실패하거나 통과했던 요리신들은 더욱 맹렬했다.
어지간한 투신은 가까이 오지 못할 정도로 기세를 품어낸다.
차아아아앙-!
총요리장과 각 분야의 요리장들이 휘두르는 칼과 조리기구가 강렬한 신력의 빛을 발산하면서 요리재료의 맛을 극한까지 뽑아낸다.
이미 한번은 통과했지만, 여기의 요리신들도 긴장하기 마찬가지였다.
‘아이언님이 다른 은하계에서도 만족할만한 요리를 드셨다고 한다.’
‘상위신은 맛있는 요리를 맛볼수록 입맛의 기준이 더 높아진다.’
‘그때 내놓았던 요리보다 더 맛있어야 해.’
총요리장이나 요리장들이 게을러서 조수를 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고위신들을 위해 조리를 해온 그들은 누구보다 상위자의 입맛과 심리를 잘 알았다.
‘최고의 요리를 계속 맛보면 상위신들의 요리에 대한 요구조건이 끝도 없이 높아진다.’
‘항상 맛있는 요리를 먹다가 한 번이라도 맛이 없으면 난리를 치지.’
‘그러나 적당한 요리를 먹다가 가끔 특별한 일에 최고의 요리를 내놓으면 극찬을 한다.’
항상 맛있는 것을 먹은 상위자는 더욱 새롭고 자극적인 맛을 요구한다.
하위자로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요리신이라고 해도 지속해서 발전은 힘들다.’
‘어떤 새로움도 시간이 지나면 구태가 된다.’
그걸 감당할 수 없으니 상위자의 과다한 요구를 막으려고 일부러 적당히 일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적당한 요리를 내놓아야만 오래 버틸 수 있다.
‘참으로 미련스러운 일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이언은 신계 주신조차 무시하고 패버리는 존귀하고 무지막지한 손님이고 냉정하게 평가하니 그야말로 진정한 요리신으로서 자격시험이다.
‘아이언님에게 한 번이라도 통과하면 요리신으로서 당당히 고개를 들고 살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끝이다.’
요리신으로서 경력과 자존심이 전부 달린 일생일대의 승부였다.
그래서 아이언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많은 식칼과 조리도구를 몸에 부착한 요리신들은 조리에 들어갔고, 전장에 투입되는 투신의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난 더 할 수 있어.’
전장으로 바뀐 조리실의 지휘관이자 선봉장이 되어버린 총요리장은 온몸을 휘감는 긴장과 함께 희열조차 느낀다.
‘요리신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 적당히 일해야 하면서 느꼈던 권태와 무기력이 사라진다.
젊은 청년신 시절에 용솟음치던 활력이 돌아왔다!’
아이언의 시험을 이미 통과했기에 다른 중앙 신계 요리신들에게 받는 칭송과 부러움은 뿌듯함이었고 질시와 시기는 우월감을 올려주었다.
‘평상시에 같은 위치라고 그렇게나 건방졌던 요리신들이다.
그런데 이제 고개를 숙이면서 최고의 요리신이라고 인정하면서 비결을 물어온다.’
아이언의 요리 대접에 처음 통과했던 자신은 이미 모두 요리신 중 최고위의 서열로 인정되는 상황이었다.
‘지금 다시 평생에 걸려서 쌓아 올린 요리의 경지를 보여줄 기회가 온 것이다.
아이언님이 방문한 열 개의 중앙 신계에서 음식이 통과된 곳은 거의 없다.
두 번의 맛이 있다는 인정을 받는다면 누구도 나의 실력을 부정할 수 없다.’
총요리장이 현란하게 휘두르는 식칼이 음식 재료를 분쇄한다.
조금의 맛의 손상도 없이 재료를 가르고 점점 빨라지는 모습은 실제로 실력이 급상승하고 있는 증거였다.
“모두 다시 가자!
우리의 실력을 전 신계의 요리신들에게 보인다.”
“오-!”
이제까지 없던 요리신들의 호응을 들으면서 총요리장은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요리신들을 사기를 부추기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우리가 최고다!”
“오-!”
그렇게 맹렬한 투기까지 품어내면서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조리실을 본 아오 시바가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요리신이 필사적이다.
여기서 할 일은 없다.’
그렇다고 아이언에게 다시 가자니 또 대련이 시작될까 봐서 못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갈수록 심상치 않았다.
“맛이 없는 요리를 만드는 요리신은 최저다.”
“오-!”
“어제와 같은 요리를 만들면 무능한 쓰레기!”
“오-!”
“지옥에서 악령을 상대로 냄비나 힘들어!”
“오오-!”
기세를 탄 총요리장이 조리하면서 독려하는 말투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다.
욕설까지 섞여나오는 분위기는 활기가 넘쳤지만, 신족의 황궁의 요리실로서는 지나칠 정도였다.
‘지나친 과열을 방지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맡은 아오 시바는 서서히 완성되어 나오는 요리들을 맛보았다.
‘또 당할 수 없지.
모두 시식하고 내보낸다.’
그런데 한 숟가락만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나 맛있어서 놀랐다.
‘헉! 시바! 뭐가 이렇게 맛있어?’
아주 적지만 지성체들에게 얻을 수 없는 강력한 정기까지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숟가락을 빠르게 움직여서 순식간에 접시를 비워버렸다.
파파파파파파-!
영웅신의 자질을 가진 창조신답게 고위신의 눈에 보이지도 앓을 정도로 빠른 먹는 속도였다.
쉽게 구할 수 없는 특수재료를 아낌없이 내어놓은 요리신들이 놀라서 저지했다.
“혼자서 전부 드시면 안 됩니다!”
“바로 또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니 빨리 아이언님에게 가져가십시오.”
요리신들이 말렸지만, 시식으로 받은 요리를 전부 먹고서야 이성을 찾은 아오 시바였다.
헛기침하고서 총요리장이 넘겨주는 음식들을 듣고 일어섰다.
“흐흠! 이 정도면 최소한 음식 그릇으로 맞지 않아도 될 것 같군.”
아이언이 워낙 괴팍하니 신계관리주신들에게 대접을 맡길 수가 없어서 직접 나서야 했다.
물론 음식을 직접 나르는 것은 과하지만 가까이 있다가 대련을 빙자해서 치명상을 입는 것보다는 나았다.
“수고들 하게.”
“예! 어서들 움직여.”
아이언은 유아신에 최고위 창조신답게 먹는 양이 엄청났다.
창조신이 먹는 양에 제한이 있을 리가 없으니 요리준비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우르르르-!
잠시 신계 주신의 반응을 보려고 몰려와 있던 요리신들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서 맹렬하게 움직이려고 한다.
그런데 방금 떠난 아오 시바가 바로 돌아왔다.
양손에는 방금 들고 갔던 요리가 빈 접시만이 들려있었다.
“흠흠! 음식 보충을 해주게.”
아무리 공간이동을 한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아이언이 먹을 시간은 없었다.
대충 사정을 파악한 총요리장이었다.
‘가다가 드셨구나!’
아주 오랫동안 눌러놓았던 식탐이 깨어난 것으로 보였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수련만 하셔서 어떤 군것질도 못 하셨지.
성장해서는 검소를 실천하신다고 호화요리는 못 드셨어.’
이걸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만들고 있는 요리를 직접 들고서 따라나선다.
‘마음이 아프지만 잘못하면 모든 요리가 중간에서 사라질 판국이다.’
상급 창조신의 위장도 거의 무한대였다.
아오 시바가 완성되는 요리를 보는 강렬한 눈빛을 보니 지금 요리를 맡겼다가는 전부 먹을 기세였다.
“요리신들은 직접 만든 요리를 들고서 가라.
어서 가시죠.
“허어! 내가 운반해도 되는데 말이야.”
영 아쉬움이 남아있는 아오 시바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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