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이언은 삼의 눈의 온도 파악과 권능 발현의 구조까지 전부 파악하고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 이 정도에 타면 창조신이 아니라 병신(病身)이지.
이거 따뜻하기는 하지만 최종 수단으로 삼기에는 너무 약한 것 아니야?
최소한 삼의 눈을 뜨는 순간 주변 전부를 증발시켜야지.”
“!?”
삼의 눈은 이제까지 비밀 임무를 통해서 창조신보다 강력한 존재를 수차례 소멸시켜온 비장의 수단이었다.그런데 따뜻한 난로 취급을 당하니 저절로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휘청-!
아오 시바가 절망감에 몸이 흔들릴 때 지켜보던 여주신의 파란 눈동자가 차디찬 빛이 서렸다.
그녀의 시선은 아이언이 열기(熱氣)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내밀었던 손가락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언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분명 손끝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화상을 입었다.’
아이언이 아무리 강해도 최고위 창조신도 무사하지 못할 공격의 연속이었다.
무사할 리가 없는 것이다.
“효과가 있다!
포기하지 마라-!”
분명 아이언이 화상의 고통과 피해를 참고 있다고 생각한 여주신은 그대로 투구를 벗고서 삼의 눈을 크게 뜬다.
그 순간 보이는 영역 전부가 얼어붙어 간다.
지이이이이이잉-!
공간이 얼어붙는 소리가 나면서 아오 시바의 열기(熱氣)에 증발하던 세계가 반전하면서 얼어붙어 간다.
지이잉-! 지이잉-!
가진 신격과 신력은 아오 시바보다 약하지만, 권능의 수준은 여주신이 높았기에 균형을 잡아간다.
그렇게 둘 사이에 있는 존재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합동기였다.
아이언은 자신의 뒤에서 여주신이 발현한 삼의 눈에서 발사된 한기(寒氣)가 몰려오자 나직하게 감탄한다.
“호오? 싸늘한데?
현세계의 주신치고는 아주 쓸만하구나.”
쓸만한 정도로 끝날 권능이 아니었다.
주신이라면 단숨에 얼음조각으로 만들고 창조신도 얼음 동상으로 봉인할 수 있는 권능이었다.
‘더구나 바스타드의 열기(熱氣)와 충돌하고 있으면 고위 창조신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아무런 타격이 없자 저절로 허리에 힘이 빠지려 하고 있었다.
‘더구나 한번 쳐다보고 바로 무시한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었다.
“...”
본래대로라면 자신을 얕본다고 성질을 부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오 시바의 필사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너무 재미있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뒤돌아 서 있는 유아신은 이제까지 보았던 누구보다 강자였다.
‘샤이니와 창조신장보다 더 강해 보여.’
강함을 숭상하고 전쟁을 좋아하던 아수라 일족은 종족전쟁에서 막대한 전공을 세웠으나 전사들이 대부분 전사했다.
전력이 얼마 안 남게 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비상대책을 수립한다.
‘이 난국을 넘기 위해서는 수장으로서 강력한 영웅신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아수라 일족의 여신 중 가장 강했던 나를 일족의 대모(大母)로서 인정하고 영웅신의 모친으로서 임무를 맡겼다.
영웅신을 탄생시키려면 반려가 반드시 그에 비견되는 존재여야만 한다.’
영웅의 아들이 영웅이 될 확률이 높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가장 강한 남신을 찾다 보니 당연히 창조신장이나 영웅신들이 대상이 되었다.
‘브라이트는 워낙 경계가 철저하고 샤이니는 수련에만 몰입해서 아예 만날 수도 없었어.
남은 것은 창조신장 밖에 없었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유혹에 성공하여 아오 시바를 얻게 되었다.
‘거의 망한 일족의 대모(大母)에다 주신이었으니 창조신장의 후궁조차 자격 외였지.’
몇 번의 비밀 관계 이후에 당연히 버려졌지만 서로 만족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배속에는 일족의 희망이 성공적으로 잉태된 것이다.
‘바스타드는 강하다.
창조신장의 후계조차 바스타드를 이기지 못한다.
자신의 힘으로 반드시 창조신장이 될 것이다.’
아오 시바는 창조신장의 직계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강대한 힘을 타고났다.
아무리 평화로운 세월이라고 했지만, 창조주의 대리인 창조신장은 최고의 창조신이 맡게 되어있었다.
‘창조주의 권능을 사용하고, 신족의 권능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만은 어떤 명문 일족의 조력도 아무런 도움이 안 돼.’
그러니 누구보다 뛰어난 바스타드가 언제인가는 창조신장의 자리를 이어받게 될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바스타드의 잠재력을 능가할 존재는 지금 신족이나 창조신장의 직계 중에 없다.
창조신장이 되는 순간 아수라 일족은 부활한다.
그런데 지금 더욱 강대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이언은 창조신장을 능가하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이어받으리라 생각한 아오 시바의 미래에 큰 장벽이 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아이언이 만약 창조신장이 되거나 창조신장 후계의 편을 들면 영원히 기회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언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유아신이다.’
지금도 저렇게 강한데 성인신이 되어서 발전이 더딘 바스타드가 따라잡을 가능성이 극도로 적은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여주신의 눈빛에서 살기가 품어져 나오면서 아오 시바에게 의지를 보낸다.
‘전력을 다한다.
최악의 경우는 이 신계를 포기한다.’
‘하지만 효과가 없을 겁니다.’
‘어서 출력을 최대한 높여!’
“...”
여주신은 모르지만, 아오 시바는 그녀보다 더한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신격과 권능을 폭증시키는 삼의 눈을 떴는데도 아직도 아이언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창조신인데 아직도 써클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출력으로 공격해도 어떻게 될 것 같지가 않아.
여기에 지금까지 어떤 권능이나 힘도 거의 쓰지 않았어.
이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괴물이야.’
그러나 이미 내친걸음이었다.
‘이걸로 한계를 두지 말고 전력을 다한다면 어머니 말대로 쓰러트릴 수도 있다!
한다!’
실전이었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찢겨 죽었을 것 같지만, 대련이기에 잡은 승리의 기회는 확실히 잡아야 했다.
“흐아아아아-!”
양손을 이마에 대고 삼의 눈의 출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태양처럼 달아오르던 열기(熱氣)는 세계를 파멸시킬 빛이 되어서 아이언의 신체를 노렸다.
파아아아아아아-!
여주신이 일으킨 한기(寒氣)와 아오 시바의 열기(熱氣)가 충돌하는 순간 세계에 균열이 일어난다.
그것은 벼락과 같은 모양의 균열이었고 공간의 파열이었다.
“후후. 공간절단(空間切斷)인가?
머리를 썼군.
하긴 그 방법밖에 없기는 하지.”
신체의 방어력이나 강함과는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는 지역을 통째로 잘라내어서 상대를 파괴하는 공간계열의 합동 공격기였다.
그러나, 주우주 차원의 오리진인 아이언에게는 실로 가소로운 공격이었다.
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정확하게 아이언을 중심으로 파열하기 시작한 세계의 균열을 지켜본 여주신은 그대로 입을 열어서 더욱 가공할만한 한기를 품어내었다.
“아이스 에이지(Ice Age)! 조각난 채로 얼어붙어라!”
아무리 신체가 파괴되어도 고위 창조신이면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입으로 내뿜은 신계 전부를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아이언에게 집중된다.
슈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아이언의 공간과 함께 금이 간 신체를 얼음기둥으로 만들어 가두기 시작한다.
얼음기둥은 아오 시바의 열기에도 녹지 않고 오히려 촉매로 활용하면서 공간의 일시적인 균열을 고정한다.
구구구구구구구궁-!
갈라진 공간파열의 중심에 있던 아이언의 조각난 몸이 되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갈라진 채로 고정이 된다.
“됐다.”
“잡았습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아오 시바의 열기(熱氣)와 여주신의 한기(寒氣)가 위력을 높여가면서 신계의 하늘을 수증기로 뒤덮는다.
마치 화산폭발이 되었는데 빙하를 만난 것처럼 품어지는 증기가 자욱해져만 간다.
슈하아아아아-! 과과과과과과과광-!
공간파열로 조각난 아이언을 가둔 얼음기둥은 더욱 굵기를 더해간다.
서로의 권능 조절을 잘못하면 충돌한 열기(熱氣)와 냉기(冷氣)로 인하여 신계가 통째로 날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합동 권능이었다.
그러나 그런 위험을 감수할만한 위력을 보인다.
쩌쩌쩌쩌쩌쩌쩡-!
얼음기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중앙 신계의 일백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광장 전부를 아이언과 함께 얼음기둥에 가두어버린 여주신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외쳤다.
아무리 익숙해도 거의 한계를 초월한 권능발동이라서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하악! 하악! 뭐를 하느냐?
마지막 일격을 가해라!”
신체가 공간과 함께 조각난 상태면 어떤 고위신이라도 지속적인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이제 바스타드가 가진 세계 파멸의 빛으로 일순간 붕괴시키면 어떤 고위 창조신도 소멸을 피할 수 없다.
이겼다.’
여주신이 승리를 자신하지만, 아오 시바는 입을 딱 벌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딱딱딱-!
말이 나오기 전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 준비하려다가 전해지는 의지에 어찌나 놀랐는지 이빨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고통은 고사하고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못 견디겠다는 아이언의 의지 전달이었다.
‘하하! 시원하고 따뜻하니 즐겁구나.
더구나 공간까지 다루느냐?
남은 권능이 있다면 더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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