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337화 (1,248/2,000)

34권 35권

아이언의 출전명령으로 그녀가 동원한 병력은 영웅동맹의 일반 영웅 일만 대였다.

열 대도 안 되는 일반 용자가 행성의 군대를 초토화한 전력을 보면 과다하다고 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들로 행성의 모든 도시를 장악하고, 주신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연합 본성의 의원실로 들어간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능력자들에게 억지로 끌려오거나 이미 대기하고 있던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인 의원들은 두려움과 적개심이 넘치는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이미 초월자로서 완숙한 경지에 있는 그녀에게 지성체는 아무리 기가 세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모두를 천천히 둘러보고 인사를 건넨다.

“반갑군요.

연합의 의원님들.

저는 크롬, 은하제국의 공주입니다.

사전에 통보한 대로 통치권을 인수하고자 합니다.

그 전에 서로의 오해를 풀기 위한 대화를 하겠습니다.”

그녀는 가장 높은 연합의 의원장의 자리에 가서 앉을 수도 있으나, 스스로 가장 밑의 증언대로 올라선다.

그러자 의원실의 분위기가 변한다.

화아아아아!

화려한 제국 공주의 복장과 왕관을 쓰고, 영웅동맹 특유의 황금갑옷을 여성형을 차려입은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고 위엄이 넘쳤다.

죽음을 각오하고, 이 장면을 찍고 있는 방송사의 직원들은 모두 황홀한 눈빛을 보내면서 그녀만을 비출 정도였다.

“으윽!”

그녀가 서 있음으로써 증언대가 가장 높은 자리가 되어버린 셈이었다.

크롬 공주가 모든 카메라를 집중적으로 받자 의원들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격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제국의 왕족인가?’

‘도저히 인간 같지 않은 미모부터 시작해서 기세까지 너무 무섭군.’

그러나, 가장 먼저 냉정함을 되찾은 의장은 목소리를 높여서 비난을 시작했다.

“제국은 연합이 저항을 그만두고, 은하제국에 편입한다면 본성의 영역을 군사력으로 침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소.

당장 이 폭거를 멈추시오.”

조약에 근거한 타당성이 있는 요구였으나, 크롬 공주는 논리정연하게 반론하기 시작했다.

“은하제국의 법은 의무의 수행에서 권리가 생긴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의무의 기본은 세금입니다.

그런데 이 행성은 은하제국의 신민으로서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바치지 않았습니다.

세금을 낼 때까지 모든 보호와 조약은 중지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은하제국의 군사력이 아닌 명예대공 아이언님의 사설 호위대입니다.

우리는 조약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의원장은 갑자기 나온 엄청난 인형 병기의 대군이 제국의 군대가 아닌 명예대공의 소유라는 사실에 흠칫 놀랐으나 목소리를 더 높였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궤변이요!

그리고, 제국의 세금은 소득의 육 할이 아니오.

그런 과다한 세금은 낼 수 없소.”

의원장은 국민에게 민감한 세금 문제를 들먹이면서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연합의 세금도 높아서 거의 칠 할에 육박하고 있었지만, 여러 개로 분산되어있어서 국민은 잘 모르니 표면상으로는 제국보다는 나았다.

‘이 공주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장면을 모든 도시에 일제히 송출하고 있다.

제국에 대한 반감을 높이고 나에 대한 지지를 강화할 좋은 기회다.

설사 통치권을 무력으로 빼앗겨도 언제인가는 다시 회복할 수 있어.’

정치가로서 살아온 삶이 이 자리가 굉장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알려왔기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제국의 과중한 세금을 이야기했으나, 그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었다.

“그것은 전시의 세율입니다.

전쟁을 끝낸 은하제국의 정식세율은 일 할이 되었습니다.

이제 은하제국에 소속된 행성은 어떤 사유로든 국민과 기업의 소득에서 그 이상을 거두어서는 안 됩니다.

거두어들인 일 할의 세금도 여왕의 주관하에 다시 효율적으로 각 행성에 배분됩니다.

그런데 이 행성을 조사해보니 종합적으로 칠 할 이상을 거두고 있군요.”

크롬 공주가 준비한 화면이 행성의 전역에 비추어진다.

월급에서 사전에 공제해가는 세금은 이할 정도이나, 물품마다 부과하는 세금과 각종 에너지의 소비세를 합하니 칠 할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나온다.

더구나 근거가 행성정부의 정식 보고서였으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공격하려다가 뜻밖의 반격을 받은 의원장은 속으로 한탄을 했다.

‘으윽! 어느새 저런 정보를 확인했지?’

크롬 공주의 반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칠 할의 세금을 부과하면 국민 대부분은 의식주를 유지하기도 힘듭니다.

이건 세금을 줄이고 저축을 늘려서, 국민을 부유하게 하려는 은하제국의 원칙에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금 상황에서 행성 정부가 이렇게 많은 세금이 필요한 이유를 정식으로 설명을 요청합니다.

설마 또 전쟁의 준비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요?

조약에 기록된 군대 외의 전력증강은 금지되며 관련자는 직위 고하를 따지지 않고 처벌하게 되어있습니다.”

마지막 말은 정중한 존대였으나 폐부를 찌르는 사실이었다.

‘거둔 세금은 우주함대의 비밀생산공장 신축에 대부분 들어갔지.

설마 위치마저 알고 있지는 않겠지?

그런데 누가 비밀을 흘렸나?

의원들은 아니야.

저 녀석들은 내가 알려주지 않는 한 아무것도 몰라.’

다른 의원들은 비밀기지 설립과정에서 뒷돈이나 받을 줄 알았지 제국과 어떤 조약이 오고 갔는지 관심도 없었다.

‘세금이 어떤 수준이며 어디에 사용하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쓸모없는 것들이지.

법과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서 통제하기 편리한 멍청이들만 의원으로 만들었다.’

이제까지 돈만 받으면 찬성하는 거수기 같은 의원만 살려두었는데 제국의 공주와 이렇게 토론을 벌이니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똑똑한 놈들도 조금은 살려둘 것을 잘못했다.

혼자서는 너무 힘들군.’

그런데 방송국 직원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제국의 공주가 비추는 각 도시의 사람들을 보니 눈에 띄게 의혹이 떠오르고 있었다.

‘역시 과중한 세금으로 힘들어하던 모든 국민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건 위험해!’

모든 도시의 화면에 은하제국의 세금은 일 할이고, 현재 연합 본성의 세금은 칠 할이라는 숫자가 가득 채워졌다.

이건 정말 치명타였다.

‘큰…큰일 났다.

일 할과 칠 할의 차이가 너무 커!

일곱 배의 세율이라면 국민은 반드시 제국을 지지한다.”

연합의 최고 정치가의 자리에 올려준 민감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인 감각이 위기를 알려온다.

그러니 목소리를 높여서 주장한다.

“겨우 일 할의 세금만으로는 국민이 만족할만한 복지는 할 수 없소.

그래서, 제국의 법에는 복지란 항목이 아예 없지 않소?”

끝까지 은하계를 통일한 은하제국을 인정하지 않고, 제국이라고 언급하는 의장에게 크롬 공주는 차갑게 말한다.

“잘 못 아시는군요.

은하제국에서는 복지가 아니라 공적치라고 바꾸어 말합니다.

공적의 기본은 세금이며 개인이 낸 금액만큼 국가가 인정합니다.

즉, 많은 세금을 내면 낼수록 더 많은 혜택과 기회가 주어집니다.

만약 태어나서 지금까지 낸 금액이 일억 골드라면 거기에 해당하는 복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

제국을 적으로 규정하여 연구해온 의원장과 의원들의 얼굴이 확 굳어진다.

‘공적치는 원래 변경세력에 불과했던 제국을 연합과 대등한 세력으로 만든 제도다.’

‘도저히 연합은 시행할 수 없어서 꼭꼭 숨겨왔는데 그걸 공개한다는 건가?’

세율도 그렇고, 이 세금의 개념도 제국에게 굉장히 유리한 사항이었다.

그걸 들쑤셔 버린 의원장은 아차 하는 심정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열심히 일해서 많은 세금을 낼수록 국가가 제공하는 지원이 커지는 형태이지요.

일반 국민도 노인이 되면 어떤 의료나 의식주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오!”

처음 듣는 제국의 세금법인 공적치의 개념설명에 주변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재산이 많은 일부의 의원은 자신이 낸 세금을 계산하는지 계산기까지 꺼내서 두들기고 있었다.

점점 크롬 공주에게 호의적인 시선이 몰리자 의원장의 얼굴은 처참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욕을 한가득 퍼붓고 있었다.

‘빌어먹을 제국! 세금을 많이 낼수록 국가에 많이 이바지했다고?

공적치는 도대체 뭐냐?

이따위 세금 법을 만들어서 운영했으니 연합소속의 행성이 전부 돌아섰지.

전쟁 때처럼 우리와 같은 칠 할이면 버틸만한데 일 할로 줄이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일방적으로 공제하고 아무 혜택도 없는 연합의 세금법과 연금이나 저축 같은 제국의 공적치는 우열이 뚜렷하게 갈린다.

‘제국의 세금은 마치 예금과 같은 형태였다.

액수가 높을수록 공적치가 돈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귀족의 직위까지 얻을 수 있지.’

뛰어난 인재일수록 공적치를 얻기 쉽다.

그러니 자신조차 연합의 의장이라는 직위만 아니었으면 당장 은하제국으로 기반을 옮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변을 보니 무엇인가 말하려던 의원들도 입을 꽉 다물고 뒤로 물러난다.

그들의 손에는 계산기가 부지런히 돌아가면서 이익을 계산하고 있었다.

‘주변의 의원들은 자신들을 강제로 끌고 온 고위 초능력자들에게 겁을 먹고 벌벌 떨기만 한다.

그나마 머리와 기개가 있는 놈들은 모두 이해관계만 따지려고 해.

원래 이런 부류만 모았지만, 이제 자유연합을 지킬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

이럴 때 쓸만한 인간을 위원으로 포함해야 했는데 다루기 편한 부류만 정치가로 끌어들인 과거의 자신에게 한이 될 지경이었다.

‘이미 세금비율과 복지의 개념에서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이걸 말하면 나도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자유연합의 국민이라면 절대로 제국을 인정할 수 없는 치명적인 분야를 꺼내었다.

“제국에는 자유가 전혀 없소.

귀족과 여왕이 국민을 무자비하게 지배하는 계급주의를 용납할 수 없소!

윽!?”

사람을 귀족과 평민이라는 신분으로 나누는 제국의 계급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려던 의장은 크롬 공주의 차가운 푸른 눈빛을 받으면서 그대로 몸이 굳었다.

의장은 그제야 자신이 대화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똑똑히 기억이 났다.

하고자 한다면 자신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지워버릴 수 있는 엄청난 초능력자였다.

‘제국의 여왕과 공주들은 우주에서 최고 등급의 초능력자였지.

그것도 그 가치가 행성과 비견된다는 특수한 초능력이다!’

잘못하면 바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의장의 육체가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모든 국민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어떻게든 참으려고 했지만, 견딜 도리가 없었다.

초월자의 기세로 단숨에 의원장을 압도한 크롬 공주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모든 사회와 국가에 명령을 내리는 자와 수행하는 상하관계는 존재합니다.

제국은 그걸 더욱 명확하게 구분했을 뿐입니다.

또한, 은하제국의 귀족들은 모두 모은 공적치를 대가로 지급하면서 귀족이 되었습니다.

공적치는 상속이나 인계를 할 수 없으니 후손의 능력이 없다면 절대로 귀족이 될 수 없습니다.

화폐와는 달리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가치라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여…여왕은 예외가 아니오.

현재 에메랄드 여황은 프롬 여제에게 왕위를 이어받았소.”

이대로 오랜 정치생명을 무너질 수가 없기에 이제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한 의장이 쥐어짜듯이 목소리를 내었다.

초월자 앞에서 이렇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으니 역시 연합의 대표다운 기개라고 생각한 크롬 공주는 기세를 줄이면서 말한다.

“여황은 은하제국의 모든 행성과 국민을 보호해야 하기에 어떤 제약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권한에 제약을 받은 존재는 결코 완벽하게 공정할 수도 능력을 전부 발휘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법에 통제를 받는다면 법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층을 통제할 수도 없으니 여황의 권한은 무한대여야 합니다.”

“그것도 말이 안 되오!

제국은 모두 여황의 소유라고 명시하고 있지 않소이까?

우리는 누구의 재산이 될 수 없소.”

제국은 모두 여왕의 것이며 누구도 소요할 수 없다.

제국의 법에 제일 처음에 붙는 조항이기에 누구나 아는 말이었다.

가장 치명적인 비수가 될 말이었으나 그 법을 만든 프롬 여제의 후계자였던 크롬 공주는 철저하게 제국의 법이 만들어진 이유를 들었으니 수월하게 대답한다.

“누구나 자신의 보물과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대하지요.

누구도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의 것을 아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여황에게는 은하제국이 가장 소중합니다.”

위원장이 뭐라고 반론을 하기도 전에 크롬 공주의 답변은 이어진다.

“지금까지 은하계는 각 행성의 소유권을 장악하려는 세력에 의해서 끝없는 내전을 벌여왔습니다.

제국의 법의 첫 번째 조항은 바로 행성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규정지어서 전쟁을 막기 위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황이 은하제국의 행성을 팔거나 이익을 챙긴 적이 없으며 그럴 수도 없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왜 그걸 모른 척하는지요?”

이제 훈계를 듣는 어린이가 된 의장과 의원들이었다.

제국의 수많은 귀족을 수족조차 다루어온 그녀의 카리스마는 이미 좌중을 완벽하게 좌우하고 있었다.

“은하제국은 여황의 것이니 만약 다른 행성을 무력으로 침략하거나 내전을 일으키려는 존재와 세력은 모두 여황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이 조항은 행성의 지배를 노리거나 파괴하려는 모든 세력에 대한 여황의 준엄한 경고입니다.

실제로 행성을 소유권을 통합하여 가진 여왕의 통치에서 내부의 전투는 연합의 일백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는 현황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각 세력의 반란과 내전 수치까지 제시하는 그녀의 말에 반박한 말을 일순 찾지 못한 의장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초월자의 기세를 더 견딜 도리가 없어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축 늘어진다.

‘연합을 온전히 삼키기 위해서 엄청난 준비를 해왔군.

이건 이길 도리가 없다.’

그렇게 연합의 의회를 제압한 그녀는 집중되는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확실하게 선포한다.

“은하제국의 에메랄드 여황께서는 이제까지 여러분이 행성 정부에 내신 세금을 모두 공적치로 인정하기로 하셨습니다.

그 공적치를 지급하면 바로 제국의 귀족이 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금은 지금 바로 일 할로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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