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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330화 (1,241/2,000)

34권 35권

그것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사장이라고 쓰인 간단한 명함이었다.

실제로 자신이 손에 쥐자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주변 분위기를 보고, 검편은 내심 감탄했다.

십중심의 존재감을 이렇게 감소시킬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신기였다.

‘이것도 차원창세신 코아가 주더냐?’

‘응! 영웅신을 찾으려고 해도 나만 보면 모두 벌벌 떨어서 힘들다고 하니 뚝딱 하고 만들어주더라.

그 녀석이 참 재주도 많지.

못하는 게 없어.

그러고도 자신은 전능이 아닌 만능에 불과하다고 한탄하더라.’

‘이거 몇 장이나 있나?

나를 주어도 되나?’

십중심은 세상을 홀로 제압할 수 있는 강자다.

그래서, 존재감을 견딜 존재는 거의 없기에 필연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일족과 반려에게 경외감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내가 나타나면 모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다.’

나타나기만 하면 벌벌 떠는 분위기에 익숙한 검편에게 자신을 무시하고, 이렇게 떠들썩한 술집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내가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있다니 감동적이기까지 하군.’

검편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 경험으로 확실히 알고 있는 흑염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거 너 가져.

나는 이렇게 많으니까 말이야.’

아공간 속에서 많은 카드를 꺼내서 펼친다.

좌아아아아!

‘특위’라고 적힌 카드였는데 오십 장이 있었다.

흑염의 절대자의 뇌리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걸 만들어주면서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일단 영웅신 오십 명을 거두어서 흑염의 세력으로 삼으십시오.

그러면 누구도 흑염 사장님을 광전사의 정점으로 보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흑염의 가호를 못 견디는 주제에 욕심을 낸 약골들이 비난받게 됩니다.’

흑염은 투기를 사용하는 투사의 정점인데도 가호를 받으면 대부분 미쳐버리니 광전사라는 오해를 받았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간단하게 그것들이 너무 약해서라고 단정 지어주었다.

‘나는 멀쩡한 흑염의 투기를 받으면 왜 다른 투신들이 미쳐버리는지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세력은 고사하고 작은 조직조차 만들지 못하니 이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지.

그런데 단지 약한 탓에 미쳤다니 간단해서 좋군.’

아주 약간의 가호조차 못 견디는 약한 존재들은 버리고 소수라고 해도 강한 존재들을 겉에 두라는 말은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약간 고개가 갸웃거리는 조언이 뒤따랐다.

‘부하의 선택을 잘하셔야 합니다.

영웅신이 아무리 마음에 드셔도 범죄자는 안 됩니다.

특히 도둑놈이 될 기질이 있다면 아예 박살을 내버리십시오.

흑염 세력을 만들었는데 그놈들이 의적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여기저기 털고 다니면, 제 손으로 당장 끝장을 낼 것입니다.

이건 약속해 주십시오.’

항상 여유롭고 능글맞게 웃고 있던 차원창세신 코아였는데 이 이야기를 할 때는 굉장히 흥분하고 단호한 모습이었다.

마치 용서할 수 없는 원수들을 생각하는 기세에 약속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넘겨주려는 의도를 직감하고 대답한다.

‘내 부하가 범죄자가 될 리가 있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너에게 처분을 맡기겠다.’

‘확실히 들었습니다.’

워낙 이것저것 받은 도움이 많으니 알았다고 승인한 흑염의 절대자였는데 지금 상황은 지극히 만족스러웠다.

‘검편조차 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자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이건 확실히 쓸만해.’

카드만 가지고 있으면 십중심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눈치를 보던 거신족의 여신들이 재빨리 감편마저 안아 올린다.

흑염의 정체는 모르나 이 술집에서 가장 중요한 귀빈이었고, 모셔온 손님은 무조건 잘 대접해야 했다.

“호호호호! 이분은 여기 처음 오셨나 보네.”

“이리 오세요.

특별대접을 하지요.”

“!?”

겨우 카드 한 장으로 설마 이렇게까지 거리낌이 없는 대우를 받게 될지 몰랐던 검편은 잠시 놀랐으나 곧 긴장을 푼다.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절대계가 아무리 넓고 강자가 많아도 겨우 아홉 명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한 것이다.

‘흑염의 절대자와 같이 있는 이상 다른 십중심들이 모두 몰려와도 버틸 자신이 있다.’

흑염은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어서 영역 다툼을 하지 않는 한 확실한 친구였다.

그렇게 자신들의 젖가슴 사이에 두 명의 십중심을 태운 거신족의 여신들은 지하로 간다.

검편은 마치 광장처럼 커다란 지하 밀실에서 정말 신세계를 보게 된다.

화아아아아아! 후우우우우!

지하에는 뜨거운 증기를 내뿜는 호수와 같은 거대한 온천이 있었다.

호수의 가운데에서 자란 거대한 나무가 지하의 천장을 받치는 구조였다.

여기에 시설물은 원래 거신족을 접대하는 곳인 듯 모든 물품의 크기가 컸다.

거신족에게는 작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너무나 커다란 신체가 들어가자 자옥한 물보라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흠.”

검편도 검은 쥐었지만, 옷을 벗고 온천 안으로 들어간다.

주변을 둘러본 검편은 이 온천 호수가 심상치 않은 정기를 품어내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큰 나무는 세계수와 비슷하게 보여서 묻는다.

“미량이지만 정기를 보충하고, 신체를 안정화해주는 온천인가?

술집으로 놔두기에는 아까운 굉장한 곳이로군.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력이 느껴지는데 설마 여기도 그 녀석이 만들어준 거냐?”

알몸의 거신족 여신의 신체에 도착한 흑염은 그대로 등산을 하면서 대답한다.

“맞아.

원래는 평범한 술집이었는데 내가 여기 단골이 되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싹 뜯어고쳐 주었지.

그래서, 지금은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술집이 되었어.

앞에 있던 큰 술집 건물도 여기의 부속이야.

덕분에 나와 내 손님은 무조건 공짜라 이거지.”

검편은 몸을 온천에 넣으면서 한심하다는 듯이 말한다.

“공짜라고?

그래서 네가 술을 산다고 했구나.”

“푸하하하하! 내가 무슨 정기가 있어서 검편을 하루 동안 대접하겠어.

다 그렇고 그런 거지.”

“….”

또 하루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보아도 놔줄 것 같지가 않았다.

‘하루인가?

그동안 차원창세신 코아와 내 일족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하려 하는지 궁금해지는군.

하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고 흑염이 놓아줄 것 같지 않으니 포기하자.’

진심으로 싸우면 흑염이 막아도 돌파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흑염과의 친분도 끝장이 나고 상처도 입으니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을 애써 머리에서 지우는 검편이었다.

‘지금은 저 멀리 앞서가는 흑염의 절대자에게 이것저것 들을 정보가 너무 많다.’

거신족의 여신들은 철저한 교육이 되어있는지 대화를 듣지 못하게 귀마개까지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젖가슴 사이의 술 온천에 몸을 기대고 반대편의 흑염에게 묻는다.

“황금의 절대자의 상태는 어떻지?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가진 차원창세신 코아는 분명 정식 신족이던데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이제 신족을 용납한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황금의 절대자가 자신이 수장이었던 황금족을 멸망시킨 신족을 용서할 리가 없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스스로 황금의 절대자의 임시직원이라고 했으니 더욱 의심이 가던 판국이었다.

흑염의 절대자는 젖가슴 술 온천에서 느긋하게 몸을 기대면서 대답했다.

“불변(不變)의 황금이 원한을 잊을 리가 있나?

좋아서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니야.

차원창세신 코아가 워낙 유능하고 대가를 안 받는데 만약 신족에게 붙으면 큰일이니 어쩔 수 없이 같이 있는 것으로 보였어.”

“음? 무보수라고?

그 정도 창조신을 고용하려면 적어도 지역 우주 정도는 떼어주어야 할 텐데 너무 의외로군.”

박쥐의 검의 전력공격을 받고도 살아있는 창조신은 처음 보았으니 충격은 더 컸다.

검편은 거신족의 여신이 술의 온천에 띄워주는 술과 안주를 먹으면서 말한다.

“그럼 계약직인가?”

“그보다 못한 임시직이야.”

흑염도 젖가슴 위에 양팔을 놓고 마치 소파에 앉은 표정으로 입만 벌렸다.

어느새 왔는지 똑같이 알몸이 된 거신족 여신이 시중을 들면서 입에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꿀꺽!

술잔으로 보기에 지나치게 커다란 잔을 한 번에 비운 흑염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묻는다.

“왜 검편 일족으로 끌어들여 보려고?”

“아니라고 말을 못하겠다.

그 정도 창조신은 처음 보았으니 말이다.

신족에게 몇 명이 더 있다면 위험할 정도더군.”

굉장히 높은 평가에 흑염은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아주 괜찮기는 하지.

파괴력만 아니라 창조력도 대단한 수준이니 말이야.

그런데 불가능할 거야.

그렇게 감이 오더라.”

“그런가?”

흑염도 아깝기는 했다.

‘술집의 개조부터 시작해서 황금세력이 창조력 부족으로 적체 중이던 모든 계획과 시설물을 완공하고 완성해 버린 놀라운 실력이지.’

가장 우수하다고 자부하던 황금세력의 간부들조차 침묵하게 만든 업무처리능력이었다.

그러니 황금의 절대자조차 뭐라고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다른 십중심들의 반응은?”

“우주신 출신들은 황금이 거의 설득했다.

너와 바람, 회색이 합류하면 바로 통합하기로 했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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