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지극히 억울하다는 표정과 진심이 어린 항변이었다.
그러나, 검편은 더욱 검기를 강화하면서 밀어붙였다.
“혼자 설치고 다닐 때의 너라면 믿겠지만, 황금세력에 들어간 이상은 못 믿는다.
개인은 선할 수 있어도 조직은 착할 수 없으니 말이다!”
가가가가가가가가가!
투기의 갑옷이 검기의 톱날에 절반 정도 파여나간다.
그리고, 양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고서 더욱 밀어 붙여가면서 외친다.
“루카! 황금세력에 들어간 이유와 지금 나를 막아선 사유를 설명해라.
아니면 오늘 너와 나 둘 중의 하나는 여기서 끝장이다.”
“아! 젠장 이것도 직감대로네.
이런 건 안 맞아도 되잖아?
그런데 지금 내가 황금세력에 공동대표로 취직한 사실을 못 믿겠다는 이유로 싸우자는 거야?
내가 먼저 출세했다고 질투하면 너무하지 않아?”
“닥쳐!
나는 너처럼 황금의 절대자의 수하 따위는 되지 않아.”
“쯧! 내가 황금의 부하라니?
말이 조금 심하네.
역시 힘을 좀 써야 하나?
심장 힘주기!”
두우우우둥!
그 말과 동시에 흑염의 절대자의 신체에서 종이 치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진다.
그것은 심장이 뛰는 소리였지만, 지나치게 컸다.
구구웅! 구궁! 구구구궁!
우주 공간이 뒤흔드는 심장박동 소리가 울리고, 흑염의 절대자의 신체에 드디어 살기가 어린다.
그리고, 앞으로 쏟아지며 투기와 어울려서 폭발적인 기세를 일으킨다.
“으윽!”
박쥐의 검과 함께 뒤로 밀려난 검편의 시야를 일순 뒤덮는 공격은 검게 타오는 화염의 주먹이었다.
투가가가가강!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박쥐의 검의 전력전개를 단숨에 튕겨내고, 검편의 몸조차 날려버린 투기공격을 가볍게 보인 흑염은 주먹을 털면서 말한다.
“난 황금의 부하나 직원이 아니라 공동대표라니까.
같은 권한을 가진다고, 계약서도 그렇게 썼어.
실제로 대리 결재도 전부 해.”
“….”
역시 흑염의 절대자다운 능력이라고 판단한 검편이 본격적으로 하려는지 검의 손잡이를 해제한다.
박쥐의 검의 손잡이가 주변을 휘감으면서 모든 빛을 집어삼킨다.
“너라면 이걸 쓸 가치가 있지!”
파아아아아아-!
완전한 어둠의 공간이 시야를 빼앗고, 보이는 것은 오로지 환하게 빛나는 검날뿐이었다.
검편이 완벽한 자신의 공간으로 만든 영역에서 유일하게 점점 밝아지는 박쥐의 검을 보면서 흑염은 심드렁하게 말한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로는 일단 뭉쳐서 창주조에게 절대계의 전권을 넘겨받은 다음에 십중심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하더군.
힘으로 싸우든 투표를 하든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말이야.
아직 얻지도 못한 것을 가지고 서로 더 많이 가지겠다고 싸우는 것처럼 우스운 일도 없다는 말을 듣고 보니 맞기는 해.
너도 이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 않아?”
그 말에 검편의 박쥐의 검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확인하듯이 묻는다.
“반란을 끝나고 나서 최강자를 뽑자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전투하는 동안 서로가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가?”
십중심들은 경쟁자들이다.
계열이 달라서 충돌을 피하고 있지만, 허점을 보이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원래 흐름에서도 전부가 합심해서 싸우지 않고, 돌아가면서 싸우게 된 이유였다.
그런데, 흑염의 절대자는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후! 절대계 최강이라면 나도 양보할 수 없지만, 회장이라면 조금 다르지.
원래 그런 자리가 쓸데없이 높고, 머리만 아픈 자리가 아닌가?”
“회장은 뭐냐?”
“차원창세신 코아가 어떤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고용한 부하를 월급을 주면서 일하게 만드는 회사라는 조직의 수장이라던데?
왕보다 상당히 권력이 떨어지지만, 대신에 아주 안전하다고 하던가?
부자처럼 망해도 삼대는 가고, 신용만 있으면 다시 재기할 수도 있어서 좋다나?
아마 상단이나 상회의 주인보다 조금 높은 위치 같아.”
“그 녀석이 나보고 사장님 어쩌고 하던데 그건 뭐냐?”
“사장은 회장의 바로 밑의 직위라고 하더라.
그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하지 말라고,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안 바꿔.
직접 대들었던 황금의 부하들이 갑자기 불행한 사고를 연속으로 당한 이후로는 아무도 못 건들고 있지.
그런데 너한테도 사장님이라고 불렀어?
나와 황금에도 꼬박꼬박 그렇게 부르더라.”
거기까지 들은 검편은 전투태세를 풀고서 씁쓰름하게 말한다.
“창조주에게 이겨도 절대계에 군림하는 최강자가 아니라 절대계라는 회사의 회장이라?
창조주에게서 지배권을 가져와도 세계 그 자체를 소유할 수 없으니 맞는 소리이기는 하군.
뭔가 상당히 맥이 빠지는군.”
“그러면 심각할 필요가 없지.
그래서, 그 녀석이 맨날 우리보고 사장님이라고 하는지도 모르지.”
한시바삐 본성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흑염과 충돌까지 각오했던 검편은 아직 열려있는 초장거리 공간의 문으로 들어서면서 묻는다.
“그런데 왜 거신족의 술집이냐?
너 이제 부자이니 더 좋은 데에서 사.
정기가 없다고 나에게 항상 얻어먹었잖아?
한꺼번에 갚아라.”
황금세력은 명실상부한 절대계 최고의 세력이며 수장 중 하나이면 움직일 수 있는 정기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행성신인 거신족은 정신체 세계에서는 하위층에 속했다.
그런 의미로 한 말인데 흑염은 정색하면서 말했다.
“내 몸을 보고 말해라.
일반적인 여신이 나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냐?
근처에도 안 와.
네가 데려간 곳마다 술과 안주만 먹고 나왔잖아?”
“….”
잠깐 삼 미터의 근육질 거인인 흑염을 쳐다본 검편은 한숨을 푹 쉬었다.
“휴우! 아무리 신체축소를 해도 오 미터 이상인 거신족의 여신이다.
완전히 아기 취급일 것인데 그건 좋으냐?”
“너무 좋지!
최소한 너무 커서 무섭다고 도망가지는 않잖아?
진작에 이 방법을 알았으면 아예 근거지를 옮겼을 거야.
차원창세신 코아 녀석이 아주 이런 잔머리를 잘 돌린다니까.”
“또 그 녀석이냐?
그리고,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연상 취향이냐?
빨리 결혼이나 해.
그러고 보니 잘 되었다.
일반 여신은 네 신체를 감당하지 못하니 거신족 여신 중에서 고르면 되겠군.”
“반려 때문에 고생하는 너보고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너처럼 여자 하나를 설득하지 못해서 질질 끌려다니다가 감옥에 걸어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
실로 할 말이 없는 약점을 찌르는 통렬한 일격이었다.
인상이 확 일그러진 검편이 검의 손잡이를 다시 잡았지만, 긴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휴우! 좋은 시기도 있었고 장점도 많다.”
“힘든 시기가 있고, 단점마저 있으면 일부러 할 필요가 없잖아?
일부러 고생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
“모두가 결혼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니 일단 해보라고 말한다.”
“더 큰 손해를 볼 걸 알면서 왜 해?
난 너보고 결혼하지 않기로 했어.”
왜 흑염의 절대자에게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는지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점점 울화통이 치솟는 검편이었지만, 꾹 참고 다시 묻는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일반 여신보다 거신족의 여신과 어울리라는 조언 말고 다른 말은 없었나?”
“응?”
전혀 의외의 질문에 공간의 문 안쪽을 걸어가면서 이동하던 흑염의 절대자의 동작이 멈추었다.
“있었는데 그건 왜 물어?”
“뭐냐?”
“일반적인 신은 흑염의 투기와 살기를 견디지 못하고 자멸하니 다른 일족의 영웅신들을 부하로 받아들이라고 하더라.
영웅신들은 충분히 나의 가호를 견딜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신체가 가장 강한 거신족부터 영웅신을 찾고 있다가 발견한 술집이야.”
“!!?”
검편의 얼굴에 경악의 표정이 떠오른다.
혼자의 몸으로도 절대계 십중심의 상위권인 흑염의 절대자에게 영웅신의 군단이 붙으면 어떤 전력이 될지 예상이 된 탓이다.
‘만약 영웅신들이 흑염의 가호를 받는다면 거의 막을 전력이 없겠군.’
영웅신들로 흑염세력이 만들어진다면 두 명 이상의 십중심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강력한 조직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전력이나 세력이 점점 하위로 떨어짐을 깨달은 검편의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무슨 수를 내야 해.’
그런 생각을 하는데 초장거리 공간이동은 끝났다.
그리고, 도착한 행성은 십 미터에 가까운 거신들이 수십만 명이 모여서 생활하는 거대한 도시였다.
누구에게나 압도적인 크기를 보이는 흑염의 절대자가 아이처럼 보이는 거신들이 가득 메운 거리에 도착한 흑염의 절대자는 재빨리 어딘가로 달려간다.
드물게 들뜬 모습에 거신들의 다리 사이를 뚫고 따라가자 엄청나게 화려한 거대한 술집을 지나서 바로 뒤의 약간 허름한 건물에 들어간다.
“오오! 나 왔어.”
일반인에게는 엄청 큰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쾌활하게 외치는 흑염의 목소리를 듣지 말자 머리가 아파지는 검편이었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커다란 여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오자 경악으로 바뀐다.
“오호호호호! 우리 아기가 왔네요.”
“이번에는 너무 오래간만이에요.”
절대계 최고의 신체를 가졌으며 투사의 정점이기도 한 흑염의 절대자를 마치 진짜 아이처럼 양손으로 들어 올려서 꼭 껴안은 거신족의 여신들이 보인 것이다.
“너!?”
옷 사이로 살짝 드러난 엄청난 크기의 젖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행복한 미소를 짖는 흑염의 절대자를 보고 너무 놀랐다.
‘쉿! 제발 여기서는 참아줘라.
이들은 내가 누군지 몰라.
만약 내가 십중심 흑염이라는 사실을 알면 여기가 발칵 뒤집힌다.’
‘너를 모르다니 이해가 안 가는군.
하긴 거신족이라면 너의 덩치도 작은 편이지.
그런데 이상하다.
어떻게 너를 그렇게 편하게 대할 수 있지?’
절대계의 십 분의 일의 전력과 맞먹는다는 십중심을 겨우 주신도 아닌 거신족의 일반여신이 쉽게 대할 수 없었다.
존재감의 차이가 너무 커서 최소한 창조신 이상의 존재가 아니라면 대화조차 힘든 것이다.
‘지금도 내 주변으로 감히 다가오지 못하는 거신족을 보면 명확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흑염의 절대자에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떻게 된 거지?’
그 의문을 풀어주듯이 흑염의 절대자가 움직였다.
환대하던 거신족의 여신들이 검편의 존재감을 조금씩 느끼고 있으니 흥이 식기 전에 황금색의 카드를 던졌다.
그걸 받자 검편의 강대한 존재감을 서서히 감지하면서 굳어가던 거신족의 여신들이 모두 평안해진다.
‘그것 때문이야.
그걸 가지고 있으면 자신과 비슷하지만 약간 우위인 존재로 느껴진다고 하더라.
뭐라던가?
허위인증(虛僞認證)의 간단한 응용이라던가?
개 눈에는 개밖에 안 보이는 점에 착안했다던데 그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더구나 소마(笑魔)나 황금이 직접 검사하지 않으면 절대 안 들킨다고 하던데?
실제로 효과만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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