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검편의 본성에 다섯째의 날이 밝아졌다.
그리고, 나름대로 권능 수준을 올린 오리진들은 모두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휘이이이잉-! 위이이이이-!
목밖에 없는데도 하루 만에 엄청난 승격이 있는지 기세가 엄청나게 강해졌다.
그러나, 감히 투기를 뿜어내지는 못하면서 초조하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보고서를 읽는 모습을 쳐다본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각 가문의 비전 오의를 종합한 파해책과 보완책을 받고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읽기만 할 뿐이었다.
사르르르! 사르륵!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이 들린다.
주신전 주변은 완전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공간이 되어있어서 누구도 함부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침묵하자 조용하고 머리만 남은 존재들도 침묵한다.
시끄럽게 굴면 이상한 목검에 맞으니 모두 입을 다문 것이다.
그 앞의 원탁에서 오리진들의 머리가 허공에 떠서 긴장한 채로 평가를 기다린다.
‘이거 유아신 시절에 성인식 시험을 칠 때보다 더 떨리는군.’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신체를 돌려주겠지.’
신체를 돌려받기 위해서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수없이 확인했으니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오리진들이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독서가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커진다.
탁!
모든 보고서를 읽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리해서 다시 두툼한 하나의 책으로 만든다.
그리고, 거기에 ‘검편일족 오리진 개론’이라고 이름을 지어서 오리진의 수만큼 복제한 후 돌려준다.
뜻밖의 선물에 오리진들이 당황하는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느긋하게 말한다.
“수고했다.
돌아가서 환영식 준비에 동참하도록 해라.”
“저…저 신체를 돌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들이 비전 오의를 이렇게 열심히 연구하고 보완한 이유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목과 신체를 원상 복귀해준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그런데 보고서만 챙기고 조치가 없으니 나온 말이었는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오른손을 휘저으면서 말한다.
“이미 돌려주었다.”
“!?”
그 말에 놀라서 밑을 바라보니 어느새 신체가 돌아와 있었다.
단지 허공에 떠 있는 목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서 몰랐다.
“오오!”
“내 신체가 돌아왔다.”
약간 생소한 느낌을 받았지만 분명 자신의 신체였다.
주변에 목만 남아있던 다른 존재들이 부러움의 시선을 보냈지만, 그럴 걸 신경 쓰지 않으면서 한껏 기뻐하는 오리진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차원창세신 코아의 충고가 전해진다.
“너무 머리만 쓰는 일에 익숙해지지 마라.
앞으로 신체를 쓸 상황이 많을 거다.”
“….”
전쟁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모든 지휘부가 닷새 만에 열렬한 검편의 지지자로 교체되는 것을 직접 본 오리진들은 할 말이 없었다.
‘모든 지휘부의 교체는 완료되었고 반대자들은 목이 잘려서 본성에 유폐된 셈이다.’
‘십중심의 반란에 검편이 합세하면 이제 당연히 검편일족도 합세하게 된다.’
‘참전은 막을 수 없겠군.’
이것저것 혼자서 고려하다가 오판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검편을 생각하면 빠질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무서운 창조신이 그대로 둘리가 없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절대계의 패권이 아닌 소유권을 노리는 엄청난 전쟁이 다가온다.
그러니 한시바삐 이 자리를 벗어나서 가문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오리진들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이 자리를 떴다.
그렇게 사라지는 오리진들을 흩어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탁자에 놓인 지배층들을 쓱 쳐다보면서 묻는다.
“오리진들은 비전 오의를 발전시킨 공으로 풀려났다.
너희는 무슨 공적으로 반역죄를 벗을 것인가?”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지배층들은 제안을 쏟아내었다.
점점 머리만 남아있는 상태가 익숙해지니 그들도 필사적이었다.
“세력! 각 가문의 전력을 모두 모아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정예군으로 만들겠습니다.”
“정기! 사업을 확장 시켜 더욱 많은 세금을 바치겠습니다.”
오리진들이 비전 오의를 개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제안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방안들을 찾아내었다.
그것은 바로 세금과 세력이었다.
실제로 이들 지배층이 일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심드렁하게 묻는다.
“풀려나서 돈도 병력도 없다고 입 닦으면 나보고 어쩌라고?
또 잡으러 다닐까?
이제 그런 단계는 아니지 않은가?”
“그…그것이?”
돈과 세력을 바치는 일은 어떤 독재자에게도 통했던 제안이다.
그런데 설마 거부당할 줄은 몰랐던 지배층들은 암담하기까지 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신전의 연결을 강화해서 이제 외부 행성을 접촉하면서 말한다.
“물질적인 것은 새 지배층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뒷방 늙은이가 된 너희가 일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말해라.”
그제야 완전히 권력을 놓게된 사실을 절감한 지배층들의 눈빛은 암울해졌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말한 물질적인 것이라는 말에 의식이 쏠린다.
‘정신적인 분야를 맡으라는 뜻인가?’
‘비물질적인 쪽이 뭔데?’
‘권력싸움인가?’
‘일족을 위해서 무엇을 하라는 거야?’
의지를 부지런히 교환해도 워낙 그쪽으로는 경험도 생각도 없으니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숙고에 들어가는 지배층들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완전히 장악한 각 행성의 현황을 부지런히 업무를 하고 있었다.
“흠. 여기 축적한 물질자원이 쓸데없이 많군.
이 행성으로 옮기고, 대신 병력과 장비를 보낸다.”
각 행성에서 산출되는 자원과 병력, 장비가 똑같을 리가 없다.
어느 행성에서는 부족하지만 다른 행성에서는 흘러넘치기 마련인데 그걸 조정하는 업무였다.
물론 순순히 내놓으리는 없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거침없이 지시한다.
“받고는 싶지만 주기는 싫단다.
벌써 지배층의 악덕을 깨달았으니 정신 차릴 때까지 이걸로 패라.”
직접 제작한 목검들을 원로가 된 고위 주신들에게 넘겨주고 보내면 일사천리였다.
고위 주신들도 자신들에게 시급한 것은 위엄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손속에 용서가 없었다.
그렇게 각 행성의 자원들이 균등하게 배분되자 그동안의 발전을 저해하던 문제가 해결된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급상승되는 각 행성의 생산력을 보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쉬운 일을 왜 다들 못할까?”
겨우 각 행성의 자원을 재분배하는 일만으로도 본성에 모이기 시작하는 정기의 양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그리고, 늘어난 정기를 행성개발과 생산시설 장비에 몰아넣으니 발전속도는 가속된다.
더욱 빠르게 하기 위한 지시가 떨어지니 새롭게 지배층이 된 검편의 지지자들은 정신이 없었다.
“본성의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지시입니다.
끝도 안날 빈민구조는 집어치우고, 무조건 개발과 생산시설부터 확대하라십니다.
생산과 관련되지 않는 모든 예산을 삭감하고, 공장부터 지으라 하십니다.”
“그럴 수가!?”
빈민구조는 곧 지지와 직결된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개발에만 전력을 다하라니 검편의 지지세력조차 벅찬 지시였다.
하지만, 용서는 없었다.
고위 주신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남겨놓고 간 차원창세신 코아의 목검이 움직인다.
빠아아아아-!
그대로 총독의 뒷머리를 후려쳐서 바닥에 처박는다.
“꽥-!”
이걸 따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불의의 일격을 당한 총독에게서 황당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위를 무차별로 두들겨 패면서 목검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전언을 울린다.
“우아악! 알겠습니다!”
전신의 뼈가 박살이 나고 근육이 뭉개지는데 정신은 더 멀쩡해지는 고통은 아무리 각오를 해도 견딜 도리가 없다.
그렇게 모든 예산을 발전에 투입한 각 행성의 개발속도는 무시무시하게 올라간다.
그리고, 반대 효과도 나타났다.
그동안 지원에 의지해 살아가던 빈민층들이 모든 복지가 끊긴다는 말에 거리로 전부 뛰쳐나와서 시위에 들어간 것이다.
“허? 이건 뭐가 이렇게 진행이 빨라?”
차원창세신 코아의 옆에서 과정을 지켜보던 지배층들의 머리는 보통 몇 년을 걸쳐서 일어날 일이 하루 만에 일어나니 어지러울 정도였다.
시위대는 갈수록 증가하면서 격렬하게 치안신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위험한 것 아닌가?’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코웃음을 쳤다.
“풋! 불쌍하고 힘없는 빈민 좋아하네.
치안신과 대등하게 싸울 정도로 힘이 좋잖아.
이 정도 상황이야 이미 이계와 현세계에서 몇 번이나 경험해왔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예측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대책도 있었다.
“시위대는 군신을 동원해서 모두 잡아 신병으로 넣어버려.”
“예?!”
시위대가 요구하는 복지의 부활이라는 대책을 바라던 총독들에게 날벼락이었다.
그러나, 다음 말에 모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시위대로 만든 군대가 제대로 된 전력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요새를 지키는 경계는 세울 수 있고 덩치를 불릴 수 있다.
늘어난 전력으로 분쟁 행성을 모두 접수하고 요새를 세운다.”
어느새 준비했는지 화면에는 각 행성에서 점령해야 할 행성들이 보인다.
주변 모든 세력과 적대관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망설이는 총독들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쐐기를 박아넣었다.
“각 군신들에게 전달하라.
검편사장님의 깃발을 들고, 전진하라고 말이다.”
“하오나 검편님의 허락이 없었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장악한 일족이 폭주하듯이 움직이자 모두가 검편의 위치를 황급히 찾고 있다.
하지만, 감옥 행성이 있던 구역이 모두 원인 모를 폭발로 인하여 초장거리 통신과 이동을 할 수 없어서 무리였다.
다만 단거리 공간이동으로 돌파하는 시간이 일주일로 예상하는데, 공백기간에 마음대로 검편의 깃발을 세울 수는 없다.
“그렇게 병력을 분산했다가 한꺼번에 반격을 당하면 무너집니다.”
급히 불려온 군신들도 이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나선다.
그들의 머리 위에 언제든지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목검이 떠 있었지만, 자칫하면 검편일족의 군대가 모두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모든 전선의 뒤는 내가 바치겠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호출하도록 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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