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검편의 반려가 대답 없이 가버렸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녀의 몸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자궁에 세계폭탄 코아가 있는 이상 엉뚱한 짓을 할 수 없지.’
검편 반려가 잠시 일족을 떠나있었다면 위험에 노출되었을 리가 없다.
그런데 같이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이렇게 되었다는 정황을 파악한 이후였다.
‘십중심의 반려가 아무리 강해도 본인이 될 수 없다.’
그걸 인정하면 좋은데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이상은 검편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이기에 손을 떼고 다른 쪽에 집중한다.
다른 행성의 반대세력을 잡아 오라고 출발시킨 고위 주신들이 빠르게 도착을 시작한 것이다.
파아아아아아아아-!
상처 하나 없이 각 행성의 책임자인 주신들을 끌고 온다.
원래 더 강했는데 원로가 되어서 주신전의 지원을 받고, 정기가 넘치니 당해낼 상대가 없는 모양이었다.
고위 투신들도 다른 행성의 지배층들을 차원창세신 코아의 앞으로 끌고 왔다.
털썩! 털썩!
차원창세신 코아는 끌려온 주신들과 고위신들을 쓱 흩어보고 서류를 한 장씩 던졌다.
“앞으로 검편 사장님께 절대 충성을 바치겠다는 전향서를 써라.
못 쓰겠다면 저렇게 된다.”
하늘에 못 박혀있는 수만 개의 머리를 가리킨다.
본성에서 밀려났으나 그래도 행성의 지배자인 그들은 잠시 떨었으나 곧 머리를 치켜들고 외쳤다.
“이런 강제충성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소?”
아무리 힘에 밀렸어도 기개는 살아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준으로는 전향서 하나 썼다고 충성을 바친다고 믿다니 웃기는 일이었다.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응.”
“!?”
어떤 고문을 받아도 버틸 생각이던 행성의 주신들과 고위신은 뜻밖의 반응에 잠시 멍해진다.
그런 그들의 귀로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그 전향서는 전부 복사해서 절대계 창조주님을 신봉하는 신족과 마신족들에게 명단과 함께 넘길 것이다.
그러면 아주 믿을만하지.”
“!!!”
주변에 있는 모두의 얼굴이 경악에 가득 찬다.
십중심이 힘을 합쳐서 창조주에게 반역을 꾀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십중심 검편에게 절대 충성을 바친다는 전향서를 받은 신족과 마신족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자명한 일이었다.
“나중에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해도 창조주님이나 신족에게 안 통한다.
모두 말소이지.
그럼 죽으나 사나 검편 사장님에게 붙는 수밖에 없다. ”
정확한 사실이었다.
창조주를 신봉하는 신족이 단 한 번이라도 배신한 존재를 용서할 리는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웃으면서 수십 개의 필기구를 만들어서 뿌렸다.
“후후후! 펜도 줄까?”
툭! 데구르르르!
검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전향서와 서명을 할 펜이 눈앞에 있다.
그러나, 행성의 주신과 지배층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후에 전향서를 잡아서 박박 찢으면서 외쳤다.
“우린 굴복하지 않는다!”
“목을 자르려면 해 봐라.”
그래도 행성을 지배하는 지배층인데 이런 전향서를 쓰면서까지 목숨을 구걸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창조주에게 반역이라니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십중심이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설마 빛의 창조신이 이 정도로 고위신인 자신들의 목을 치겠느냐는 계산도 어느 정도 깔려있었다.
그러나, 뒤에 있던 고위 주신들과 고위 투신들은 고개를 돌리면서 한탄했다.
‘멍청이들!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이 살기와 투기가 느끼지 못하는가?’
차원창세신 코아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은 그들은 이제 확실히 알았다.
“그래! 알았다.
이렇게 확실하면 나야 편하지.”
“에?”
댕강! 댕강
놀랄 틈도 없이 행성의 주신과 지배층들의 목이 잘려져서 하늘로 치솟는다.
남긴 신체가 아공간에 삼켜지는 모습을 본 주신들과 고위신들은 이런 현실을 믿을 수가 없어서 거의 기절 상태였다.
그런 모습을 쓱 흩어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신전 옆의 허공에 진열해놓고 고위 주신을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아주 잘했다.
주신전의 권한을 상승시켜주마.
남은 자들도 바로 잡아 와라.”
“알겠습니다.”
즉각적인 포상에 무서운 손속과 결단력이었다.
하급자로서 어디에도 반발한 이유가 없기에 바로 움직이는 고위 주신들에 의해서 주변 행성도 빠르게 정리되어 간다.
그렇게 끌려온 행성의 지배층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옆에 놓여있는 살아있는 행성의 지배층의 머리를 보고서 빠르게 굴복한다.
“전향서.”
“여기 있습니다!”
“이거 신족에게 보낼 거다.
잘 생각해서 써라.”
“!!!”
그 말에 모두가 놀랐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검편을 탄생시킨 일족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신족과 마신족에게 찍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미 십중심의 반역은 시작되었다.’
‘절대계 전부를 집어삼키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는 창조주에게 충성을 바치겠으니 빼달라고 해도 무리겠지.’
‘검편을 배출한 일족을 가만둘 리가 없겠지.
분명 멸족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검편에게 붙는다.’
창조신이기도 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일 처리는 그들에게 신족의 완벽주의와 마신족의 지독함을 되새기게 한다.
그러니 검편을 일족에서 추출한 것만으로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자신들이 점점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관없습니다.
검편님과 일족을 위해서 이 한 몸을 바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진짜 바쳐버린다.
결사대를 할래?”
“!?”
어중간한 반대세력인데 전향하니 목을 자르지 못해서 마음에 들지 않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대답에 벙어리가 된 행성의 지배층들이었다.
“쳇! 전향했으니 그럴 수는 없지.
너희도 환영식 준비에 가세해.”
“맡겨주십시오.”
진짜 창조주에 대한 반란의 선봉에 세울 기세라서 재빨리 물러나는 행성의 지배층들이었다.
그렇게 외부 행성도 순식간에 정리되어 가는 모습을 보니 본성의 신들은 정신이 없었다.
그동안 본성과 대립각을 세웠던 행성의 지배층들이 열성적으로 개선식 행사에 물자와 인원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니 꿈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일백 명의 고위 투신들이 초장거리 공간이동으로 움직이면서 정리를 하자 외부 행성의 정리도 마무리가 된다.
“이걸로 끝났군.”
두툼하게 쌓인 전향서와 끝까지 창조주를 배신할 수 없다고 버틴 지배층의 머리가 수백 개가 늘어났지만, 지극히 안정적인 결말이었다.
본성의 개선식 축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반응하는 외부 행성을 새로운 지배층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종합한 전향서 신족의 본거지로 보냈기에 배신은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다시 창조주 쪽에 붙으려고 해도 신족과 마신족이 가만들 리가 없지.
좋아!
이제 삼 일이 남았나?”
검편 아스나스가 단거리 공간이동으로 본성에 도착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흑염 루카 에일레스의 경고가 머리에 떠오른다.
“열 걸음 안에 들어가면 소멸이라?
박쥐의 검의 전력공격조차 견디었는데도 그 이상의 오의가 남아있었나?”
절대계 십중심의 오의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박쥐의 검 이상의 오의를 검편이 썼다는 기록이나 자료는 없었다.
“후후후후! 흑염의 몰아(沒我)와 같이 미완성이라서 그때는 쓰지 못했나 보군.
그렇다면 이 내가 시험해 보지 않을 수 없지.”
가볍게 긴 담뱃대를 꺼내서 물고 황금 연기를 내뿜는다.
후우우우우우우우-!
본성 전부를 뒤덮는 황금 연기에 주신전의 원로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고위 주신들이 놀란다.
목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보아서 근접전이 주특기인 투신으로 알았는데 행성을 한 번에 장악하는 권능을 발휘할지는 몰랐다.
더구나, 목을 자르고도 살려놓고 있으니 분명 마도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창조신이지?’
‘다른 세계의 창조신장인가?’
‘절대계 창조신장이나 마신황제를 본 적이 있는데 절대로 저 정도가 아니었다.’
‘계속 따라야 하나?’
고위 주신들은 원로가 되어서 주신전의 주요기능을 장악하고, 권능까지 향상되니 한번 싸워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무방비로 자신들의 머리 위에 앉아있으니 기습을 하면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광기에 가득 찼던 처음에 본 차원창세신 코아의 본질이 생각이 났다.
바로 포기한다.
‘그만두자.
이길 수 없어.’
‘잘못하면 지금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머리만 남는다.’
이들은 일족에서 최고의 부와 직위를 전부 손에 넣은 상태였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임명하여 검편의 승인이 남은 상태이지만, 외부 행성을 감찰하면서 자신들보다 강한 신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자신이 있었다.
‘환영식 준비나 잘 하자.’
‘처음에 잘 보여야 편하다.’
단 나흘 만에 검편일족이 그동안의 방황과 대립을 끝내고, 검편의 지배에 들어섰다는 사실은 절대계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절대계 창조신장은 창조신계에서 앞에 놓인 전향서를 보고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지도 못한 신들이 검편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명단이 넘어와서 놀랐는데 그중에 잠입시킨 고위신들이 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검편 일족에 잠입하거나 회유한 신들이 전부 발각되어서 잡혔나?”
신계 자아가 대답을 한다.
“그렇습니다.
전향서에 없는 간첩신들은 전향을 거부하고, 모두 머리가 잘려서 본성에 전시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죽여서 신령을 봉인한 것인가?”
“아닙니다.”
“그럼 왜 돌아와서 부활하지 않나?”
이게 문제였다.
창조신계에 속한 신들이 신체를 잃으면 바로 부활실로 신령이 이동해서 소생절차를 밟게 되어있는데 이런 절차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해답은 창조신계의 신계자아가 알려준다.
“마도와 권능을 동시에 사용하여 머리만 남아도 살아있습니다.
주신의 머리까지 살려놓고 있으니 거의 마신황제급의 마도를 가졌다고 판단됩니다.”
“지금 검편일족을 장악하고 있는 존재가 차원창세신 코아라고 했나?
창조신이 분명한데도 마도를 쓴다고?
더구나 거의 유형화된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가졌다면 분명 떠돌이가 아닌 정식 창조신이다.
이건 확실한 정보인가?”
창조신의 증거인 스물 여섯 쌍의 뚜렷한 황금빛의 날개를 휘날리면서 검편의 본성을 쳤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해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뚜렷한 형상을 갖추려면 창조신계의 지원 없이는 무리였다.
“그렇습니다.
명확한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가졌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모든 창조신의 위치와 정체를 탐문 중입니다.
수령 중이라서 직접 연락이 안 되는 창조신은 특사를 보냈으니 곧 대답이 돌아올 것입니다.”
“마도까지 가졌다면 무서운 능력이다.
누군가 길러낸 후계라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큰일이군.
황금세력의 기세가 더 강해지겠어.”
십중심 검편일족을 겨우 며칠 만에 이렇게까지 장악하고 첩보조직까지 뿌리를 뽑혀버렸다.
그동안의 공이 완전히 무너져서 허탈해진 창조신장의 시선은 저 멀리 향한다.
지금 신족의 상태는 지극히 좋지 않았다.
“반란이 코 앞인데 명문 신족으로 분화되어 대립하는 신족과 마신족의 의견은 일치될 기미가 없다.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는데 황금세력을 막는 데는 엄청난 정기와 인원이 필요하니 결사반대한다.
정말 황금세력이 반란의 깃발을 세울 때까지 화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십중심과 세력들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반역을 하려 한다는 명확한 징후가 보였지만, 창조주를 모시는 세력들이 분열된 상태라서 황금 세력에게조차 밀리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십중심이 모두 모이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런 한심한 상태였으니 검편과 극심한 대립을 하는 검편일족의 반대세력을 모두 목을 쳐서 단숨에 장악한 정체불명인 창조신의 존재가 절실하기까지 했다.
“왜 이런 창조신이 우리에게 없지?
후후! 창조신이 마도를 쓴다면 내가 용납할 리가 없겠군.
이제 외계나 현세계가 아닌 창조신 누군가의 후계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어.
전쟁만은 막아야 해.”
그렇게 중얼거리는 창조신장의 얼굴을 씁쓸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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