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언제 왔는지 머리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목검을 올려다보니 거기에 붉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다.
‘무능한 부하를 안 때리면 내가 맞는다.’
말을 안 들으면 반드시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철철 흘러넘치는 문구였다.
“물론입니다.”
“좋은 힘을 포기하고 어렵게 말로 설득할 필요가 없지요.”
그 말에 만족한 미소를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공간에서 서류철을 잔뜩 꺼냈다.
그리고, 균등하게 분배를 한다.
“그거 분석해서 파해법과 보완법을 보고서로 올려.”
서류작업이니 머리만 잘려서 못하겠다는 소리는 할 수 없다.
이제는 이 상태가 익숙해진 오리진들과 지배층들은 서류를 읽어보고 얼굴이 점점 흙빛이 되어간다.
그리고, 다급하게 주변을 흩어보고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질렀다.
“이…이걸 어떻게?”
“왜 내 오의가 여기서 굴러다녀!”
퍼스널 히스토리와 신체기억을 읽어서 만들어낸 그들의 가문들이 애지중지하는 오의와 권능이었다.
남이 알면 당장 죽여야 하는 비전이 서류가 되어서 모든 오리진과 지휘부에 뿌려져 버린 것이다.
당장 다른 머리가 보고 있는 서류책을 빼앗으려고 달려들려 하다가 차원창세신 코아가 하는 말에 멈추었다.
“그걸 완료하면 몸을 돌려주마.
참고로 너희 신체와 머리는 내가 아니면 못 붙인다.
그 상태에서 죽어서 부활해도 머리만 살아나니 시도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검편 사장님이나 다른 십중심도 무리야.
계통과 조합이 너무 다르거든.”
“….”
주변에 잘린 머리들로서는 참으로 허탈한 말이었다.
아무리 가문의 오의가 귀중해도 자신들이 이 꼴이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너무 억울해서 이를 갈면서 오의가 적힌 서류철을 쳐다보는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한다.
“아! 방법이 하나 있구나.”
잔혹하지만 거짓을 말하는 존재가 아님을 아는 모두의 시선이 하나로 모였다.
“소마(笑魔) 사장님과 황금 사장님이 힘을 합치면 접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이런 절망도 없다.
그 둘은 검편과 사이가 안 좋기로 소문난 십중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력의 정점인 소마(笑魔)와 권능의 정점인 황금의 다툼은 유명하지.’
‘그 두 명이 견제세력인 검편의 일족을 위해서 합세를 할 리가 없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싱글벙글하면서 절망에 빠져드는 오리진들과 지배층, 주변 고위신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손을 떼면 이들이 머리만 살아있는 꼴을 벗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그리고, 각 계열의 정점인 십중심들이 연합할 확률도 솔직히 거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십중심들은 원래 전부 사이가 안 좋지.
본래대로라면 절대계를 열 개로 나누어서 패권을 놓고 싸워야 한다.
그러나, 워낙 서로의 장단점이 뚜렷하면서 환경이 안 좋으니 필요성에 의해서 합쳐졌을 뿐이다.’
십중심은 같은 세력이 아닌 경쟁자라고 보면 되었다.
단지 각 계열에서 자신을 뛰어넘은 힘을 가진 십중심을 좋게 보지 않는 창조주 때문에 서로 살기 위해서 엉성한 연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었다.
가볍게 목검을 던져서 원탁 위에 박아놓는다.
푸우욱! 부르르르르-!
원탁에 끝이 박혀서 부르르 떠는 빨간 글씨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 먹었으면 일해!
목이 잘린 오리진과 지배층이 권능 강화와 연구밖에 할 일이 뭐가 있어?
그것도 못하는 무능한 것들은 그걸로 맞는다.”
허접스러운 목검으로 보이지만, 오리진을 전투능력으로 뛰어넘은 고위 주신들이 몇 대 맞고 걸레가 되었다.
그 꼴을 직접 보았기에 무섭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주어진 일족의 명문 가문의 비전서에 모두 달려들었다.
자신의 가문의 오의가 알려진 이상 다른 가문도 반드시 알아야만 했다.
얼마 후에 여기저기서 장탄식이 터져 나온다.
“으윽! 제길! 뭐야 이거?
신력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기세만 키우는 위협기술이었어?
보기만 그럴듯한 속임수였구나.”
“이건 또 뭐야?
약물로 도핑?”
“허억! 이걸 어떻게 알아냈지?
비약의 성분표와 복용법까지 있잖아!”
“이런 걸 비전 오의라고 떠벌리다니?
물약 먹고 일시적으로 신체기능을 올린 것이었어.
이 약쟁이 자식들!”
“그것도 못하는 네놈들이 병신이지!
네가 이 조합을 찾아내려면 얼마나 고생….”
서로 감정이 있던 오리진들이 각자의 오의가 가진 장단점을 가지고 평소의 버릇대로 헐뜯으려고 했다.
그런데, 목검이 제멋대로 움직이더니 떠드는 머리를 붉은 글씨가 쓰여 있는 옆면으로 쳐서 날려버린다.
퍼어어억! 슈아아아아아아-!
멀리 날아가는 머리의 뺨에는 무능한 부하는 맞는다는 글자가 붉게 박혀있었다.
우우우우우웅-!
분란을 일으키려던 몇 명을 저 멀리 하늘로 날려버린 목검이 울면서 소리를 만들어낸다.
‘권력싸움은 나중에 하고, 주인님이 시킨 일이나 해.
제대로 일을 안 하면 죽지도 못한 상태에서 끝없이 팬다.
그게 바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 병신(病神)들아.’
차원창세신 코아의 파멸유혼검은 위력은 당연히 본체보다 떨어졌지만, 자동 감독 및 감시기능이 첨부되었다.
이미 다른 업무로 넘어간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보고 어쩔 수 없이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한 오리진과 지배층이었다.
각자 머리를 짜내서 각 가문의 오의의 파해법과 보완법을 만들어내는데 빠져들어 갔다.
우우우우우웅-!
그들에게거 머리만 남았는데도 평소보다 더한 존재감이 풍겨 나온다.
원래 권능의 오리진이 될 정도로 재능이 넘쳤다.
그래서, 다른 오리진들의 권능과 오의를 접하자 높은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오리진들은 역시 괜찮은 늙은이들이야.
쓰지도 않는 몸을 제거하고, 머리만 남기니 쓸 만 해지는군.’
이것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였다.
오리진들은 안전한 후방에서 실제 전투를 하지도 않으면서 가문 간의 권력싸움에 전념하다가 발전의 가능성을 낭비하고 있었다.
지금은 신체를 빼앗기고 머리만 남아서, 모든 힘과 의지를 권능의 분석을 위해 쏟아붓자 막혀있던 경지가 상승하는 중이었다.
스스스스스스슥-!
그렇게 목만 남은 오리진과 지배층들이 거의 무아지경에서 서로의 권능과 오의를 분석하면서 수준이 올라가는 광경을 보는 본성의 신들은 모두 침묵한다.
검편을 비난한 죄로 하늘에 붙어서 울부짖던 신들도 입을 다물었다.
지금 주신전의 영광의 자리에 앉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단순한 파괴신이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더구나, 그들의 귀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이 은은하게 울린다.
“이제 나흘이 남았다.
그 안에 검편 사장님을 환영할 준비를 끝내라.
그때의 결과물을 봐서 너희의 목이 붙일지 계속 떨어져 놓을지 결정이 될 것이다.”
검편의 화려한 개선식.
그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였다.
이미 검편의 지지세력으로 지휘부가 바뀌었기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워낙 집중해서 이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오리진과 지배층들의 머리들을 지켜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뒤로 고개를 돌리면서 말한다.
“슬슬 오실 거로 생각했습니다.
저의 뒷정리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차원결계를 쳐놓았으니 주변에서 보지 못하니 이제 나오시지요.
검편 사모님.”
“….”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긴 흑발이 매력적인 검편의 반려는 전신 갑옷으로 완전히 무장 상태였다.
검은 전신 갑옷에 커다란 대검까지 든 그녀의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아는 존재는 많지만, 증거를 가진 존재는 이제 저밖에 없다는 사실확인이 끝나신 모양이군요.
그래서 저를 처리하실 생각이실 생각이시라면 정확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저만 사라지면, 누구도 검편 사모님이 불특정 다수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내밀지 못할 것입니다.”
“….”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대로 본성을 벗어난 행성까지 확인했는데 자신이 바람을 피운 사진과 자료는 모두 삭제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료가 전부 차원창세신 코아의 수중에 있다는 확신이 섰기에 처단을 해야 하나 노리고 있었는데 역시 안될 모양이었다.
“차원권능을 전개하고 있는 저에게 암살은 무리이니 정면에서 싸워보시겠습니까?”
이것 참!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 덤비실 겁니까?”
덤벼보라는 부추김에 검편의 반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대검을 거두었다.
십중심인 검편에 정기교류를 받은 반려는 강력하다.
가진 권능이나 신력이 주신이나 오리진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정도로 강한 것이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처럼 일백 명의 고위 주신을 한꺼번에 제압할 수는 없기에 이미 힘으로 누를 생각은 버린 상태였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반대쪽에 자리를 만들어서 앉은 검편의 반려는 나직하게 물었다.
“그 자료의 대가로 무엇을 바라시지요.”
검편이 반려를 음해하는 다른 존재의 말을 믿을 리가 없다.
그러나, 증거자료가 첨부되면 지극히 위험했기에 어떤 대가라도 지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훗! 검편 사모님에게는 없습니다.
그런 정도는 제가 약간만 신경 쓰면 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정말 바라시는 것이 없으신가요?
그러실 리는 없지요.”
욕망이 없는 자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한계를 넘어서 강해질 수 없다.
이 정도로 강대해지려면 거의 미쳐버릴 정도의 갈망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검편을 통해서 잘 알기에 하는 말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얼굴을 살짝 굳히고, 대답한다.
“있기는 합니다만 검편 사모님은 무리입니다.
지금 절대계의 누구도 제가 정말 바라는 대가를 줄 수 없습니다.
창조주님도 무리이지요.”
절대계의 창조주조차 자신의 갈망을 채워줄 수 없다니 참으로 놀라운 말이었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대량의 사진과 자료를 꺼내어서 검편의 반려에게 넘겼다.
“이게 전부입니다.
말씀만 하셨으면 넘겨드렸을 것입니다.
이제 검편 사장님을 맡으실 단장만 하시면 되겠군요.
앞으로는 되도록 전투용 신기는 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검편 일족의 안주인으로서 자리를 잡으셔야 하지요.”
“….”
자료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바로 소멸시켜버린 검편의 반려는 바로 일어서면서 말했다.
“조력자가 아닌 현모양처(賢母良妻)라도 되라는 말로 들리는군요.”
“진정한 강자에게는 어설픈 도움은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보호하면서 싸워야 하니 방해입니다.
더구나, 권력자는 적을수록 좋으며 지시하는 머리는 단 하나여만 합니다.
검편 사장님이 스스로 감옥행성으로 들어간 이유와 일족에게 이 사태가 벌어진 사유를 다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