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번에도 정기 구슬을 입가로 던져준다.
휘이이이이-! 톡톡!
입만 벌리면 먹을 수 있는 정기 구슬인데도 고위 주신들은 먹지 않는다.
완벽한 파괴신의 기세를 풍기는 저 창조신이 자신들을 가지고 놀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워낙 당해서 미칠 것 같던 분노가 사라지고, 경계만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고위 주신들을 쳐다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만족스럽게 웃는다.
“후후! 이제야 조금 대화가 되겠구나.”
영광의 자리에 앉아서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스스스스스스-!
그리고, 모든 본성의 신들이 볼 수 있게 게시를 한다.
읽어본 모두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탄성이 터져 나온다.
“헉!”
“허?”
그것은 이 고위 주신들을 주신전의 새로운 원로로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소멸시킨 원로들 대신에 주신전을 맡기겠다는 뜻이니 거의 걸레가 되어서 쓰러진 고위 주신들도 믿기지 않았다.
오리진보다 위인 주신전의 원로가 되기 때문이었다.
모두의 경악 속에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단호한 음성으로 외친다.
“지배층은 과거나 평판, 성향은 상관이 없다.
단지 강하고 유능하면 된다.
파괴신이라도 좋다.
더한 힘으로 통제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양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면서 넝마가 된 고위 주신들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나에게 충성을 바치란 소리를 하지 않는다.
검편일족과 공동운명체가 되실 검편 사장님을 위해서 싸워라.
그리고, 이것이 주어질 현실적인 대가다.”
오리진들이 바친 일족의 재산 절반이 쓰러진 그들의 앞으로 전부 던졌다.
와르르르르르르르-!
명문 가문의 재산 절반은 본성을 통째로 살 수 있는 막대한 재산이었다.
단숨에 일족의 최고위층에 갑부가 되어버린 고위 주신들의 눈동자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자신들에게 이렇게 대우를 해주는지 모르는 것이다.
“이번이 너희의 오욕을 씻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유일한 기회다.
자아! 선택의 순간이다.”
그와 동시에 차원결계가 거두어진다.
정기 구슬만 먹고 회복하면 바로 도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이성을 되찾은 고위 주신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원로의 직위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눈앞에 있는 막대한 정기는 확실한 현실이었다.
‘여기서 도주한다고 해도 도망자의 길밖에 없다.’
‘검편이 돌아와서 일족을 장악하면 복수는 꿈도 못 꾼다.’
‘오히려 토벌을 피하기 벅차겠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인 검편에 대해서 악감정이 없다면 거짓이다.
그러나, 질투와 방황으로 자신의 길을 한번 망쳤던 그들에게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강자는 그 자체만으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그걸 믿는 내가 아니면 누구도 너희에게 이런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내가 모시는 단 한 분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경애의 표정을 지으면서 양손으로 하늘을 움켜잡아갔다.
이런 파괴신 같은 창조신에게도 모시는 주인이 있다는 말에 고위 주신들은 그대로 정기 구슬을 입에 물고 삼켰다.
“검편일족의 원로가 된 것을 환영한다.”
주신전의 기능이 그들에게 이양이 시작된다.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일족에 대한 권한이 부여되기 시작하자 고위 주신은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위 주신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정기 구슬을 남김없이 챙기고, 차원창세신 코아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무엇을 하면 되오?”
“본성 외의 주변 행성에 있는 검편사장님을 반대하는 세력의 정리를 해라.”
역시 숙청인가라는 암울한 표정을 지은 고위 주신들이었지만, 당연히 할 일이기도 했다.
‘오랜 기간 봉인되어서 일족의 상황을 잘 모르는 것이 걱정이다.’
그런데, 바로 두툼한 서류가 건네진다.
“반대세력의 명단과 위치는 여기에 있다.
저들을 데리고 가서 모두 본성으로 압송하고 저항하면 현장에서 처리해.”
넘겨진 서류를 확인한 고위 주신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 자세한 서류면 가서 체포만 하면 될 일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력을 가득 남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추가로 명령한다.
“이번에 검편일족의 혼란은 끝낸다.
명단의 단 하나도 놓치지 마라.
도주하면 어디라도 쫓아가고, 다른 세력이 감추어준다면 같이 박살을 내라.
반역자를 감추어준다면 같은 죄를 묻겠다.
십중심 검편의 유폐로 일족을 무시해왔던 모든 주변의 세력과 일족에게 그분의 복귀를 알려라.”
고위 주신들은 신령을 압박하는 거대한 살기와 투기에 이를 악물었고 버티다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명령을 따르겠소.”
이미 마음에 드는 고위 투신들을 찍어놓은 상태였기에 편성은 순식간이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다가 외행성의 토벌군이 되어버린 고위 투신들은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눈이 반짝이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건 활동비다.
이번에 잘하면 부하들에게 전부 뿌려.
남기지 말고 몽땅 써라.”
지배층들이 바친 재산 절반까지 고위 주신들에게 던져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재산 절반을 바치고 애통해하는 가족의 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회수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외부 행성으로 흩어지는 고위 주신들과 고위 투신들을 지켜본 오리진과 지배층들은 할 말을 잃었다.
“….”
“….”
비록 자신들의 재산이었지만, 설마 전부 급조한 토벌군에게 다 지급할 줄은 몰랐다.
“저걸 가지고 도망을 치면 어쩌시려고 이러십니까?”
비록 목을 잘랐지만, 이번 일로 사적인 욕심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되어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쫓아가서 잡으면 된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엄지손가락으로 무지갯빛의 동전을 튕겼다.
탱! 빙그르르르르르-!
회전하는 동전은 손바닥에서 앞면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확신이 서린 어조로 말했다.
“아무도 도망가지 않는다.
그리고, 내 손에서 도주할 수 있는 존재는 지금 절대계에서 아무도 없다.”
서로 눈치를 보던 오리진들은 결국 대표가 직설적으로 묻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많은 정기를 하나도 챙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무슨 대가를 바라시고 이렇게 일하십니까?”
본성의 강탈부터 시작해서 원로와 일족의 정리, 더구나 새로운 지배층의 형성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공포와 무력으로 처리하고, 평판의 하락을 감수하면서 아무런 대가도 원하지 않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난 이미 얻었다.”
그렇게 말하고, 다시 영광의 자리에 앉아서 본성의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나간다.
위이이이이이잉-!
귀찮던 일족권능 유지를 주신전 관리 권한과 함께 고위 주신에게 분배해주었기에 더욱 맹렬한 기세로 작동을 시켜나간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본성에 있는 모든 신에게 연결된 권능의 선이 모두 보일 정도로 강렬한 움직임이었다.
수많은 빛의 선으로 이루어진 중심에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외친다.
“나는 현자!
경험과 지식만큼 값진 것은 없도다.”
그 말에 이제까지 받았던 모든 충격을 합친 것보다 더한 타격을 받은 오리진과 지배층들이었다.
‘계열이 현자였어?
광전사가 아니고?’
‘무슨 현자가 설득이 아니라 일단 목부터 잘라!’
당장 뭐라고 쏘아붙이고 싶어서 입을 실룩거렸지만, 차원창세신 코아가 노려보자 입을 다물었다.
“감히 내가 현자임을 부정하느냐?
수천 년을 끌어왔던 검편과 일족의 분란을 단번에 처리한 이 결과를 보고서 말이다.
너희 돌머리들이 그렇게 바라왔던 희망찬 미래를 주었노라.”
“….”
자신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능력은 인정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반대세력의 핵심이던 일족의 원로를 전부 소멸시키고, 중심세력들은 모두 쫓아내는 방법이다.
“어차피 반대세력은 말과 협상이 통하지 않는다.
힘으로 굴복시키는 방법이 가장 바르고 좋지.
그런데 뭐하러 좋은 주먹을 놓고 되지도 않을 설득을 해?”
그 결과가 비난하는 자는 모두 목을 잘라서 하늘에 붙여놓은 공포정치였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꾸우우우욱-!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먹을 쥐어서 그들 앞에 보였다.
“무엇보다 왜 강자가 남보다 강한 힘을 기르는가?
그건 바로 이렇게 빠르고 쉽게 제압하기 위해서다.
이것이야말로 강자의 권리다.”
지혜를 우선시하는 현자면서 힘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모습에 모두 입을 꽉 다물었다.
그러자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았다.
꽝!
손잡이로 두들긴 주먹의 충격파에 의해서 원탁과 오리진에 올려져 있던 머리들이 하늘로 치솟았다.
“우악!”
“허억!”
하늘에 튕겼다가 다시 탁자에 떨어진 그들에게 차원창세신 코아의 살기가 가득 찬 목소리가 울린다.
“그래?
안 그래?
모처럼 경험담을 이야기했더니 왜 반응이 없어?
너희도 맞아야 말을 듣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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