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크롬 공주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아공간에서 두 개의 작은 유리병을 꺼내서 에메랄드 여황에게 건넸다.
찰랑거리면서 빛나는 녹색의 액체를 쳐다본 프롬 여제는 바로 정체를 알았다.
‘아이언님의 정기 술.’
프롬 여제를 초월자로 만들어준 강력한 정기가 응축된 보물이었다.
물론 비슷한 초능력자인 에메랄드 여황에게도 같은 효과를 보일 것은 당연했다.
과연 크롬 공주의 설명도 비슷했다.
“하나를 마시면 너의 노화를 멈추고, 초능력의 과용으로 인한 육체 손상을 서서히 치유할 거야.
두 개를 전부 마시면 초월자가 될 것이니 지금은 하나만 마셔.”
에메랄드 여왕도 자신의 육체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다.
이번에 퀸 엘리자베스와 융합을 시도하면서 많은 무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은 없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꿀꺽!
바로 유리병을 입에 대고 마시는 모습을 본 크롬 공주는 급격하게 좋아지는 에메랄드 여황의 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추가로 말했다.
“나머지 하나는 여황의 임기가 끝나면 그때 마셔.
그러니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해.
목걸이로 형태를 바꾸고, 인식과 경계장치를 만들어줄 테니 항상 목에 매고 다녀.”
크롬 공주의 황금빛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빛이 발산된다.
그녀의 창조력이 정기 술이 담긴 유리병을 평범한 유리관이 원형으로 만들어진 유리 목걸이로 변형시킨다.
가는 유리관 안에 찬란하게 빛나는 녹색의 정기 술이 흐르는 아주 아름다운 목걸이였다.
그 유리 목걸이를 에메랄드 여황이 목에 걸자 겨우 안도한 듯 크롬 공주는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런데 또 입에서 약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흐으으응.”
프롬 여제와 에메랄드 여황은 신계의 귀중한 보물이기도 한 아이언의 정기 술과 크롬 공주가 보인 놀라운 창조력으로 만들어낸 유리 목걸이에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소리는 두 명의 관심을 끌기 충분할 정도로 충분히 크고 색기도 넘쳐났다.
“괜찮아요? 언니?”
“아…아무것도 아니야.”
큰 선물을 받아서 기뻐하던 에메랄드 여황은 아직 이런 방면에 경험이 없어서 어디가 아픈지 걱정스럽게 묻는다.
그러나, 지금 신체로는 아니지만 지성체 시절에 딸을 둘이나 낳은 프롬 여제는 반응이 달랐다.
방금 크롬 공주가 낸 소리는 아파서가 아니라 지극한 쾌감에 자연스럽게 나온 비음이라고 판단이 된 것이다.
‘설마?
아이언님과 정기교류를 했나?
급작스럽게 올라간 경지와 지금 반응을 생각하면 그런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정신체들은 점잖게 정기교류라고 하지만, 결국은 성행위이다.
‘최고위 창조신이며 신계 주신인 아이언님과 했다고 하면 일반 초월자로서는 엄청난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돼.’
프롬 여제에게는 아직 지성체의 도덕 기준이 남아있기에 문제가 컸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지배의 초능력으로 처녀를 확인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이냐?
손을 줘 보렴.”
그 말에 크롬 공주는 잠깐 멈칫했지만, 바로 손을 내민다.
프롬 여제의 지배 초능력에도 정체나 능력을 숨길 수 있는 초능력자는 없었다.
그러니 초월자가 되어 지배 권능이 된 지금은 주신 이하는 그녀의 감각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우우웅!
진찰하듯이 크롬 공주의 신체를 확인한 프롬 여제는 처녀막과 질 내부를 확인하고 안도했다.
‘휴! 아직 순결해.
다행이구나.’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정신체의 권능은 강력하고, 무한히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일반적인 방법으로 주신이 되려면, 거의 일만 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것도 신계의 적극적인 지원과 재능이 흘러넘친다는 전제였다.
어지간한 신들은 모두 한계에 봉착되어서 몇억 년이 흘러도 고위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지금 내가 보이는 고속성장은 어디까지나 하위 초월자이기 때문이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성장 속도는 늦어지고, 결국은 재능의 한계에 막힌다.’
물론 속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신도를 많이 거느리던가 아니면 정기 술과 같은 농축된 정기를 마시면 된다.
그러나, 가장 빠른 방법은 상위 정신체의 반려가 되거나 정기교류다.’
부부 중에 남신이 경지가 높든 여신이 높든 상관이 없다.
정기교류 과정에서 높은 쪽의 막대한 정기가 소모되지만, 정기교류를 하면 결국 비슷하게 수준이 맞추어지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서 경지가 상승한다.
아이언님의 유모이니 그럴 기회가 많겠지.’
그녀는 가장 빠르게 강해질 방법은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과 정기교류라는 사실을 알고서 기회를 보고 있었다.
‘몇억 년의 세월을 절약할 수 있다면 순결 따위는 아까울 필요가 없어.’
지성체 시절에 유부녀였다고 초월자가 되었기에 처녀를 지키는 것은 별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나온 대범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모로만 삼고 접촉을 해오지 않는다.
그리고, 착유기를 주니 불안하기까지 해.’
자신의 신체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신계를 통해 확인했지만, 언제든지 유모가 될 수 있는 건강한 상태라고 대답을 받았으니 의문이 더 커진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언과 시즈지와 같이 수련하고 있는 크롬 공주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걱정했는데 처녀를 확인했으니 안심이 된 것이다.
아무리 초월자가 된 존재는 지성체 시절의 인연을 거의 무시한다고 해도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혼자 위로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소중한 곳에 상처가 나니 말이야.”
“….”
“….”
프롬 여제에게 엉뚱한 착각을 하게 만든 크롬 공주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렇다고 아이언과 항문을 통해서 정기교류를 했다고 고백할 수는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한다.
그녀의 반응으로 자위하다가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 자신의 예상이 맞는다고 확신한 프롬 여제는 한결 안심되는 얼굴로 물었다.
“아이언님은 아직도 저기에 계시니?”
녹색의 달을 쳐다본 크롬 공주는 고개를 흔들고, 옆의 수련행성을 가리켰다.
“충분히 준비되었으니 다시 도전하신다고 가셨어요.”
“뭐?”
“예?”
과연 그 말대로 수련행성이 개방되고 있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녹색의 달과 쌍둥이 위성 같던 모습이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잔뜩 돋은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안으로 황금빛의 유성이 빠르게 들어가는 모습은 모두가 보았다.
프롬 여제는 당황해서 크롬 공주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처음 도전할 때도 거의 소멸 직전까지 몰리셨다고 들었다.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회복하셔서 재도전하시지?
대책은 당연히 있으시겠지?”
“….”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과 정기교류를 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고, 바로 갔다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는 크롬 공주였다.
다시 수련행성에 들어간 아이언은 긴장한 눈빛으로 전개되는 바늘 기둥들을 쳐다본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지옥에서 육성 중이던 대신족(代神族)의 분신을 잡아먹은 수련행성은 더욱 강력한 기세와 위력을 보인다.
잠시 생각을 하던 아이언은 아공간을 열어서 회복약을 전부 꺼내서 삼켰다.
꿀꺽! 으드드득! 와득!
창조신장이 창조신계에서 거두어서 특별하게 보내준 회복약을 전부 삼키고, 가지고 있던 유모들의 모유도 남김없이 먹었다.
우우우우우-!
황금빛이 머리에서 품어져 나온다.
회복약에 들어있는 고농도 정기를 연료로 하여 차원권능이 극한대로 발동되면서 투기를 발동시킨다.
그런데 이제까지 폭발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던 투기방출이 아니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투기의 회오리가 몸 주위를 휘감다가 날카로운 톱날이 되어서 주변을 난도질한다.
수련행성을 뒤흔드는 투기의 톱날을 쳐다본 아이언은 희열에 차서 외쳤다.
“푸하하하하! 된다!”
크롬 공주와 정기교류를 하고 있을 때 퍼뜩 떠오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결과였다.
그것은 날카로운 톱날로 이루어진 칼날이 초고속 회전을 하면서 모든 존재를 베어버리는 환상이었다.
‘나는 왜 투기를 방출해서 회오리로만 만들려고 했지?
이러면 더 위력적이잖아?’
그 결과가 투기의 회전 톱날이었다.
몸을 자동 톱날의 지지대로 삼고 발산한 투기가 톱날이 되어서 몸 주변을 초고속을 돌면서 주변의 모든 물질과 공간을 갈기갈기 분쇄한다.
꽈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바늘 기둥들도 영향을 받는지 뒤틀면서 분쇄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끝부분만 영향을 받고 있으니 이 투기의 톱날의 한계는 바로 보였다.
“몸 주변으로 약 한걸음이 파괴영역인가?
내 투기로는 이게 한계로군.”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접근하면 무엇이라 할지라도 분쇄하는 위력이 있었고, 차원권능을 쓰고 투기로 강화된 신체 속도 앞에서 도망칠 수 있는 존재는 최소한 현세계에는 없었다.
무수한 황금 투기의 톱날이 돌고 있는 상태에서 양손을 하늘로 들어 올린 아이언은 더욱 투기의 톱날을 가속한다.
꽈드드드드-!
이제 세계 전부를 갈라버린 기세로 돌기 시작하는 투기의 톱날과 더욱 거리를 벌려서 날카로운 예기를 품어내는 바늘 기둥들을 쳐다본 아이언은 명령을 내린다.
“현세계 오의의 정점이 될 은하유성(銀河流星)이 다음 단계로 간다.
와라!”
바늘 기둥이 전율하듯이 떨리면서 맹렬한 회전을 시작한다.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회전을 통해서 관통력을 최대한 키운 이 일격에 소멸할 뻔한 아이언의 눈에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대신족(代神族)의 분신을 잡아먹더니 더욱 위력이 올라갔음을 깨닫고 어금니를 피가 나도록 깨문다.
“으드득!”
드디어 맹렬한 기세로 회전하면서 발사된 바늘 기둥과 아이언의 회전 톱날 투기가 충돌한다.
드드드드드드-! 가가가가가가가가각-!
순간적으로 고슴도치 모양에서 원래의 녹색 위성으로 모습을 변한 수련행성에서 우주 공간을 뒤흔드는 폭음과 굉음이 울렸다.
그 모습을 정기로도 쉽게 살 수 없는 회복약을 대량으로 지원한 창조신계에서도 보고 있었다.
“벌써 이차 시도인가?”
“처음에 실패하고, 소멸이 되었을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버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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