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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자신이 직접 한 숙청을 사고로 바꾸자는 제안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반발하려다가 자신들의 손에 쥐어진 증거서류의 무서움을 느끼고, 멈추었다.
‘이걸 검편님이 아시면 우리는 소멸이다.’
검의 절대자인 검편 아스나스가 적에게 얼마나 냉정하고 잔혹해질 수 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본래의 견고한 정신과 존재감을 회복한 검편의 반려조차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거래에 동의한다.
이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시선은 당연히 검의 주신들에게 간다.
이번에는 바로 협박이었다.
“싹수가 없는 제자들아.
그때 제정신이 아니든 뭐든 원망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기에 나온 행동이고 비난이다.
원래 나는 배신한 부하를 살려두지 않으려 했으나, 내 부하도 아니면서 지금 일손이 필요하니 참겠다.
검편(劍?) 사장님보다 내 손에 먼저 소멸이 되기 싫으면 입을 다물고 내 지시에 따라서 이 일족을 전부 뜯어고친다.”
검의 주신들도 지은 죄가 있으니 당연히 수긍했다.
그렇게 검편이 태어난 일족의 정리를 거의 마무리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는 영광의 자리에 다시 앉아서 업무를 시작한다.
“휴우! 십중심(十中心) 일족의 본성이 겨우 일 분도 못 버티나?
워낙 엉망이라서 골치 좀 아프겠군.”
그 말에 검의 주신들은 울컥했다.
‘우리도 절대계에서 명문 일족이다.’
‘어떤 적이 쳐들어와도 열 배 이상의 전력이 아니라면 본성은 무너지지 않는다.’
‘당신이 이상하게 강한 거야.’
불만은 아주 많았다.
하지만,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의지에 따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에 결국 도움이 되니 적극적으로 따른다.
지은 죄도 있고, 감옥행성을 확인해보니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감옥행성과 본성의 통신, 장거리 공간이동이 전부 고장 나 있다.’
‘그럼 일주일 뒤면 검편님이 돌아오신다.’
‘그 전에 빨리 문제를 다 처리해야 해.’
검편을 따르는 세력과 창조주의 흐름에 편승하여 결사반대하는 세력을 분류하고 배제하는 작업이니 쉬울 리가 없었다.
그래도 바로 완전한 분류를 끝내고, 잠에서 깨운 다음에 반대세력은 지휘부에서 모두 쫓아낸다고 통보한다.
잠들어있던 신들의 기상과 함께 또 한바탕의 폭풍이 검편의 본성을 휘감기 시작한다.
수정된 흐름에서 크롬 공주가 본 영상은 본래 흐름의 아이언이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되어서 위성 관문을 돌파하는 순간까지였다.
서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서로의 권능과 신체의 정기를 교류하는 그들의 기세와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특히 크롬 공주는 이미 일반 초월자로 보기 힘들 정도의 경지를 보였다.
둘이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드디어 에메랄드 여왕의 대함대는 제국의 본성에 돌아올 수 있었다.
퍼퍼퍼! 퍼펑! 펑!
본성의 하늘을 가득 채운 대함대를 환영하는 폭죽이 가득 차고, 엄청난 숫자의 인파가 환영을 나온다.
처음에 비상 출격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성대한 환영이었다.
자발적으로 환영식에 나온 국민은 발을 구르면서 환성을 지른다.
“에메랄드 여황 폐하! 만세!”
크롬 여제는 에메랄드 여왕이 완전히 우주해적단을 뿌리 뽑았음을 알렸고, 획득한 엄청난 해적의 보물까지 공개했다.
그걸 본 국민들은 이제야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왔다고 기뻐하였다.
그리고, 에메랄드 여왕을 똑 닮은 거대한 기계 몸체가 비스듬히 엎드려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퀸 엘리자베스호가 공중에서 서서히 내려오자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은하제국이여 영원하여라!”
생전 처음 받아보는 열광적인 환영에 살짝 흥분한 에메랄드 여왕이 모습을 허공에 비추고 손을 흔들자 일제히 지르는 만세 소리가 하늘을 울릴 정도였다.
그렇게 성대한 환영을 받고, 황궁에 들어온 에메랄드 여왕은 바로 프롬 여제가 있는 알현실로 갔다.
은하제국의 지배자를 뜻하는 중앙의 여황의 자리를 비워놓고 우측에 앉아있는 프롬 여제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어마마마.”
“수고하셨습니다. 에메랄드 여황.”
이번 우주 해적을 처단하고 보물을 획득한 일로 모두에게 여황으로 인정받았기에 해주는 존대였다.
처음 받는 존칭에 어색했지만, 바로 자신의 자리인 가운데 자리에 앉는다.
선대 여왕의 자리인 오른쪽에 앉은 프롬 여제에게 이미 보고했던 우주 해적의 처리방법을 말한다.
“은하제국에 반역했으니 제국으로부터 비롯된 옷을 포함한 모든 물품을 회수했어요.
그다음에 아주 먼 변경의 행성에 격리를 완료했어요.
아무리 초능력자라고 해도 도구가 없으니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거예요.”
이미 보고를 받은 사항이기에 프롬 여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앞으로 나올 우주 해적이나 제국의 반역자들은 이렇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미개척 행성으로 추방하는 식으로 법을 조정하겠습니다.
공개처형은 이제 법에서 삭제하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미지의 행성에서 원시생활을 하게 만든 셈이니 공개처형보다 더한 처벌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전쟁 중에 만들어져서 너무 벌이 잔인하고 무서운 제국의 법은 뜯어고칠 필요성이 있었다.
‘연합과의 전쟁 중에 만든 제국법은 잔혹하고 냉정하다.
그래서 많은 문제와 이의가 발생하고 있다.’
통일된 은하제국이니 조금 더 온화하게 법을 조정하여 분위기를 바꿀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렇게 장래 은하제국의 법체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에메랄드 여왕은 빈자리를 쳐다보면서 묻는다.
“크롬 언니는 어떻게 지내시지요?”
정식 후계자였던 크롬 공주는 초월자가 되었기에 은하제국의 제위를 자신에게 양보했다.
‘본인이 자신이 여왕이 되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었어.
초월자가 되었다는 사실만 숨기면 돼.
주변에서 조금 이상하게 느끼겠지만, 충분히 가능해.’
초월자가 권능을 발휘하지 않으면 초능력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조심하면 숨기는 일이 가능한데도 흔쾌하게 양보를 받았으니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에메랄드 여황이었다.
그런데, 프롬 여제도 크롬 공주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일단은 저기에서 생활하고 있단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본성의 녹색 달을 쳐다보면서 평소의 편안한 말투로 대답한다.
에메랄드 여황은 이제 익숙해진 시즈지의 개인 신전이 있는 본성의 녹색 달을 쳐다본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비슷한 크기의 위성도 눈에 띄었다.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저 위성의 용도는 프롬 여제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저것의 정체가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을 위한 수련행성이라니?
설마 단 한 명의 수련을 돕기 위해서 위성을 만들다니 신족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럴 가치가 있단다.”
프롬 여제는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이 가진 힘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기에 한마디를 더 붙였다.
“넘치도록 있지.”
은은한 감탄이 섞인 음성에 이상함을 느낀 에메랄드 여황은 프롬 여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분명 나의 모친이 맞는데 갈수록 다르게 느껴진다.
이게 지성체가 정신체에게 느끼는 감각인가?’
위압감이 아닌 존재 자체가 달라서 생기는 이질감이었다.
지성체 중에서는 최강급의 초능력을 가진 그녀조차도 정신체로 진화한 프롬 여제의 기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프롬 여제는 수련행성을 보다가 옆의 녹색 달을 보면서 말한다.
“말이 나왔으니 바로 연락을 해보자꾸나.”
중앙 신계에 신계 주신의 유모로 있기에 은하계의 반대쪽에 있어도 바로 만날 수 있고 연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너무 무심했음을 깨달은 프롬 여제는 바로 화상 연락을 시도했다.
치이이이!
방어가 철저한 개인 신전이라서 잡음이 있어서 바로 직결이 되지 않지만, 어쨌든 황궁으로 오라는 의지는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가겠다는 크롬 공주의 답변이 얼마 후에 오면서 공간의 문이 열린다.
우우우웅-!
거기서 나온 크롬 공주의 모습을 본 프롬 여제는 깜짝 놀랐다.
초월자가 되어서 신체를 어느 정도 생각대로 조정할 수 있으니 더욱 아름다워진 몸 때문이 아니었다.
확 달라진 존재감 때문이었다.
‘또 승급했구나!’
거의 같은 시기에 일반 초월자가 되었는데 이미 등급이 두 단계 이상이나 차이가 나고 있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나도 신계로부터 굉장히 빠르게 강해져서 아주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건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의 속도야.’
그럼 프롬 여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크롬 공주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엉덩이를 의자에 앉자마자 가벼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흡!”
그녀의 신체에는 조금 전까지 아이언에게 안겨있던 여파가 남아있었다.
갑작스러운 신체의 쾌감에 자연스럽게 나온 비음이었는데 모친과 여동생을 보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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