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흑염의 절대자로서는 뜻밖에 자신의 직감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루카 에일레스가 처음에는 좋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아주 감이 좋지 않은 황금의 절대자의 반역에 동참한 이유가 바로 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존재 때문이었다.
‘자신이 사는 밀림을 대놓고 불사르며 협박하는 과감한 수단에 반했지.’
그런데 역시 물러설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검편이 저를 완전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 말에 흑염의 절대자는 두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아무리 죽여도 절대로 죽지 않을 것 같은 끈질김을 느꼈고, 거기에 질려서 두 손을 들기도 했다.
“그렇지는 않다.
다시 느껴보니 꽤 많이 죽었다 살아난다고 나오는군.
그럼 고생해라.”
“다녀오겠습니다.
시작(始作)님의 수호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아! 걱정하지 마라.
나를 돌파해서 시작(始作)님께 도달할만한 암살자가 있을 리가 없지.”
절대 직감의 권능과 절대계 최고의 육체를 가진 루카 에일레스 앞에서 어떤 은신권능도 통하지 않는다.
추적권능도 엄청나니 암살자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대였다.
자신감 있게 자신의 턱을 오른손으로 문지르면서 말한다.
“어차피 외계에서 온 시작(始作)님은 창조주도 못 건들어.
절대계의 흐름 자체에서 벗어나 있잖아.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후후! 잘 파악하셨습니다.
그렇기는 하지요.”
이렇게 대화를 끝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검편이 자신을 스스로 가둔 감옥행성에 쳐들어가서 파괴하여 통신과 공간이동을 차단한다.
지역 자체를 완전히 고립시켜서 검편이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일주일의 시간을 벌어들였다.
그리고, 바로 본성을 해치우려는 모습을 모든 황금세력의 간부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본다.
마침내 본성의 외곽에 방어막을 치고 있는 위성 관문을 일격에 날려버리는 모습에서 탄성과 비명을 지른다.
“저 위성 관문이 일격에 날아갔다!”
“그 전에 보았느냐?
검편의 박쥐의 검조차 못 죽이셨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검편의 전력공격에서 살아남고, 본성에 바로 돌입하자 아군임을 굉장히 안도하고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모습을 회의실의 가장 상부에 만들어진 열 개의 자리에 앉은 황금의 절대자와 흑염의 절대자도 쳐다보고 있었다.
“잘 살아났어.
이제 진짜가 시작했군.”
장담대로 검편에게서 살아서 빠져나오자 느긋해진 흑염의 절대자였으나, 반대로 황금의 절대자는 안절부절못한다.
‘실제로 진행을 보니 이 정도로 위험천만할지는 몰랐다.’
현란한 브리핑을 받고 구두 승인을 했는데, 나중에 서면으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는 후회막급이었다.
“이 계획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반발한 검편이 오히려 적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시작(始作)님과 함께 갈까요?”
절대계 그 자체인 창조주에 대한 반란은 일반적으로는 무조건 실패한다.
‘창조주를 능가하는 강력한 권능으로 이룬다고 해도 일시적이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외계(外界)의 존재를 불러들여서 흐름을 통째로 바꾸려는 황금의 절대자였는데 지금 무척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감옥행성에 나올 수 없는 검편의 절대자의 운명이다.
내가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해방된다는 결과는 막혀있었다.’
그런데 물불 가리지 않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무지막지한 강행수단에 의해 운명이 변하고 있었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저 정도 고위 존재가 설마 자기희생을 전제로 하는 무모한 돌격을 시도할지 말이야.
그래서, 창조주도 흐름에 반영하지 못하였다.
그럼 시작(始作)님이 없어도 반역을 성공시킬 수 있었나?
이제까지 나의 방법이 잘못된 것인가?
내가 너무 몸을 사린 탓인가?’
이런 복잡미묘한 황금의 절대자의 마음은 몰랐지만, 망설임이나 후회는 이해하지 못하는 흑염의 절대자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부하에게 믿고 맡겼으면 그걸로 끝이지.
어차피 대가도 안 챙겨주는 임시계약이라면서?
어떤 불사체도 소멸시킨다는 검편이 못 죽이는 강자를 그렇게 막 대하면 안 되지 않나?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감당이 안 되면 나에게 넘겨.
저 녀석이라면 나와 같이 싸우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 보인다.”
“….”
너무나 강대한 힘 덕에 주변의 아군이 버티지 못하는 흑염의 권능이다.
그래서 권속이나 부하를 두지 않고 혼자 날뛰기를 즐기는 흑염의 절대자가 차원창세신 코아에 대한 욕심을 보이니 실로 할 말이 없는 황금의 절대자였다.
그렇다고 정말 넘겨주기에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막중하고 이익도 컸기에 나직하게 대답했다.
“대가는 이제 줄 생각입니다.”
“훗! 그렇다면 나도 물러나겠다.
그런데 저 정도의 창조신에게 도대체 어떤 대가를 주어야 하지?
창조력도 엄청나던데 정기나 물질로는 안될 것 아니야?
창조주 편에 붙어서 스스로 행성과 신계를 만들면 순식간에 엄청나게 벌어들일 건데 도대체 뭘 바라고 우리 편에 붙어있지?
“으음!”
저렇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어떤 대가를 바라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던 황금의 절대자에게는 완전히 허를 찔린 질문이었다.
“그보다 알아서 챙기겠다는 대가는 도대체 뭐야?
이제까지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무엇을 가져갔는지 아무도 모른다던 데?”
그 점은 황금의 절대자도 의문이었다.
‘이미 황금세력에서 십중심 바로 다음 서열이 된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다.
간부들은 그가 물자와 신기를 요구하면 무엇이든 내어줄 정도다.’
흩어져있는 황금세력의 빠른 집결을 위해서 절대계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엄청난 업무를 처리했는데 무엇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솔직히 인정한다.
“저도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무엇을 가져갔다고 보고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직감권능으로도 파악이 안 됩니까?”
“몰라.
아주 약간의 감도 안 잡혀.”
흑염의 절대자의 직감권능은 어디까지나 흑염의 절대자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직감은 완전 미지의 존재를 판단하거나 파악할 수 없어.
그렇기에 예측불허로 움직이고 생각하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어떤 대가를 바라는지는 알 수가 없어.”
“그…그렇군요.”
“너도 잘 모르는군.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부하라도 유능하면 잘 대해줘.
홀대하다가 나중에 배신하면 정말 감당 안 된다.
너도 지금은 못 죽이니 평생 후환을 안고 살아야 해.”
“….”
황금의 절대자는 흑염의 절대자의 이 말을 듣고 정말 놀랐다.
‘이게 정말 무식하기로 소문난 흑염의 절대자인가?
마치 현자와 같군.’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황금세력 중에서 누구보다 유능하고 강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직접 본 권능이나 무력도 예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검편의 불사체(不死體)를 전문적으로 분쇄하는 박쥐의 검의 전력공격을 받고도 멀쩡하게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나도 죽이기는 힘들다.’
전력을 보인 검편과 맞상대를 하고 무사하다.
그리고, 단거리 공간이동으로는 일주일 이상이 걸리는 검편 일족의 본성에 단숨에 도착하여 바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니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강력한 차원권능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놀라운 기동력이다.
더구나 바로 저렇게 싸울 수 있는 회복력까지 가지고 있다니?
이건 십중심(十中心)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지간한 군대의 공격은 전부 막아내는 위성 관문이 손톱에서 발사된 공격에 산산이 조각난 모습이 비치자 흑염의 절대자는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이! 잘 부셨다!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단독으로 하고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어.
혼자서도 절대계 전부를 쓸어버릴 수 있는 기동성과 광역 파괴권능을 가진 건가?
저런 고위 창조신이 창조주에게 있다면 반역은 완전히 무리겠어.
이기고 있어도 아차 하는 순간에 후방 전체가 날아갈 테니 말이야.”
“….”
“….”
창조주에 대한 반란을 진행하고 있기에 황금의 절대자와 황금세력의 심장이 덜컥거리게 하는 소리였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가 가진 능력에 대한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지금도 다른 고위 창조신들의 권능과 위치를 항상 재확인하게 하고 있을 정도였다.
‘확실히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능력은 특출나다.
그러나, 다른 창조신들을 정밀 분석해보니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약하다.
걱정은 접었지만 다른 의문이 남는다.’
흑염의 절대자가 절대의 직감으로도 아예 시도조차 안 된다고 투덜거리는 사항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녀석이 튀어나왔을까?
지금 보니 절대계 전체를 혼자서 제압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절대계의 창조주가 도저히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아주 높아.”
“….”
흑염의 절대자가 무식한 광전사의 전형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지극히 날카로운 분석과 평가였다.
그러나, 아직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기에 직감의 권능이 대답하는 일은 없었다.
“쩝! 이것만은 아무리 감도를 올려도 도저히 모르겠군.”
혀를 차면서 부서진 위성 관문을 지나서 행성에 강하하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의 모습과 황금의 절대자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한다.
“아주 높고 넓으신 분에게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를 도우라는 명령을 받고 떨어진 용병신이라고 스스로 소개를 했다고?
십중심(十中心)조차도 경시할 수 없는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 코아에게 이런 막무가내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가 아주 궁금하단 말이야.”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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