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309화 (1,220/2,000)

34권 35권

우주 전함이 슬럼가에 퍼부은 집중포격의 위력을 계산한 수치를 받은 총독과 지배층은 모두 식은땀을 흘렸다.

주르르르르!

고위 초능력자의 말대로 대륙을 지탱하는 기반을 건드려서 엄청난 대지진과 해일을 불러들일 정도의 포격이었다.

‘방금 집중포격은 고위 초능력자의 말대로 잘못했으면 행성 표면을 뚫을 위력이었다.’

‘전력으로 공격하라고 했더니 행성을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본성에 쏘다니 정말 미쳤구나.’

모두의 생각이 하나의 흐름을 탄다.

‘우주함대를 행성 표면에 쓰기에는 위험이 너무 많다.’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을 못 잡고, 인형 병기에게도 밀린다.’

‘우주에서 벌이는 함대전 외에는 아무 데도 쓸모가 없어.’

우주함대는 연합과 제국이 수만 척의 대함대를 동원하여 은하계 세력다툼을 하는 시절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주함대는 행성 전투에서는 써서는 안 된다.’

‘조금 전처럼 실수했다가 본성이 날아가면 끝장이다.’

‘우주 방위는 은하제국에 맡기고, 수송선이나 만들어서 돈이나 벌걸 그랬어.’

‘투입된 예산을 이자만 받았어도 도대체 얼마냐?’

평가절하된 우주함대의 운명도 최후가 보였다.

용자동맹의 용자는 최신예 우주함대가 상대라서 나름대로 긴장을 했는데 이제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푸하하하하하! 이거 너무 쉽잖아?”

인형 병기의 키만 한 거대한 검을 양손으로 휘두르면서 엔진이 멈춘 우주 전함을 벤다.

이미 동력이 없어서 방어막이나 포격을 할 수 없게 된 전함들은 너무나 허무하게 두 동강이 나고 있었다.

지옥의 지하에서 갑자기 솟아올라 엄청난 위력을 가진 원거리 포격을 퍼붓는 정체불명 함대와 비교하면 장난감이었다.

부우우우우우웅! 투깡! 투깡!

마치 도끼로 장작을 패는 듯한 모습을 본 총독은 그동안 쏟아부은 건조예산이 아까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으으으! 제게 얼마나 비싼 함인데 장난감처럼 부수어지나?”

은하제국의 혼란 속에서 총독은 강력한 우주함대로 행성을 독립시키고, 지역의 패자(覇者)가 되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가졌다.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의 문제에 밀려서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작동 불능이 된 우주 전함에서 전투를 포기하고, 비상선으로 탈출하는 우주군을 보니 끝났음을 깨달았다.

‘내 꿈과 희망이 사라진다.’

미련은 남았는데 지금 아예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단 한 대의 인형 병기를 이기지 못하고, 무참하게 부서져서 우주의 쓰레기가 되어가는 우주함대를 보는 총독의 얼굴은 급격하게 늙어갔다.

스르르르르!

청년 부럽지 않던 팽팽한 피부와 혈기는 싹 사라지고, 주름살과 흰머리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너무나 큰마음의 상처에 과학으로 유지되던 젊음이 파괴된 것이다.

털썩!

우주함대가 인형 병기의 대검에 거의 파괴된 모습을 본 총독은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행성의 주력으로 삼았던 우주함대를 잃은 지금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고위 초능력자들이 탈진을 회복한다고 해도 저런 강력한 방어막과 무기를 가진 인형 병기와 싸워서 승산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고위 초능력자들은 지옥에서 용자 동맹의 인형 병기와 수없이 싸워서 숫자만 충분하다면 일반기체는 제압할 수 있다.

위기가 오면 영웅동맹의 일반기체까지 참전을 약속받았기에 사기도 높았다.

‘은하제국의 병력으로 영웅동맹의 전력이 보강되는 이런 기회는 다시는 없다.’

‘반드시 저 일반기체를 빼앗는다.’

일반기체를 빼앗아서 반드시 정식 영웅이 될 생각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총독은 회복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지상군을 덮치는 개조 인간들을 보았다.

“부숴! 부숴!”“크하하하하!”

우주함대 집중포격의 여파를 막기 위해서 전력을 다했던 고위 초능력자들은 전선 뒤로 물러났다.

그래서, 앞으로 나서는 전차와 전투기를 무참하게 파괴하는 개조 인간들을 보인다.

꽝! 구르르르!

개조 인간들은 장난치듯이 전차를 들어 올려서 건물로 던져버리고, 전투기는 권총으로 쏴서 격추해 버린다.

“으아아아! 쏴! 쏴버려!”

“상대가 너무 빠릅니다! 크악!”

장갑 보병들은 도망치다가 모두 머리와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서 쓰러진다.

화면 너머지만 비명과 폭음이 울리면서 최전선의 참상이 그대로 전해진다.

‘저들에게 행성을 넘길 수는 없다.

상대가 군대라고 하지만, 잔혹하기 짝이 없게 처단한 개조 인간에게 행성의 지배권을 주면 안 돼.’

더구나, 개조 인간들은 대표적인 하류층이었다.

‘하류층이 권력을 잡으면 모든 지배층이 위험하다.’

그동안 지배를 당했던 분노를 한정 없이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대숙청이 일어나겠지.

고급인력인 지배층을 잃은 행성은 개척 행성 미만으로 순식간에 떨어질 것이다.’

독립이 최우선이고, 권력유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행성이 망해서는 말이 안 되었다.

개조 인간에 지배된 행성에 빈민만 우글거리는 모습을 생각한 총독은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되느니 기존의 지배층을 그대로 쓰고, 세금 외에는 아무런 제약을 걸지 않던 은하제국이 훨씬 낫다.’

원한 것은 더 많은 부와 명예였지 자유로운 거지가 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는 총독과 지배층이었다.

행성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꿈을 잃고 인생의 절정인 중년에서 단숨에 노인이 된 총독의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절대로 바닥으로는 추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살아있었다.

“여왕 폐하께 연결하라.

우리가 이렇게 망할 수는 없다.”

이렇게 행성정부가 벌인 용자동맹과의 전투는 일방적인 열세로 여왕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흐름을 탔다.

일부의 행성에서 고위 초능력자가 용자동맹을 압도하는 때도 있었지만, 일반기체의 위력에 밀려서 열세였다.

영웅동맹의 일반기체의 참전은 신계에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대가 없이 전투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지침에 걸려서 미루어진다.

낙제생들의 구원요청을 받은 일반 영웅들이 답답하다는 듯이 주신들에게 보고한다.

“총교관님. 이러다가 전부 패배합니다.”

“은하제국이 과연 의뢰할 것 같습니까?”

“그들은 신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여왕들이 아이언님의 유모라고 해도 무리입니다.”

“영웅왕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저희라도 가겠습니다.”“….”

아이언에게 전투 허가를 받자마자 바로 용자동맹을 치려던 총교관과 주신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영웅왕이 참전 대가로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확인했는데 무보수라고 하니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용자동맹이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내세운다면 영웅동맹은 정정당당한 대가(正正堂堂한 代價)였다.’

‘용자동맹과 싸울만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으면 영웅왕은 가동되지 않는다.’

‘영웅왕이 움직이려면 행성 정부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기체는 참전시킬 수 있지만, 용자왕을 이길 방법이 없다.’

지옥의 철의 요새를 확인해보니 용자동맹의 용자왕도 출전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그들이 나서면 일반기체로는 막을 도리가 없었기에 침묵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지옥에서 사냥감이 모두 휴가를 가버려서 모처럼 휴식을 하는 총 제독에게 전혀 의외의 제안이 갔다.

“휴가라고?

나는 지옥에서 은하제국의 반역자로 벌 받는 도중 아니었어?

그런데 무슨 휴가야?”

총 제독의 황당하다는 물음에 담당 천족과 마족도 할 말이 없었다.

상부에서 영웅동맹이 ‘정정당당한 대가(正正堂堂한 代價)’로 인하여 움직일 수 없으니 용자동맹을 총제독이 받은 신의 함대로 제어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신계에서 총제독이 가진 아이언의 장난감 함대를 충분히 분석하고 내린 지시였다.

‘우주 공간에서 신의 함대를 개조 인간들이 이길 방법은 없지.’

‘설마 이런 방식으로 은하제국에 돌아가게 될 줄은 몰랐다.’

총 제독의 손에 꼭 쥐고 있는 아이언의 장난감 함대의 수는 자체적으로 제작이 완료되어서 이미 일백대가 넘어섰다.

우주 공간이라면 충분히 동맹의 일반기체를 제어할 힘이기에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래?”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총제독의 질문에 담당 천족과 마족은 솔직하게 사정을 털어놓는다.

개조 인간들이 행성 정부와 전투를 벌여서 거의 제압하기 직전이라는 말에 총 제독은 화부터 내었다.

“이 무례한 개조 인간들이 감히 여왕 폐하의 영토에서 설치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고위 초능력자들과 행성 정부가 합세했는데도 밀린다는 말에는 헛웃음을 짓는다.

“허허허! 영웅동맹은 대가를 받지 못했으니 움직이지 못한다고?

숙련된 일반기체의 조종사와 낙제생들의 전력 차이가 일천 배라고 하지 않았나?

그걸 무시하고 달려들었어?”

지옥에서 동맹의 일반기체 일백대를 사냥하면 총 제독은 해방이다.

낙제생들도 사냥감으로 쳐주기로 하나 일반기체의 일천분의 일의 평가였기에 나온 말이었다.

행성 정부의 군대와 힘을 합쳐서 덤볐다는 상황을 들은 총제독은 혀부터 찼다.

“쯧쯧! 전투경험도 없는 행성 정부의 군대가 무슨 힘이 있다고?

우주함대는 전함만 만들어 놓는다고 전력이 되는 것이 아니야.

운용을 잘못하면 행성이 부서진다.

그런데 정말 점령 직전인가?

일반기체는 우주함대의 화력이면 대응이 가능할 텐데?”

“맞다.”

세금미납 행성에 용자동맹의 일반기체 몇 대와 수십 명의 개조 인간들이 보내졌다고 하는데 그걸 못 이기고 점령당하다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제국과 수십 년을 싸워온 연합의 함대라면 모를까 신규 우주함대라면 어려울 수도 있겠군.

경험 없는 우주함대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환하게 보인다.’

이제 대충 상황을 파악한 총 제독이었다.

“휴가가 아니라 용자동맹이 너무 이겨서 행성들을 제압하거나 파괴되는 것을 막으라는 뜻이군.

아이언님은 은하제국의 번영을 바라시지만, 지배에는 관심이 없으니 그렇게 되면 곤란하겠어.”

세금미납 행성을 용자동맹으로 뒤흔들어서 은하제국의 지배에 스스로 들어오게 하려는 방책으로 보였다.

그리고, 성과는 확실하게 달성되었는데 그 이상을 용자동맹이 바라고 움직인다는 정보였다.

‘용자동맹은 지배층을 교체하기 원한다.’

‘당연히 용자동맹이 새로운 지배층이다.’

용자동맹이 지배하는 행성의 운명을 잘 아는 신계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그래서, 긴급회의를 거쳐서 아이언에게 총 제독의 투입을 허락받은 것이다.

대가를 못 받은 영웅왕이 못 움직이니 총제독의 신의 함대를 대신 운용하고 싶다는 부하들의 제안에 아이언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재미있겠다.

해봐.’

진정한 영웅의 탄생을 위해서 더욱 성대한 무대를 바라는 아이언은 당연히 허락했기에 총 제독에게 휴가라는 명령이 온 것이다.

총제독은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으윽! 고등 교육도 못 받은 무식한 개조인간들 주제에 무슨 지배층이 되겠다는 거야?

하여간 지적 수준이 낮은 놈들일수록 높은 자리를 좋아해.

거기에 어떤 의무가 따르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자기 능력에 맞춘 적당한 자리가 좋아.”

투덜거리던 총제독은 신의 함대가 담긴 가방을 들고서 일어선다.

“이거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되겠군.

앞으로 오십 대 남았으니 이번에 끝내자.”

총제독이 생각하기에 이번이 일반기체를 사냥하기에 정말 좋은 기회였다.

용자왕이나 영웅왕은 못 움직이고, 일반기체가 몇 대씩 분산되어있으니 식은 죽 먹기로 보이는 것이다.

“진짜 우주함대가 어떤 위력인지 후배들에게 보여주지.”

신계가 열어준 초장거리 공간의 문을 통해서 가는 총제독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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