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305화 (1,216/2,000)

34권 35권

초능력자들이 일반인들을 얼마나 낮게 보는지 알고 있는 지배층들은 상황파악을 정확히 하고 있었다.

“우리를 보호하는 은하제국에 반역이라니?

왜 입을 함부로 놀려!”

“은하제국에서 독립했다가 초능력자들이 노리고 달려들면 네가 책임을 질 거냐?”

“저 자식은 도대체 어디 편이야?”

가성비(價性比)에 소속된 고위 초능력자의 수가 수만 명 이상으로 판정되고 있다.

이렇게 행성 하나 정도는 우습게 멸망시킬 수 있는 초능력자 집단이 설치고 다니니 은하제국의 도움이 절실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조 인간과 거대 인형 병기가 도시의 슬럼가를 제압해버리니 더욱 당황해 버린 행성의 지배층들이었다.

그리고, 지배층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 두 세력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놀라울 정도로 강하고 폭력적이며 끈질기다.’

초능력자들이 법관을 마구 몰아붙이는 이유는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시켜 다시는 정치적인 판단을 통한 사유재산 압수를 못 하게 하려는 시도임을 모두 알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는 가는데 단지 그 목적을 위해 매수한 변호사와 방청객, 시위대까지 마련해서 자살 직전까지 밀어붙이니 치가 떨릴 지경이다.’

개조 인간들은 범죄조직의 간부들은 팔다리를 뽑아 버리고, 의수와 의족을 붙여서 쫓아냈다고 하니 잔혹한 수법에 간담이 서늘하기까지 했다.

복귀한 초능력자들의 처리문제로 고민하다가 개조 인간의 문제까지 터지니 슬슬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 총독은 속으로 한탄을 했다.

‘시가전이라서 우주함대의 투입은 또 불가능한가?

이것 참 쏟아부은 막대한 예산에 비해서 소용이 전혀 없군.’

은하제국의 혼란을 틈타서 자치권을 받거나 독립해서 권력을 누릴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위험부담을 혼자서 감수해야 하는지는 꿈에도 몰랐던 총독이었다.

‘은하계가 통일되더니 행성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들도 거대해졌다.

이런 거대세력이 나타나면 행성 하나의 전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설마 이런 문제가 발생할 줄은 설마 몰랐어.’

행성 정부의 총독보다 은하계 전체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초거대 기업들의 회장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있었다.

특히 초능력자들이 모여서 인공지능과 자동기계를 내세워 행성의 경제권을 잠식하고 있는 가성비(價性比)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였다.

‘수만 명이 넘는 고위 초능력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라고?

더구나, 직원은 거의 없고 전부 인공지능 기계와 자동화 기계밖에 없어?

이걸 어떻게 행성 정부로 대응해?

기존 초거대 기업들이 은밀하게 견제하려 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회장 몇 명이 사망한 이후로는 손조차 못 대고 있다고 하니 무력도 무서울 정도였다.

‘일반인이라도 손을 쓰는 데는 인정 사정이 없군.

역시 초능력자들이야.’

개인 호위가 철저한 기업 회장조차 원인 모르게 죽어 나가는 판국이니 여기 있는 지배층이나 총독의 목숨도 안전하지가 않았다.

실제로 모든 지배층이 다른 행성의 고위층이 자연사나 사고사했다고 전해지면 혹시 초능력자들의 암살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

‘으으! 불안해서 못 살겠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다면 독립이 좋은 것만이 아니었구나.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은하제국에 순순히 세금을 내고 전력지원을 받는 쪽이 낫겠어.’

다시 생각해보니 행성의 경제를 한계까지 짜낸 예산으로 만든 우주함대도 은하계 전체로 보면 한 줌의 전력도 아니었다.

‘사용처도 제한적이다.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들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

아무리 보아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전투보고서를 책상 위로 던지면서 대기하고 있는 관리에게 묻는다.

무력으로 제압할 수 없어서 바로 사절을 보냈는데 성공적으로 대화를 끝내고, 복귀한 후였다.

“놈들의 요구조건은 뭔가?

자치권이라도 달라고 하던가?

거리를 돌려주고 물러나는 대가로 요구하는 금액이 얼마야?”

아무런 세금도 안 나오는 슬럼가 정도면 자치권을 줄 수 있다.

‘골칫거리였던 범죄조직을 소탕해주었으니 군대의 피해도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돈 이상을 요구하면 우주함대를 동원해서 슬럼가를 집중포격을 할 생각인 총독과 지배층이었다.

그런 단호한 의사를 개조 인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녀온 관리가 머뭇거리면서도 대답을 한다.

“지성체의 자치권은 자신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쓰지도 못할 돈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다만, 자신들은 휴가 중이니 건들지 말라고 합니다.”

“….”

“….”

지성체라는 단어는 처음 듣는 용어였다.

여기에 휴가 중이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기상천외한 대답에 총독과 지휘부, 군 장성들까지 어이가 없었다.

잠시 후 감정이 활화산처럼 폭발한다.

“휴가라고? 그런데 이런 난리를 일으켜?”

“왜 멀쩡한 도시와 거리를 제압하고, 군대는 박살을 내?”

“왜 우리 행성에 와서 이런 난리를 치는 거냐?”

“이게 휴가면 평소에는 어디서 뭘 하던 놈들이야?”

“지옥이라도 있었는가?

그래서 심심풀이로 이런 거냐고!”

초능력의 재능이라도 있는지 진실에 아주 근접한 대답을 누군가 내놓았지만, 당연히 묻혔다.

지배층으로서는 드물게 이성을 잃은 모습에 총독은 솟구치는 울화를 꾹 누르면서 다시 침착하게 묻는다.

“우리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고?

그럼 빈민구호만 끝나면 바로 물러나겠다는 뜻인가?”

당사자가 여기 없으니 대답은 당연히 들려오지 않는다.

저렇게 위험한 개조 인간을 협상장에 불러들일 용기는 없었고, 저쪽에서도 지배층과는 할 말이 없다고 해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자청해서 나서서 전권을 가지고 협상을 다녀온 관리가 하는 대답에 입이 딱 벌어진다.

“그건 저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철수는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상관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꾸 귀찮게 하면 확 뒤집어 버리겠답니다.

그리고, 지배층이라도 악으로 판단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군요.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답니다.”

역시 황당한 대답에 순간 머리가 띵해지는 총독이었다.

주변에서 듣고 있던 지배층들도 어이가 없어서 각자 소리치기 시작한다.

“우리가 악?”

“자신들이 정의라고?”

“정의의 심판은 또 뭐야?”

“영화라도 찍나!”

요즘 같은 과학 문명 시대에 정의와 악을 이야기하다니 지배층들이 보기에 아무리 보아도 정상이 아니었다.

더구나 남의 행성에 마음대로 쳐들어와서 범죄자 조직이라도 잔혹하게 처분하고, 군대까지 파괴한 주제에 할 수 있는 말이 절대로 아니었다.

모두의 생각한 하나로 모였다.

“단순한 미친놈들이었잖아?”

그런데, 행성 정부를 위협할 힘을 가지고 있으니 무섭기 짝이 없었다.

이미 행성의 무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군부의 통보를 들은 지배층들은 모두 총독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우리의 힘으로는 이들을 막을 수 없소.

은하제국 여황 폐하의 지원을 부탁해야 하오.

총독이 직접 나서시오.”

은하제국의 여왕은 수만 명이 넘는 초능력자를 귀족으로 데리고 있고, 가지고 있는 함대의 숫자도 수십만 척이 넘는다.

그런 엄청난 전력을 혼자서 통제하니 저 정도 무력집단의 제압은 손쉬운 일이었다.

‘우리도 일단은 은하제국에 속해있으니 지원을 받을 명분이 있다.’

‘이런 위협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세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어떻게든 독립하려는 총독의 마음에 분노의 불길이 치솟게 한다.

‘나와 같이 맨날 해적 여왕 어쩌고저쩌고 욕을 했다.

이제 자신들이 급해지니 극존칭을 사용하는가?

행성 지배층들은 총독이 어떻게 나올 줄 아니 차마 길게 말하지 못하고 결론만을 전달하고 침묵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반응이 돌아왔다.

반짝!

심한 스트레스로 총독의 반쯤 벗어진 머리가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얼굴은 그 이상이 없을 정도로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지배층들이 지금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험악한 말이 쏟아져나왔다.

“인제 와서 여황 폐하라고?

정말 이렇게 나올 텐가?

나보고 우리의 고향 행성을 불법점령한 제국의 여왕에게 무릎을 꿇고 지원을 애원하라고?”

지금까지 믿음직한 동료였던 이 행성 출신인 지배층과 관리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은하제국에 굴복하자는 말에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세금을 안 내었다.’

초능력자들의 재산을 빼앗으면서 우주함대를 만들어 다시 자주권을 쟁취하려던 총독에게 그런 수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사태가 얼마나 위중한지 깨닫는다.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

초능력자는 그래도 기업활동으로 낸 막대한 세금으로 재정에 큰 도움이 돼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멋대로 날뛰는 저 개조 인간은 용납할 수 없다.’

확실하게 행성 정부의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말 은하제국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위기감은 총독에게 결단을 내리게 한다.

“제독! 슬럼가에 집중포격을 하면 저 인형 병기와 개조 인간들을 제압할 수 있는가?”

“!!!”

수만 명의 슬럼가의 빈민과 함께 용자동맹을 통째로 처단하라는 은근한 물음이었다.

지금 가능하다고 대답하면 자국민을 학살해야 할지도 모르기에 제독들의 입은 딱딱하게 굳었다.

‘적의 시민을 학살해도 군법회의에 회부 되는데, 자국민을 학살하면 반드시 나중에 책임추궁이 따른다.’

‘군인으로서는 끝장이야.’

누구도 그런 멍에를 지려는 제독이 없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침묵 속에서 총독의 분노가 다시 폭발한다.

“도대체 우주군이 하는 일이 뭐가 있나?

초능력자도 상성이 안 좋아서 대응이 안 된다더니 개조 인간조차 대처할 수 없다고?

저런 위력을 가진 인형 병기를 제국에서 내놓으라고 할 때 왜 숨겨놓지 않았어?

구식병기라고 얼마든지 주어도 상관없다고 하더니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야!”

행성이 가지고 있던 인형 병기는 제국 여왕의 직접 명령으로 모두 회수되었다.

행성 정부는 박물관에나 보낼 구식 인형 병기만 내놓으면 우주함대는 그대로 두겠다고 하니 흔쾌하게 내주었다.

‘이제는 후회막급이다.’

저런 위력을 보일 수 있다면 어떻게든 숨겨야 했다.

지배층들은 인형 병기의 인도는 군부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형 병기를 직접 다루어 보거나 싸운 경험이 있는 군부는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들이 내주었던 인형 병기와 용자동맹의 인형 병기는 절대로 같은 물건이 아니었다.

‘저건 우리가 알고 있던 인형 병기가 아니야.’

‘거대한 기계 인간이다.’

‘그것도 최상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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