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용자동맹은 약자를 위한 정의집행에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으나, 전투 중에 얻은 재물은 모두 회수하여 약자를 위해 쓰게 되어있다.
일반 용자도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와는 잘 맞지 않는 이상한 지침이라서 사정을 들어보니 납득갔다.
‘처음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언급한 아이언의 앞에서 사자왕 가이님이 어떤 물질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이언의 강력한 힘과 말로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원칙으로 결정된 것이다.
‘용자동맹이 힘을 휘둘러서 지배체제를 부수면 엉망이 된다.
그런데 먹을 것만 조금 던져주고, 뒤처리는 나는 몰라 하고 떠나는 분탕 집단을 만들 셈이냐고 엄청 혼이 나셨다고 하던가?
그리고, 남은 재산은 엉뚱한 존재 손에 들어가면 큰 후환이 된다.
약자들을 제대로 구하려면 강자가 부정 축재한 재산을 빼앗아서 어느 정도 자립을 할 수 있는 안정된 체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가르쳤지.
이게 더 완전한 약자를 위한 정의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못 하셨다고 한다.’
흑염 도적단이 주장하는 의적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사자왕 가이도 비슷하게 이해하면서 질문을 하자 이걸 소멸을 시킬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던 아이언이었다.
원래의 흐름과 유상전생(有償轉生)의 반작용을 생각해서 아슬아슬하게 분노를 참으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용자동맹은 의적이 아니다.
획득한 전리품은 전부 그 행성의 약자를 위해서 써라.
단 하나라도 자신을 위해 쓴다면 용자왕이라 해도 용서하지 않겠다.’
사자왕 가이는 무슨 생각으로 아이언이 이런 지침을 내리면서 경고까지 했는지 모른다.
‘단지 이런 지시를 내리는 것이 영 못마땅한지 엄청나게 화가 나 있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물러 나오셨다지.’
아무리 용기와 신념이 있어도 박살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용자왕들과 상의를 해보니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전리품이라고 해도 자신을 위해 쓰지 않으면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지킨 셈이군.’
‘확실히 마무리하는 것이 더 좋기는 하지.’
악을 쓰러트리고, 전리품을 반드시 챙기라는 지침은 용자동맹의 철칙에 포함되었다.
그렇게 얻은 전리품은 전부 공동계좌에 들어가고, 약자의 구호를 위해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공동계좌를 쓰게 되었다.
내 마음대로 못 쓰지만, 이거라도 가질 수 있으니 다행이다.’
물질변환장치가 재료만 있으면 거의 만능이기는 한데 그만큼 엄청난 정신력을 소모 시킨다.
‘사용하면 극심한 멀미가 밀려오고, 한계를 넘으면 뇌가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고통을 겪으니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물질변환장치를 쓰느니 차라리 일해서 사고 만다.
그런데 사회에서 쓸만한 기술이나 인맥이 아예 없단 말이야.
진짜 무일푼으로 왔으면 구걸이라도 해야 할 판국이다.’
아직 말귀를 못 알아먹었는지 주변에서 망설이고 있는 어린 개조 인간들에게 약간의 설명을 붙인다.
“환경 정리다.
용자동맹은 악이 자라날 환경까지 뿌리를 뽑는다.”
그 말에 무슨 뜻인지 깨달은 개조 인간은 표정이 확 밝아지면서 떠난다.
‘환경 정리라고?
명분이 좋네.’
‘냄새가 지독하고 벌레가 들끓는 숙소를 벗어날 수 있다.’
아직 세상의 때가 덜 묻은 어린 개조 인간들이 신나면서 멀어지자 일반 용자는 혀를 찬다.
“쯧! 철없는 것들.그런 명분에 신경을 쓰면 영원히 일반 용자는 못 될 것이다.”
동맹들이 아무리 죽지 않는다고 해도 고통은 그대로 느낀다.
그러니 영웅동맹 초능력자들의 엄청난 집중공격을 뚫고 일반기체와 접촉하여 노획하는 일이 제정신으로 가능할 리가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 없이 돌진하는 개조 인간만이 가능하다.
더구나, 이제 영웅들은 일반기체를 빼앗기느니 차라리 자폭해버린다.
순간적으로 기체 제어를 뺏지 못하면 이제 노획도 불가능해.’
영웅동맹의 영웅들은 더욱 독해지고 강해졌다.
얼마 전까지 지성체에 불과했던 사자왕 가이와 막상막하이고, 귀중한 기체들을 빼앗겨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검의 주신에게 엄청난 훈련을 받은 탓이다.
‘그래도 하도 악령들이 괴롭히니 초능력자들의 방해를 어떻게든 뚫고 일반기체를 노획하여 일반 용자가 되는 수는 꾸준히 늘어난다.’
용자왕을 회수하고 일반기체는 안 빼앗기려는 영웅동맹과 기체를 노획하여 지옥에서 편히 살려는 용자동맹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그 결과로 급격하게 강해지고 있지만, 부작용도 나왔다.
‘너무 험악해서 전쟁터에서 닳고 달은 고참 개조 인간조차 서서히 한계였다.
죽지를 못하니 서로 부수면서 울화를 삭힐 정도였지.
이번 휴가는 아주 시기적절했어.
하지만 내가 남보다 앞서 나가려면 휴가라고 놀지 말고, 성과를 올려야 하겠지.’
대충 지금 상황을 정리한 일반 용자는 이제 강제로 의식을 붙잡아 둔 불량배 두목을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강자이고 지배층으로 자부한다면 착취를 해도 자기 주변은 좀 가꾸고 살아라.
지옥의 철의 요새보다 못한 이 환경을 봐라.
편히 쉬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만 받겠다.
네가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하지.
그런데, 우리가 빈털터리라서 자본이 있어야 어떻게 할 수 있으니 협조를 부탁한다.
간단하게 네가 모은 돈을 전부 내놓으란 뜻이다.
악당이니 당연히 숨겨놓은 돈은 많겠지?”
“….”
고통에 미쳐서 죽지 않게 하려고 투입된 마취제 때문인지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신 불량배 두목이었다.
‘병신부터 만들더니 이제 돈을 내놔라?
우리보다 더한 놈들이었어.’
팔다리가 뽑혔으니 이제 원래 육체로 복구는 무리였다.
‘재산만은 어떻게든 지켜야지 기계 몸을 얻어서 재기할 수 있다.’
그래서 침을 일반 용자의 얼굴을 향해 뱉는 것으로 대답했다.
퉤! 쓱!
예상했는지 가볍게 머리를 비틀어 피한 일반 용자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한다.
“풋! 역시인가?
그래! 우리 이렇게 예상대로 쉽게 진행하자.
이런 경우의 지침도 있지.
아! 이건 개조 인간 용병들의 포로를 심문하던 방법이지.
고문이었나?
아직도 헷갈리는군.”
심문과 고문 방법이라는 말에 불량배 두목의 눈동자에 공포가 스쳤다.
그렇다고 유일한 희망과 같은 재산을 내놓을 수 없기에 이를 악물었다.
‘나와 부하들도 같은 개조 인간이 되어서 복수를 하고 말겠다.
제국 수뇌부의 허가가 필요한 기계 인간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개조 인간은 불법시술을 하면 가능하다.’
일반 용자가 투여한 마취제로 조금 고통이 가시자 다시 복수심을 태우는 불량배 두목이었다.
그런 모습을 본 용자는 혀를 차면서 말한다.
“쯧! 역시 여유를 주면 안 돼.
너 다리가 하나 남아있지?
철저하게 약자로 만들어야 하는데 왜 그걸 남겨놓았다고 생각하나?
같은 남자라서?
설마 그럴까?”
“!?”
팔과 다리를 전부 뽑아놓았으면 다리가 아직 남아있다니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불량배 두목이었다.
그런데 일반 용자의 기계 다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사타구니의 성기를 밟아버렸다.
“이러려고 남긴 거다.
남자면서 이제까지 이걸 버틴 놈은 없었다.”
꽝! 꽈득!
기계 다리의 발꿈치에 교환이 으깨자면서 터지는 엄청난 고통 앞에서 마취제도 소용이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커다란 비명을 지르는 불량배 두목을 일반 용자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말한다.
“전쟁터에서 너 같이 강한 척하면서 기개 있게 버티면 상황이 바뀌거나 살려줄 거라고 믿는 포로들을 수없이 죽이고 다루어봤어.
현실은 약자는 입을 다물고 반항할수록 고통만 커진다는 것이다.
죽을 용기도 없고, 저항을 할 수 없다면 시킨 대로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넘길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숨만 붙어있으면 지금의 나는 무조건 살린다.”
일반 용자가 되어서 받은 일반기체에 붙은 물질변환장치에는 생체변환기능도 붙어있다.
심장이 박살이 나도 재료만 있으면 바로 교체하여 살릴 수가 있었다.
“너의 독기가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우리에게는 안 통해.
어지간해서는 죽지도 못하니 빨리 숨겨둔 재산이나 내놓고 편안해져라.
나도 실적을 올려야 하니 말이다.”
일반 용자는 사고를 당해서 기계 몸을 빚으로 사고, 전쟁터에서 오랜 기간 용병으로 살다가 지옥에 끌려가서 낙제생이 되었다.
그러다 영웅동맹과 벌어진 전투에서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영웅동맹의 일반기체를 노획하여 일반 용자가 된다.
그 대우와 보급은 영웅동맹의 초월자와 동격이니 처음으로 출세한 것이다.
‘공적에 따라서 일반기체의 강화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일반기체와 동화가 빠를수록 용자왕이 될 가망성이 높아진다.
그 길을 방해하는 이런 악당에게 줄 자비 따위는 없다.
더구나 이 녀석의 죄의 축적이 심상치 않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악당동맹이나 강력한 악령이 되어 우리를 노릴 것이 분명해.’
겨우 얻은 일반기체를 도둑질하려는 악당동맹의 힘이 될 만한 악인은 용서할 용자는 아무도 없었다.
검의 주신이 전력으로 훈련을 시켜서 급격하게 일반기체의 조종실력과 동화능력이 늘어나는 영웅동맹이라서 노획이 이제는 어렵다.
그런데 정면승부로는 상대도 안 되는 악당동맹이 악령과 마력을 이용해서 허점만 노려 훔치려 하니 눈이 뒤집힐 노릇이었다.
“용자동맹은 악을 용서하지 않는다.정의는 악을 단호하게 심판하여 실현된다.
우리의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 앞에서 은하계의 모든 악은 사라질 것이다.”
용병으로서 워낙 험한 꼴만 보고 욕을 먹으면서 살다 보니 정의의 세력이 된다는 일이 싫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용자동맹의 대의(大義)에 심취한 일반 용자의 기계 다리가 망치처럼 그대로 사타구니를 다시 내려친다.
“성패(成敗)!”
“크아아아아!”
투학! 으지지지지지지!
얼마 남지 않은 성기가 완전히 으깨지는 고통에 결국 불량배 두목은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토해냈다.
용자동맹이 가지고 있는 공동 계좌에 자신의 이름으로 거액을 입금한 일반 용자는 만족의 표정을 지었다.
“흠! 이 정도면 처음으로는 괜찮군.”
약간 손을 쓴 것치고는 괜찮은 전리품이었다.
팔다리가 모두 뽑히고 성기까지 으깨져서 게거품을 무는 불량배 두목에게 처음의 살기등등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제야 불쌍한 약자로군.
정의의 용자동맹으로서 약자를 가호해야 하겠지.”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으면서 참으로 천연덕스러운 일반 용자의 말이었다.
두목의 처참한 모습에 주변에서 터지는 비명을 참고 있던 불량배들은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
개조 인간들이 힘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은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일반 용자는 물질변환기능을 쓰면 밀려드는 두통과 멀미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불량배 두목의 부상을 치유한다.
그리고, 간단한 의수와 의족도 만들어 붙여 주었다.
“다른 행성으로 갈 여비를 주고 일상생활은 가능한 의수와 의족을 달아 줄 것이니 멀리 가서 앞으로 착하게 살아라.
너는 이제 일반인보다 약하니 사악하게 살면 이제 굶어 죽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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