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초능력자들의 막대한 재산에 군침을 먼저 흘린 것은 총독인데 기가 막힌 일이었다.
이러면 정말 극적인 입장 전환이라서 법관장은 직설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초능력자에게 뭘 받았기에 백팔십도로 태도를 바꾸셨소?
그렇게 좋으면 같이 좀 합시다.”
“….”
별다른 것은 없었다.
단지 총독 기준으로도 아주 많이 들어있는 안전한 현금카드였다.
‘여기저기 감시의 눈길이 붙는 수상쩍은 돈이 아닌 그야말로 깨끗한 공돈이다.’
다른 행성의 총독들도 초능력자들의 복귀로 난리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다시 정했다.
‘지금 전력으로는 초능력자를 견제하고, 각 행성의 치안을 유지하기도 벅차.
이제 우주함대로 지역의 패권을 쥐는 꿈은 접는다.
그럼 행성의 지배를 공고히 하고, 약간의 이득이라도 주는 쪽을 챙겨야 하겠지.’
그렇게 수많은 총독의 꿈이 좌절된 각 행성은 초능력자들의 분풀이와 스트레스 해소,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장소가 되어갔다.
여기에 초능력자들은 이번 사태에서 많이 배워서 위기에 취약한 개인 명의가 아니라 영웅동맹의 모든 낙제생이 모여서 만든 초거대 회사를 만들었다.
행성 정부가 감히 건들지 못하게 은하제국을 경제적으로 휘어잡을 초거대 기업집단을 구상하고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능력자들의 막대한 재력이 모여서 단숨에 은하제국의 수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이름은 특이했다.
‘가성비(價性比)’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큰 가치를 제공한다는 이 초거대 기업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운영한다.
자금을 낸 모든 초능력자는 금액에 따라서 등급을 가지고, 혜택을 받게 되는 구조였다.
원래 이런 공동소유와 동업은 망하기 딱 좋아서 철저히 무시하는데 같은 영웅동맹의 낙제생이라는 입장이 가능하게 한다.
‘아이언님이 계시는 한 우리는 서로를 배신할 수 없다.’
‘죽지도 못하는데 약간의 이익을 추구하다 영원히 욕을 먹을 수는 없지.’
동맹과 낙제생들은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존재들이며, 절대적인 힘을 가진 개인에 의해서 공동 운명이 된 상황이다.
어찌 보면 어떤 계약이나 제약보다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관계였기에 망설임이 없이 자금출자를 하고 모두 회원이 되었다.
그래서, 얻은 특권으로 어떤 행성을 가도 회사 소유의 특급호텔 최고등급의 방에서 가족까지 영구적으로 머물 수 있게 된 초능력자는 만족했다.
“아주 간편하고 편해서 좋군.”
저택을 유지하거나 생활하는데 많은 경비가 들어가는데 모두 회사에서 내주는 셈이니 크게 절약이 되고 있었다.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인건비와 세금을 제외하면 큰돈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배당금에는 세금이 없으니 고스란히 주머니에 들어온다.
이러면 꽤 크군.’
유일한 문제는 가성비(價性比)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이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계로 운용이 된다는 점이다.
초능력자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도 모두 아무 장식이 없는 은빛 가면을 쓴 인공지능 기계가 접객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기존보다 절반 이하라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이질감이 컸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낮은 가격에 비해 제공되는 품질이 높으니 큰 만족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가족들이 인공지능 사용인을 오히려 편안해 한다.
이번 일로 인간에게 모두 단단히 실망했어.
신규 사업도 전부 인공지능과 자동기계로 대체한다고 하던가?
잘 되겠군.’
오로지 생산성과 효율성만 추구하는 ‘가성비(價性比)’에게 비싼 비용에 비해서 불규칙한 결과를 내는 인건비는 가장 먼저 줄여야 할 위험요소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초능력자들은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존의 지배층이나 경쟁회사와의 충돌 해결을 맡았다.
행성 표면에서라면 우주함대도 두려워하지 않는 고위 초능력자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어.
골치가 아플 일이 없잖아?”
“정말 그래요.”
골치 아픈 인사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셈이었다.
부드럽게 품에 안겨드는 아름다운 아내를 슬쩍 껴안고 자신을 쳐다보는 자녀들을 보면서 말한다.
“너희를 위해서 회사에 부탁해서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놓았다.”
초능력자들은 자녀들이 모두가 고등 교육을 이수했지만, 그걸로는 은하제국의 새로운 지배층이 되기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만들었지.
신계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바보라도 초일류의 인간이 되어서 나올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말이야.’
초능력자들은 융통성과 창조성이 없는 인공지능의 관리만으로는 애써 만든 기업이 한계에 봉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 크면 믿을 수 있는 고급 인재가 필요해.’
‘배신하지 않을 인간 말인가?’
‘그럼 가족밖에 없겠군.’
일반인인 가족의 미래와 회사의 보안까지 지킬 수 있는 아주 좋은 방안이었다.
이런 사실을 이미 자녀에게 사전에 알려준 초능력자는 거침없이 말한다.
“이번 일로 배운 점이 많겠지?
자신의 안전과 가문의 재산을 지키는 것은 본인이 가진 힘과 지혜다.
내가 아무리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고 해도 너희가 지킬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예! 아버지.”
자녀들은 빈민촌의 생활을 경험했다가 다시 부유층으로 복귀해서 아주 정신이 바짝 깨어난 상태였다.
다시는 비참한 삶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번쩍이다 못해 불타오르는 눈빛을 보이는 자녀들을 흩어본 초능력자는 가늘게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훗! 좋아.
이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로군.
교육과정을 수료만 하면 어떤 회사의 간부나 어느 분야의 전문가로든 초일류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일단 여기에서 푹 쉬면서 몸을 만들고, 가서 열심히 해라.”
“예!”
초능력자 가족들은 빈민촌 생활을 잠깐 했는데도 워낙 고생을 안 해본 몸이라서 약간씩 문제가 있었다.
치료와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단련보다 휴식이 먼저였기에 모두가 즐겁게 휴식을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렇게 초능력자들이 은하제국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가는 와중에 각 행성에 또 다른 존재들이 도착한다.
우우우우웅!
신계가 열어준 공간의 문을 열고 나타난 존재들은 철의 요새를 전부 고치고, 겨우 휴가를 허락받은 용자동맹이었다.
일반 용자들이 열 명의 낙제생을 인솔하여 신계가 열어준 공간이동으로 행성에 도착한 그들은 양손을 위로 뻗고 괴성부터 지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드디어 지옥에서 벗어났다!”
“이 매연으로 텁텁한 공기, 푸른 하늘을 가린 공해로 찌든 검은 구름, 새까맣게 오염된 하천이 너무나 그리웠어.”
“다 무너져가는 빈민가가 이렇게 정다울 수가 있다니?”
“여기저기 아무 데나 싸지른 똥오줌이 썩어가는 구역질 나는 냄새조차 반갑구나.”
거기까지 솔직히 감상을 말한 모두는 흠칫 놀라면서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눈으로 경치를 보면서 코로 냄새를 맡고 진심으로 한 이야기인데 무척 수준이 안 좋았다.
“응? 뭔가 우리 표현과 감상이 아주 이상한데?”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이건 지옥의 철의 요새보다 영 상태가 좋지 않은 도시의 뒷골목이었다.
“여기 어디야?”
“지옥의 주둔지보다 못한 여기는 도대체 어딜까?”
“도시의 흔한 슬럼가잖아?”
척 보아도 더럽기 짝이 없는 최악의 빈민가였다.
‘행성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은 단체 공간이동이니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으니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깊은 숲이나 한적한 공원도 있는데 이런 더러운 뒷골목으로 보내다니 기분이 무척이나 나빠진다.
“지옥에서 나오니 바로 이따위 슬럼가야?”
“왜 신계는 여기를 출구로 만들어 보낸 거야?”
“설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지?”
서로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변에는 어느새 나는 불량배라고 자랑하는듯한 무기와 복장을 가진 험악한 인간들이 무기를 들고 둘러싸고 있었다.
포위를 당한 용자동맹은 이것들은 도대체 뭐야 하면서 쳐다보는데 갑자기 불량배들이 크게 외친다.
“죽기 싫으면 돈 내놔!”
“….”
“….”
아이언에 의해 불사불멸(不死不滅)이 걸려있는 용자동맹은 죽을 수가 없다.
‘죽일 수 있으면 해 봐라.’
‘초능력으로 갈가리 분해되고, 우주함대의 포격에 증발이 되어도 바로 멀쩡해지는 몸이시다.’
‘걸린 권능이 현실과 차이가 너무 커서 그렇다던데 영웅왕에 밟혀도 안 죽더라.’
‘어떻게 하면 편하게 죽어있을 수 있는지 우리도 궁금하다.’
사자왕 가이가 주장하는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로 인하여 가진 돈도 없었다.
‘휴가 오기 전에 약간 있는 계좌도 전부 빼앗겼다.’
‘신계가 설마 우리 계좌까지 파악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
완벽한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추구하게 된 용자왕 가이는 빚을 갚는 용도 외의 모든 사유재산을 압수한다.
그리고, 신계에서 자신의 명의로 돈을 빌려서 용자동맹의 모든 빚을 없애는 것으로 불만을 막았다.
‘빚이 없다는 것은 좋은데 쓸 돈이 없어.’
‘낙제생들은 계좌나 현금카드가 절대 금지다.’
‘일반 용자도 공동계좌를 사용한다고 하니 말 다했지.’
그럼 휴가 가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하는 항변은 단 한마디로 일축한다.
‘용자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보수를 받아도 된다.’
용자동맹의 개조 인간들은 대부분 하류층이라서 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고급 교육을 받은 적이 당연히 없다.
‘개조 인간의 힘을 포기하면 평범한 인간 수준으로는 푼돈을 받는 잡일밖에 할 수 없는데도 이런 소리야?’
‘휴가 와서 막 일을 하게 생겼다.’
기본적인 생활은 일반기체의 물질변환장치로 유지되니 모두 침묵하고 휴가를 나왔는데 강도를 당하려 하니 기가 막혔다.
‘털릴 돈도 없다.’
‘이제 있는 것은 이 기계 몸과 힘밖에 없지.’
그런데 의아함이 떠오른다.
‘일반인이 개조 인간인 우리에게 덤빈다?
이거 실화냐?’
‘우리가 개조 인간이라는 사실을 모르나?’
‘그럴 리가 있나?
기계 몸 여기저기에서 불빛이 빛나서 바로 개조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어있잖아?’
아이언에게 다시 받은 기계 몸은 전신 갑옷을 입고 투구만 벗은 중세의 기사 같은 모습이다.
일반 용자는 용자동맹이라는 붉은 글씨로 써진 검은 망토로 기계 몸을 가리고 있지만, 낙제생은 없으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과거 평범한 개조인간 시절에도 이런 민간인은 손가락만 튕겨도 죽일 수 있다.’
‘지금은 숨만 크게 쉬어도 끝장을 낼 수 있는데 왜 덤벼?’
겨우 칼과 총을 든 일반 시민 주제에 전함도 잡는 우주 전투기와 비교되는 개조 인간에게 강도질하려 하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침묵한다.
그걸 겁을 집어먹었다고 판단했는지 두목인듯한 커다란 덩치의 불량배가 앞으로 나오더니 크게 외쳤다.
“돈이 없다면 부품을 내놔.
우리가 잘 팔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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