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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297화 (1,208/2,000)

34권 35권

지금도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이 걸린 사실을 알기에 우주함대가 아예 건물 주변에 떠서 완전 포위를 해도 아주 느긋하게 총독을 마주한다.

꼼짝하지 못하고 일백 명이 넘는 초능력자와 면담을 하게 된 총독의 안색은 새파랗게 변해서 식은땀만 흘렀다.

‘이미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지만, 막을 수가 없다.

치안병력은 물론이고 지상군도 고위 초능력자를 지금 장비로 이길 방법이 없으니 전력을 집중시킨다는 통보만 한다.

우주함대가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실제로 도시에 쏘면 나와 행성은 끝장이다.’

총독은 일반인이다.

그러니 이제 이들이 약간의 살의만 품어도 죽은 목숨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표로 나선 고위 초능력자가 겁에 질려 휘청거리는 비서가 가져온 차를 느긋하게 마시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함대 건조 예산이 급해도 초능력자들의 재산을 건드는 것이 아니었어.

관리들이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할 때 들을 것을 잘못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었다.

실제로 이들의 가족을 고발하여 모든 재산을 압류하게 도와 주었던 인물들이 갑자기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기에 더욱 조마조마하고 있었다.

‘설마 잡아가서 죽였나?’

다른 비서들이 가져온 접대용 차를 한 잔씩 마신 초능력자들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동자로 가방에서 서류뭉치를 꺼내어서 총독의 책상에 던진다.

땅! 땅! 땅!

책상 위로 서류뭉치 수백 개가 떨어지는 소리는 육중했다.

총독은 애써 품위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한다.

책상에 산처럼 쌓인 서류를 바라본 총독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민원서류잖아?

그런데 이 비린내는 뭐야?’

갑자기 총독실에 처음 맡는 냄새가 가득했다.

원인은 바로 알았다.

민원서류가 검은 잉크가 아닌 빨간 피로 쓰여 있었다.

“!!!”

민원문서의 내용은 막대한 재산에 욕심이 나서 초능력자 가문을 무고했으니 용서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누명을 씌운 각종 증거자료가 첨부되어 있으니 부정할 수 없는 무죄다.

재판을 조작하면 되겠지만….’

서슬이 시퍼런 고위 초능력자 앞에서 수작을 부릴 수 있는 간 큰 법관은 당연히 없었다.

그리고, 자술서나 증거의 상세한 내용으로 보아서 이게 누구의 피인지 대충 깨달은 총독의 안색이 더욱 새하얗게 변했다.

‘역시 모두가 이들에게 잡혀갔구나.’

그래도 관리로서 강단이 있어서 피로 써진 민원서류와 증거를 전부 확인한 총독의 다리에서 자연스럽게 힘이 풀려나간다.

‘자신들의 증언을 모두 부정했군.

증거도 조작했다고 시인했어.

가문의 모든 인원의 알리바이와 회사의 자금 분석까지 첨부했나?

완벽한 답변이군.’

섬뜩하게 피로 쓰인 점만 빼면 이건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무죄의 증거였다.

‘이러면 압류로 빼앗은 재산을 전부 돌려주어야 하겠군.

실제로 이들이 전 재산을 압류당할 정도의 범죄를 일으킨 적이 없다.

약간만 준비만 하면 이렇게 부정이 될 일이었어.

너무 경솔했다.’

총독이 모든 내용을 확인을 끝내자 초능력자들은 은은한 살기를 품어내면서 최후의 통첩을 날린다.

“번거롭게 이미 경매 처리가 끝난 집과 사업체를 되돌려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소이다.

원래의 시세대로 전부 현금으로 주시오.

잘 처리해 준다고 말해주면 이대로 가겠소.

총독.”

“….”

압류했던 재산을 현금으로 계산해서 돌려주면 확실히 경매를 무효화 하고 소유주를 되돌리는 일보다는 쉽다.

‘경매로 받은 금액이 있으니 바로 주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행성의 진정한 주인이 되겠다는 커다란 포부로 만들고 있는 우주함대의 건조가 멈추게 된다.’

행성의 방위를 넘어서 지역의 강자가 되려면 강력한 우주함대는 필수였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지상군 간부들이 우주군만 집중하면 큰일이 벌어진다고 앵무새처럼 떠들던 경고가 생각이 난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주군으로의 편중은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었다.

‘지상군을 존속시키기 위한 수작이 아니었어.

실제로 우주함대의 전력을 내 도시에서는 쓸 수 없다.

그렇게 해도 이렇게 공간이동이 가능한 초능력자는 잡을 수는 없겠지.’

공간이동이 가능한 고위 초능력자가 일백 명이 넘으니 우주함대로 잡으려면 얼마의 피해가 생길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제국의 관리 시절에 들었던 초능력자와 관련된 전설과 같은 전투가 떠올랐다.

‘행성을 포기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우주함대를 만들 예산을 빼앗길 수 없어.

다른 죄를 뒤집어씌워야 하는데 순순히 당할 리가 없다.’

자기 재산을 내놓으라고 미친 듯이 흥분해서 힘으로 날뛰면 은하제국의 반역자로 엮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런 허점도 보이지 않고 정확한 민원절차를 준수하고 있었다.

‘위법행위는 무단 방문과 증인의 협박인가?’

자신의 책상에 쌓인 증인의 피로 써진 혈서는 움직일 수 없는 범죄의 증거다.

그러나, 이건 가벼운 벌금 정도였다.

‘증인이 반성의 의미로 피로 스스로 썼다고 증언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렇게 냉정하고 철저한 자들이 이것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하다니?

자신이 있다는 뜻인가?

하긴 그렇겠군.’

언제든지 아무도 모르게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고위 초능력자를 배신할 간담이 그 비겁한 배신자들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미 피를 보았으니 여기서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으면 바로 자신도 가만두지 않는다는 무언의 경고라는 사실을 총독은 깨달았다.

결국, 총독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초능력자들이 내민 민원서류에 승인으로 결재한다.

“알…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대표로 나온 초능력자는 품속에서 신용카드 하나를 꺼내서 총독에게 내밀었다.

보석으로 장식되어 보기에도 엄청난 금액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현금카드였다.

‘이런 상황에서 뇌물인가?

확실히 빈틈이 없군.’

어떤 금액이라도 초능력자들에게 빼앗은 재산보다 많을 리가 없다.

그래도, 내심 기대를 하는데 뜻밖의 설명이 따른다.

“우리 민원을 처리하면서 사용할 경비요.

이 일이 잘못되면 앞으로 발생할 불행한 사고로 순직할 치안병력과 지상군에 대한 위로금으로 내놓겠소.”

“!”

적정한 배상금을 주지 않으면 바로 무력행사를 하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인데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니 냉정하게 자신의 가진 전력과 이들을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가 공간이동이 가능한 고위 초능력자다.

공간이동을 하는 고위 초능력자는 우주 전함 한 대의 전력을 가졌다고 평가된다.

행성 표면에서는 그 이상이다.

그런데 일백 명이나 되니 전 전력을 동원해도 오히려 역으로 당한다.

설사 이긴다 해도 내 행성은 초토화되겠지.’

무시무시한 전력에 공포가 밀려온다.

능력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초능력자 귀족과 기계 인간 귀족들에게 숨도 못 쉬던 얼마 전의 과거가 드디어 생각이 난다.

‘헉! 내가 왜 왜 초능력자들을 건드렸지?

제국의 초능력자 귀족들을 건든 관리들은 누구도 곱게 못 죽었다.’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제야 파악하고 새파랗게 변한 총독의 머리에 의문이 떠오른다.

‘내 행성에 고위 초능력자가 이렇게 많았나?

그보다 갑자기 왜 돌아온 거야?

영원히 돌아오지 말 것이지!

아! 내가 시위를 내버려 둔 탓인가?’

그제야 명예대공이 된 아이언이란 꼬마가 그렇게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의 복귀를 바란다면 돌려주겠다고 했다는 발언이 생각이 났다.

‘소요가 커지니 복귀를 시킨 것이군.

그럼 이건 모두 초능력자들을 되돌려 달라고 시위를 벌였던 그것들 때문이구나.

내 미래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총독이 대충 상황파악이 끝난 것을 확인한 초능력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잘 처리해 주리라 믿고 이만 가겠소.

이건 가지시오.

누군가의 부조금으로도 충분할 거요.”

“!!!”

보석으로 장식된 현금카드가 염동력으로 붕 떠서 손에 쥐어지는데 총독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주는 뇌물이지만, 잘못되면 내 부조금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초능력자들이 할 말만 하고, 전부 공간이동으로 사라지자 맥이 탁 풀려버린다.

잘 못 압류한 재산을 현금으로 되돌려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바로 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으으으윽! 경매로 얻은 돈은 모두 우주함대의 제작에 이미 편성했는데 이걸 어떻게 하지?

신규 건조를 멈추어야 하나?

근처의 다른 총독들도 우주함대를 만들고 있는데 그럴 수는 없지.

그럼 어떻게 초능력자들에게 돈을 안 주고 처리하지?

지금이라도 공격할까?’

그러나, 지상군은 현재 장비로는 고위 초능력자와 시가전은 자살행위라고 움직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위험해.’

행성을 떠나지 않는 한 공간이동을 사용하는 고위 초능력자를 막을 방법은 거의 없었다.

여기에 제국의 관리 시절에 너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초능력자 귀족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했던 선배들이 생각이 난다.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했어도 영문도 모르게 급사하거나 사고를 당해 죽었지.’

초능력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막을 수 없다.

우주함대에 사용한 방어막의 부품은 되돌릴 수 없으니 이제 총독의 목숨은 태풍 앞의 등불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바로 눈앞에 쌓인 피로 쓴 민원서류를 보면서 덜덜 떨던 총독은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아!”

연합지역인 자신의 행성만이 아니라 제국의 초능력자도 돌아왔다는 사실이 드디어 생각난 것이다.

일반 관리 출신인 자신은 당연히 제국의 초능력자 귀족과 아무런 친분이 없었지만,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여왕 폐하! 그분이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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