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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293화 (1,204/2,000)

34권 35권

일단 철의 요새와 용자동맹의 일반 용자와 낙제생은 용자왕들의 분노에서 살아남았다.

일반 용자들은 요새의 수리를 맡고, 낙제생들은 아주 먼 고대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기합인 머리를 박고 엎드려 있는 처분을 받는다.

물론 반성보다 불만이 넘쳐 흘렀다.

‘젠장! 신병도 아니고 이게 무슨 꼴이냐?’

‘지옥에서조차 단체기합이라니?’

‘쉬! 들린다.’

구만 명의 낙제생들이 철의 요새 주변에 머리를 박고 늘어선 모습을 거대 용자왕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쓸만한 용자로 만들 수 있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살벌한 시선을 보내는 거대 용자왕들이었다.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일반 용자들은 기체를 소환한다.

거의 요새를 새로 지어야 할 판국이니 표정이 안 좋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거 하루 이틀 가지고는 안 되겠다.’

‘윽! 물질변환장치를 장기간 사용하면 엄청 피곤한데 말이야.’

그래도 용자왕에게 처단을 당하는 것은 사양이니 자신들과 낙제생들이 뜯어내었던 자재를 전부 회수하고 요새 수리에 들어간다.

치치치치! 따당! 땅! 땅!

철의 요새가 복구되는 소리가 요란했다.

빠르게 복원되고 있으나 아무리 보아도 과거 웅장했던 건물들의 모습이 아니라 여기저기 기운 판자촌 같은 모습이었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철의 요새가 이렇게 빈민촌이 되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아직 융합을 풀지 않는 용자왕들이었다.

구우우우! 우우우웅!

거의 무너지고 뼈대만 남은 건물을 의자로 삼아서 앉아버린다.

그리고, 그대로 대화를 시작한다.

“미안하다. 가이.

우리가 잠시 자리를 비워서 이렇게 되었다.”

“정체불명의 함대가 판 함정에 일반 용자 오십 명이 한꺼번에 당해서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

아직도 검붉은 살기와 투기가 불타오르는 거대 사자왕은 말이 없었다.

단지 다른 용자왕처럼 건물에 앉아서 동영상을 재생시킨다.

그것은 본성에서 아이언과 휴가와 관련되어서 한 대화였다.

수리하는 일반 용자와 요새 주변에 머리를 박고 있던 모든 낙제생이 들을 정도로 커다란 음향이 울린다.

그리고, 갑자기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이 사라진 정확한 사정을 알게 된 거대 용자왕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된 것이군.

그럴 줄 알았다.”

“역시 해방이 아닌 휴가였어.”

용자왕들을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이 지옥의 주둔지에서 해방되었다는 보고 자체를 믿지 않았다.

‘그러니 철의 요새를 해체하고 나갈 준비를 하자는 일반 용사들의 주장을 무시했다.’

‘우리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이 꼴이 되어버리는군.’

감시자가 없어지자 바로 저열하기 짝이 없는 가난뱅이 용병의 본성을 드러낸다.

이러니 용자왕들도 용자동맹이 은하제국과 신계에 얼마나 위험한 집단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야말로 평화를 위협하는 불만 세력이다.’

‘약간의 힘만 믿고 법을 무시하고 날뛰는 천둥벌거숭이야’

‘그런데 일개 행성의 전력을 가뿐히 뛰어넘는 불사자(不死者)의 군대다.’

‘신계라면 괜찮지만, 만약 지성체들의 사회에 복귀하면 큰일이 벌어진다.’

‘이러니 은하제국을 가호하는 아이언님이 풀어주실 리가 없지.’

여기까지 생각한 용자왕들은 이들의 지휘관이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럼 우리도 지옥에서 벗어나기는 글렀군.’

‘신계에서 영웅동맹과 동등한 지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千萬多幸)이지.’

‘그럼 언제 집에 갈 수 있으려나?’

‘용자들의 가족은 신계에서 확실히 돌봐주고 있다는데 직접 봐야 안심이 되겠어.’

내심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낙심한 용자왕들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이 용자왕들은 열외이니 무조건 보내라고 말하는 대목을 듣고 기뻐했다.

처음에 지옥에 끌려왔을 때는 억울하기만 했는데 용자왕이 되고 나서는 지성체들의 사회로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높은 대우였다.

‘솔직히 우리에게 이런 대접은 과분하지.’

원래 자신들은 사고로 장애를 당했으나, 돈이 없어서 빚으로 부분적인 기계 몸으로 개조한 이후에 전쟁터를 떠돌던 비참한 신세였다.

‘지금은 제국의 고위귀족보다 더한 대우와 보수를 받고 있다.’

‘주둔지가 지옥이고 나갈 수 없다는 점이 유일한 불만이 방금 사라졌다.’

신계의 중요전력인 용자왕으로서 어지간한 중요정보는 모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일에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나름대로 안목이 생겼는데 자신들이 확실하게 특혜를 받고 있음은 분명히 알았다.

‘본래대로라면 이런 경우 지옥에서 정기만 빼앗기고 환생인데 말이야.’

‘역시 아이언님이 강자에 대한 대우는 잘 해주시지.’

너무 잘해주니 충성심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점차 아이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천국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영웅동맹에 관한 관심이 생긴다.

그리고, 초월자가 된 일반 영웅들이 신계에서 정식으로 직책을 받았다는 말에 놀랐다.

겉돌고 있는 용자동맹에 비해서 영웅동맹은 확실하게 정신체의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것이다.

‘제국보다는 신계가 훨씬 낫다.’

‘될 수 있으면 신계의 일원이 되고 싶군.’

‘용자동맹의 일부를 천국으로 주둔지로 옮길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아이언에 용자동맹의 대표로서 직접 대면하고, 항상 깨지고 오는 사자왕 가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심정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일단 가족을 만날 생각에 부푼다.

‘이제야 겨우 안부를 전할 수 있겠어.’

‘용자왕의 물질변환장치면 평생 걱정 없이 살게 해줄 수 있다.’

간단한 생필품이나 만드는 일반기체와 달리 용자왕은 물질이라면 대부분이 변환 가능했다.

그러니 기뻐하던 용자왕들은 휴가에 대한 공동보증을 서라는 지시를 서라는 대목에서 얼굴이 확 굳었다.

“이…이게 무슨 소린가?

보증이라니?”

“그것도 공동보증?”

“이러면 신계의 기준이 아닌가?”

신계에서 계약이나 보증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잘못되면 개인이나 집안의 패가망신으로 시작하여 파산이나 자살로 끝나는 지성체와 달라.’

‘계약과 보증은 신령이 존재하는 한 영원토록 쫓아다닌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머리를 박고 엎드린 낙제생들과 이쪽을 보고 있는 일반 용자들이 들릴 정도로 크게 말한다.

“저 녀석들을 은하제국에 휴가를 보내는 대신에 우리보고 보증을 서라는 것인가?”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이건 우리보고 소멸하라는 뜻과 같지 않은가?”

“아예 보내지 말라는 지시인가?”

“….”

사자왕 가이도 절실하게 동감이니 대답이 없이 영상만을 계속 틀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에 사자왕이 전부 알아서 하되 혼자서 책임지라는 대목이 흘러나왔다.

“….”

“….”

“….”

“….”

용자왕과 일반 용자, 낙제생들은 모두 침묵했다.

왜 갑자기 친근하게 대하기만 하던 사자왕 가이가 모두를 죽여버리겠다고 날뛰었는지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특히 어느 정도 정신체의 사회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용자왕들은 동정심까지 보일 정도였다.

‘아이언님도 너무 하시는군.

용자동맹의 부조리를 모두 사자왕 가이에게 지우실 생각이시다.’

‘내가 사자왕 가이와 똑같은 지시를 받은 처지라면 이들에게 더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용케도 참고 있군.’

사자왕 가이도 정신체들의 사회에서 보증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안다.

‘독약이 달린 미끼 같은 휴가 권한 따위는 당장 반납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지옥에서 해방될 기회를 버릴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해방을 허락받았다.

지금 거부한다면 지옥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영웅동맹은 아이언과 신계의 지시를 받아서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면서 공적을 세워서 발언권과 직위가 갈수록 높아졌다.

용자동맹은 정반대의 상황으로 보면 되었다.

‘자괴감이 들지만, 신계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우리에게 이런 배려는 다시 없어.

지옥에서 막대한 지원만 받아먹고 아무것도 안 하는 용자동맹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기회다.’

그 대가가 자신의 보증이니 거대 사자왕 가이는 엄청난 살기와 투기를 품어내면서 말문을 열었다.

“용자는 어떠한 부귀영화를 바라고 살지 않는다.

오로지 약자를 위해 강자와 싸운다.

완벽한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사의 길이다.”

사자왕 가이는 엄청난 희생을 각오해야 하니 이제는 완벽이라는 말을 붙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니 묵묵히 듣고 있는 용자나 낙제생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멋진 말이기는 한데 누구나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옆에 있던 용자왕들도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밀어붙이지 말라고 조언을 하지만, 사자왕 가이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언에게 처음 들었던 이 단어가 신령을 울리면서 자신의 신격을 올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신일체(機神一體)의 경지에 들었던 주원인이기도 했다.

‘나는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의 그 자체였다.

이 이념이 퍼지고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나는 강해진다.’

전쟁터에서 모든 용자동맹이 한마음으로 외치는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이라 구호를 듣는 순간 신체가 급격하게 고양되고 능력이 상승이 되었다.

‘십만이 모인 용자동맹의 가치로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새우자 엄청나게 강해졌다.

마치 신도를 모으는 신이 된 느낌이었지.’

수억 년을 수련해온 검의 주신이 조종하는 영웅왕과 맞상대를 가능하게 할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하게 해준 기반이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걸 포기하고 타협하는 길로 돌아선다면 나는 평범한 용자로 끝날 것이다.

중도 포기는 아이언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러니 사자왕 가이로서는 더욱 강하게 주장했으면 했지 물러설 수 없었다.

“완벽한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에서 어긋나는 놈들은 용자동맹이 아니다.

당연히 내 동료나 부하도 아니다.

휴가를 금지하고 영원히 지옥에 처박아 버리겠다.”

극단적인 발언이지만 망설이지 않는다.

‘용자동맹의 누구라도 갈망하는 휴가라는 권한을 받았다.

이번 일로 실망도 잔뜩 했으니 거칠 것이 없다.’

그렇게 사자왕 가이의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를 앞세운 독주는 시작되었다.

지독한 살기와 투기를 품어내니 감히 이견을 말하는 용자동맹은 아무도 없었다.

팔랑!

그런데 허공에서 종이 한 장이 거대 용자왕 사이로 떨어진다.

그리고, 중앙 신계의 신계 자아의 목소리가 울린다.

“위대하신 신계 주신님이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의 지시이십시다.

가족이 없는 일반 용자와 낙제생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은하제국의 행성명단을 보내셨습니다.”

용자왕들은 아이언의 지시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건물 의자에서 일어선다.

벌떡! 벌떡! 벌떡!

그들은 불만이 있든 없든 상명하복에 철저한 신계의 분위기에 서서히 젖어 들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휴가 행성명단을 바로 읽어 들인다.

오랜 용병생활로 바로 위치를 알 수 있었고 한마디씩을 한다.

“대부분 변방이군.”

“과거 연합과 중립지역도 많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들 행성 외에는 휴가를 금지한다는 항목이 기재되어있었다.

아이언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정확히 휴가 행성을 찍어주었는지 전혀 몰랐지만, 이걸로도 충분했다.

수백 개가 넘었고, 휴가 행성은 용자왕의 요청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사항도 적혀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만 아니면 되었다.”

“많이 개발된 행성도 많군.

이러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겠어.”

여기에 가족이 있거나 용자왕들은 휴가 행성의 제한이 없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었다.

어떤 지시가 내려와도 항상 들어가 있는 특별한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는 용자왕들이었다.

‘역시 세심하시군.’

‘강자라고 인정하시면 무척 잘해주시지.’

용자왕들은 기뻐하지만, 사자왕 가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행성의 명단을 끝까지 읽으면서 분석하고 있었다.

책임을 혼자 지게 된 이상 어떻게든 위험부담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휴가라면 목숨을 거는 군인들을 많이 보아왔기에 힘으로 눌러도 언제인가는 터진다.

이놈들을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 발전된 행성으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움직이지 않겠지.’

휴가를 보낼 행성명단을 하나하나 읽다가 연합과 중립지역 행성 이외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제국과 극심하게 대립해서 용병들이 많이 투입되었던 행성들이군.’

그런데, 마지막 줄에 아주 크게 쓰여있는 단어가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세금미납 행성명단?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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