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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은 초능력자로서 대부분 지배층이거나 제국의 귀족 출신이다.
‘영웅동맹 측은 휴가를 받으면 집에서 편히 쉬겠지만, 우리는 다르다.
속칭 있는 자들이니 휴가를 간다고 문제가 있을 리가 없다.
귀족이나 지배층이었던 영웅동맹의 초능력자들이 같은 초능력자인 은하제국의 여왕이 다스리는데 사고를 칠 리가 없잖아.
개조인간 용병으로서 하류 인생이었던 우리와는 달라.’
그러나 없는 쪽인 용자동맹은 달랐다.
이대로 고삐가 풀리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빚을 갚거나 유흥비를 마련하겠다고 별짓을 다 할 것이 뻔히 보이는데 어떻게 보증을 설까?’
부자 친구는 쉽게 큰돈을 빌려주고 받을 수 있지만, 가난한 친구는 그럴 수가 없다.
차라리 돈을 그냥 주는 쪽이 우정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용자동맹은 가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거지였다.
‘부분적으로 개조하는데도 돈이 없어서 빚을 지거나 할부로 끊어서 지급한다.’
개조 인간은 돈이 부족해 육체 일부만 기계 몸으로 바꾸고 연합과 제국의 전쟁 중이라 가장 벌이가 좋은 용병생활을 한다.
대부분 용자가 그러했다.
‘개조 인간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얻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이들을 통제하려면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는 자폭장치만으로는 부족해.’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기에는 이제 용자동맹이 이름이 마음에 차지하는 비중이 가볍지 않아서 못한다.
결국, 누구를 휴가를 보내겠다는 대답을 못 하는 사자왕 가이를 본 아이언은 혀를 차면서 말한다.
“쯧! 그렇게 바라던 권력이나 혜택을 주어도 서로를 믿지 못해서 쓰지도 받지도 못하는 못난 놈들!
똑같은 지원을 했는데도 왜 영웅동맹은 천국이고 용자동맹은 지옥임을 아직도 모르겠느냐?”
“….”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
초능력자와 개조인간 모두가 똑같은 신계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시작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정식 조종자가 되고 나서 기체와 함께 선택권이 부여되었다.
아이언과 신계에 충성한다면 천국이 주둔지로 주어지고, 거역한다면 지옥에서 살아야 한다.’
영웅동맹의 초능력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충성을 맹세했고, 용자동맹은 자유를 선택해서 지옥으로 왔다.
‘지옥도 용자동맹의 선택이었지.
통제 대신에 자유를 원했다.’
지옥이라고 해도 정식 조종사가 되어서 기체를 받았으니 위험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런데 악당동맹이 덤벼들었다.
노획한 기체의 소유권을 인정한다고 했으니 악착같았지.’
거기서 끝났으면 편히 있는 꼴을 못 본다고 치사하다고 할 것인데 떨어진 이후의 생활태도가 문제였다.
‘용자동맹 모두가 한마디도 항의를 못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용자로 인정받은 존재들이 지옥에서조차 서로의 다름을 못 참고, 자신만이 올바르다고 주장하면서 투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워낙 힘의 격차가 큰 용자왕들을 제외한 일만 명의 개조 인간들의 서열 다툼은 아직도 수습되지 않고 있었다.
신계에서 보고받은 용자동맹의 현황 보고서를 읽은 아이언이 혀를 찰 정도였다.
“쯧쯧! 전투할 때는 목숨조차 맡길 수 있는 전우 어쩌고 하면서, 왜 조금만 평화로우면 서로 싸우고 난리를 치나?
그 많은 지원을 받으면서 대부분이 지옥에 있는 낙제생들보다 생활이 못하다니?
자신의 것이 충분하면서 왜 남의 것을 탐내나?
신계는 용자동맹에게 천국을 주어도 바로 지옥으로 만들 것 같다는 평가를 하고 있구나.”
“….”
용자동맹을 통솔하는 자신조차 동감하는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아이언의 냉정한 말이 머리를 꽉 조여온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이게 네가 바라는 용자의 모습이냐?
양아치나 거지지.”
“….”
영웅동맹과 악당동맹의 습격이 없어도 매일 서열 싸움에 조금이라도 보급품을 많이 받겠다고 난장판이 벌어지니 할 말이 없었다.
‘용자동맹의 낙제생들은 더욱 엉망진창이다.
그 자식들은 보급품을 걸고 무허가 도박판에 불법 투기장까지 벌이고 있어.’
죽지 않고 무료하니 동료끼리 서로 부수는 일을 오락으로 삼는 모습을 보니 완전히 지옥이었다.
그런데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이 세운 요새에서는 이런 혼란이 없다.
‘악당동맹들과 정체 불명의 함대 공격을 영웅동맹의 낙제생들도 거의 같은 수준으로 받는다.
그런데 이들은 여유가 생기면 개인수련을 해서 경지를 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마치 군사학교에 군 간부와 같은 분위기였어.
그에 비해 철의 요새는….’
비교할 가치도 없었다.
익숙하기 짝이 없는 도시의 슬럼가 혹은 뒷골목 분위기에 깡패들이 몰려다니는 쓰레기장이었다.
그러니 용자동맹의 책임자로서 점점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같은 지옥인데도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니 상황도 점점 악화가 되고 있다.
습격을 받아도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집합하여 바로 격퇴를 해버려서 이제는 우리만 중점적으로 노린다.
그런데도 개조 인간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아.’
이러니 주변의 평가는 당연히 절망적이다.
그런 사실을 사자왕 가이는 용자동맹의 대표로서 신계의 이런저런 회의에 불려 다니기 시작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회의장에서 만난 주변 지배층들이 인식하고 있는 용자동맹은 정말 문제가 많았다.
용자동맹이 있는 곳이 지옥이라고 하던가?
진짜 지옥에 가둔 당사자들에게 들을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런 평가가 맞아.
원래 출신이 용병들이라서 성향이 거칠다는 점을 고려해도 천국에는 절대로 무리야.
지옥에서도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돼.’
작은 용병단의 단장으로 보아서도 지금 당장 두들겨 패서 쫓아내야 할 정도로 기강이 엉망진창이다.
그러나, 아무리 최강의 용자왕으로 대표라고 인정받았다고 해도 그럴 권한은 없다고 생각해서 외면해왔는데 상황이 변한다.
“일단은 네가 용자동맹의 최강자이니 대표다.
용자동맹의 휴가권을 위임해줄 테니 네가 알아서 보내.
휴가 나간 용자가 사고를 치면 모두 네 탓이다!
네가 알아서 수습해.”
“!?”
지금 사자왕 가이는 지옥에 있는 누구나가 바라는 집으로 휴가라는 막강한 권한을 얻었다.
‘용자동맹의 낙제생들과 일반 조종사를 지옥에서 은하제국으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지금 받았다.
이러면 확실히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아!’
휴가의 권한과 사고수습의 의무까지 완벽하게 받은 사자왕 가이는 갑자기 입안이 타들어 가고 속이 답답해진다.
‘으음! 분명 집에 보내면 분명 은행부터 털러 갈 놈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문제아들을 믿고서 은하제국에 휴가를 보내라니 그럴 수는 없다.
절대로 못 보내.’
그런데 눈앞에 영웅동맹 낙제생들의 휴가자 명단이 계속 보인다.
‘누구는 한 명조차 내보내기가 꺼려지는데 검의 주신은 거의 전원을 보내?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환경은 같은데 출신 성분과 성향이 엉망이라서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이제는 드디어 머리가 송곳으로 쑤시는 듯이 아파진다.
‘으윽! 이게 화병이구나.’
다시 신중하게 머리를 굴렸다.
‘만약 은하제국의 죄 없는 국민이 용자동맹에 죽는다면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휴가를 가서 어떤 짓을 할지는 바로 보인다.’
가장 먼저 그런 권한이 없다고 숨길 생각이 들었으나, 영웅동맹의 낙제생들이 전부 휴가를 가버리면 바로 근처에 있는 용자동맹이 모를 수가 없었다.
‘너희가 사고를 칠 것이 뻔하니 지옥에서 내보내 줄 수 없다고 말하면 바로 폭동을 일으키겠지.
휴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바로 들고 일어날 것이다.’
일시적이지만 지옥에서 풀어줄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받았는데 지독한 사고뭉치인 부하들 때문에 오히려 기세가 잔뜩 죽은 사자왕 가이였다.
그런 모습에 아이언은 바로 소리부터 질렀다.
“너 이제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발언했다며?
원하는 권한을 주어도 그 꼴이냐?
바로 가서 용자동맹의 휴가자 명단부터 짜와!
은하제국에 휴가를 가서 사고를 안 칠 용자들이 하나도 없으면 용자왕 만이라도 보내!
강자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예.”
이것만은 바로 대답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진정한 친구로 인정한 용자왕들의 휴가였기 때문이다.
‘신계에서도 용자왕들은 그나마 믿을만하다는 평가다.
거친 용병답지 않게 인정이 많고 향락을 즐기지 않으면서 자기수련에 힘쓴다.’
서로 비슷한 입장이 되어서 문제가 엄청난 용자동맹을 이끄느라 고생을 하는 용자왕들의 결속은 단단하다.
‘용자동맹이 그 난리를 겪으면서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갈수록 위엄이 넘치는 수련자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니 용자왕이 고위신의 기계 분신답게 빙의하면 사람의 성향을 바꾼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이 원래 용자왕들의 천성이었다.
하위층에서 드러나지 않던 성향이 엄청난 지원과 뛰어난 환경에서 원래의 모습을 찾는 중이었다.
‘그들만이라도 보내야 해.
그동안 나를 많이 도와주었으니 보답을 해야 하지.
그리고, 그들은 가족이 있어.
집에 가서 보게 해주어야 해.’
다른 용자왕들은 자신과 달리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노련한 용병이면서도 신기하게 모두 가족이 있었다.
‘가족을 위해서 지옥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영웅왕의 탈취에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생활태도가 믿을 수 있으며 의지할 가족도 있는 용자왕 두 명은 무조건 통과를 시킨다.
그러나, 다른 용자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옥에서 내보내어서는 안 되었다.
‘가족이 있는 용자왕들은 조용히 집에 갔다가 기한이 되면 돌아오겠지.
그러나, 돈과 그것도 없으면서 술집이나 창녀촌으로 돌진하겠다고 저질 농담이나 하는 다른 글러 먹은 놈들은 안 돌아오려고 발악을 할 거야.
이제 다른 용자들과 낙제생들을 어떻게 달랠지가 문제다.’
사자왕 가이는 엄청난 고민을 하면서 신계 자아에 의해 열린 지옥으로 가는 공간 문으로 고개를 팍 떨어트리고 돌아갔다.
그렇게 아이언이 명예대공의 입장으로 영웅동맹에게는 반역한 총독토벌의 준비를 시키고, 용자동맹에게는 휴가를 주자 여왕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프롬 여제는 크롬 공주에게 의지를 보내서 묻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겠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리 보아도 즉흥적으로 한 지시 같았다.
그러나, 아이언은 명확한 목표와 이유가 있었다.
‘용자와 영웅, 환경까지 준비가 다 되었다.
이제야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과 계약을 수행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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