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연합과 전쟁을 하던 제국 시절도 아닌데 치안 불안과 자치를 이유로 세금의 면제를 주장하는 총독들에게 분노한 프롬 여제였다.
그래서 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 뻔한 신족인 아이언의 개입을 허락한다.
오히려 명예롭지 않은 숙청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주니 고맙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명예대공.”
하급자가 상급자가 무시했다고 처단할 수 없으니 반역을 시도하고 있다는 명분을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 해당 예산 관료들을 호출하여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연락을 받지 않든 말든 각 행성 총독들의 비상연락망을 연결해 놓은 상태였다.
‘음성이나 영상은 모두 듣고 있을 것인데 아직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아이언이 보기에 은하제국의 초창기라서 아직 다른 꿈을 꾸는 인원이 이렇게 많다는 뜻이었다.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은하제국이 부여하는 국민의 권리를 누리면서 의무인 세금을 내지 않는다.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으면 은하제국의 국민이라 할 수 없다.
총독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반역으로 처단한다.”
“!”
“!”
이게 이번 회의의 결정타였다.
화면 너머 총독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고, 주변 참모들의 웅성거림이 전해져온다.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총독들에게도 분명 이쪽의 영상과 음성은 전해졌다.’
아이언은 빈 화면을 보면서 최후의 경고를 날린다.
“나는 자비로우니 다시 은하제국에 충성하는 신하이자 국민으로서 살 기회를 주마.
밀린 세금을 최대한 빨리 전액 납부를 해라.
납부기한은 에메랄드 여왕이 우주해적단을 처리하고 복귀하는 날까지다.”
그 이후로 이제까지 무표정하게 가만히 있던 프롬 여제의 표정에서 의혹이 약간 드러난다.
‘왜 정확한 기한을 이야기하지 않고서 이렇게 모호하게 설정을 했지?’
프롬 여제는 에메랄드 여왕이 우주 해적을 모두 사로잡고, 막대한 보물까지 획득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에메랄드가 본성 함대를 몰고서 곧 복귀한다는 사실을 총독들은 아직 모른다.
우주해적 토벌은 대부분 몇 개월이 넘게 걸리지.
이러면 바로 세금을 내는 총독들은 거의 없다.’
프롬 여제가 의문을 가졌지만, 그녀의 품속에 안겨있는 아이언은 아직도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총독들에게 최후의 경고를 날렸다.
“사라진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들이 살아있는지 궁금하다고?
이번에 똑똑히 보여주도록 하지.”
드디어 투자만 해온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을 부려먹을 시기가 왔으니 기쁘기까지 한 아이언의 얼굴에는 미소가 환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웃음을 본 악당동맹 소속의 관리들은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을 총독 숙청에 쓰실 생각이다.’
‘그럼 악당동맹도 나설 기회가 올지 모른다.’
악당동맹은 지옥의 악령들을 제압하면서 마도(魔道)를 익혔다.
여기에 아이언의 명령으로 동맹과 낙제생들에게 시비를 걸면서 실전경험까지 해서 막대한 힘을 손에 넣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지옥이 아닌 곳에서 사용할 기회가 온 것이다.
‘항상 동맹에게 당하기만 했지만, 은하제국의 총독들이 상대라면 식은 죽 먹기이지.’
악당동맹은 초월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언에게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과 마도를 적용을 받은 이후로 원래 가지고 있던 욕망이 누구보다 강해진 상태였다.
그들의 목적은 낮에는 더 많은 부귀영화였다.
‘반역토벌을 하다가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어.’
그리고, 밤에 도착한 지옥에서는 초월자나 마족이 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뀐다.
‘모처럼 얻은 부귀영화를 영원히 누리기 위해서는 정신체로 진화가 가장 급선무다.’
‘이번 일을 잘하면 우리도 초월자가 될 수도 있다.’
‘하다못해 마족이라도 되겠지.’
시킨 일을 잘 수행하면 엄청난 보상을 주는 아이언의 성향을 파악 한지는 오래였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신계에서 악당동맹의 평가가 그야말로 최하의 바닥이기 때문이다.
‘초능력이 없이 악령들을 쓴다고 동맹의 낙제생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것은 지긋지긋해.’
‘우리도 은하제국에서는 모두 높은 신분이란 말이야!’
아이언이 악당동맹을 버리지 않는 한 상당히 오래 있을 신계였다.
그런데 최하층에 속해서 무시를 당하니 계급 상승을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할 각오를 한 지는 오래였다.
‘우리가 낙제생보다는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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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동맹들이 한몫 단단히 잡고, 정신체로 승급하는 목표에 의욕에 불태우면서 관리들과 함께 물러난다.
이어서 총독들의 비상연락망도 닫히면서 이제 여왕들과 아이언만이 남았다.
그러자, 아이언은 투명한 황궁의 천장에 비쳐 보이는 달에 신력을 모아서 외쳤다.
“중앙 신계! 영웅동맹의 검의 주신과 용자동맹의 사자왕을 여기로 호출하라.”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영웅왕을 타지 않은 두 명이 나타난다.
중앙신계의 지옥과 천국에서 은하제국의 본성 위성의 신계를 통해서 바로 공간이동을 시킨 것이다.
임무를 완료한 신계 자아의 의지가 은은하게 울린다.
‘위대하신 신계주신이시여.
지시하신 두 명의 소환을 완료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신속한 공간이동에 여왕들의 얼굴이 굳었다.
정신체의 권능이 물질문명을 초월한다는 사실은 이제 잘 알고 있지만, 이번 일로 다시 놀란 것이다.
특히 신계가 벌써 이 정도로 능력을 발휘할 줄 몰랐던 크롬 공주의 조합능력이 분석을 시작한다.
‘은하계의 정 가운데에 있는 중앙신계는 은하제국의 황성으로부터 은하계 이 분의 일 정도로 떨어져 있지요.
그런 먼 거리에 있는 존재를 겨우 몇 초 만에 불러들였어요.
은하제국이라면 일주일은 넘게 걸릴 일이에요.’
‘신계가 이제 거의 완벽하게 은하계 전체에 공간이동을 구현하는구나.’
더구나 이렇게 빨리 이동해온 두 명은 우주함대를 뛰어넘는 강자였다.
이것이 바로 반드시 죽는 육체와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유한한 공간이라는 물리법칙에 통제를 받는 지성체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정신체의 강점이었다.
‘물리법칙의 제약을 권능으로 벗어난다.’
프롬 여제는 저런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하고도 아무런 불편한 기색이 없는 두 명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으으음! 솔직히 이길 엄두가 나지 않는구나.
이것이 바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드시 죽음을 맡게 되는 유한한 육체가 아닌 권능을 통해서 무한한 수명과 강함을 가진 신체가 계속 쌓아온 신격의 차이로구나.’
그런데 검의 주신은 엄청난 세월을 그렇다 쳐도 분명 얼마 전까지 초능력도 없는 개조인간 용병에 불과하던 사자왕 가이의 변모는 놀라울 정도였다.
사자왕 가이는 목 아래로는 검은색의 전신 갑옷을 입은듯한 사이보그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슬슬 길어지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검의 주신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품어내고 있었다.
크롬 공주의 조합권능이 발동되면서 현재 상황을 분석한다.
‘아이언님의 기계 분신의 단말인 영웅왕과 기신일체(機神一體)로 하나가 되면서 신령으로 승급했다.
이제 사자왕 가이는 환생을 통한 정화를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나약한 영혼이 아니다.
최고위 창조신의 사도가 되었어.’
물론 강제로 끌려와서 지옥에 처박혀있으니 충성심은 아예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중앙신계의 범죄신이었다가 구원을 받은 검의 주신은 달랐다.
열세 쌍의 빛의 날개를 접고 양손을 앞으로 모으면서, 아주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일천 중앙신계 영웅동맹의 총교두인 검의 주신이 위대하신 신계주신이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을 뵈옵니다.”
투신이자 군신으로서 최고의 존경을 보인다.
인사를 받는 바로 앞에 한참 신격이 떨어지는 일반 초월자인 여왕 둘이 같이 있었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아이언님이 비록 초월자이시나 개인의 힘으로 최고위 창조신이 되었다.
신족에서 최강의 존재가 틀림없기에 휘하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다.
더구나, 부활한 신계중 하나가 영웅왕의 정식 조종자인 나를 위해서 조정이 거의 완료되고 있다.
약속을 지키신 것이다.’
그렇게나 염원했으나 도저히 불가능하던 행성 신계 주신의 자리가 바로 눈앞이다.
그러니 충성심이 최고로 올라서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일반 초월자인 여왕에게도 고개를 숙인 상황이 되었지만, 아이언의 유모라고 이해할 정도였다.
그러나 옆의 사자왕은 달랐다.
“….”
오직 올려다보면서 인사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용자동맹은 기계신(機械神)과 동등한 놀라운 개조 몸체와 용자왕이라는 엄청난 무력을 받았다.
하지만, 자폭장치가 달린 개 목걸이다.’
자폭장치를 숨겨놓지도 않는다.
갓 스톤이라는 동력원이자 조종장치의 바로 앞에 붙여놓았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빙의하면 자폭장치부터 무조건 보게 되어있다.’
용자왕은 물론이고, 용자동맹의 일반기체도 모두 자폭장치가 붙어있다.
이러니 정식 조종사로 인정을 받아도 기뻐할 수가 없었다.
‘폭탄을 타고 있는 셈이다.’
슬쩍 검의 주신을 도발해서 영웅동맹에게도 자폭장치가 있는지 확인을 했다.
당연히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분노하는 용자동맹에게 검의 주신은 이렇게 쏘아붙인다.
“신계와 신계주신이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에게 충성하지 않는 주제에 배려를 원하느냐?
강대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
우리 영웅동맹은 그 대가로서 충성을 바쳤고, 거부한 용자동맹은 자폭이란 제약을 받았다.
이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입장의 차이가 크니 참으로 할 말이 없는 답변이었다.
거기에 귀한 영웅왕을 용자동맹에게 빼앗겨서 잔뜩 성이 난 검의 주신은 일갈했다.
“용자왕의 힘이 없다면 너희는 단순한 기계신보다 못해!
고위 주신조차 능가할 힘을 거의 공짜로 받았으면서 왜 원망을 하나?
권리를 원하나 의무를 수행하기는 싫다는 뜻이냐?
의무 없는 권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노력해서 얻은 힘이야말로 귀중한 것이다.
그것만이 사라지지 않는다.”
참으로 가차 없는 평가였다.
검의 주신은 원래 용자동맹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구나 미워해야 할 확실한 이유도 있다.
‘개조 인간의 특성인 기신일체(機神一體)에 도달하기 쉽다는 특성 때문에 주신들이 조종하던 영웅왕들을 빼앗겼다.
영웅동맹의 총교두로서 이런 수치가 없다.’
그 뒤 주신들은 이를 악물고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영원히 살고 모든 기록이 남는 신족에게 이 정도로 치욕적인 일이 없었다.
‘이미 준비되어있는 영웅왕을 다시 주신다고 하지만 용자동맹에게 기체를 빼앗겼던 기록은 영구히 남는다.’
‘용자동맹과 실전경험을 쌓으라는 지시가 없어도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보고 싶은 심정이다.’
‘반드시 회수해야지 만회가 된다.’
또 영웅왕을 타면 바로 빼앗길 수도 있다.
그래서 새로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신기를 받고 나온 주신들의 분노 서린 음성이 울린다.
“참으로 순간에 살고 감정에 몰입하는 몰염치한 존재들답게 어리석구나.”
“겨우 명령을 거부할 경우 자폭이란 간단한 제약만 거신 위대하신 신계주신님의 자비에 감사해라.”
자신들만 자폭장치가 되어있다고 분노를 터트리는 용자동맹의 모습은 신족인 그들에게는 용납하기 힘들었다.
신족으로서 대답이 흘러나온다.
“강대한 힘은 통제할 수 있는 자에게만 부여해야 한다.”
“갑자기 쉽게 힘을 가지면 폭주하여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
“자폭장치를 가진 용자동맹으로 사는 삶이 그렇게 싫다면 용자왕과 일반기체를 모두 반납하고 지옥으로 악령으로 살아가라.”
“염치가 없는 너희에게는 그게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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