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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이 생각하기에 강자로 태어났으면 끝없이 수련하여 더 상위의 경지를 노려야 했다.
‘스스로 강해져서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세계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발전시킨다.’
이것이 영웅으로서 태어난 강자의 의무였다.
그리고, 나란히 누워있는 두 명이 서로 호응하면서 권능과 초능력을 높여가자 이제는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서 쳐다보는 아이언이었다.
이 둘에게 해야 할 일을 마친 셈이었다.
‘이제 크롬 공주와 에메랄드 여왕은 유모로서 준비가 되었다.
남은 것은 프롬 여제로군.’
본래의 아이언의 흐름에서는 제국을 무너트리고 강제로 그녀의 몸을 취한 원수와 같다는 사실을 알기에 지극히 조심해야 할 상대이기도 했다.
어떻게 진행할지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두 명의 진화가 안정적으로 진행하게 돕는 아이언이었다.
여유는 있었다.
‘천천히 추진하자.
여창조신인 대모(大母) 마하가 있으니 급하지는 않아.
지금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은 은하유성 수련행성에서 신체 강화의 성공이다.
아무리 예측을 벗어날 정도로 위력이 높게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소멸 직전까지 밀렸다니 이런 수치도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시 들어가기에는 아직 무리였다.
뼈는 이제 무사하겠지만, 근육과 피부는 관통당하기 때문이다.
“대모(大母) 마하에게 다시 즉시 부활제와 회복제를 얻고 재도전해야 하겠군.”
받아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 그녀도 준비가 될 리가 없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제외한 다른 유모들은 아직 평범한 수준이라서 큰 도움이 안 되니 고민에 빠지는 아이언이었다.
톡톡톡톡!
가볍게 손가락으로 함장 의자의 손잡이를 두드린다.
“우주 해적의 일이 잘 해결된 덕분에 시간이 많이 남아버렸다.
그럼 은하제국을 조금 더 손을 볼까?
반역의 마음을 먹고 준비하는 총독들을 잘 처리해서 지옥으로 끌고 가 악당동맹의 후보생으로 삼으면 되겠지.”
우주 해적의 일이 잘 끝났으니 에메랄드 여왕은 앞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녀가 아무리 잘해줄 생각을 해도 일단 반역할 생각을 하는 지배층은 결국 배신을 한다.’
그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아이언은 가차 없는 숙청계획을 세웠다.
“이런 숙청은 여왕이 직접 하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상당하지.
이런 건 명예대공인 내가 담당한다.
프롬 여제와 총독들의 처리방식을 고민해보아야 하겠군.”
거의 승급이 완료되어서 이제 중급 초월자 수준의 존재감을 보이는 크롬 공주를 그대로 품으로 안아 들었다.
꼭 안겨 오는 그녀의 신체를 그대로 안고서 차원의 문을 열어 은하제국의 본성으로 이동하는 아이언이었다.
그들이 떠나고, 혼자 남겨진 에메랄드 여왕은 잠시 후 동화를 풀고 자신의 육체로 돌아왔다.
해적들에 대해서 자신의 감정과 은하제국의 모든 국민이 이해할 만한 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육체와 의지가 합쳐진 순간 그대로 신음부터 질렀다.
“으으으으윽! 아파!”
몸 전체에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내는 신음 속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흐윽! 그렇지만 다행이다.”
일단 신체 전부에 고통이 있고 전부 의지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퀸 엘리자베스호와 동화하여 돌진하기 전에 전신 마비까지 각오했었다.
‘어떻게 했는지 모른 정도로 강력한 초능력을 발휘했으니 육체가 무사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죽기 직전까지 육체가 망가져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대부분 무사했다.
다만 자세가 조금 이상했다.
입과 턱, 목구멍에도 아주 이상한 감각이 남아있으니 더욱 휴식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너무 무리해서 몸의 감각이 이상해진 모양이야.
일단 쉬어야 해.’
에메랄드 여왕은 본성 함대에 주변의 수색을 맡기고, 해적함대에는 추가장갑 안에 있는 보물의 회수를 명령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해적함대는 비밀기지 안의 수리공장이 바로 보물을 장갑 안에 넣기 위한 시설이었기에 빠르게 보물을 꺼내서 모았다.
그렇게 우주 해적의 막대한 보물과 우주 해적함대를 손에 넣은 에메랄드 여왕은 복귀를 서두른다.
“본성으로 가자.”
우주해적단을 완전히 사로잡고, 몇 년분의 예산인 엄청난 보물을 회수했다.
‘이 정도의 공적이면 어마마마에게 다시 맡겨놓았던 은하제국 여왕의 자리에 다시 앉을 면목이 선 셈이야.
육체의 고통을 수습하고, 다시 함장의 복장을 갖추고 의자에 앉은 에메랄드 여왕의 얼굴은 아주 밝았다.
그리고, 본래의 지극히 날렵한 외모를 되찾은 우주 해적함대에 지시한다.
“동면 중인 우주 해적은 인간이 살 수 있는 무인 행성에 모두 갖다 버려.”
“예! 알겠습니다.
여왕님”
더욱 강화된 함대 지배의 초능력에 제압당한 우주 해적함의 인공지능들은 과거의 주인들을 버리라는 명령에도 기쁘게 따른다.
‘인간이 살 수는 있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 개발되지 않는 무인 행성은 은하계에 찾아보면 많다.
이런 외곽 지역은 아무도 오지 않지.
언제 개발이 될지 아무도 모르니 완벽한 유배다.’
에메랄드 여왕은 잠시 망설이다가 추가적인 지시를 내린다.
“동면장치를 벗어나도 바로 깨지 않게 수면제를 투입하라.
자는 동안 모두 발가벗기고, 총알 하나만 넣은 자살용의 총 한 자루씩만 남겨준다.”
초능력자에게 과학 도구를 주었다가는 어떻게든 탈출수단을 만들어서 행성을 벗어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에메랄드 여왕은 의복조차 허락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해적함들에 그려진 해골 마크를 쳐다보면서 나직하게 선언했다.
“해적은 해적의 방식으로 처단한다.
은하제국에 반기를 든다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무인 행성에 추방될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에메랄드 여왕은 애써 우주해적단의 기함 ‘본 스피어’를 외면한다.
저기에 타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결정을 철회하고 싶지만, 은하제국의 여왕으로서는 그럴 수는 없었다.
‘과거 동료들이 건든 상대가 너무나 좋지 않아.’
하필이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명예대공 아이언에게 시비를 건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알 수가 없어.’
만약 제국의 귀족이나 총독을 약탈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감히 함대의 여왕인 자신에게 겨우 우주 해적 몇 명의 문제로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예대공인 아이언은 다르다.’
떠나오기 전에 우주 해적을 용서하고 싶으면 법을 고치라고 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자신이 내린 처벌이 가볍다고 느껴지면 어떻게 나올지는 바로 예상이 되었다.
‘누구나 합당하다는 처벌을 내리지 않으면, 명예대공 아이언이 직접 나선다.
그러면, 또 살아있는 채로 지옥에 끌려가겠지.’
다시 지옥에 들어가느니 무인행성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사는 방식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더구나, 믿는 구석도 있었다.
‘모두 강력한 초능력자이니 맨몸으로 유배를 당해도 불편하지는 않다.
자살하지 않는 한 죽지도 않겠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은하제국이 안정되고 상황이 조용해지면 다시 찾기로 하자.’
이렇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내린 알몸 유배 결정이었다.
그래서, 우주 해적함들이 장거리 공간이동을 해서 주변의 쓸만한 행성으로 사라지는 모습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보물을 회수하고 분풀이도 한 에메랄드 여왕의 가슴 속에 다시 애틋한 사랑이 감정이 떠올랐다.
‘해적이 아닌 여왕으로서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군요.
잠시 이별이에요.’
어느 정도 과거의 인연을 정리한 에메랄드 여왕의 함대가 본성을 향해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시작한다.
그때 본성에서는 아이언과 프롬 여제, 크롬 공주가 모여서 회의 중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의 노한 기색이 역력한 음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은하제국에 반역하면 본인만 끝장을 내야 하느냐?”
아이언의 목소리가 뒤흔드는 회의실의 중앙에 위치하는 에메랄드 여왕의 왕좌는 비어있다.
왕좌 좌측에는 오래간만에 모습을 보인 크롬 공주가 앉아 있고, 우측에 선대 여왕인 프롬여제가 있다.
그리고, 프롬 여제의 허벅지 위에는 아이언이 앉아 있었다.
그렇게 네 명이 앉은 왕좌 앞에 엎드린 은하제국의 실무자들은 모두 식은땀만 흘린다.
“반역자를 따르는 군대와 관리까지 처단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행성에 속한 모든 인간에게 책임을 묻어야 하는가?”
앞에 엎드린 수백 명의 관리는 군인이 아니라 예산을 담당하는 실무자였다.
허공에는 각 행성의 총독들을 비추는 수백 개의 화면이 떠 있었다.
그들에게 명예대공으로 자신을 소개한 아이언은 무지막지한 존재감으로 그들을 억누르면서 잘못을 추궁하는 중이었다.
소년의 목소리지만, 근엄하게 묻는다.
“은하제국의 법은 인권을 중시하여 연좌제를 금지했다.
연합과 제국을 가리지 않고 능력을 중시하여 총독에도 임명했다.
그런데 돌아온 결과가 이것인가?
왜 세금을 내지 않는가?”
프롬 여제에게 부족한 예산문제로 불려온 관리들은 모든 총독이 쳐다보고 있으니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나온 대답은 에메랄드 여왕에게 했던 대답과 같았다.
“총독들이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제국의 본성이 아무리 부유해도 은하계 전체를 지탱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명예대공 아이언이 본격적으로 나서서 총독들을 지금처럼 몰아세운다.
관리들은 이 인간 같지 않은 절세의 미소년의 외모와 기세에 감탄했다.
‘역시 여왕님들이 명예대공으로 임명할 정도로 엄청난 초능력자라고 하더니 과연 대단하구나.’
어찌나 강력한 초능력자인지 화면 너머의 총독들이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
어린애의 말이라고 대들려고 했던 몇몇 총독들은 노려보자 기절까지 했다.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한 초능력자들은 영상통화 중인 상대에게 능력을 발동할 수 있다니 진짜였어.’
‘초능력자들이 일제히 사라진 이후에 처음 보는 강력한 초능력이다.’
‘이런 분이 대공이라니 든든하기까지 하다.’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해서 회의실에는 행성 총독들을 나타내는 일천 개가 넘는 많은 화면이 띄워졌다.
하지만, 삼 분의 일 정도는 총독이 끝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군.’
‘세금만 들어오면 문제는 끝이다.’
‘절반 정도만 성공해도 다행이지만 말이야.’
원래 제국의 행성은 세금을 잘 냈다.
그러나, 연합소속이었던 행성과 중립지역의 행성은 이런저런 이유로 납부 시기를 늦추고 있었다.
그들의 속셈은 하나였다.
‘어떻게든 은하제국의 완성을 늦추거나 다시 분열시킨다.’
안정된 치안과 여왕의 지배는 국민에게 좋지만, 야망이 있는 권력자들에게는 지극히 불편하다.
모두가 여왕의 아래에 위치하니 이제까지 누렸던 초법적인 권력과 혜택을 잃을까 두려운 것이다.
그들에게는 차라리 제국과 연합이 치열한 전쟁을 하는 환란의 시기가 더 좋았다.
‘은하제국을 최대한 방해를 할 생각이군.
내가 용납할 것 같으냐?’
은하제국을 통해서 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려는 계획을 가진 아이언의 기세는 흉흉하게 변해만 간다.
그걸 본 밤에는 악당동맹이며 낮에는 은하제국의 관리인 인원들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명예대공 아이언이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총독들이 아이언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총독들이 통신망 불량을 이유로 프롬 여제님의 연락을 안 받는다고?’
‘세금을 낼 돈이 없어?
새로운 우주함대를 만들 예산은 어디서 났어?’
여왕이 소환했는데 총독이 아예 얼굴조차 내밀지 않고 있으니 이건 명백한 반역이었다.
더구나 행성들이 자위를 위해서란 명분으로 대량의 우주함대를 자체 건조하는 것은 비밀도 아니었다.
너무나 빨랐던 통일만큼 행성의 피해가 작았기에 저항세력도 빠르게 키워지는 셈이었다.
‘그런 주제에 치안이 불안해서 보낼 수가 없다고?’
‘아예 세금면제를 해달라고 요청한 행성도 있다는군.’
‘미쳤다! 미쳤어!’
에메랄드 여왕을 가장 골치 아프게 했던 총독들의 세금미납 사태를 프롬 여제가 발견한 것이 이 일의 시초였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본성의 지원만 받아먹은 대부분 미납행성이 연합과 중립지역이었느니 에메랄드 여왕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총독들이 여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정하거나 버티면 들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모두가 큰 희생을 치르지 않고 너무 쉽게 은하제국을 만든 부작용이었다.
은하제국의 주인인 여왕의 무서움을 확실히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프롬 여제는 일단 은하계가 통일된 이상 학살을 아주 좋지 않았기에 달래기 위해서 각 총독을 호출한다.
하지만, 미납행성의 절반 이상이 통신 불량을 이유로 잠적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언이 도착한 것이다.
분노한 프롬 여제를 본 아이언은 이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개입을 원했다.
“총독이 여왕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면 이건 하극상입니다.
반역이지요.
그럼 숙청을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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